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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太河)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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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트렌드를 벗어난 글을 쓰는 초보 작가의 애환

옛날 고무림 거리 인근에 청순남이라고 하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고무림 거리는 날이 갈수록 번창하여 장사 잘되는 가게도 많고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좋은 물건들이 많았다. 청순남은 고무림 거리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여 돈만 생기면 고무림 거리에서 눌러 살았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고무림 거리는 문피아로 신장개업하고 청순남도 나이가 들었다. 그런데 청순남이 나이가 들다보니 그의 눈에 변화가 왔다. 전에는 문피아 거리에 있는 모든 상품이 그렇게 화려하고 멋져 보이더니, 어느 순간 그 물건들이 모두 비슷비슷하고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들더니 더는 쇼핑할 의욕이 사라졌다.

 

이제는 문피아 거리를 떠날 때가 된 것인가 하고 고민하던 중에 청순남은 어느 날 갑자기 허황한 꿈에 사로 잡혔다. 청순남은 고무림 시절부터 문피아를 많이 들락거리면서 그 곳에 있는 상품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상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해, 유행을 벗어난 제품의 질로 승부하는 좋은 상품을 만들면 반드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청순남은 그 때부터 이 년 동안 두문불출하면서 트렌드에서 벗어난, 새로운 스타일의 물건을 열심히 만들었다. 물건이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이르자 청순남은 문피아 거리에 가게를 열고 손님을 기다렸다. 물건을 보기 좋게 진열해 놓고 초조하게 손님을 기다리니 드디어 문이 열리고 손님이 들어섰다. 들어서는 손님의 모습을 보니 문피아 거리에서 명품으로 이름난 패션으로 온 몸을 칭칭 감고 한껏 뽐내는 하이레벨 손님이었다.

 

청순남 : 어서 오십시오. 저희가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 : 지나가다보니 가게가 눈에 뜨이길래 혹시 뭐 맘에 드는거 있나해서 들어와 봤어요.

청순남 : 잘 오셨습니다. 저희가게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제가 열심히 공들여 만든 제품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품질하나 만큼은 확실합니다.

고객 : 그런데 이 옷은 원단이 왜 이렇게 칙칙해요? 원단 색깔이 화사하고 화려해야 보는 사람 눈에 확 뜨이잖아요?

청순남 : , 손님, 그 원단은 천연염료를 사용해서 전통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은은한 색상이 배어나오는 복고풍 스타일입니다. 옛날 명품들을 기억하시는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컨셉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고객 : 복고풍이요? 복고풍은 무슨 얼어 죽을 복고풍.......옷이야 화려하고 멋지게 입으면 장땡이지.......그리고 장식도 이게 뭐예요? 장식이 알록달록하고 반짝반짝해야지 이렇게 밋밋하면 누가 쳐다보겠어요?

청순남 : 손님이 원하시는 제품은 옆집에도 있고, 그 옆집에도 있고, 또 그 옆집에도 있는 물건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만든 물건은 클래식 기법을 사용해서 만든 복고풍 명품입니다. 이런 물건은 어디가서 구경하시기 힘들 겁니다.

고객 : 아이고, 그 놈의 클래식, 복고풍 타령은... 이보세요. 얼른 꿈 깨세요. 요즘에 이런 칙칙한 물건을 누가 찾는다고 복고풍 타령을 하고 있어요? ! 정말 별꼴이야!

 

 

고객이 엄청난 마공을 퍼붓고 떠나자 청순남은 허탈감에 사로잡혀 망연자실했다. 그 뒤로 간혹 좋은 물건 만들라고 격려해주는 손님을 만나기도 했지만 걱정했던 대로 많은 손님들이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며 불평만 늘어놓고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 청순남은 이대로 실패할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아직 가게 문을 연지 일주일도 안 되었으니 조금 더 희망을 갖고 버티기로 했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자 드디어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쿵 저러쿵 물건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간 손님들 중에서 하나둘씩 다시 찾아오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트렌드에 안 맞는 물건을 불평하고 떠난 사람들 중에 그래도 다른 물건과는 차별화 된 것에 의미를 두고 찾아오는 이들이 생긴 것이다.

 

청순남의 이같은 희망이 과연 들어맞을 것인지, 아니면 화창한 봄날의 한바탕 꿈으로 끝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청순남은 오늘도 공방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트렌드에서 벗어난 새로운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

 

 

공모전에 참가한 뒤로 조금씩 늘어나는 통계에서 이상한 현상이 보였습니다. 제가 쓰는 글의 소재가 역사, 역사속의 인물, 범선, 대포 이런 주제를 다루다 보니 여성들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독자들의 연령층이 50대가 가장 높은 것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그런데 한담 란에 저와 똑 같은 현상을 걱정하는 작가의 글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글과 저의 글을 비교해보니 유사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목이 평범해서 독자들의 어그로를 끌기 힘든 그런 제목이었습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 생각해보니 30대 이하 연령층의 독자들은 트렌드를 벗어난 글에 거북함을 느끼고 1화만 본 뒤에 선작하지 않고 바로 나가버리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1화와 2화의 구독수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문피아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연령층이 30대 같은데, 30대 독자들에게 외면 받는 것은 불길한 조짐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선호작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통계수치가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30대 연령층이 수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그리고 1화와 2화의 구독자 숫자도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직 구독자 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 없는 통계분석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초보 작가는 이런 사소한 것에 희망을 걸고, 오늘도 저 만의 색깔을 갖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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