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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락사장의 서재입니다.

해바라기와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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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락사장
작품등록일 :
2022.09.26 06:08
최근연재일 :
2022.09.26 12:2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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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29,118

작성
22.09.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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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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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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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해바라기와 벚꽃 2화

DUMMY

알바라는 말에 일화의 눈이 번쩍 뜨여서 덤벼들 듯 질문을 했다.


“알바요?! 어딘 데요? 뭐하는 곳인데요?”

“뭐야? 어디서 뭐하는 알바인게 중요했었냐?”

“아! 그럴리가요. 무슨 일이건 상관 없습니다! 야, 야쿠자 사무소만 아니면······”

“야!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그런 일을 소개 시켜 줄리가 없잖아!”


일화의 말에 불같이 화를 내던 관리인은 갑자기 목소리가 작아지며 얘기했다.


“하, 하지만······ 조금 험한 일이기는 해.”

“그런거는 상관없어요. 감사합니다. 타카하시 씨.”

“그래? 그럼 다행이다. 그럼 주소를 줄 테니까, 여기로 가봐. 타가하시가 보냈다고 하면 바로 일을 줄거야.”

“예!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감사 인사를 하며 밖으로 뛰어나가는 일화를 보며 타카하시 관리인은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난 일주일 전 자신의 말 실수로 젊은애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에 대해 미안했던 관리인이 사과의 의미로 일자리를 소개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걱정거리도 있었다.


“나중에 그런 일을 소개시켜 줬다고, 나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일을 소개해 준데 대해 일화가 어떤 말을 할지 걱정이 된 관리인이 한숨을 쉬고 말았다.


*****


소개받은 알바 생각에 마음이 설레어서 학교 수업이 끝나자 마자 바로 관리인이 전해준 주소로 찾아가 봤다.


그런데 식당이나 공장, 물류 창고 같은 걸 상상한 것과 반대로 주소에 있는 건 지역의 거대한 종합병원이었다.


“응? 뭐야? 왜 병원이야?”


이런 대형 병원에서 외국인을 알바로 고용할 일이 뭐가 있나 의아했지만, 생각해보면 안에 매점이나 카페 같은 상업시설도 있어서 별로 이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한 일화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안내 데스크에 알바를 소개 받고 왔다고 얘기했다.


“죄송합니다. 알바를 소개 받아서 왔는데요.”

“어느 분의 소개를 받고 오셨나요?”

“일각관의 관리인인 타카하시 미나미씨에게 소개를 받고 왔습니다.”


타카하시의 이름을 들은 안내 데스크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통화를 끝내자 일화를 안내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시면 복도 중앙에 세탁실이라는 방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세탁실이요?””

“예. 어떤 문제가 있으신가요?”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화는 안내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계단을 타고 내려가 지하의 세탁실로 내려갔다.


세탁실로 들어가자, 관리인과 나이가 엇비슷해 보이는 여성 직원이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일화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화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타카하시 미나미씨에게 소개를 받고 왔습니다. 알바를 구하신다고 들어서요.”

“아! 혹시 타카미나가 말한 조일화씨인가 보군요. 어서오세요. 이리 앉으세요.”

“타, 타카미나요?”

“아! 저와 타카미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거든요. 반갑습니다. 저는 이 세탁실의 실장을 맡고 있는 마에다 아츠코라고 합니다.”

“저 역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일화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우선 앉으세요. 일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일화가 실장이 권한 의자에 앉자, 마에다 실장도 의자에 앉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시급을 말씀 드리자면 시간당 1200엔입니다.”

“천, 1200엔이요?!”


일화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지내면서 그렇게 큰 시급은 처음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큰 목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1200엔이면······ 지금 신문 배달과 편의점까지 합치면 하루 일당 12000엔은 벌 수 있겠다!]


지금까지 시간당 850엔에서 900엔하던 알바만 해서 하루 꼬박 일해도 만엔 언저리 정도나 벌던 일화였기에 금액을 듣고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그런데 타카미나에게 들었습니다만, 학교가 끝나는 비는 시간인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동안만 하실 일을 찾으신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죄송해서 어떡하죠? 저희는 1시부터 10씨까지 일할 사람을 찾고 있는 찾고 있는데요.”

“예?! 그건 곤란한데요.”


일화는 ‘어쩐지 얘기가 좋게 흘러가더라’ 하고 생각하며 실망했다.


“그래서 제안하는 건데, 저녁에 하시는 알바를 그만두시고 저희와 같이 하시면 어떨까요?”

“편의점을 관두고요?”


일화는 마에다 실장의 얘기를 듣고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까 얘기처럼 오후만 일하고 편의점을 가면 12000엔······ 하지만 여기서 오후 꼬박 일하면 11400엔······ 지금 일하는 것보다 조금 더 벌 수 있고, 무엇보다 평소보다 일찍 끝나니 내 쉬는 시간도 확보 할 수 있지만······ 12000엔이 아쉽네.]


일화가 생각에 빠져서 선뜻 답을 안하고 있자, 마에다 실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저희가 시간당 1300엔을 드릴게요. 그리고 저녁도 저희가 제공해 드릴게요.”

“예?!”


너무 큰 액수에 일화의 머리가 순간 멈추고 말았다.


“그, 그렇게 많이요?”

“예. 저······ 그러니까, 꼭 저희와 같이 일해요.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서 정말 곤란 했거든요.”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말에 일화가 긴장을 해서 마에다 실장을 바라봤다.


“그,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니······ 일이 많이 험한가요?”

“예. 저희가 일이 힘들고 험한 것도 사실이고, 덕분에 오래 일하지 않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친구인 타카미나에게 부탁했는데, 일화씨를 소개해준 거예요. 근성이 있어서 쉽게 그만두지 않을거라고······”


마에다 실장의 설명을 들은 일화는 다시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이 힘들다고 하지만······ 무려 시간당 1300엔에 2시간의 휴식 확보, 거기다 저녁 제공까지······ 고민할게 뭐가 있어.]


생각을 정리한 일화가 고개를 번쩍 들어서 마에다 실장에게 대답했다.


“사람 잘 보셨습니다. 제가 근성 하나는 제대로거든요. 절대 도망치는 일 없을 테니, 안심하세요.”

“정말 다행이에요. 혹시 언제부터 일하실 수 있나요? 저희가 급해서 빠를수록······!”

“결단력이 대단하시네요. 그럼 오늘부터 부탁드릴게요.”


일화는 업무가 얼마나 힘들지는 몰라도 시급을 생각하면 힘든데 뭐가 문제냐 생각하며 열심히 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은 불과 일주일 만에 후회로 돌아왔다.


병원 세탁실에서 하는 일은 간단했다. 그냥 병원에서 나오는 모든 빨래 거리들 침대시트 커버부터 직원들 의복과 의사와 간호사들 수술복 그리고 정체를 알기 힘든 의료용 보자기들까지 모두 세탁하고 말리고 다림질을 하면 되는 간단한 업무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빨래감들의 상태였다. 병원 일반 병실에서 오는 시트 커버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중환자실과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재활실 시트의 경우 시트에 이런 저런 오물과 고름이 묻어서 왔다. 거기다 수술실에서 오는 수술복과 이런 저런 천쪼가리들은 피가 잔뜩 묻어서 오기에 보기에도 그로테스크 했고, 냄새도 말로 표현하기 곤란할 정도로 역했다. 이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나의 비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뜨거운 물로 세탁들 하고 스팀 다리미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기에 세탁실은 굉장히 무더워서 이곳에서 일할 때는 항상 땀이 비오 듯 쏟아졌다.


마지막으로 문제점은 너무도 거대한 병원으로 인해 빨래감들이 끊임없이 밀려와서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화와 오후 조들은 출근 후 5시간 동안 일하고 1시간 동안 저녁식사 겸 휴식을 취하고 다시 3시간을일하면 하루 업무가 끝나는데, 그래도 일하다 쓰러지면 안되기에 업무 중 순서를 정해서 30분간 교대로 쉬는 시간을 줬다.


자신의 휴식 차례인 일화가 옥상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휴우~ 바깥공기를 마시니,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하루 종일 역한 냄새와 무더위에 시달려서 거의 두통이 올 지경이었던 일화는 돈을 아끼기 위해 담배까지 끊었던 자신이 하루 중 유일하게 하는 사치인 캔커피를 마시며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이거라도 마시지 않으면 코점막에 세탁실의 냄새들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휴우~ 왜 도망가지 말아달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네. 그래도 시급이 많으니, 포기할 수도 없고······”


옥상 위에서 도시를 바라보며 캔커피나 홀짝거리는게 휴식의 전부였지만, 그래도 나름의 즐거움은 있었다.


항상 같은 시간에 옥상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아이였다.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여자아이였지만, 거리에서 지나가면서 보게 된다면 누구나 돌아 볼 것 같은 놀랍도록 미인이었다.


여자아이는 이목구비가 뚜렷한데다, 눈이 크고 똘망똘망 했고, 하얀 피부에는 어떠한 잡티도 없는 동양식 미인의 표본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같이 못생기고 가난한 남자가 함부로 엮어볼 생각도 못 할 절벽 위의 꽃이었지만, 그래도 휴식 시간 동안 멀리서 구경하는게 이 힘든 알바의 낙이었다.


보통 사람을 이렇게 빤히 바라보면 항의를 하겠지만, 자신의 유니폼에 있는 냄새로 불편해 할까 봐 항상 멀리 떨어져 있었고, 어째선지 항상 멍한 얼굴로 앞만 바라보고 있어서 일화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기에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참 예쁘네······ 아마 고등학생쯤 되려나? 분명히 아이돌일거야.]


휴식 시간이 다 되어 가서 일화가 벤치에서 일어나 다시 지하로 내려가기 가기 전에 여자아이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여자 아이는 대체 언제 올라오고 내려가는지 자신이 오기 전에 이미 와있고, 내려가기 후에도 떠나지 않고 밴치에 앉아 있었다.


[아직 날이 따뜻하기는 하지만, 저렇게 오래 있어도 되나? 그렇다고 내가 참견 할 수도 없겠지만······]


지하로 내려가서 다시 일을 시작한 일화는 같이 일하는 선배인 사타 마사키에게 옥상에 있는 여자아이에 대해 물어봤다.


“형도 옥상에 항상 앉아 있는 여자아이 알아요?”

“옥상? 아아~ 사쿠라짱을 말하는 모양이네. 이 병원의 명물이야.”

“사쿠라요? 그 아이 이름이에요?”

“그래. 이름이 미야와키 사쿠라인데, 아직 현역 여고생인 아이야. 3년전 사고로 눈을 다쳐서 앞을 보지 못하게 되서 치료 겸 재활을 위해 지금까지 입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앞을 못본다고요?”


[그래서 내가 바라봐도 신경 쓰지 않았던 거구나.]


일화가 그렇게 구경해도 신경도 쓰지않던 여자아이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사타가 한 말 중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명물이라는 건 또 무슨 말이에요?”

“응! 너는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 하긴 외국에서 와서 모를 수도 있나?”

“왜요? 유명한 아이에요? 혹시 아이돌?”

“하하! 그런 건 아냐. 하지만 너도 보면 알겠지만, 어디서 다시 보기 힘든 미인이잖아. 게다가 집안도 빵빵하고, 거기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애처로운 스토리까지······ 아이돌이 아니어도, 당연히 유명하지 않겠냐?”

“집안이 대단해요?”

“진짜 모르나 보네. 아무리 외국에서 왔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인 S그룹 정도는 알고 있을 거 아냐?”

“S그룹이요? 전자 회사로 유명한 그 회사요?”

“맞아. 그 S그룹. 사쿠라짱은 S그룹 창업주의 손녀야.”

“예?!! 진짜요?!”

“그렇다니까, 아마 그 아이가 이미 갖고 있는 개인 자산만 해도 몇억엔은 될걸?”


일화는 자신과는 달리 대단해도 너무 대단한 사쿠라라는 여자아이에 대해 감탄을 했다.


[절벽 위의 꽃이 아니라, 천상 위의 꽃이네.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는 진짜 있구나. 뭐, 나하고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이지만······]


일화는 자신과 너무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쿠라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다음날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간 일화는 사쿠라가 없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오늘은 없네? 하긴 매일 여기에 있을리가 있나?]


사쿠라가 없는데 의아했던 생각도 바로 지우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벤치에 앉으려 걸으려고 할 때 일화의 말을거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바로 항상 여기 앉아 있는 여자아이 미야와키 사쿠라였다.




이 소설은 제가 일본에서 유학하며 경험했던 일을 바탕으로 적었지만, 일본 사람들은 저렇게 한국 사람들에게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제가 일본에서 3년간 유학하면서 일본인들은 매우 친절했고, 물론 극우 지지자들과 시비가 붙은 적도 있지만 대부분 일본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도와줬습니다. 이 소설은 그저 소설의 재미를 위한 픽션임을 알려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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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9.26 21:00
    No. 1

    극한직업 이네요. 큰 병원에 환자들도 많을텐데. 시급이 세서 잘 버텨내야 할 것 같네요. ㅎㅎㅎ 마지막에 일화(의)에게 말을 거는 여자아이는 어떻게 하다가 눈이 안 보이게 되었을지... 궁금해 지네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희락사장
    작성일
    22.09.26 22:10
    No. 2

    병원의 알바 이야기는 제가 일본에 공부할 당시 같은 학교에 다니던 누나가 해준 이야기 입니다. 그 누나가 이런 알바를 했다고 하더군요.
    눈이 안보이게 된 이유는 곧 나옵니다.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4 스팀펑크
    작성일
    22.09.29 19:06
    No. 3

    요즘은 병원 세탁물을 업체가 수거해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여간 힘든 일이라고 하데요. 잘못하면 주사바늘도 튀어 나오고. 작가님 정말 고생 하셨군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희락사장
    작성일
    22.09.29 19:31
    No. 4

    저는 이 에피소드에서 나온 알바는 해 본적 없고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던 누나가 알려줘서 알게된 알바입니다. 저는 일본어 실력을 높이고 싶어서 일본인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식당 서빙 알바만 했죠.
    하지만 그나마도 세월이 지나니 일본어가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요 ㅠㅅ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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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해바라기와 벚꽃 5화 +8 22.09.26 99 3 13쪽
4 해바라기와 벚꽃 4화 +8 22.09.26 92 3 14쪽
3 해바라기와 벚꽃 3화 +4 22.09.26 86 4 12쪽
» 해바라기와 벚꽃 2화 +4 22.09.26 109 3 13쪽
1 해바라기와 벚꽃 1화 +9 22.09.26 29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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