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의 몸부림
석천 사령관은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 했다. 그의 앞으로 열 명의 어린 친구들이 나란히 나열해 있었다.
"저번 일로 사망자도 나왔고 분위기 많이 다운됐더군요. 이번에 처음 올리는 신병입니다."
나는 열 명의 마인을 자치령에 인도했다. 석천 사령관과 자치령의 지휘관들이 모두 얼굴을 비출 만큼 대단한 분위기였다.
"도대체 비법이 무언가? 어떻게 에덴에서 마인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석천 사령관의 침착성을 단번에 무너뜨릴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난 대사건이다.
마인 제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아담의 던전에 일반인을 밀어 넣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해도 극악의 확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열 명의 마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이삼백의 희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인즉슨.
아무런 수고 없이 완성된 마인을 열 명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모른다.
그러니 냉정한 석천 사령관마저 순진한 어린아이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위력이다.
"저도 마인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난관이 한 둘이 아닙니다. 각성자 보다 더 힘든 것이 마인이죠. 사령관님이 요구해도 그냥 막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공급으로 상호 침략 불가침 조약서의 협정은 유지 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연합 측에서도 같은 수의 마인 공급인지?"
"당연히! 저희는 양쪽 다 차별을 할 수 없는 처지지요."
"이렇게 마인을 공급하는 대신 평범한 인간 수급은 이제 더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물론이네. 인간 수급의 목적이 마인인데 이렇게 마인을 데려와 주면 정말 우리로서는 고마운 일이지 그리고 나잇대도 모두 젊어 싱싱한 녀석들만 추려 주니 이거 저절로 춤이라도 나올 기세야."
"사령관님 이런 말씀 드리기 그러나 저희는 어디까지나 이윤을 원하는 이익 단체란 걸 잊지 않으셨기를 바랍니다."
"무엇을 원하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줄 수 있어."
"아가문드 철편이면 됩니다. 무기까지 제련할 필요도 없습니다. 완벽한 배합의 아가문드 철편 천 개를 주십시오."
"음, 물론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네. 단지 재료 수급에 약간의 시간이 걸리니까 그 점만 양해해 주게."
"네, 알겠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려야죠."
"자넨 절대 마인 제조의 비밀을 말하지 않을 테지? 엄청난 수익을 내는 상품이 돼버렸잖아."
"후후, 그렇죠. 하지만 알려 준다고 해도 될 일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저란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니까요. 상품은 상품의 가치로만 판단합시다. 제조 방법까지 캐묻는 것은 상도덕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하하. 내가 선을 넘었구먼, 이야, 자네 덕분에 큰 시름을 드는 거야. 마인의 수급 문제는 이렇게 덜 수 있다니 가장 큰 숙제를 해결한 기분일세."
"하지만 불가침 조약 그것은 확실히 해 주셔야 합니다. 만약 이모탈 시티에서 마인이 난동을 부린다면 모든 계획은 백지화된다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불사의 회람 지점에 마인까지 정확하게 공급받는다면 우리는 에덴에 갈 이유가 없지. 휴가가 아니고서야. 하하."
"그 부분은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진행될 문제 같군요. 하하."
"정말 고맙네. 자네는 우리 자치령에 가장 큰 복덩이야."
연합에서도 분위기는 같았다. 정철웅 사령관은 안절부절못했다.
"진짜가? 가짜 아니지? 진짜 마인이 맞는 거지?"
열 명의 새파란 애들이 늘어선 것을 보고 일일이 손을 맞잡으려 싱글벙글했다.
"애들 데리고 연합 구경도 시키고 보금자리도 마련해 주고 해라. 처음이라 불안들 할 테니 잘 다독여 주고."
무슨 자식들 출가시키는 부모의 심정도 아니고 나도 느낌이 좀 그렇긴 하다.
정철웅 사령관과 오간 이야기도 석천 사령관과 거의 비슷했다.
아가문드 철편 천 개와 상호 침략 불가침 조약의 협정 지속이다.
두 사람 다 마인 제조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 왔으나 난 대충 핑계를 대고 말았다. 가르쳐 준다 한들 내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이로써 연합과 자치령 양쪽에 마인 공급에 관한 문제도 해결되었다. 둘 다 나를 황금 덩이 모시듯 소중하게 다뤘다. 철천지원수 집안 양쪽을 유일하게 나만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었다.
나는 당분간 양쪽 야철장 확장에 신경 썼다. 남대문 제철소도 그렇고 연합의 한강 제철소에도 자동화 설비를 신설하여 아가문드 제작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장인어른의 부탁으로 엄청난 아가문드 철편을 매입해야 한다.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 연합과 자치령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둘 사이를 어떻게 한번 개선해 볼까 이야기를 꺼낼 생각을 하다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그것은 반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노골적이네! 이놈들이?"
이모탈 시티 내 네크로폴리탄의 이미지에 찬물을 뒤집어 씌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반군 마인이 창녕을 돌파해서 이모탈 시티로 들어오려다 최우신의 팀과 격렬한 사투를 벌였고 마인 두 명이 척살됐다.
저번에는 단순 겁만 주어서 쫓아 버렸지만, 이번에는 살벌하게 싸운 모양이다. 최우신 팀을 마인으로 만들어 놓아 대비하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방어선이 뚫렸을 것이다.
"우리 측은"
"전원 무사합니다. 이번에 건너온 마인이 헌터 마인급이라 애는 먹었습니다만 수적으로 우리가 우세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후, 골치 아프네. 만약 놈들이 떼거리로 내려오면 진짜 곤란하겠는데?"
"아마도 사상자가 나왔기에 반군도 조용히는 있지 않을 겁니다. 무언의 경고겠죠."
"경고라고?"
"연합과 자치령에 지점을 내고 마인까지 공급한다는 소문이 반군의 귀에도 들어갔겠죠.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는 뜻으로 저지른 일 같습니다."
"그렇다고 연합과 자치령의 뜻을 거슬러 가면서 반군을 도울 생각은 없습니다. 정말 골치 아프게 됐군요."
"이런 식이면 삼대 길드에서 마인에 대한 경고 레벨을 올릴 겁니다. 특히 신부들은 이번 싸움에 대해 심각한 수준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 왔습니다."
"셈텍스가 문젠데. 그놈의 셈텍스를 어떻게든 없애 버려야."
"당분간 경비를 강화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모탈 시티 방어는 최부사장 팀만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팀원 충당할 생각이라면 언제든 가능하니까 고려해 주시고 대규모 침공이라는 가정도 무시하지 말고 그에 따른 대책도 세워 놓아야 합니다."
"노멀이라면 몰라도 헌터 마인까지 가세한 세력이면 이모탈 시티 방어진은 있으나 마나일 겁니다."
"연합과 자치령의 도움을 받아야지. 만약 반군이 이모탈 시티를 침공한다면 대안으로 연합과 자치령의 마인을 급파하는 수밖에 상호 침략 불가침 조약을 위반한 반군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니까. 일단 난 위쪽으로 건너가서 정리해 볼 테니까. 당분간 창녕 방어에 힘을 써 주세요."
이모탈 시티는 마인에 대해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다. 지금은 네크로폴리탄이란 마인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큰 불편이 없는 것이 거리도 거리거니와 마인이 전혀 이모탈 시티에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우신 팀을 늘이는 것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삼대 길드는 그들이 마인임을 전혀 모르는 상태다. 최우신 팀이 마인이라는 것이 누설되면 정말 더 곤란한 입장이 되어 버린다.
당분간 최우신 팀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유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반군의 문제는 연합과 자치령의 사령관들과 직접 논의해 봐야겠다.
정철웅 사령관은 크게 대노했다. 그리고 만약 반군이 이모탈 시티에 모습을 보이면 즉시 혈랑대를 급파할 것을 약속했다. 석천 사령관에게도 이현희 팀등 다수의 특전대를 보내 줄 수 있다는 확답을 받았다.
그들도 늘 반군에 대해서 껄끄럽게 생각해 오고는 있으나 그냥 두었던 이유는 그들이 같은 마인이기 때문이다. 반군도 반군 나름대로 맡은 할당 지역이 있어 서쪽의 악마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었다.
연합의 희찬은 소식을 듣고 나를 찾아 왔다. 우리는 간단한 안줏거리를 앞에 놓고 술 한잔을 기울였다.
"그놈의 양아치 새끼들 언젠가는 사고 한번 치겠거니 싶더니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곳을 건드렸네요."
"조금 골치 아픕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모탈 시티내 마인의 시선이 좋아질 찰나에 이런 일을 저질러 버리니 얄밉기도 하네요."
"도움이 된다면 우리 혈랑대가 한번 흔들어 볼까요?"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의미 없는 싸움을 만들지 말아 달라는 정철웅 사령관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인끼리 싸우는 것을 가장 금기시하는 이곳에서 마인과의 전투는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습니다."
"사령관님으로부터 에덴에 반군이 침공하면 즉시 가서 도우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 사령관도 반군 애들을 적으로 인식했다는 방증입니다."
"혹시 저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혈랑대의 도움이 조금 필요하긴 한데."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 거지요?"
"네, 생각해 놓은 것이 있어서요."
"회장님을 돕는 것은 무엇이든 합니다. 어떤 일이든 맡겨만 주세요."
"되도록 혈랑대 선에서 끝냈으면 합니다. 정철웅 사령관 귀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아서요."
"괜찮습니다. 혈랑대는 제가 완전히 제어 할 수 있으니 반군과 직접 부딪치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 될 것도 없습니다."
임페리얼 테크노트리아에 김동희 박사를 찾았다.
"요즘 바빠서 좋겠습니다. 정신없이 하루가 가겠군요."
반군의 이모탈 시티 침공을 은근히 빗대어 놀리는 거다.
"쇼크웨이브는 어떻게 됐습니까?"
"삼 층에 가 있지. 아무래도 기계적인 부분은 박창규 박사가 손재주가 있으니 몇 가지 업그레이드 주문을 해놨어. 지금쯤 다 완성이 됐을 거야. 파장 증폭기를 손봤거든. 저번 실험 데이터 기준으로 본다면 개량판은 정말 멋질 거야. 악마 놈들이 벌떼같이 달려들 테니까."
"쇼크웨이브 빌려 갑니다."
"왜 또 쓸 일이 있어?"
"이번에는 악마 사냥이 아니라 마인 사냥에 좀 쓸려고요."
"그래? 그럼 당장 가지고 가. 이왕이면 마인 숫자를 좀 줄이라고. 귀찮은 놈들."
박창규 박사로부터 쇼크웨이브를 받아서 연합으로 넘어왔다.
"악마 새끼들을 모으려면 동쪽이 편하긴 한데. 여하튼 짱박힌 곳도 지랄 같은 곳에 짱박혀 가지고."
"한번 해 보죠. 이번에 가지고 온 것은 저번 것보다 효과는 더 확실하다니까."
희찬 일행은 한강 따라 위쪽으로 북상했다.
나는 이어링을 통해 지도위를 검색했다. 내 위치는 한강 이남 김포.
그리고 한 참 위쪽에 점등 되는 녹색 불빛이 희찬의 팀이다.
"어느 정도입니까?"
이어링에서 잡소리가 심하다. 아마도 쇼크웨이브 펄스파에 간섭을 받는 것 같았다.
"회장님 이거 완전히 미친 물건입니다. 근처 몬스터는 그냥 싹 다 훑어 버립니다."
희찬이 쇼크웨이브를 들고 북으로 간지 만 하루 만이다.
"조심해요. 그러나 일 치를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조심하세요."
"아마 몇 시간 내로 회장님 위치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슬이고 레더고 그냥 까맣게 내려옵니다. 이놈들 어디다 숨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날이 저물어 갈 때쯤 다리 반대편에서 희찬 일행이 보였다.
나는 희찬이 들고 있던 쇼크웨이브를 건네받았다.
"그럼 수고했어요. 최대한 동쪽으로 물러나요. 빠지는 놈들 있으면 정리해 주시고."
"정말 혼자 괜찮겠습니까?"
"아시잖아요. 내 능력. 혼자 서가 훨씬 편합니다."
"팀장 저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정찬우의 말에 다리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레더 스컬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달립시다."
이미 루트는 정해 놓았다. 이블 페이스를 쓰고 이블 폼으로 변신했다. 훅하고 뜨거운 기운이 가슴을 타고 흐른다. 확실히 기존의 변신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나는 작동 중인 쇼크웨이브를 안고 내달렸다. 이미 루트는 다 정해졌고 그 길을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됐다.
마인의 수배를 능가하는 파워로 달리니까 거의 자동차 속도 이상을 낼 수 있었다. 한번 뜀박질로 거의 수십 미터를 단 한걸음에 내 달릴 수 있었다. 나중에 정식으로 언노운에게 능력치를 내 달라고 해 봐야겠다.
아마도 민첩 수치는 일만 이상일 거다. 헌터 마인이 삼사천대이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황폐한 거리가 더욱 거친 느낌으로 다가왔다.
반군에게 아주 좋은 선물을 주기 딱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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