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태하(太河)의 서재입니다.

전체 글


[내 일상] 암스테르담의 빈민 강제노역장 라습하위스 이야기

산업화시대 이전에는 옷감을 염색하는 염료가 무척 귀하고 비싼 자원이었습니다. 좋은 옷감을 화려하게 염색해서 입는 것은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불가능했습니다.

 

염료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붉은 색인데, 이 붉은색을 내는 천연 염료 중에 소방목(蘇枋木)이라는 목재가 있습니다. 이 목재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아주 단단한 목재인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붉은색을 내는 염료로 많이 쓰였습니다. 조선은 일본을 통해 수입해서 비단 염색에 사용했는데, 일본과의 무역품 목록에 매번 빠지지 않는 중요한 무역품이었습니다.

 

직물 공업이 발달한 암스테르담에서는, 이 소방목(Jamaica wood, brazil wood)을 아주 많이 사용했습니다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방목이 매우 단단해서 염료로 만드는 공정이 아주 힘들었습니다. 일꾼들을 고용해서 일을 시켜도, 나무가 단단해서 일이 힘드니 모두 기피하고 생산성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라습하위스(Rasphuis 대패질 작업장)라는, 빈민을 착취하는 빈민 노역장이었습니다. 라습하위스는 원래 1596년에 도시의 젊은 부랑자들을 교화하기 위한 수감시설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변질하여 마침내는 빈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가혹한 노역장으로 변했습니다. 이곳에 수감된 자들은 온종일 소방목을 대패질하고 가루로 만들어서 목표 작업량을 달성해야 식사를 배당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업량이 미달하면 식사 배급에서 제외되고, 저항하는 자들에게는 채찍질과 물속에 잠기는 형벌이 가해졌습니다.

 

이 악랄한 노역장은 200년이 넘게 빈민들을 착취했습니다. 그러다가 이곳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원성이 높아지자 1815년에 가서야 폐쇄됩니다. 암스테르담은 자본주의가 태동한 도시이고, 예나 지금이나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도시입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암스테르담의 그늘에는, 이처럼 빈민들을 가혹하게 착취한 역사가 서려 있습니다.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7 내 일상 | 부마의 첩을 때려죽인 여인 21-09-23
6 내 일상 | 조선의 기근(飢饉) 19-06-13
5 내 일상 | 옥비(玉婢)의 난 (선조실록, 계갑일록) 19-06-05
4 내 일상 | 명나라 황실 사기결혼 사건 19-05-31
3 내 일상 | 거울을 사랑한 여인 19-04-08
2 내 일상 | 트렌드를 벗어난 글을 쓰는 초보 작가의 애환 19-04-08
» 내 일상 | 암스테르담의 빈민 강제노역장 라습하위스 이야기 19-04-08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