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필림
"네필림은 무엇입니까?"
"천사의 자식들. 인간의 오래된 역사 속에 피의 계승으로 전승되어 오는 사람들을 말하지."
"천사의 자식이라뇨?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지금 시대는 믿을 만하고? 요괴들이 설치는 지금은 정상적인 세계인가?"
"시안시아이는 어떤 종교죠?"
"종교라기보다는 교리를 중요시하는 단체로 보는 것이 옳아. 신을 섬기는 신념 따위는 없네. 우리는 단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싸우고 있네."
"무엇으로부터입니까?"
"진솔한 거짓의 존재들일세. 나태와 교만, 탐욕, 공포, 질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칠거지악의 원흉들이기도 하고."
"그 이야기를 왜 저에게 해 주시는 거죠? 손혁기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자네는 바로 신의 아들인 네필림이네."
"제가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 내력을 모르셔서 하는 말인데 저는 그냥저냥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 뿐이지 네필림과는 상관없습니다."
"부정한다고 그 뿔이 어디 가지 않네. 그 뿔은 그대가 확실한 네필림이라는 증거니까."
"그러면 천마도 아크 데몬도 다 뿔이 있던데 그들도 네필림입니까?"
"혁련광은 네필림이 맞네. 우리는 그가 아기 때부터 네필림임을 알아보고 거두어 길렀네. 옳은 길로 인도하려 했지만···."
"혁련광에 대한 일은 말씀하시지 않아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같은 네필림끼리는 무언가 통하는 게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라? 태을진군님도 네필림이라고 하셨는데 어찌 뿔이 없습니까?"
"그래 잘 봤네. 우리 네필림에 대해 이야기해 주겠네. 악마의 차원이 우리 세계로 넘어왔을 때 그 힘으로 유구한 세월 동안 인간의 핏속에 잠들어 있던 네필림들이 깨어났네. 아마도 악마의 힘에 대응하여 각성한 것이 아닐까 하네."
"제가 배우기를 인간이 실수하여 차원의 균열을 일으켰고 이 말도 안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세상을 만든 것이 인재인지 계획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네. 우리 시안시아이 교단은 동방의 인간들을 수호하기 위해 뜻이 있는 네필림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네. 물론 그것을 주도한 분이 따로 계시긴 하지만."
태을진군은 거의 식어버린 차 한잔을 들이켰다.
그의 눈빛은 매우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나는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우리가 맡은 임무는 동방의 세계에서 네필림을 찾아 규합하는 것이었네. 그러나 네필림으로 각성한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어. 여기 모인 네필림은 겨우 12명이야. 여기 사람들은 곤륜십이대선이라고 부르고 있지. 우리는 요괴들에게 죽어가는 인간을 구제하는 일이 네필림을 찾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했네. 그래서 요괴와 싸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천산 모굴동에서 그 비밀을 풀 수 있었네. 바로 금단수(禁斷樹)의 발견이지."
"금단수? 던전안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말씀하시는 건지?"
"자네도 천산 모굴동에 들어가 보았는가?"
"아뇨, 그와 비슷한 것이 우리 쪽에도 있습니다."
"혁기가 가져간 것이 싹을 튼 모양이군. 혁기가 자신의 동포를 구하겠다고 금단수의 가지를 꺾어 가지고 갔었지 아마."
"혁기 그분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저와 무슨 관계죠?"
"혁기는 우리가 찾아낸 첫 번째 네필림이었네. 그를 발견한 곳은 장백산 근처였어. 알다시피 그곳은 악마가 지배하고 있는 땅이네. 인간 따위가 살 수 있는 곳이 전혀 아니었어. 우리는 죽음의 대지임을 알고 물러나려 하는데 우연히 그를 발견했네."
"그렇군요. 장백산이라···."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였어. 기억이 완전히 사라졌었고 말은 통하지 않았네. 그가 하는 말이 다른 나라의 언어란 걸 알았지. 그가 자신의 이름이 손혁기라고 생각해내기까지 수년이 걸렸네. 그는 네필림으로서의 힘을 무한으로 사용했네. 이 땅의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 악마들과 싸웠고 사람들은 그를 천마라고 두려워했지. 그는 마장기를 배우지 않아도 충분한 만큼 엄청난 힘을 발휘했어."
"그도 뿔이 있었습니까? 같은 네필림이라도 뿔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순수한 네필림은 두 종류가 있네. 하나는 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우리 같은 네필림을 말하네. 우리는 인간의 몸에 천사의 피가 흐르는 네필림으로 당연히 악마의 상징인 뿔이 없다네. 그러나 천사와 악마의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는 몸에 두 가지 피가 다 흐르지 천사의 선정과 악마의 선정 둘 다를 가진 진짜 네필림이지."
"그럼 천마 혁련광도 천사와 악마의 힘을 둘 다 가진 네필림입니까?"
"그렇다네. 우리는 그를 보호하고 관찰하며 지켜봐 왔네. 적건문과 천문파는 혁련광의 힘을 항상 두려워했고 자신을 도와주어도 달갑지 않게 여겼지.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진 거야."
나는 머리를 세차게 휘둘렀다.
내가 네필림일 수는 없다. 천사의 피는 고사하고 나는 똥통 속을 뒹굴던 일개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데드 오어 라이브인 악마의 피를 맞고 언노운이 이성을 잃지 않도록 핏속에 잠재된 악마의 사념을 모두 제거해 악마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태을진군은 내 악마적 특징만 봐서 나를 네필림이라고 보는 모양인데 아쉽게 됐다. 나는 네필림 따위가 아닌 악마의 피를 통해 힘을 얻은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긴 있다. 나를 아기 때 주웠다는 김창민 헌터는 뭐냐? 나는 아기 때 하우레스 라인 근처에서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씨발! 도대체 이십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누구지? 손혁기는 또 무슨 관계지? 머리만 어지럽다.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다. 지금 중국 땅에서 이러고 있는 동안 이모탈 시티와 네크로폴리탄은 잘 굴러가고 있는지 그것도 걱정이다.
내가 생각 많은 얼굴을 하자 태을진군은 잠시 기침을 해 분위기를 일깨웠다.
"죄송합니다. 혼자 다른 생각을 했군요. 저도 어릴 적 일이 이상해서. 손혁기라는 사람은 전혀 모르거든요."
"음, 자네와 혁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그 곧은 뿔은 혁기의 상징과도 같은 거였어. 그런데 자네는 신기한 능력이 있군. 다른 네필림은 머리에 뿔을 감추지 못하던데 자네는 자유자재로 그 뿔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네. 내가 처음 자네를 보았을 때 네필림이라고 생각도 못 했거든."
"저는 처음에는 뿔도 없었습니다. 그냥저냥 평범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계기로 악마의 힘을 눈뜨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최근의 일입니다. 제가 뿔의 힘을 사용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전 천사의 힘 따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태을진군께서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전 악마의 힘만 가진 인간일 뿐입니다."
태을진군은 완전히 식어버린 찻잔을 한 모금에 비웠다. 그리고 빈 잔에 손바닥을 그어 피를 떨어뜨렸다.
나는 깜짝 놀랐다. 태을진군의 피는 흰색이었다. 처음에는 손에 우유를 부은 줄 알았다. 세상에 흰 피를 가진 사람이라니. 이것이 바로 네필림이라는 증거구나하고 생각했다.
"신기하군요. 인간이 흰 피를 가질 수 있다니 하긴 인간이 아닌 네필림이기에 그렇겠죠. 자 보세요. 전 네필림이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 드리죠."
나도 찻잔을 비우고 빈 찻잔에 피를 떨어뜨렸다. 붉은색이 선명한 피가 찻잔 안에 떨어졌다.
"보십시오. 전 네필림이 아닙니다."
태을진군은 자신의 흰 피를 내 피 위에 쏟아부었다. 찻잔 속의 피는 흰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오묘하게 보였다. 순간 피는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붉은색과 흰색은 섞이지 않고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같은 피의 양을 부었다네. 그런데 지금 보면 흰색 피의 양이 더 많은 것이 보이지 않는가?"
"그렇군요. 흰색 피의 양이 붉은색보다 훨씬 많아 보입니다."
"당연한 결과네 그건 자네 핏속에 있는 천사의 피가 내 피와 섞여서 흰색의 양이 늘어난 거지. 자네는 틀림없는 네필림이네."
말대 안되는 논리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저 평범한 범인일 뿐이다. 운 좋게 언노운과 악마의 피를 이용할 수 있게 된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그런 내가 네필림이라고?
머리가 혼란스럽다.
"우리의 존재가 왜 필요한 것이죠? 시안시아이 교단은 누가 만들었죠? 손혁기는 어떻게 되었죠? 그분은 어디서 만날 수 있습니까?"
"질문이 많군. 그 이야기는 천천히 하기로 함세.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천천히 쉬게나."
"전 여기서 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많을 텐데 듣지 않고 갈 수 있겠나?"
"그냥 지금 모두 이야기해 주지 않으십니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받아들이지 말게 천천히 들어서 나쁠 건 없어."
태을진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컬 컬 웃으며 도진을 어깨 위로 한번 털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3023, 방금 태을진군이 한 말이 무엇이지? 그 피 말이야. 내가 진짜 네필림이냐?"
【락 다운 자료 해제합니다. 키워드 네필림】
【자료 검색합니다. 락다운 자료 해제 완료】
【락다운 자료 해제 완료 지형 검색 범위가 만km로 상승했습니다】
【미르호 해킹 성공 GPS 가동 가능합니다】
【락다운 자료 해제 네필림에 관한 키워드 사용 가능】
【락다운 자료 해제 중력 조작계 기술 습득 가능】
【락다운 자료 해제 에테르 농도 조정 가능, 농도입자 관섭 가능】
【락다운 자료 해제 차원 이동 에너지 사용 가능】
【정보 구역. AOZ-2019283940 섹터 해제】
【보호 지정 등급 레벨 상향】
【센서티브 필드 간섭 범위 상향】
【인셉션 필드 성능 강화】
【반월륜 성능 강화】
【피부 가압 중압체 경질화 강도 극상승】
【말론산 호르몬 사용 가능】
【에테르 자가 증식 기능 사용 가능】
【XM 이그조틱 매터 기능 사용 가능】
【휴먼 서벌라이징 포스 사용 가능】
【심층 다이브 강화 완료】
【보유 스킬 강화 완료】
"···."
나는 언노운이 읊어 대는 것을 다 들었지만, 뭐가 뭔지 모르는 것도 많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한동안 말이 없이 멍했다. 이 새끼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얼 하자는 거지?
그동안 그렇게 고생했는데 갑자기 이러는 것이 무언가 싶기도 하고 이해도 안 되고 화도 난다.
"3023, 내가 이해하도록 이야기해봐. 도대체 방금 한 말들이 다 무슨 말이야?"
【키워드 네필림이 정식 등록되었기 때문에 환경 변화를 인지 보안 레벨 상승과 더불어 그에 맞는 능력치를 개방 해제했습니다】
"그럼 내가 네필림이 맞는다는 소리냐? 지금?"
【정확히 말씀드려 네필림이 맞을 확률 99%입니다】
"씨발 그럼 1%는 뭐냐? 미치겠네. 내가 왜 네필림이야? 넌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네필림이란 단어가 입력되는 순간 정보가 자동 해제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너도 방금 알았단 이야기잖아. 돌아 버리겠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왜 내 몸에 들어왔지? 무얼 원해?"
【그에 대한 답은 차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어라? 이제 록다운 걸렸느니 그딴 소리는 안 하네? 차원 균열 야기라··· 핑계는 죽이네. 내가 왜 네필림이야? 씨발, 똥통 속에서 구른 기억은 없어? 정크 보이가 되어 죽을 똥 살 똥 했는데 뭐가 네필림이야?"
【누군가 강제로 능력을 봉인시켜 놓은 것입니다】
"씨발, 넌 다 알고 있었지? 그렇지?"
【대부분 자료가 록다운 걸려 있었습니다. 이는 차원을 통과할 때 차원 에너지의 영향으로 기억 회로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동으로 록다운 이 걸렸습니다. 특수한 상황에서 해제되거나 에테르 융합률에 따라 서서히 정보가 해제되게 되어 있습니다. 특수한 사항이란 지금과 같이 키워드 네필림 등록 같은 경우를 말합니다】
"돌아 버리겠군. 이거 뭣부터 해야 하나. 잠깐 아까 미르호 어쩌고 한 거 GPS 말이야 이거 우리 쪽과 연락을 취할 수 있나?"
【미르호 해킹 성공으로 인한 제어 가능. 주변 방송용 인공위성 접근 가능. 송수신 가능합니다】
"너 정말 이건 크다. 그런데 미르호 해킹하는 데 6년 걸린다고 했잖아. 미친 네필림 소리 듣자마자 한 방에 해결이네. 혼자 여기서 지랄 궁상떠느라 미칠 지경이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어서 연결해봐 특정인 연결 가능해? 박정아 연결할 수 있어?"
【가능합니다. 지금 연결하시겠습니까】
"제기랄! 그걸 말이라고 해. 당장 연결해!"
- 작가의말
원래는 중국애들 평정하고 네필림 넘어 가려 했는데
또 고구마 소리 들을까 봐 바로 메인 스토리로 직격 합니다.
중국 애들 때려 잡는거랑 메인 스토리 병행하려고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주인공의 비밀 풀기 및 세계관 설명이
진부하게 펼쳐 집니다. 이건 안 할 수도 없고 해서 고구마가
될 까봐 걱정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 계획한 시놉시스대로 풀면 이제 진짜 메인 스토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모탈 시티 완료. 네크로폴리탄 평정. 중국 평정. 악마와 천사의
비밀을 알게 되고 네필림으로 각성. 진짜 적이 누구인지 등장하기
시작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가 시작될 도입 부분입니다.
네 중국이 나왔으니 일본도 나올거고 유럽. 미대륙도 나올겁니다.
어차피 지구 전체가 무대이니 만큼 세계관 확장은 당연합니다.
메인 스토리 나왔으니 답답한 부분은 과감히 삭제해서 다이어트
할거고 하니 대륙이 확장된다고 해서 답답한 고구마 부분은
집어 넣지 않겠습니다. 고구마 부분은 최대한 배제 하겠습니다.
지구 전체를 구하기 위해 계획된 주인공이니 만큼
다만 이 자릴 빌려 한 가지 말씀 드리지만
이 소설의 원제가 이터널 엘리시움(영원한 낙원)입니다.
제가 흥미를 유발 하기 위해 제목을 자극적으로
바꿨습니다. 내 ai는 sss급 헌터라고 말입니다.
덕분에 언노운이 주인공을 도우는 쩌리 같은 놈이라고
부각되었는데 언노운은 사기템이긴 한데....
진짜 중요한 것은 언노운이 아니라 엘리시움 광석입니다.
이것에 중요한 비밀이 있고 복선이 있습니다.
이걸 얼마나 잘 풀어 내느냐에 따라 죽은 소설이 될는지
숨을 쉬는 소설이 될는지 판가름이 날 것 같습니다.
이터널 엘리시움이 원제입니다.
이 원제에 맡는 소설을 쓰겠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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