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사람이 허공에 떠 있다?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갖췄기에 사람이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는 건가? 아무리 마장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쳐도 사람이 허공을 날수는 없는 법
나는 어떤 장치가 있지 않을까 하여 허공에 뜬 자를 자세히 살폈지만 별다른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3023, 저 사람 어떻게 허공에 떠 있을 수 있지?"
【검색 중입니다】
입고 있는 옷이 특징이 있다. 하얀색 도포 즉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도인들이 즐겨 입는 그런 옷을 입고 있다.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인데도 흔들림 없이 꼿꼿하다.
다음 순간 레더 스컬 무리 위로 커다란 폭발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가공할 폭발력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 인간이 낼 수 있는 파워가 아니다.
동체 시력을 한껏 돋우어 도인이 한 손에 어떤 물건을 들고 있고 그 물건을 찍듯이 내리찍는 동작을 할 때마다 지면 아래로 커다란 폭발을 유발하고 있음을 알았다.
【중력을 제어하는 장치를 장비한 것 같습니다. 정확한 원리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중력을 제어하는 장치라고? 아니 이쪽 동네에 그 정도 과학력을 가진 부류가 있다는 건가?"
나는 수풀과 나무 쪽으로 움직여 몸을 가렸다. 공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내모습도 눈에 훤히 띌 것이다.
저 사람이 모영이 말하는 곤륜선인인가 하는 사람일까? 분명한 것은 악마종인 레더 스컬을 소탕하고 있다는 거다.
지도를 잠깐 살펴봤는데 깐수성과 산시성의 딱 중간쯤 경계에 있는 쓰촨성 지역이다. 만약 이곳에서 레더
스컬을 막지 않으면 많은 수의 악마종이 깐수성과 산시성으로 올라올 것이다.
지금 저 도인은 북상하는 레데 스컬을 처리하는 모양이었다.
곤륜선인이 보패도 만들고 평범한 사람을 무림인으로 가르쳤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말 저 도인은 신선일까?
어떻게 저렇게 공중에 떠 있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어떤 능력으로 저런 거대한 힘을 내는 것일까?
대륙의 스케일인가 정말 레더 스컬은 지긋지긋하게 많이 몰려온다. 도대체 어디서 저리 많은 레더 스컬이 있는지 놀랄 일이다.
그리고 그런 레더 스컬을 아무렇지 않게 소탕하는 저 괴인의 정체는 더 대단하고 만약 저런 인간이 우리 쪽으로 내려와서 행패를 부린다면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저릴 정도다.
나 자신도 이미 초월적인 단계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훨씬 초월적인 존재가 있나 보다. 하늘 위에 하늘인가?
얼마를 해 됐는지 레더 스컬의 무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녀석들이 리젠되는 것에 하루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저 많은 무리를 일시에 때려죽였으니 씨가 마르는 것은 당연하겠지.
나는 하늘 위 도인을 올려 보다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터져 나가는 레더 스컬을 보고 있는데 나와 정반대 그러니까 레더 스컬이 들어오는 쪽에 무언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언노운이 갑자기 경고음을 발했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했다.
눈에 확 띈 이유가 레더 스컬이 그 사람을 피해서 좌우로 밀려 왔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또 뭔가?
중국 전통 무인의 복장을 하였는데 붉은 색상의 의복과 검은 망토와 검은 신발이 조화가 잘 된 깔끔한 복장이었다. 레더 스컬이 그 사람의 좌우로 지나갈 때마다 망토가 펄럭거렸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 나는 깜짝 놀랐다. 검은 머릿결 사이로 보이는 것은 분명히 뿔이다. 처음에 몰라본 것이 직선으로 길쭉한 나의 뿔과는 달리 산양처럼 둥글게 꼬인 뿔이었다.
나는 머리에 무엇을 쓴 것인가 하고 시력을 높였더니 머리에 관을 쓴 게 아니라 정확히 뿔이 나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레더 스컬이 그를 공격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도 깨달았다.
'뭐지? 저 인간은? 오늘 정말 희한한 것을 많이 보는구나.'
언노운은 저 존재가 접근하는 것을 알아 차라고 경고음을 보냈지만 나는 그가 접근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보통 나도 어느 정도 상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마장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기를 느끼는 감각이 크게 발달했다. 주변에서 누가 마장기를 흘리고 다니면 즉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의의 사내가 한쪽 팔을 허공으로 드는 순간 레더 스컬 무리가 빠르게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장관 아닌 장관처럼 보였다.
어떤 의도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레더 스컬이 정말 적의의 사내 명령을 듣는 것은 아닐 테지?
"우하하"
하늘에서 무슨 천둥이 치는 줄 알았다. 거대한 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굉장한 웃음이었다.
"오래간만이오. 사부."
"이놈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왔느냐?"
"제자가 사부가 그리워 찾아온 것에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인간을 구제하고 요괴를 토벌하라 이르렀더니 너는 어찌 그 모양이 되었느냐?"
"사부는 내 피를 알고서 제자로 거두지 않았습니까?"
"내 일찍이 너를 갱생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차라리 죽여 없앴더라면 수많은 인간의 목숨을 구했을 것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인간을 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소위 명문정파란 놈들이 저를 악마로 몰지 않았습니까?"
"닥치거라 너는 서해에서 수천의 인간을 죽였다. 그것이 악마의 짓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그놈들은 이미 인간의 정신을 잃어버린 요괴와 다른 바 없는 놈들이었습니다."
"너는 적마혈교라는 단체를 세워 명문정파를 핍박하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느냐?"
"나를 먼저 핍박한 것은 그들이오. 나를 악마로 규정하고 이유 없이 내 사람을 먼저 죽인 것도 그들입니다. 나는 오직 내 사람을 지키고자 했을 뿐입니다."
"오늘 나를 찾아온 저의가 무엇이냐? 내 손에 죽기를 바라고 왔느냐?"
"그 반대입니다. 저는 중원 무림에서 모든 명문정파를 쓸어 버릴 생각입니다."
"가소로운 놈. 네 힘으로 나를 어찌하지는 못할 것이다."
"제가 빈손으로 여기에 온 것으로 아십니까?"
그는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나는 기겁하고 귀를 막았다. 조금 전 하늘 위 떠 있는 도인에게서 느껴졌던 힘이 이 휘파람에도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마장기를 음파에 실어 질러 내는 것 같았다. 듣고 있으니 속이 뒤집힐 것 같이 울렁거렸다.
둘 다 대단한 놈들이다.
"3023, 놈들의 전투력이 얼마나 되지?"
【현재 계측기로서는 맥스 상태입니다. 계측기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의 능력 해제를 우선으로 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해 상대의 실력을 알아야 덤비든지 도망가든지 하지. 맥스라니."
-쾅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적의의 사내가 있던 곳에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본격적으로 싸움이 시작된 모양이다.
순간적으로 적의의 사내를 놓쳤다. 점등은 그 자리인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즉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까마득한 하늘 위 붉은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후아, 단 한 번 점프로 백 미터를 뛰어 버리네."
그리고 그의 몸에서 불줄기가 허공을 뱀처럼 꿈틀꿈틀하며 백의의 도인에게 날아갔다. 이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기술이다.
불기둥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뱀이 꿈틀대듯 지그재그로 날아갔다.
백의 도인은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불줄기를 피했다. 적의 사내는 백의 도인처럼 허공에 머물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그는 한번 공격 후 땅 위로 떨어져 내렸다. 떨어지는 그를 향해 도인이 손에 든 것을 휘둘렀다. 그러자 푸른 번개가 하늘 위로 뻗어가며 적의 사내를 노렸다.
나는 그제야 도인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주먹의 두 배 정도 되는 커다란 도장이다.
왜 도인이 찍어 대는 행동을 한 건지 그 이유를 알았다. 도인은 도장을 찍고 있었다.
허공에 도장을 찍을 때마다 푸른 번개 줄기가 쏟아져 나와 그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아마 저것도 보패라는 물건일 거야. 그리고 허공을 날 수 있는 것도 보패 일 거고."
반대로 적의 사내는 활활 타오르는 거궐도를 손에 들고 있었다. 마치 불길에 휩싸인 듯 거궐도는 거칠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조금 전 불줄기 공격은 바로 저 거궐도로 펼친 모양이다. 저것도 보패다. 보패와 보패의 싸움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무림인의 싸움은 그저 장난질에 불과할 뿐이다. 차원이 다른 힘의 다툼이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나도 이블 폼으로 변신하면 능력치가 맥스다. 과연 내가 이들과 어느 정도 힘겨루기가 가능할까?
"사부 과연 번천인은 무서운 보패요."
"보패 중에 으뜸이니라. 너의 화룡도로 상대할 만한 물건이 아니지."
"그래서 사부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땅이 울리는 소리가 아까부터 들려 오긴 했었는데 두 사람의 싸움에 넋 놓고 있던 터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언노운은 처음 보는 점등을 띄우기는 했으나 두 사람의 싸움이 더 재미있었다.
보패와 보패의 싸움은 내가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런데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가자 나는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데빌입니다. 레벨 지수 멸살급】
묻지도 않았는데 언노운이 먼저 경고를 발한다. 멸살급의 데빌이라고?
오늘 긴장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멸살급이라면 어느 정도인가?
저 적의 사내는 어떻게 휘파람으로 멸살급 데빌을 불러들였지? 그의 능력인가? 우연히 이쪽으로 유도한 것인가? 궁금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오늘 제대로 날 잡은 것 같다. 좀처럼 보기 힘든 보패와의 싸움에 멸살급 데빌이라니.
재앙급 데빌과는 아예 차원 자체가 다르다는 데빌. 네크로폴리탄이 멸망할 뻔했다는 그 데빌이 멸살급 데빌이다.
지금 이 한 자리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보던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드디어 놈이 모습을 보였다. 언덕 위로 솟아오른 것은 무얼까? 호랑이? 사자? 비슷하지만 다르다. 엄청난 놈이다. 머리통 크기가 벌써 언덕 만하다.
대충 눈으로 가늠해 봐도 머리통 좌우 폭만 30m가 넘어 보였다. 몸체는 족제비처럼 길쭉했는데 다리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대가리는 사자와 호랑이를 섞어 놓은 듯 우락부락하고 족제비의 몸에 양쪽으로 수십 개의 다리가 달려 있었다. 몸길이만도 칠팔십 미터는 되어 보였다.
"이놈, 탈혼수를 달고 왔구나."
"사부 이놈을 막지 못하면 적건문과 천문파는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대화를 들어 보면 두 사람은 사제지간인 모양인데 왜 원수처럼 싸우는 것일까?
내막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그리고 저 돌아버릴 것 같은 데빌 저것이 멸살급이라고?
내가 봤던 재앙급 데빌은 아기 수준이었구나.
그렇다면 파멸급 데빌은 어느 정도이기에? 파멸급이 존재라도 하는 것일까?
도인이 손에 든 번천인에서 푸른 번개가 탈혼수의 몸위로 떨어져 내렸다. 순간 하늘이 밝게 빛나며 큰 굉음이 터져 나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번천인에 직격을 당한 데빌은 역시 멸살급 답게 크게 데미지를 입지 않은 모양이다.
괴성을 지르며 사자 머리 같은 주둥이에서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포효를 내질렀다.
도인은 연속해서 번천인으로 천둥을 떨어뜨렸다.
멸살급이 달리 멸살급이 아니다. 새하얀 등에 그을음이 군데군데 생겼지만 번천인이란 보패로도 데빌의 가죽을 뚫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도인은 탈혼수를 막기 위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번천인을 찍어 댔지만 탈혼수는 괴성을 크게 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방향으로 달리면 산시성이 나온다.
도인이 탈혼수를 공격하자 적의 사내가 불길을 뿜어내며 도인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는 탈혼수를 공격하는 도인을 계속해서 방해했다.
낭패한 기색의 도인은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분전했으나 탈혼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였다.
"자네는 어서 가서 천문파와 적건문에게 이 소식을 알리게. 어서 가게."
나는 화들짝 놀랐다. 자네라는 호칭을 한 것은 나를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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