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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급 회귀자의 탑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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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리힐드
작품등록일 :
2024.09.15 11:43
최근연재일 :
2024.09.17 20:42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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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58

작성
24.09.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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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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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4쪽

2화. 혼돈의 나무와 세번째 선택지.

DUMMY

###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도민혁은 말할 수 있었다.


죽음 이후에 도달하는 곳은, 형언하기 힘든 지옥이라고.


사아악-


불어온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간다.


도민혁은 마치 쇳덩이를 올려둔 것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떴다.


그와 함께 보인 것은.


“······또 이곳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이 보였다. 풀이라곤 단 한 포기의 잡초조차 찾아 볼 수 없는, 평원이라기보단 황야에 가까운 곳.


검게 그을린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에서, 도민혁은 자신의 난잡하게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숨을 쉴 때마다, 페를 가득히 채우는 것은 공기가 아닌 혼돈.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검게 물든 하늘이었다.


어디에 시선을 두든, 도민혁의 시선이 향한 모든 곳에는 칠흑과도 같은 혼돈이 끓어넘치고 있었다.


도민혁이 풀 한 포기 없는 이곳을 황야가 아닌 평원이라 부르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원래는 이곳이 평원이었기 때문.


그게, 이유의 전부였다.


하늘과 지평선을 일견한 도민혁의 시선이 자신의 뒤로 향했다.


“······역시 내 죽음이 반복될 때마다 성장하는 건가?”


그곳에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첫 죽음, 첫 회귀 때만 해도 무릎 높이 정도의 작은 묘목이었던 나무는 어느 순간 상가 빌딩보다 커진 상태였다.


높이만 해도 수십 미터다.


성인 남자 열댓명이 감싸안아도 부족할 만큼의 거목.


도민혁은 그 나무의 나뭇가지에 무성하게 피어오른 검은색의 나뭇잎을 일견하곤 입꼬리를 비틀었따.


“이래서 회귀가 싫은 건데.”


도민혁은 자신의 죽음이 반복될수록, 저 나무가 점점 더 거대해지는 것을 보고 어느 순간부터 느낄 수 있었다.


저 혼돈의 나무가, 자신의 회귀가 어느 시점에 이르는 순간, 자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이것은 본능에 의거한 추측일 뿐이지만, 도민혁은 그것이 나중에 벌어질 끔찍한 결과와 맞닿아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도민혁이 회귀를 반기지 않는 이유였다.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었다.


무한의 회귀.


죽음 이후 계속해서 삶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다른 의미로 보면 불노불사와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냐고.


그것은 신조차 부러워할 강대한 축복이지 않느냐고.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한때는 도민혁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허무하게 죽은 첫번째의 삶, 그리고 나름 노력은 했지만 어느 순간 목이 잘려버린 두번째의 삶까지는.


도민혁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고작 묘목 크기였던 저 혼돈의 나무가 점점 자라는 것을 보면서, 도민혁은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 회귀의 권능이 축복이 아님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


도민혁은 이것이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무한 회귀가 아닌, 한정된 회귀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저 혼돈의 나무가 끝까지 자랄 경우, 그때는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도 묘한 대치 상태에 가까웠다.


원래 자신은 저 혼돈의 나무가 뿜어내는 혼돈에 이성을 잠식 당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원래는 광기에 휩싸여 진작 미쳤어야만 했다.


한데,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이고.


뭐, 이 아슬아슬한 대치 상황이 언제까지 진행될지는 도민혁도 알 수 없었다. 죽고, 죽고, 또 죽고. 그렇게 회귀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이 위태로운 균형이 깨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의 자신은, 더는 지금의 자신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게 싫어서, 노력한 것인데.”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기에, 자신은 저 혼돈의 나무에 존재를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노력을 했다.


종말의 탑을 온전히 공략하고,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온갖 발악을 다했다.


회귀의 축복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원래도 재능이 있었고, 그 재능을 최대치로 만개하고 보조할 회귀의 지식까지 있다면, 뭐든 가능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더 없이 바보스러운 착각이었다.


종말의 탑은, 도민혁이 생각했던 것만큼 쉬운 곳이 아니었다. 몇 번의 회귀를 반복하든, 몇 번의 노력을 다시 한들, 그곳의 마지막층을 공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유는 종말의 탑 93층, 그곳에 있는 혼돈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 음습하고 강대한 존재는, 회귀를 반복한 도민혁조차 넘는 것이 어려울 만큼 초월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몇 번을 도전하든, 그 존재에겐 생채기조차 남길 수 없었다.


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하게 됐다.


그저, 인류의 존속 유예 기간을 적당히 최대치로 늘리고 그 다음부터는 인생을 즐기게 된 것이다.


어차피 종말의 미래를 막을 수 없다면, 그냥 즐기기로 한 것.


그렇지 않은가?


자신이란 존재가 언젠가 죽음과 회귀를 반복하다가 그 존재의 근원을 잃게 된다면.


그것이 약속된 미래라면.


그 미래가 찾아오기 전에 인생을 즐기고 싶었다.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고.


해서, 그런 삶을 살았다.


인류의 구원이 힘들다면, 그나마 주어진 시간이라도 즐기면서 그렇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인간이 할만한 짓은 결코 아니었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행복한 일상을 보내다가 찾아온 종말의 날은.


솔직히 말해, 그 어던 회차보다도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사랑한 모든 존재들이 그 종말 속에 바스라져 없어져 가는 것은, 인간이 인내할만한 고통의 총량을 넘어선 것이었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여덟 번째 회귀였던 바로 이전의 생에서, 가족도 친구도 만들지 않고 홀로 게임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낸 것은.


하지만 이젠 그것도 한계였다.


“······이번이 마지막인가?”


도민혁은 어느새 거대해진 혼돈의 나무를 보곤 생각했다.


아마도, 다음 회귀에서는 자신의 존재가 저 근원조차 알 수 없는 혼돈의 나무에게 잠식 당할 것이라는 것을.


운이 좋다면 열 번째 회귀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이 좋다는 것을 가정으로 했을 때다.


추측하건데,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둘이다.


첫번째는 이전 생에서처럼 평범한 삶을 즐기다가 종말을 맞이하고 존재의 파국을 맞이하는 것.


두번째는 노력하며 발악했던 다른 회차에서처럼 종말의 탑을 공략하기 위해 발악을 하는 것.


사실, 둘 모두 그렇게 끌리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하여, 도민혁은 생각했다.


세번째 선택지.


지금까지는 오직 이론으로만 생각했던 세번째 선택지를 생각해보기로. 그것은 두번째 선택지인 발악과도 맞닿아 있지만, 그 발악을 뛰어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한대에 가까운 그릇의 확장. 물론, 그게 가능할진 모르겠군.”


인간은 모두가 영혼을 지닌다. 그리고 영혼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 영혼의 무게는, 영혼의 격. 존재의 격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세번째 선택지는 존재의 격, 영혼의 무게 자체를 높여 존재의 총량을 높이는 것이었다.


저 혼돈의 나무로부터 버틸 수 있을 만한 영혼을 만드는 것.


담금질이라 해도 좋았다.


문제는 그것이 가능하냐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너무 위험한 것이라 시도를 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재수가 없으면, 저 혼돈의 나무에게 정신이 오염되기 전 그냥 그 이전에 미쳐버릴 가능성도 높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젠 방법이 달리 없었다.


어차피 이번 삶이 자신이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삶이라면, 그것은 도전해야만 하는 과제였다.


“겸사겸사 성공하면 인류를 구원할 수도 있을 테고.”


도민혁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평원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것이.


이 끔찍한 지옥의 꿈에서 깨어나는 트리거였으니까.


###


침묵이 내려앉은 교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중문고등학교의 교실에는, 교실이라는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비릿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피냄새였다.


건장한 193cm의 체구를 가진 단정한 인상의 남자가 주먹을 휘두르며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을 때리고 있었던 것.


그의 주먹이 자리에 앉은 학생을 두들겨 팰 때마다 쓰러진 학생의 입에서 튄 피가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이대로 과다출혈로 죽더라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하지만 그 끔찍한 폭력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시선을 피할 뿐, 개입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이건 건장한 체구의 학생인 그가, 이곳 서울 강남구의 명문인 중문고등학교의 실세 중의 실세이기 때문이었다.


이름은 박남권.


중문고등학교의 2학년인 그의 아버지는 경기도 플레이어 관리국 지부의 지부장이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한국 최고의 권력자 중 한 명이 아버지인 것.


물론, 아무리 권력자의 아들이라고 해도 이렇듯 폭력을 휘두르는 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권력자들에게, 자식이 개망나니라는 것은 국민들에겐 들켜선 안 되는 치부 중에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박남권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처음 중문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그는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보이면 일단 폭력부터 휘두르고 봤다.


이건 그가 가진 뒷배경이 대단한 것도 있지만 박남권부터가 압도적인 재능을 지닌 잠재적 랭커였기 때문이었다.


당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별부름을 받는 순간 그의 인생은 S급 플레이어 그 이상이 예정된 상황.


지금도 대형 클랜들은 박남권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며, 그가 자신들의 클랜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인성적인 결함이 문제라면 문제인데, 사실 그걸 따지는 클랜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당장만 해도 탑의 공략이 늦춰지면 인류가 언제든 망해버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인성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빌어먹을 새끼야. 내가 분명, 빵이랑 우유 사오라고 안 했냐? 어? 매점이 멀어 씨발아?”


박남권은 단정한 외모였다. 언행과 그 삐뚤어진 인격과는 별개로 모범생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 그리고, 풋풋한 느낌마저 드는 제법 잘생긴 미남이었다.


집안도 집안이지만 외적으로도 피지컬적으로도, 그리고 플레이어의 재능조차도 우월한 타고난 인간.


그게 박남권이었다.


그리고 그런 박남권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괴롭히고 있는 남자는.


“······민혁아. 응? 도민혁, 내가 어려운 부탁했어?”


박남권은 두들겨 맞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잃고 책상에 머리를 처박은 도민혁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교복은 이제 흰색보다 붉은색이 차지하는 면적이 많을 정도.


하지만 박남권은 이 정도로는 도민혁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항상 폭력 이후에는 포션을 사용해줬으니까.


포션.


그래, 포션인 것이다.


단 한 병에 천 만원을 호가하는 포션을, 박남권은 언제나 폭력 이후에 도민혁에게 뿌려줬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사람을 죽이고도 멀쩡하게 돌아다닐 만큼 만만한 국가는 아니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소리였다.


폭력 정도는 아버지의 배경으로도 얼마든 덮을 수 있었고,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대형 클랜들이 애초에 그런 이슈가 터지지 않도록 언론들을 잘 타일러주고 있었다.


뭐 당영한 일이긴 했다.


미래에 자신의 클랜에 들어올 인재가 벌써부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하진 않을 테니까.


일부 클랜은 오히려 이런 박남권의 잔혹성을 좋아하기도 했다.


이유?


그것은, 종말의 탑을 오를 때 도덕성의 여부에 따라 그 속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가령, 탑의 특정 층계에서는 거주민들을 몰살 시키는 것만으로도 층계 공략이 가능한 곳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저지르기엔 너무도 비인도적인 공략법이기 때문에 실제 그것을 행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멀쩡한 정신으로는 불가능한 것.


“······하. 진짜. 별부름의 제한이 공식적인 만 19세만 아니었어도 너 따위와 겸상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그치, 민혁아?”


박남권은 실실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대로 끝내면 재미가 없으니 뺨이라도 한 대 올려붙여 깨울 생각이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한데 그때였다.


책상에 머리를 처박은 채 기절해 있던 도민혁이 손을 뻗었던 것. 그 손은 느릿하다는 느낌마저 들 만큼 천천히 박남권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허. 지금 해보자는 거냐, 민혁아? 응?”


화가 나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웠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리 괴롭혀도 반항다운 반항조차 하지 않았던 도민혁의 새로운 모습.


그것이 박남권의 가학성에 불을 지폈다.


다시금 짓밟고 깔아뭉갤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박남권의 기쁨은 오래갈 수 없었다.


꽈득-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도민혁의 손아귀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힘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끄아악!”


박남권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도민혁이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허억.”


박남권의 잇새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손목을 놓으라는 등, 그딴 말은 나오지도 내뱉을 수도 없었다.


도민혁과 눈을 마주친 순간, 박남권은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자신이 입 한 번 잘못 놀리면, 그 순간 목이 꺾일 수 있음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긴 했다.


벌레 한 마리도 불쌍하다고 못 죽이는 그 범생이 도민혁이 자신의 목을 꺾는다? 살인을 주저없이 저지른다?


그건, 꿈에서조차 상상해본 적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 순간 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저 도민혁이, 자신이 알고 있던 도민혁이 아님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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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스타터 링. 24.09.17 134 7 15쪽
3 3화. 거절 할 수 없는 제안. 24.09.17 152 8 18쪽
» 2화. 혼돈의 나무와 세번째 선택지. 24.09.17 193 8 14쪽
1 1화. 인류의 종말. 24.09.17 247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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