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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편잡가 님의 서재입니다.

3000년 구른 판타지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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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편잡가
작품등록일 :
2017.08.07 20:27
최근연재일 :
2017.08.19 20:07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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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605

작성
17.08.0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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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헬조선의 판타지 전문가? (1)

DUMMY

"하아... 오늘도 오지게 퍼마셨구만..."

정도는 술이 덜 깨서 비틀거리는 몸으로 겨우 신림동 자취방에 도착했다.


진정도. 나이 31세. 인서울 대학 사학과 졸업. 현재는 전공과는 상관없이 무역회사의 영업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술을 달고 사는 게 영업직의 비애라지만, 5일 근무 나가서 5일 다 마시는 건 너무 하지 않는가!!! 그것도 1차로 끝낸 것도 다섯 번 중 한 번밖에 없었다!

술만 마시면 다행이지. 노래방에, 골프장에, 업소에... 아니 도대체 영업직원이 왜 고객 딸내미까지 돌봐야 하는지 누가 설명 좀 해봐라 시팔.


고객님들 입장이야 일주일에 한 번 업체직원 만나서 갑질 좀 하고 대접 좀 받고 기분 좋게 술 한번 제대로 달리고 들어가는 거겠지만,

그 업체직원이 그런 고객님들을 5번 만나야 한다는 걸 왜 몰라주냐고! 아니, 사실은 알면서도 신경 안 쓰는 거라 생각한다. 갑은 자기들이니까...


누군가 영업직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답해주리라

세 치 혀로 상대 영혼을 쏙 빼놓는 화술?

첫 만남에 눈에 똭 꽂히는 호감 가는 외모?

고객들의 교육수준이 의심되는 저질스런 억지요구에도 웃을 수 있는 강력한 멘탈?


...마지막은 좀 혹하지만, 다 필요 없고! 다른 사람보다 5배 강력한 해독기능을 자랑하는 간을 타고나야 한다고 진정도는 확신하고 있다.

불행히도 그는 타고 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 페이스로 달리다가는 정말로 죽을 판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간이 걸레짝이 되었으니 절대 금주라고도 하셨고...'


실제로 조금 전까지 고객님과 달리던 중 머리가 핑 돌아서 자리를 파하고 귀가한 참이다.

고객님 얼굴이 "감히 네깟놈이 먼저 자리를 깨자고 말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눈앞이 까매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앉는데... 너무 무서웠다.

아마 월요일날 출근하면 부장 놈에게 대판 깨지리라.


사실, 술자리를 제외한다면 썩 괜찮은 직장인 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초대면의 사람에게 싹싹하게 말도 잘걸고 선후임에게 두루 잘하는 사교성, 고객들의 진상 발언에도 웃어 넘길 수 있는 강력한 멘탈 탑재.


그 뿐인가? 상사의 기분 까지 귀신같이 캐치해서 알아서 사리는 눈치,잦은 야근과 회사의 부조리한 구조를 보고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우유부단함까지!

그야말로 헬조선이 원하는 참인재 1순위인 정도에게 영업직은 아주 잘 맞았다.


실제로도 회사 내 실적도 우수한 편인지라, 중요한 거래 미팅은 정도의 차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가 이 술독에 빠진 인생이지만 말이다.



******


쏴아아아아아아


차가운 물줄기가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열을 식혀줬다. 정도는 술이 조금 깨는 기분을 느꼈다.


"휴우.. 그래도 이번에 고생했다고 주말은 쉬게 해주는구나.. 다행이다. 아니, 주말은 원래 쉬는게 당연하잖아? 왜 이걸 고마워 해야 하지?"


투덜거리면서 샤워를 마치고 대충 닦은 뒤 그대로 침대로 다이빙했다.

그래도 역시 주말 동안 푹 쉰다니 기분은 좋구나.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내일은 뭐 하면서 쉬지? 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아웃도어? 아니, 이번 주 그렇게 사람들과 부대꼈는데... 그래, 이번 주말은 인도어다.


'이번 주말은 무조건 집에서 쉴 거야. 절대 안나가. 밥도 배달 시킬 거야. 집에서 얌전히 못 봤던 밀린 소설들 쫙 결재해서 달릴 거야! 아 그리고 보니 요새 통 게임도 못했구나.

경쟁전 시즌 초기화됐던데 내일 배치 보고...흠흠, 그래 그리고 나서 치킨에 맥주랑 같이 영화나 한 편 때려야겠다. 그리고 또 다음날은...'


술과 피곤에 찌든 정도의 몸은 푹신한 침대를 상대로 얼마 버티지 못했다. 달콤한 내일을 상상하면서 정도는 잠에 빠져들었다.



******





"...그랬는데 이게 뭔일이냐 도대체?"

잠에서 눈을 뜬 정도는 곧 기겁하고 말았다. 분명 자신의 방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일어난 곳은 낯선 장소였다.


'아니, 이건 낯선 정도가 아니라...'


새하얀 방이었다. 가로 세로 15m 정도 되어보이는 정사각형의 새하얀 방.


방에는 잠옷 차림의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다 있긴 있었다. 정도의 눈 앞 벽에 있는 2미터 정도 높이의 문. 노골적으로 열어주세요! 라고 외치고 있는 매우 수상쩍은 문이 있었다. 그 외에는 전부 새하얀 벽이었다. 계속 보고 있노라면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았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정도의 당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고 흔한 소설 주인공처럼 볼을 꼬집어 보며 '이건 꿈일꺼야!' 외치는 풋내나는 짓 역시 하지 않았다.

이런 일로 패닉을 일으키기엔 정도가 쌓은 내공이 너무 높았다.


'내가 본 소설,만화,게임,영화... 다 합치면 사우디아라비아도 일본으로 바꾸고 남는다. 이런 상황 쯤이야 평소 하던 망상이야'


초등학생 때, 책방 구석에 서서 몰래 읽다 쫓겨난 적이 8번이다.

중학생 때, 피시방 리x지 아재들 사이에서 아이템 주워주고 얻어 먹은 라면이 수백그릇.

고등학생 때, 만화가가 되겠다며, 영혼을 갈아넣어 그린 첫 동인지 총 판매부수 3부.

대학생 때, 신작 영화 칼같이 다운받고 경찰서 강제 정모 가진게 2번.

정도를 죽이지 못한 시련은 정도를 강하게 할 뿐 이었다.


'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하얀 공간, 거기다 마치 열어달라고 시위하고 있는듯한 까만 문! 상황을 종합해 보면 가능성은 하나다.'

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기다렸다는듯이 시작될 데스게임!


'쏘우!!'


자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 당해서 이런 공간에 처박혔다. 필시 납치범은 어마어마한 돈 또는 권력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혹은 둘 다 이거나.

그렇다면 이 괴상한 건물도 무시무시하게 마개조 했을 것이다.


'일단 이 방을 나가면 나랑 비슷한 처지의 사람 여럿 있겠지. 혹은 나 혼자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고 나선 어디선가 방송이 들려오고 "자네들은 평소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아니, 이건 너무 식상하군. 요즘 트렌드로 보자면 거금을 줄테니 배틀로얄 찐하게 한번 찍어보라고 할수도.'

매일 자기 전 '눈 뜨면 기억을 가진채로 10년 전 이길..'을 진심으로 기도하는 망상병자 다운 발상이었다.


'데스 게임인걸 눈치챈 이상 이 다음은 쉽지. 굳이 나가서 악당놈들 유희에 어울려 줄 이유는 없다. 이 방에서 굶어 죽기 직전까지 버티면서 경찰의 구출을 기다린다!'


정도가 주인공이었다면 나가서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걸 인정했다. 비록 그가 망상병 말기 환자이더라도, 주제 파악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저 문에 속았다면 단 3시간도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정도는 스스로의 명석함에 뿌듯해하면서 그렇게 버티기에 돌입했다.












물론 제삼자가 보기엔 그냥 병신이었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정도는 자신이 안일했음을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방이 새하얀 공간에서 가만히 있는게 이렇게 괴로울 줄이야..."

딱히 배가 고프거나 피곤한건 아니었다. 다만 정신적으로 매우 괴로웠다.

"혼자 있으면서 혼잣말로 상황 설명하는 주인공 극혐 극혐 거렸는데 내가 그걸 하게 되네..."

혼잣말조차 하지 않으면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난거지? 하루는 지났으려나? 배가 안 고픈거 보면 얼마 안 지난거 같은데..."

그런데도 심적으로는 일주일은 여기서 갇혀 있었던 거 같았다.

경찰이 구해주러 올 것 같은 낌새는 전혀 없다. 아니 애초에 하루 정도 소식 없는 거 가지고는 실종 신고도 들어오지 않았으리라.


시간이 흘러갈수록 정도는 피가 말라 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이런 곳으로 자신을 납치할 정도면 경찰에 압박을 가하는것도 쉽지 않을까?

아니, 이미 죽은사람 처리 되어 버린것은 아닐까?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를 물고 점점 커져갔다.


'이젠 진짜 한계다. 정신이 못 버틸것 같아!'


정도는 어느새 문 앞에 서 있었다.

"후우...."

문 손잡이에 얹어진 정도의 손이 떨려왔다. 이 문이 진짜 헬게이트라 확신했지만, 정도에게는 이 공간도 충분히 지옥이었다.

"그래 씨바, 인간 진정도. 주인공인지 아닌지 오늘 결판이 나겠구나"

죽기 아니면 까 무려 치기지!! 정도는 힘차게 문을 열었다!


화아아아악


문을 여는 순간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윽! 뭐야 이게!"

쏟아진 빛은 형태를 띠면서 서로 뭉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쏘우가 아니라 히오스 였다니!"

상상도 못 했다! 역시나 대세 게임!

형태를 이룬 빛은 정도를 집어삼켰다. 이윽고 더 밝은 빛을 뿜어내었고 정도는 눈을 감고 말았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빛이 약해진 걸 느낀 정도는 가까스레 눈을 떴다.


"와...."


그리고 감탄의 소리를 뱉을 수밖에 없었다.

조선 세종 때 화가였던 안견이 그렸다는 몽유도원도가 실제로 있었다면 이랬을까?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구름과 산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고, 귓가에는 새들의 지저귐이 간질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 보다 압도적인 것은 눈 앞의 큰 바위 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큰 바위 위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한 남자


그림같은 공간에서도 가장 그림같은 그 남자가












뭐 이런 병신이 다있냐 라는 표정으로 정도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삼편잡가입니다.

독자 분들이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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