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승계?
네 권의 책 중 두 권은 마법서인데 난해하여 해독할 수 없었다. 크게 두꺼운 책은 아니어서 언노운이 모두 스캔하여 기록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독할 수 있다 하니.
책은 종이 같은 재질이 아니고 가죽 느낌이 나서 언노운을 통해 책의 재료를 분석해 보니 악마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책임이 밝혀졌다.
한 권은 악마나 인간이 아닌 데빌에 관한 책이었는데 언노운이 한 참 해석 중이고 마지막 한권은 소환에 관한 책이었는데 작은 심부름꾼 악마 퍼밀리어부터 고위악마를 소환하는 방법이 적힌 책이었다.
이 책은 상당한 지식을 요구했다. 문자를 해독한다 하더라도 소환을 하려면 그에 따른 복잡한 준비가 필요했다. 달의 기울기는 물론 행성의 주기율부터 요일과 정확한 시간대 그 모든 것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소환할 수 있었다.
"더럽게 복잡하군. 이런 책을 과연 누가 봤을까? 유황 냄새가 나면 악마일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인데 무슨 악마가 오두막집에서 책이나 읽고 있나?"
나는 헛웃음이 나는 걸 참으며 책장 위에 소환서를 던져 놓았다. 퍼밀리어 정도의 소환수는 소환하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소환해 봤자 딱히 쓸모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헌터 아카데미 때 고블린 떼거리를 소환하던 추억이 생각이 났다. 그때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고블린 소환은 소환이라기보다 순간 이동 마법에 가깝다. 필드에 흩어져 있는 고블린을 순간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니 소환이 아니라 스킬에 가깝다.
넝쿨 소환기술은 책에서 배운 것이고 그 책 이름이 뭐랬더라? 그렇지 마녀의 손길이다.
엘리엄 문고. 엘리엄 아저씨네 책방에서 손에 넣은 마녀의 책이니까.
어찌 보면 넝쿨 소환이 소환 마법인 게 맞는 거다. 다만 넝쿨 자체가 식물이라 전투에서 효용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지만.
퍼밀리어도 마찬가지지 심부름꾼이라는 것으로 보아 그냥 악마 펫 정도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소환해 놨는데 악마니까 말을 안 들어 처먹을 확률도 있겠거니 싶었다.
"괜히 여기서 테스트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조용할 때 소환해 봐야겠다."
재미는 재미로 끝내야겠지. 그 이상 빠져드는 건 내 성미와 맞지 않는다. 궁금한 것은 과연 그 오두막집의 주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마법 책 연구를 짬짬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어느새 여름이 찾아왔다. 옛날 같으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매미라는 곤충이 시끄럽게 울어대던 계절이라 한다.
지금 이 세계에는 곤충이라고는 일절 없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모두 저쪽 세계에서 내뿜는 기운에 의해 몬스터화가 되었고 침습 초기 그런 몬스터 때문에 세상은 지옥 그 자체였다.
인간이 몬스터를 해치운 것은 아니다. 침습으로 저쪽에서 건너온 녀석들이 이쪽 세계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몬스터를 없애 버렸으니까. 정말 신이 도운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번식이다. 저쪽 세계에 동화되어 버린 몬스터는 생식 능력이 없다.
생각해보라 모기나 바퀴벌레 따위가 몬스터가 되었는데 번식까지 했다면 지구는 온통 그놈들 천국이 되었으리라. 초창기 때 고블린과 코볼트들이 열심히 바퀴벌레를 사냥한 탓에 이모탈 시티 근처에서는 바퀴벌레가 변한 몬스터는 전멸해서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 완전히 멸종되었으니까. 그럼 몬스터는 왜 자꾸 생기느냐? 그야 리젠이 되니까. 저쪽 세계의 몬스터는 번식 대신 리젠이 된다. 잡아도 잡아도 리젠이 되니 우리 쪽의 몬스터는 생식이 안 되니 멸종되고 저쪽은 리젠이 되니 계속 설친다.
불행히도 인간도 동물처럼 저쪽 세계의 어떤 것 우리는 악마의 사념이라고 부르지만,
융합하면 마인이 된다. 사실 부르기 좋게 마인이지 인간 몬스터가 정답이다. 생식을 잃어 버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인간은 뭇 생물들과는 달리 오리지날을 유지 할 수 있다는 것과 각성자로서 최소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유일하게 다른 점이다.
마법서를 가지고 놀기 시작한 지 보름 뒤 김동희 박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임페리얼 테크노트리아로 건너갔다.
"어이 회자니임"
김동희 박사와 나 사이에는 격식이 없다. 나도 그런 점을 맘에 들어서 한다. 모든 사람이 나를 보면 회장으로 깍듯이 인사를 한다. 김동희 박사와 엘리엄과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것 봐라.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뭔데 서두를 그렇게 궁금증 만땅으로 시작합니까?"
"먼저 이 데이터부터 보자고."
모니터에 펼쳐진 것은 뭔 세균 덩어리인지 뭔지 모른 것들이 화면에 가득 차 있었다.
"자 첫 번째 장면 저것은 회자앙님 피고요. 자 다음 장면 보시죠. 요건 먼젓번에 구해 준 데드 스컬과 세슬로이드라는 악마종의 피입니다. 이걸 섞으면?"
내 피에 레드 스컬과 세슬로이드의 피가 섞이니 뭔가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 같긴 한데 문외한인 내가 알 수가 있나. 언노운에게 슬쩍 물어보려다 김동희 박사 입으로 직접 들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화면만 지켜 보고 있었다.
"설명 좀 해 주시죠."
"피에는 무엇이 있습니다. 혈소판, 적혈구, 백혈구, 헤모글로빈, 혈장, 포도당, 아미노산, 무기염류, 뭐 쓸데없는 쓰레기 몇 종류하고 그런데 여기서 보시면 회장님의 핏속의 백혈구들이 미쳐 날뛰는 거 안 보이십니까? 레드 스컬과 세슬로이드 혈액을 공격하는 정도가 아니라 붕괴 수준으로 깔아뭉개고 있거든요. 보통 전혀 관계없는 혈액이 뒤섞이면 항원과 항체가 다르니 피가 섞이면 응고 현상이 일어납니다. 적혈구의 항체와 혈액 항체가 만나면 응집 현상이 일어나죠. 뭐 쉽게 말해 젤리 같은 핏덩이가 된다 이겁니다. 그런데 회장님 피는 악마종에서 나오는 피를 공격해 흡수 아니 먹어버린다는 표현이 맞나? 여하튼 이런 경우는 예전에 제가 악마의 피를 가지고 인간에게 실험할 때 나왔던 반응 그대로입니다. 음. 달리 말하면 회장님 피는 이제 인간의 피가 아닌 악마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데드 오어 라이브를 주입했을 때는 극소량이었죠. 그게 회장님 혈액을 타고 다니면서 인간으로서의 혈액을 포식하여 점점 악마의 형질로 바꾼 거겠죠."
나는 쓴웃음을 짓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몸에 변화 같은 거는 없는데요. 악마처럼 뿔이 솟는 나던가? 어라?"
가만 생각해보니 자치령에서 데빌을 잡을 때 뿔이 솟아났었지?
이거 환장할 노릇이군.
"아놔, 뿔, 뿔이 났긴 났었네!"
그 말에 김동희 박사는 깜짝 놀랐다.
"뿔? 정말 악마가 된 거냐?"
"박사님. 난 멀쩡하다고요. 내 정신 그 상태 그대로."
"악마가 장난 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박사님 장난도 적당히 하세요."
"보여 줄 수 있어?"
"어라? 그러고 보니 이번 금강산 여행 때도 변신 했었는데 그때는 뿔이 안 났었지? 뭐지?"
나는 김동희 박사에게서 조금 떨어져 이블스 폼으로 변신했다. 느껴지는 이 화한 기분은 역시 옛날의 내가 아니었다.
김동희 박사는 간이 측정기구를 들이대다 터뜨려 먹고 기겁을 했다.
"너 능력치 측정은 해 봤니?"
"아뇨, 정밀 테스트는 말고 불사의 회람에 있는 거로 해봤더니 측정 불가 뜨더군요."
"워매, 이거 인간이 아니구먼, 뿔은?"
"글쎄요. 저번에 데빌과 싸울 때는 여기 관자놀이 부분이 간질간질하더니 뿔이 솟아나긴 했어요. 지금은 뭐 그냥 마인과 비슷한 수준이군요."
"비슷한 수준은 뭐가 비슷한 수준이야? 레드 오러의 기운이 마인과는 비교도 안 되구먼. 돼서 그 상태로 있다가 난리 나겠다. 이제 조정 할 수 있다며?"
"네 이제 마음대로 인간과 악마를 오갈 수 있어요."
내가 휴먼 폼으로 돌아오자 붉은 기운이 거짓말 같이 꺼졌다.
"휴, 하던 말 계속하자. 내가 추측하기로는 네가 레더 스컬이나 세슬로이드 따위의 악마종 보다 한참 상위종이라 악마종들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 아, 물론 확실한 근거는 없고 단지 내 추측에서야. 네 피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독이라는 것. 너를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이 두 개 정도겠지."
"자꾸 저를 악마, 악마 하지 마세요. 듣는 사람 기분도 좀 생각해 주시라고요."
"과학자는 거짓말을 못 해. 진실을 탐구하는 사람이 거짓을 말할 수 있나? 솔직히 넌 모습만 인간이고 내부는 싹 다 악마야."
"절 이렇게 만든 사람이 하시는 말치고는 기분이 좋지 않은데요."
"자자, 그건 뭐 그렇다고 치자고 이거 봐라. 희한한 게 또 있어."
김동희 박사는 다음 화면을 가르치며 말했다.
"네 피에 이렇게 전기적 자극을 주면 어떻게 되나 잘 봐. 뇌파에서 나오는 극소량의 전자기파 정도야. 그런데 이렇게 전기적 신호를 주면."
모니터 화면에 무언가 부채꼴 모양의 파장이 연속으로 계속 둥둥 울리며 나갔다.
"이게 뭔고 하니 특유의 파장이 나가는 거 보이지?"
"이 파장이 대단한 거야! 주변 몬스터가 모두 이 파장에 환장하고 반응을 보이지."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이 파장의 고유 치환을 계산해 냈는데 네 피를 통해 전자기 파장을 특정 지역 내에 흘리면 그 파장에 이끌려 근처 모든 몬스터가 반응을 보이더라는 거지. 이거 말이야. 거제도 몬스터 탈환 작전을 하면서 한 차례 실험 삼아 운용해 봤는데 자 이걸 보라고."
김동희 박사는 녹음된 영상 하나를 틀어 주었다.
"지금 저 친구가 설치하는 게 네 피가 들어 있는 전자기 파장 방출 장치야. 아직 연구단계라 볼품이 없다는 건 이해하고. 이 부분은 필요 없으니 빨리 넘기고 자 설치 다 됐어. 지금 작동시키지? 지금 저 장치에서 펄스파가 퍼져 나가고 있어 아직 처음이라 반경 50k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영상을 보고 있는데 얼마 뒤 고블린, 레서 데몬, 코볼트등 온갖 몬스터가 장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헌터들이 달려들어 피의 사냥이 시작되자 김동희 박사는 영상을 껐다.
"봤지? 네 피에 일반 몬스터가 엄청난 반응을 보인다고. 음 뭐랄까 마치 왕을 영접하기 위해 모인다고나 할까?"
"내 몸속에 들어 있는 악마의 피가 그 동해안에서 구했다는 임신한 악마의 피가 아닙니까?
"
"그렇지. 그 악마 새끼의 피지."
"그 악마 새끼가 아주 고위급 악마인가 보네요. 이제 악마종이 나를 피하는 이유도 알 것 같고 필드 몬스터가 내 주변으로 모이는 이유도 알 것 같네요. 모두 이 악마의 피 때문이네요."
"뭐, 대충 그렇다고 봐야지. 저 기계 이름을 악마 정신 감응기라고 불러 내가 완제품을 만들면 네가 네크로폴리탄에 가지고 가서 악마종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실험해 줄래?"
"알겠습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죠."
찝찝함이 가시지 않은 마음으로 임페리얼 테크노트리아를 나와 간만에 박정아와 이모탈 시내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그녀는 불사의 회람 사모님으로 내가 없을 때도 불사의 회람을 이끌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인사가 되었다. 임페리얼 테크노트리아 총수의 외동딸이니 어련할까.
요즘 그녀는 박동훈 사장과 함께 거제도 탈환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거제도는 완전히 섬이니까 나머지는 방어막 필요 없고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정도만 방어하면 그만이야. 그곳에 대 몬스터용 발칸포를 다리마다 두 문씩 장비해 뒀으니 레서 데몬도 거뜬히 잡을 수 있어."
나는 그녀의 사업 이야기를 해도 즐겁고 사소한 애교부림도 즐겁다. 세상 모든 것이 즐겁다.
"어, 근데 말이야. 얼마 전부터 조금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무슨 기분?"
"몰라? 꿈자리도 좀 그렇고 뭐랄까? 아니야. 괜한 느낌이 그래서 그럴 뿐이야."
"너 일한다고 너무 무리 하지 마. 적당히 해. 박동훈 사장이 알아서 하니까 너는 조금씩 거들기만 해."
"알았어, 알았다고. 하하."
나는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일호점과 이호점을 오가는 생활이 계속됐다. 일호점에 갈 때는 이현희와 이호점을 갈 때는 희찬과 잘 어울렸다. 서로 불편한 것은 한동안 묻어 두기로 했기에 석천 사령관도 정철웅 사령관도 거의 터치가 없었다.
이호점에서 강희찬과 막 식사를 끝내고 커피와 담배 타임을 즐겼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희찬을 향해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 이곳에 오기 전에 연합 마인 두 명을 알고 있었죠. 문정과 상이고람이라고 하는데."
- 작가의말
남이 뭐라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배운다는 입장에서 글을 쓰지만 재미 있게 쓰는 것은 순전히 제 능력 아니겠습니까? 머리가 뽀개지도록 쥐어 짜서 재미 있는 글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대신 순수한 비평을 좀 많이 해 주세요. 초보라 참고할만한 정보가 절실히 필요 합니다.
가령 문장에 설명이 너무 많다. 이런 문체는 답답하고 읽기 불편하다.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것이 좋겠다. 문장이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못하다.
사건 전개가 너무 느리다. 한편 치고 용량이 부족하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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