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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내 일상] Pray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군중 속 고독이란 말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저 먼 곳으로 가고 싶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나의 존재가 있으면서 나의 존재가 부정되는 이곳을 떠나고 싶다. 아무런 존재가 없는, 고로 내가 아무런 상관없는 그 곳에 가고 싶다.

 그 누구도 날 모른다고 해도, 그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해도. 그곳은 여기보다 덜 쓸쓸할 것이다. 그곳에는 나의 존재가 없는 것이니까. 나를 살펴 주시사, 부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소서. 아무런 상관없는 그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소서. 아무도 나에게 말 걸지 않는 그곳으로…. 저 침묵, 고요의 끝으로 나를 데리고 가소서….

***

 그대여 아무도 당신을 모른다. 아무도 당신의 존재를 모른다. 괜찮다. 내가 당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데리고 가 줄 것이다. 아무도 당신에게 말 걸지 않는다. 그 누구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누구도 당신의 마음을 모른다. 아무도…. 당신을 알지 못한다.

 괜찮아. 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내가 너를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 줄 거야. 아무 말 없는 침묵 속으로, 그 고요의 끝으로 너를 데리고 가 줄 테니 걱정하지 마. 그 곳에 가면 너와 나 단 둘밖에 없을 거야. 외롭지 않겠냐고? 쓸쓸할 것 같다고? 겁내지 마. 아무런 상관없잖아. 저기 낯선 곳은 우리의 것이야. 저기 저 어둠 속의 우리는 아무도 볼 수 없어. 우리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아.

 그 먼 곳에 무엇이 있든 무서워하지 마. 너의 발걸음을 옮겨, 한 걸음 한 걸음이 도전이겠지만 용기를 내. 내가 너에게 담대함을 줄게. 너의 마음은 내가 알잖아. 내게 마음을 기대.

***

 힘없이 천장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죽어있다. 천장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 아니, 공기가 무거워서 이런 걸까? 아무도 없다. 거울에 비치는 머리 뜬 지저분한 내 모습은 아무도 만날 이가 없다는 것을 알린다. 거울의 내 눈동자는 누구를 바라보는지, 그저 한심스러울 뿐이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잠이 안 온다. 계속 읽어버린 저 소설책이 너무 거슬린다. 그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다.

 부디 불꽃같은 눈동자로 나를 살피사, 울컥한 나의 이 상실감 가득한 마음에 힘을 주소서. 이 무거운 공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당신의 마음에 내가 합하지 않아서 입니까? 너무 많은 생각에 내가 묻혀버려서 나를 잃어버렸습니다. 부디 나에게 힘을 주소서.

***

 그대여 그 누구도 당신을 원하지 않고, 찾지 않지만 내가 당신을 찾고 있다. 어디에 있는가? 부디 나에게 자신을 숨기지 마라. 내가 너를 부축해주마.

 너의 그 한심스러움은 너의 성장이다. 다 그렇게 부질없는 인생임을 깨닫고 가는 것이다. 멀고 먼 길처럼 느껴지지만, 공기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만, 다른 이와 똑같은 공기이다. 다른 이도 똑같은 공기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너 자신을 짓누르지 마. 다들 인생의 길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똑같이 멀게만 느껴진다. 내일 죽을 이도, 오늘 죽을 이도, 10년 뒤에 죽을 이도 똑같이 멀기만 한 인생이다.

 무거워 하지 마, 이 짐을 벗으려고 안달하지 마. 누구에게나 다 똑같은 짐이 있어. 힘을 내. 보이진 않지만 너에게 힘을 줄게.

***

 이제야 내가 당신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았다 생각 했을 때, 떠나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모든 걸 다 주었다고 생각했을 때, 당신은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앗아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당신은 산 같아서, 움직이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멈추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줄 알았습니다. 나는 그렇기에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그곳에 있을 줄 알았거든요. 당신은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더 알아가야 하는군요. 당신은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더 힘들군요. 나는 당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군요. 당신은 네게 너무나 어렵지만, 너무나 감사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너무나 벗어나고 싶은 존재이지만, 나는 그 멍에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멍에는 사랑이었군요.

 부디 나에게 힘을 주세요. 그리고 저 어둠, 고요의 끝으로 나를 데리고 가주세요.


댓글 2

  • 001. 가는바람

    14.02.11 02:19

    ㅠㅠㅠㅠㅠㅠ.

  • 002. 가는바람

    14.02.11 02:20

    바람은 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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