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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편잡가 님의 서재입니다.

3000년 구른 판타지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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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편잡가
작품등록일 :
2017.08.07 20:27
최근연재일 :
2017.08.19 20:07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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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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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글자수 :
74,605

작성
17.08.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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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튜토리얼 정도는 다 안다구? (4)

DUMMY

"......어?"

어 말고 다른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현실을 곧바로 받아들일 정도로 내 멘탈이 탄탄하지 않았으니까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퀘스트 보상이 튜토리얼 클리어였는데, 튜토리얼이 퀘스트가 무기한 연기되고 퀘스트 창도 사용 못 한다. 즉 여기 갇혔다.


"으아아아아악!!!!! 안돼!!!!! 운영자!! 운영자 호출!!!! 신님!! 들리나요? 신님 들리죠? 저 좀 꺼내주세요!!"


정도는 반쯤 정신줄을 놨다.


"이거 몰카지?? 나 당황하는거 보면서 큭큭거리다가 갑자기 요상한 음악과 함께 요상한 춤 추면서 등장할 거잖아! 그러니까 얼른 나오라고 신 놈 새끼야!!!!"


우스게소리로 망겜 망겜 거렸지만 이렇게 망겜이어도 되는건가? 버그 터져서 겜 뻗었는데 운영자 호출도 안되는게 말이나 돼??


자신이 꼼수부리다 이 사단이 났다는건 철저하게 잊어버린 정도였다.


정신줄을 놓은 정도가 발작하기 직전에 돌연 움직임이 뚝 하고 멈췄다.


"어? 이 느낌은?"


극도로 흥분했거나 패닉에 빠졌을 때 갑자기 확 하고 식는 느낌. 이른바 현자타임.


"상태 이상 면역..."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 발동한 것이다.


강제로 냉정해진 정도가 상황을 분석했다. 상태창도 퀘스트 창도 불러오지 못하지만 스킬은 발동했다. 그렇다는 건 정보의 '출력'만 안되는거지 능력치나 스킬은 온전하다고 추론할 수 있었다.


"뭐 시험해보면 되겠지. 파상검기!!!"


콰과과과과광


반원형의 검기가 날아가 커다란 바위를 완전히 박살 냈다. 더해지거나 덜해진거 없이 평소 쓰던 파상검기가 맞았다.


"......"


정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심리가 참...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기분이었는데 자신이 가진게 온전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위안이 되는구나"


최악의 상황에서 든든한 구명줄을 쥔 느낌이었다.


"소생 스킬도 그대로 있을 테니 죽을 걱정도 없어졌고...당장 나갈 방법은 없고. 그럼 해야 할 일은?"

기존의 목표대로 계속 사냥이나 해서 강해지는게 맞는 거겠지?

혹시 또 모른다. 다른 몬스터 잡다 보면 탈출의 실마리가 잡힐 수도 있는 거니까


튜토리얼 퀘스트의 끝은 7대 악마를 쓰러뜨리는 것이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튜토리얼 퀘스트. 7대 악마가 지배하는 지역이 이 땅의 끝은 아니었다. 아직 정도가 밟아보지 못한 땅들이 그 너머에도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다. 필시 그곳에는 더욱 강한 몬스터들이 포진해 있으리라


정도는 칠죄종 동시 처치라는 자신의 목표를 좀 더 상향 조정했다.


"일단... 이 땅의 구석구석까지 파해쳐 볼까?"


정도의 기묘한 모험이 다시 시작되었다.


*********


정도는 참으로 오랜만에 도서관에 돌아와 콰앙! 하고 거칠게 문을 열었다.


"윈리!! 나 다녀왔어. 들어봐. 이번엔 북쪽 끝 암흑대륙에 다녀왔거든? 아 거기 보스가 혼돈제룡이라는 놈이었는데 굉장히 터프했어. 아가리 벌리고 브레스를 갈기는데 어우 무슨 모세가 바다 가르듯 땅이 쫙쫙 갈라지더라니까?"


정도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 다치지 않았냐구? 큽 역시 날 걱정해주는 건 윈리 밖에 없구나. 하지만 내가 누구니? 그딴 머저리 도마뱀 따위 1초도 안 걸려서 뚝배기를 깨놨단다. 아, 물론 여기서 1초는 여기 시간으로 1초야."


정도가 말을 거는 대상은 도서관 책장 앞에 세워져 있는 소녀 형태의 석상이었다.


이 공간에 괴리된 정도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뭐든 해봤다. 몬스터를 잡다가 질리면 도서관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큰 소리로 시집을 낭송하기도 했다. 때론 철학서를 탐독하거나 소설을 집필하기도 했고 조각상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소녀상을 깎으려고 작정한건 아니였다. 계기는 뜻밖에 단순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사냥을 질리도록 하고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책장에서 우연히 집은 바로 그 책


'로빈슨 크루소'


그리고 자연스럽게 로빈슨 크루소를 모티브로 한 명작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떠올랐다. 무인도에 고립되고 외로움에 몸부림칠 때 떠내려온 배구공 한개. 거기에 자신의 피로 얼굴 그림을 그리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데 아! 바로 이거다 싶어서 그길로 뛰어나가 커다란 바윗덩어리를 구했다.


"평생을 같이할지도 모르는 동반자에게 남성성을 부여하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주다니... 그 놈 필시 게이 일테지"


자신은 지극히 평범한 이성애자. 갈고 닦은 명공의 솜씨로 깎은 조각상에 윈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윈리는 자신의 친구이자 연인이었다. 평생을 같이할 인생의 동반자! 물론 설정은 메이드로 했지만!!!


"윈리는 뭐 하고 있었어? 아하, 책 읽고 있었다고? 정말이지 책벌레라니까, 오 오늘 읽은 소설이 참 재밌었다고? 무슨 책인지 나도 한번 볼까?"


정도는 말을 마치고 윈리 앞에 있는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뽑았다.


"아, 마션이네. 이거 정말 명작이지. 화성에서 탐사선이 사고로 조난당하고 혼자 살아남는 이야기! 소설 첫 문장부터 끝내주잖아. 분명...그래!'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이거였지 정말 눈물 없이는..."


투둑 투두둑


정도의 눈에서 눈물이 책 위로 쏟아졌다.


"흐엉! 작가는 천재가 분명해. 어떻게 첫 문장 부터 이렇게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첫문장만 읽고 주인공에 120% 공감해버리고만 정도였다.


"씨발...내가 주인공은 주인공이었는데 양학 판타지 소설 주인공이 아니라 마션 주인공이었구나. 흐어엉 꺽..꺽.."


세상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죽자"


더 이상 이 공간에서 버틸 자신이 없었다. 정도는 칼을 뽑아 그대로 자신의 목을 내리쳤다. 그리고 목에 닿기 전에 몸이 딱 멈췄다.

순식간에 머리가 식고 냉정해졌다.


"...이 망할 상태 이상 면역"

자신의 감정을 '상태이상-중증우울증' 정도로 판단했나보다

뭐 어차피 소생스킬 떄문에 그대로 내리쳤어도 살아났겠지만


"대화 하고 싶다."


이 무한한 시간 속에서 정도가 가장 갈망한 건 소통이었다. 혼자 석상에 대고 말하는게 아닌 쌍방간의 감정교류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악!! 차라리 미쳤으면 좋겠다! 이게 뭐야 미치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고 언제까지 이걸 반복해야 하는..!"


"너 뭐하냐?"




정도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잠시 뒤 고개를 천천히 돌려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신이 있었다.


"어버...어버버버버버"

"병신 티 안 내도 병신인거 안다"

"야...이! 미친놈의!"

"나 다시 간다?"

"미친놈의 나 새끼! 정신 나간 나 새끼! 신님을 뵈었는데 경배하지 않는 나란 놈은 죽어 마땅해!"

처절하게 비굴해졌다


"신님. 뭐하다가 이제 오셨어요...저 진짜 힘들었는데"

"이상 느끼고 바로 온거다. 원래라면 니가 들어가자마자 나와야 했는데 조금 기다려도 안나오길래 일 터졌구나 싶어서 들어왔지."

"조금이라면 어느 정도?"

"음 한 10초쯤?"

분명 처음 본 날 1초가 수백 년이라고 하지 않았나?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뭔 개지랄을 떨어서 이 사단을 낸거냐?"

"......"

정도는 지은 죄가 있으니 그냥 가만히 닥치고 있었다.


"말 안 해도 뻔하다. 병신이 지 딴에는 묘수랍시고 지랄 떨다 버그 터졌겠지"

여전히 정도의 마음은 귀신같이 꿰뚫어 보는 신이었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신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자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었다. 현대의 자신이 죽은 그 날 봤던 신의 개인 공간이었다.


정도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윽고 눈물을 주륵 흘리며 땅바닥에 키스를 퍼부었다.


신은 짜게 식은 눈으로 정도를 쳐다봤다.


"병신..."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야말로 병신 그 자체


"그래도 들어가서 목적은 제대로 이루고 왔구나. 아니...그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강해져서 온 거 같은데"


"어 그러고 보니? 이제 상태창 되나? 상태창!!"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뭐에요?! 버그 고쳐진거 아니었어요? 왜 아직도 상태창이 안돼?"

"아무래도 니가 마지막으로 상태창을 띄웠을 때랑 비교해서 극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대우주가 정보를 갱신하는데 시간좀 잡아먹는가 보군"

좀처럼 없는 일인데 라고 신이 중얼거렸다.


"아무튼 이제 튜토리얼도 끝났으니 델라프로 전송시켜 주마"


"저 지금 이 육체로 가도 되나요? 제가 말하기도 뭣하지만 저 지금 심각하게 쌘데? 밸런스 망겜 소리 나올걸요?"

아닌 게 아니라 처음 신을 봤을 때의 위압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강해졌다.


"뭔소리야? 니가 육체가 어딨어?"


"......"


그랬다. 현실의 자신은 죽었고 영혼만이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튜토리얼에서 받은 임시 육체를 너무 오래 써서 진짜 육체인 줄 알았다.


"...그럼 제가 가진 스테이더스 다 날아간다는 거?"

오케이 신이고 나발이고 한판 붙자


"그게 날아가는 거면 애초에 튜토리얼에 집어넣지도 않았겠지. 능력치랑 탤런트 스킬 전부 다 영혼에 각인되는 거니까 걱정마라"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럼 육신이 없는데 거기서는 어떻게 활동합니까?"


"니가 많이 보던 이세계물에선 어떻게 하던?"


흠 그거야 정석은 다른 이세계인의 육신에...


"빙의?"


"정답이다. 게이트 오픈"


신이 손가락을 튕기자 눈앞에 포털이 생성됐다.


"잠..잠깐?! 어떤 육신에 빙의 하는데요?"


"그거야 길거리 거지가 될수도 있고 계승권 멀어진 황자에게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 대륙의 지배자에 가까운 황제의 몸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


말을 마친 신은 발로 정도의 등을 게이트로 밀어버렸다.


"아니 지금 장난하나! 버그 좆망겜 겨우 나왔더니 이제 뽑기 좆망겜을 하라고?!"


그리고 그 뽑기는 단 한 번밖에 못하고 리셋노가다도 안된다!

게이트로 떨어지기 직전 정도가 다급하게 외쳤다.


"갈 땐 가더라도 튜토리얼 보상은!!!"

"아 그렇군 그게 있었군"

신이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띠링


<튜토리얼을 클리어 했습니다. 튜토리얼 한정 스킬이 삭제됩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사용자가 가장 원하는 탤런트 판정 중....>

<확인되었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탤런트 lv.3 소통 획득하셨습니다!!>


"뭐라? 소통?"

이게 뭔 개수작이야!


물론 자신이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사무치게 소통을 원하긴 했었다. 원하는 걸 준다는 게 내가 선택하는게 아니라 그런 의미였어?!


"이런 제에에에엔자아아앙 웨폰 마스터나 스펠 마스터 같은 거 선택할랬는데에에에에에!!!!!!"


불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용자의 스테이더스 분석 중>

<12등급 오버 밸런스를 감지했습니다. 능력치와 스킬 대부분 봉인합니다. 추후 신체의 성장 정도에 따라 해금됩니다.>


"시이발 좆마아아앙게에에엠"


그 말을 끝으로 정도는 게이트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정도를 삼킨 게이트가 닫히고 신이 중얼거렸다.




"3000천 년 묵은 지구인이라... 이번 주신전은 정말 기대되는군"



신은 정말 재밌겠다는 듯이 웃으며 돌 위에 몸을 뉘었다.





정도의 모험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작가의말

지겨울 수 도 있는 부분이라 최대한 빠르게 넘겨 버렸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때 있었던 일은 외전으로 풀고 싶네요. 괴리 된 후 이야기도 쓰고 싶었는데 흑


정도의 인생 가챠 결과는 다음화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면 선작과 추천 조심스럽게 부탁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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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뽑기의 결과는? (1) +3 17.08.12 1,063 25 12쪽
» 튜토리얼 정도는 다 안다구? (4) +5 17.08.11 1,079 26 12쪽
5 튜토리얼 정도는 다 안다구? (3) +8 17.08.10 1,102 31 11쪽
4 튜토리얼 정도는 다 안다구? (2) +3 17.08.09 1,154 33 11쪽
3 튜토리얼 정도는 다 안다구? (1) +7 17.08.08 1,334 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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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헬조선의 판타지 전문가? (1) +5 17.08.07 2,455 3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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