비의 이미지
널 두고 슬픔이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청렴이라고 했다가
바보스러움이라고 했다가
지워지는 것이라고 했다가
새겨지는 것이라고 했다가
밤새 추절추절 젖어 보지도 못하면서
꺾여지는 리듬이라고 했다가
그리하여 밤새 끼워 넣지도 못한
너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했다가
너보다 수천 번 먼저 떨어질 뻔 했던
가까스로 건진 내 목숨 줄이라고 했다가
용기라고 했다가
비굴이라고 했다가
밤새 어둑거리다가
날 새는 소리에 푸르게 빛을 끌어 당기다가
혼절해서도 누워 있지 못하는
사랑가처럼 깊은 한숨에 묻히기도 했다가
어느 감나무 잎사귀 위에
장독대를 타고 오르내리는
말간 얼굴이라고 했다가
변죽이 장난 아니더라도
늘상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자세는
믿음이라고 해둬야겠다
나라고 했다가
너라고 했다가
그림자라고 했다가
삼인칭이라고 했지
잠들지 못하는 생각이라고도
해 둬야겠다
몸속 밖에서 안으로 들이치는 습성이
진저리치도록
창문에 어른거리는데
이제는 다 세지 못하는 불안한 새 심장이라고 해야 겠다
검은색
붉은색
노랑색
파랑색
하양색 어느 색에도
묻어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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