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삶이라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무에 나쁘냐.
세상이 내린 시련이라는 비에 맞아 젖는 것이 무에 나쁘냐.
우리는 지금 이렇듯 흔들리고 또 흔들리며
아프고도 차갑고 슬픈 비에 맞아가며,
마침내 탄탄해져
어떤 바람이 불어도
어떤 비가 몰아쳐도
휘어질 지언정, 쓸쓸히 휘날리지 않고,
부드럽게 삶에 녹아들어
그 속에서 흘러갈 것이다.
그것이 지금이 되었던,
나중이 되었건,
그보다 훨씬 후의 일이 되었던간에.
조금씩 천천히
혹은 몹시도 빠르게
우린 그렇게 살아갈 예정이다.
무엇이 나쁘다.
무엇이 좋다.
그리 말한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다.
001. Lv.99 역전승
18.04.19 17:15
좋은 시,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