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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전략 게임의 군주가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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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천재
작품등록일 :
2023.12.04 14:33
최근연재일 :
2023.12.07 20:05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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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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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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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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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DUMMY

닉네임 Lord. 우리말로는 군주.


TOC에서 독보적인 1등을 차지하는 플레이어.


방송이나 대회에는 일절 출연하지 않고, 압도적인 승률로 솔로 랭킹 1등을 달성해 버린 자.


닉네임답게 차가운 운영을 하는 폭군. 베일에 감춰진 수수께끼의 게이머.


그 사람은.


【승리!】

【+48점(1424점)】

【랭킹1등(-)】


···바로 나다.


딸깍.


【승리!】

【+47점(1471점)】

【랭킹1등(-)】


딸깍.


【승리!】

【+49점(1520점)】

【랭킹1등(-)】


“15층 도착.”


내 레이팅 점수와 2등의 차이는 400점.


최상위 티어인 레전더리 등급에 도달하면 점수가 생기는데, 같은 레전더리라도 레전더리 초입인 유저와 나의 차이는 골드와 레전더리 만큼이나 크다.


즉. 나와 다른 게이머들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딸깍.

【게임을 찾는 중입니다···.】


랭킹 1등. 그 끝에 도달한 감상은 권태였다.


“재미없어.”


랭커들은 나를 쫓아오는 것을 포기했다.


내가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나와 정면 승부를 하려는 유저는 줄어들었고, 그들의 플레이는 근거가 점점 사라졌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진 것이다.


수비적인 운영에만 급급하다보면 이길 게임도 질 수밖에 없는 법. 이기면 이길수록 게임은 쉬워졌다.

아이러니했다.


전략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제해야하는데,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이더라도.

내가 그려왔던 설계가 모두 어그러지더라도.


항상 최선의 판단을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재밌는 한판을 하고 싶은데.”


이 게임이 너무 좋았고 재밌었다. 더 많이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나와 경쟁하려 들지 않았다.


“게임을 접어야 하나.”


딸깍.


【승리!】

【+49점(1569점)】

【랭킹1등(-)】


“그러기엔 너무 재밌는데.”


나와 경쟁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잠깐만.”


멈칫.


“내가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서 잘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니야?”


그랬다.


인터넷 방송의 출연 제의를 모두 거절했던 내가,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굉장히 단순했다.


****


“너튜브 친구들, 너! 하!”


친근한 인상의 너튜버가 캠을 보며 넉살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지금 게임의 정점들을 데려다가 컨텐츠를 만드는 한 유투브 채널에 출연중이다.


“자, 반갑습니다! 오늘 모셔볼 분은요, 요즘 아주 핫한 게임이죠! 택틱스 오브 캐릭터즈! 줄여서 택오캐! 혹은 톡(Tactics Of Characters, TOC.)! 이 게임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랭킹 1위를 차지하고 계시는 로드 그 자체! 강보윤 장인을 모셔봤습니다!”


짝짝짝짝!


“안녕하십니까. 현재 랭킹 1등이며 로드라는 닉네임을 쓰는 강보윤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유, 저희가 아주 어렵게 섭외를 했습니다! 강보윤 장인. 질문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지금껏 타 방송의 출연 제의도 모두 거절하시고, 저희 프로그램도 출연 제안을 여러번 드렸지만 모두 거절의 의사를 밝히셨는데! 이번에는 출연을 결심하신 이유가 있나요?”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저는 이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스트리머들의 방송들도 챙겨보고, 연구하는 시간도 정말 많은데요. 많은 분들이 게임의 운영법을 다소 헷갈리시는 것 같아서··· 도움을 드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오늘 방송에서 장인이 알려주는 꿀팁! 너무 기대가 되는데요? 자, 장인! 이 톡이라는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한 번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아, 네. 이 게임은 웹소설과 웹툰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플랫폼인 원소스에서 런칭한 게임인데요, 판타지 세계관의 서브 컬쳐 팬분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덱을 꾸려 상대방과 싸우는 게임입니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장인! 오늘 보여주실 스쿼드는 어떤 스쿼드일까요! 요즘 핫한 기사덱? 혹은 대마법사를 필두로 한 마탑 조합? 그것도 아니라면 고밸류 영웅들을 섞어 쓰는 운영? 장인이 좋아하는 영웅은 뭘까요? 아주 기대가 됩니다!”


그의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침음이 흘러나왔다.


“으음···.”

“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영웅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이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많은 유저분들께서, 이 게임을 하실 때 자기가 좋아하는 기물을 중심으로 스쿼드를 꾸리거나 방송인 분들이 다루는 덱을 많이 하시는데···. 이 게임은 그렇게 하는 게임이 아니거든요.”


너튜버가 놀란 듯이 되물었다.


“네에?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죠?”

“주는 대로 해야죠.”


“···예?”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항상 최선의 운영을 합니다. 오직 그것뿐입니다.”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나는 인기를 끌러 온 게 아니니까.


“크, 크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장인. 그럼 바로 게임을 시작해볼까요?”

“네.”


딸깍.


망설임 없이 게임 시작 버튼을 눌렀다.


“오오? 방송 출연인데도 본 계정으로 돌리시나요? 그럼 잡히는 사람들의 수준도 높아서 힘들텐데···.”

“괜찮습니다.”


어차피 부캐든 본캐든 체감은 비슷하니까.


지이이이이잉!


특유의 시작음과 함께, 큐가 잡히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시작 기물을 고르세요!】


“자아,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장인의 픽은 무엇일까요? 선호하시는 아이템은 무엇이죠?”


톡에서는 게임이 시작될 때 하나의 기물을 고르며 시작하는데, 이 때 기물은 아이템을 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검이나 활을 주로 집지만, 나는 그런 운영을 몹시 싫어했다.


“이 판은 생명 구슬을 집겠습니다.”


딸깍.


“음? 생구를 고르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생명 구슬로 만드는 체력 아이템들은 어떤 덱에 두어도 밥값을 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초반부에는 탱커 라인을 먼저 구성하는 게 좋아요.”


픽! 픽!


내가 고른 기물. 생명 구슬을 들고 있던 구울은, 매가리 없이 팔을 휘적휘적 거리며 첫 크립 몬스터인 고블린을 천천히 지워나갔다.


【승리!】


전투 턴이 끝나고, 다음 턴이 시작되었다.


“자, 첫 구매 턴이죠! 과연 장인은 어떤 기물을 집을 것인가!”


음.


“오!”


너튜버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스타트부터 고급 등급의 헌터가 나왔습니다! 헌터는 효율이 아주 좋고, 시너지도 좋아서 후반까지 사용하기 좋은···! 엥?”


딸깍, 딸깍.


나는 고급 유닛인 헌터 대신 일반 기물인 방패병과 창병을 집었다.


“장인! 스타트부터 고급 기물이 떴는데 집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변수가 생기니까요.”


“···예?”

“이 게임은 비싸고, 개별 유닛의 효율이 좋다고 센 게 아닙니다. 상황에 맞게 스쿼드를 꾸릴 줄 알아야 해요. 헌터가 좋은 기물이긴 하지만 변수가 큽니다. 초반에는 탱딜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더 중요해요.”


“그, 그런가요?”


당연한 소리였다. 톡은 개별 기물 하나를 키우는 게임이 아니라, 스쿼드를 짜서 스쿼드 대 스쿼드로 맞붙는 게임.


좋은 기물에 눈 돌아가서 밀어주다가 덱이 꼬이면 답도 없이 망해버린다.


차근차근히, 당장 지금 상황에서 조합을 꾸려가며 가장 최적의 스쿼드를 맞추는 것.


그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자아, 게임이 중반부에 이르렀습니다! ···네. 기계 같은! 아, 아니. 말 그대로 철혈의 군주 같은 냉정한 운영으로! 장인이 무패 운영을 달리고 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


내 메인 캐리 기물, 영웅 등급의 소드 마스터가 크립 몬스터인 트윈 헤드 오우거를 무참히 도륙냈다.


―구, 구웨에에에엑!


【승리!】


툭!


“아니! 재료 아이템으로 마나 스톤이 나왔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을 위해 설명을 해드리자면, 마나 스톤에 롱소드를 조합하여 오러 웨폰을 만들게 되면 장인의 메인 캐리 기물인 소드 마스터의 효율을 극강으로···! 엥?”


그러나 나는 마나스톤을 롱소드가 아닌 영지에다 투자했다.


“장인! 완성템을 만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 이건 좀 어려울 수 있겠네요. 마나스톤을 영지에 박으면, 모든 기물의 시작 마나가 10 증가합니다. 그러면 탱커 유닛인 방패 대전사가 평타를 두 대 때린 후 바로 스킬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가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도발을 걸어서 전투 구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예?”


화려한 멋은 없지만, 어찌 됐든 게임에는 승리했다.


【승리!】


이번 판의 운영도 완벽했다.


‘아, 찢었다.’


“···.”

“자, 다음 판을 돌리면 될까요?”


그런데 갑자기 너튜버가 방송을 껐다.


“저, 보윤씨? 잠시 얘기 좀 할까요?”

“네?”


“게임 플레이는 잘 봤는데요. 이래서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이죠?”


“이 톡이라는 게임은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어서 인기를 끄는 게임이니까요. 조금 더 화려한 플레이를 해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도 너무 좋은데.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까···.”

“···알겠습니다.”


그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그에게 이 방송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생업이니까.


그러나 그와 동시에 허무했다.


‘대다수 유저들은 이런 걸 원한다고?’


비효율적인 것을 알면서도 ‘낭만’이라는 이유만으로 완벽한 운영을 포기해야하나?


내가 게임을 즐기던 방식이 틀렸던 걸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럼 다시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큐!”


파앗!


‘···윽, 뭐지?’


큐 사인이 울린 뒤 갑작스러운 두통이 찾아왔다.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좁아져서 모니터가 아닌 다른 것들은 흐리게 보였다,


몸이 조금씩 굼떠졌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너튜버의 목소리도 멀게 느껴졌다.


“···자아아앙인. 사아아앙태가 안조오오옿아보오이이시는데···. 괜···차아아아않으신···.”


시야가 조금씩 어두워졌다.


【시작 기물을 고르세요!】


“···이 판의 시작 아이템은요.”


너튜버의 말대로, 뽕맛도 있으면서 안정적이기에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사기 덱을 선보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몸이 내 몸 같지가 않다.

나는 분명 입을 열었다. 목소리를 뱉었다.


그러나 입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는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거칠고 어색했다.


그러나 나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의 어지럼을 느끼면서도, 마우스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바아아앙소오오옹으으을 자아아아아암시이이 끄으으을까아아아아요오오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이건 게임일 뿐인 것을 잘 안다.

그래, 그저 게임일 뿐인데. 어쩌면 내가 필요 이상으로 과몰입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낭만’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가볍게 플레이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르지.


“근데, 뭐 어쩌라고.”


“···자아아아앙이이이인?”


재밌다. 이기는 건 늘 짜릿했다.

상대와의 경쟁에서. 그리고 전략에서.


우위를 잡는 일은 언제나 쾌감을 줬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딸깍.


늘 그랬듯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성적인 판단을 할 뿐이다.

조금의 허점도 보이지 않고, 모조리 박살내 버리는 것.


그것이 내 플레이스타일이었으니까.


딸깍.


【게임 시작!】


익숙한 음성이 들린다.

그러나 그 후의 상황은 익숙지 않았다.


파앗!


귀에는 이명이 들리고, 입안에는 이물감이 가득 찼다,


“으, 으윽!”


나는 고통스러운 멀미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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