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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사이비 점술가는 잘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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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29 14:25
최근연재일 :
2022.10.06 17:1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21
추천수 :
9
글자수 :
34,860

작성
22.10.06 17:18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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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팔찌를 차다

DUMMY

-그래, 자네 차원도 그러한진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차원들에는 종족, 시간, 대륙을 막론하고 점술이나, 점술과 유사한 행동들이 넘쳐났지. 자네 말처럼이야. 운명. 운명이 없지도 않고 그렇게 너무 딱딱하게 굳지도 않은 상태기에, 수 많은 존재들은 운명이 어떻게 굳어갈 것인가를 엿보고자 했고, 어떻게 자기에게 유리하게 굳힐 수 있는지에 대해 끝없이 갈망하고 빌었지. 근데 자네 그거 아는가?


"뭔데요?"


-영능력이 있는 필멸자는 아주 단편적이지만 다른 필멸자의 운명을 엿보기도 하지. 하지만 정말 천신이나, 대악마쯤 되는 존재들에게 운명이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대상이지.


예?


아니 영적 능력이 있는자는 진짜로 운명을 엿보고 부분적으로 그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거였어? 내가 사기꾼이더라도, 모두가 사기꾼은 아니었다?


그 뒤는 또 뭐야. 정말 신쯤 되면 운명에 개입을 한다고?


"그럼 진짜인 예언도 있다는 거네요? 천신이나 대악마는 미래를 진짜 보니까?"


-예언이라는 것도 경우 따라 다르다네. 이건 뭐 깊은 이야기긴 하지만, 알려준다 하더라도 밖에나가 떠들어 봤자 그냥 필멸자가 하는 말이니 흘려 들을테지. 천신과 대악마라고 하더라도 운명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보지는 못해. 하지만 큰 줄기의 방향성은 다른 어떤 존재들보다 잘 파악하고 있지. 때로 운명에 개입하는 방법이 여러가진데, 실제 추측되는 미래를 알려주는 방법이 있고, 신력이나 악마력으로 미래를 강제하는 방법이 있지.


미래를...강제한다고?


"미래를 강제한다고요?"


-그렇네. 영능력이 있는 인간이라 하더라도 절대다수는 미래의 편린을 엿보고, 좋은 미래면 계속해서 달려나가라, 나쁜미래를 엿보았다면 그런것은 피하라. 정도 밖에 할 수 있는게 없긴 하다네. 물론 차원마다 역사상 성인, 악인이라 불릴만한 자들은 운명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개념 인식을 바꾸어 간접적으로 운명에 영향력을 끼치긴 하지. 하지만 천신과 대악마의 경우, 운명 자체를 흠 뭐라고 하는게 좋을까. 그래 말랑한 운명을 강제로 휘게 하는게 가능하다는 표현 정도가 좋겠군.


미친.


-아, 예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천신이나 대악마, 그에 준하는 존재라면 운명에 강제로 영향력을 행사 한 뒤 자신이 강제한 방향대로 일이 일어날 것이라 언질을 주는 경우도 있다네. 그 경우에도 신탁이 내려왔다느니 하며 그 말들을 쫓지. 원래 운명이 생겨먹은 모습을 알려주는거나, 자신이 바꿔버린 모습을 알려주거나, 예언은 예언 아니겠는가.


어지럽네. 그럼 난 지금 운명을 엿가락처럼 휘게만드는 존재가 직접 만든 감옥에 갇힌거야?


"...그리고 여긴 그 대단하신 천신이 만드신 감옥이구요?"


사슴놈은 소리내 웃었다.


-감옥이라, 악마가 붙잡혔을 경우 잡아 놓는 공간이 있긴 하다만, 그런 <인내>의 장은 자네가 견디진 못할거야. 여긴 그래, 별장같은 걸로 생각하면 되겠구나. 적당히 바람을 쐬며 쉬는 공간이지.


"...저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자네에 대해 지금 수뇌부에선 대화가 오가고 있다네. 원래 여기 올 리가 없는 자가 이곳에 갑작스레 나타나다니. 자네 말을 들으면 자네가 원해서 온 것도 아닌듯 하고. 그래 점이라, 자네 운명을 스스로 점쳐 보겠나? 재밌긴 하겠군.


시발. 내 운명 조질 수도 있단건가? 그걸 암시하는 거야?


"좋아요, 제 운명이나 점쳐보죠."


에이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인생 조진거 같은데? 사기치다가 신들의 땅에 던져졌다고? 음. 깜깜하구만.


나는 무지성으로 카드뭉치를 잡아 섞기 시작했다. 아수라, 아. 여긴 아수라 안좋아하려나. 하면 안되겠군. 아무튼 섞고 뽑았다. 그리고 뒤집어 앞면을 본다.


13번 죽음 14번 인내 76번 완드 기사.


/죽음,파괴,절망,분해,질병,사고/절제,이익,내구,지속,타협,균형/경솔,욱하는,지연,반대,소박/


쉽지 않다. 유리하게 끼워 맞추기가. 하지만 쥐어 짜내면 어떻게든 즙이 나오는 법.


"사고를 당했지만, 이익을 소박하게 볼 것이다?"


난 눈을 감고 해석의 여운을 즐긴다. 말그대로 아전인수, 내게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 대가리를 짜낸 나름의 결과다. 그래, 이렇게 강제로 차원이동을 당한게 사고잖아? 하지만 결국 이게 나에게 소박하게나마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자기예언이지. 그럴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해 시발. 제발.


내 택도 없는 점술과 해석을 보며 사슴은 날 게슴츠레 쳐다보며 웃는다.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듯이.


-자네 카드에 남아 있다는 사이한 기운 말일세.


"예?"


-자네 카드에 사이한 기운이 옅게 남아 있었네. 근데 그게 자네의 기운이었군.


뭐요? 아니 사기를 치다보니 진짜 사이한 기운같은게 뭍어 나는 거였어? 아 조졌네. 여기 그냥 갇히는거 아냐? 아니, 이 놈들은 그냥 날 퇴마 하겠다고 후 불면 내가 찢겨져 여기 나무들의 거름이 되어버리는 거 아닐까?


-<거짓>과는 무슨 관계지?


어라?


"<거짓>이라구요? 어제 문자로 처음 알게된-."


난 <거짓>과 <순수>를 사칭한 문자를 받게 되고 여기까지 온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내가 나쁜놈이 아니라 나쁜놈에 의해 사이한 기운이 깃들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할 것 같다. 사슴님의 표정이 꽤 심각했거든.


-누군가의 장난인줄 알았다라, 충분히 그럴듯 하군. 자네 세계가 다른 차원과 연결되며 그런 방식으로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는듯 하네. 자네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자네가 카드를 섞고 뽑는 과정, 그리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미약하나마 <거짓>계열 악마력이 조금씩 나왔다네. 영능력이... 그런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해나가며 천천히 쌓이겠군. 왜지?


사슴놈, 아니 사슴님은 날 뚫어지게 쳐다본다. 으 눈알이 내 대갈통보다 좀 더 큰거 같은데 부담스럽다. 압박감이 든다.


-상위의 존재들은 지금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자네에게서 발견했다는 것인가? <거짓>에 이어 <순수>까지 자네에게 관심을 가진다라. 보통일이 아니군. 좋아 자네에게 제안을 하도록 하지.


"제안요?"


-그래. 옹졸한 제안. 아니 제안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반쯤은 강제라 해야할까. <인내> 소속 중급 신 카이드가 이름을 걸고 약속하도록 하지. 이 은색 긴고아 팔찌를 착용한다면 자네에게 <인내> 영역과의 호의적인 관계가 약속될 것이다.


라고 말하며 사슴놈은 어디서 나왔을지 모를 큰 긴고아를 눈앞에 둥실 띄워 보냈다. 사이즈가 내 몸통보다 더 컸는데, 천천히 줄어들더니 내 손목 크기만큼 줄어 든다. 여러모로 신비한 곳이다.


"...이건 어떤거죠?"


-그래, 약속에는 내용을 잘 알 필요도 있지. 이 팔찌는 자네에게 유혹을 이겨내는 <인내>를 가져다 줄 걸세. 부정적인 주술, 정신공격, 유혹의 앞에서 자네를 보호해 줄거야. 뭐, 따지고 보면 장점만 있는 아티펙트라네.


"근데 그게 왜 조건이 될 수 있는 거죠?"


-자네는 자네의 가치를 아직 잘 모르는듯 하군. 뭐 어쩔 수 없나. 우리는 자네가 타락의 방향으로 깊이 빠져드는 것을 경계한다네. 타락은 보통 정신을 붕괴시키고 공격시키는 방식이 꽤나 효과적인 편이지. 자네를 살펴본 결과, 타락으로도, 성스러운 길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네. 이런 식으로 자네 정신을 보호해 줄 도구를 준다면, 자네의 방향성은 타락과 멀어지겠지. 그걸 노리는 것일세.


무슨 속셈인지 솔직하게 말하는 것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근데 긴고아라 함은...?"


-긴고아를 들어본 적이 있나보군. <인내>와 연이 깊은 오공에 대한 전승이 자네 세계에도 있나 본데. 이 놈은 착용하는 순간 쉽게 해제할 수 없다네. 이 팔찌에 깃든 주술은 자네의 정신을 보호하고, 쉽게 벗을 수 없다는 제한 정도지. 다른 기능은 들어 있지 않다고 약속하겠네.


"막 나쁜짓 하면 팔찌가 조여져서 아프거나 하지는...?"


-그런 기능을 주술로 넣어놓은 긴고아도 있다만, 넣지 않았네. 다만 정신적인 공격이나 유혹이 왔을때 더 쉽게 인내하고 견뎌낼 능력을 자네에게 줄 뿐이지. 넣어 주길 바라는가?


사슴놈은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쳐다본다. 아 안사요.


"아뇨 사서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조금."


들어보니 이건 내게 이득만 되는 제안인것 같다. 인내력을 상승시켜주는 아티펙트를 받는데, 부작용은 마음대로 벗을 수 없다는 것뿐. 디자인도 은은한 은빛이 감도는게 적당히 보기 좋다. 꽤 남는 장산데?


-흐음... 약한 정도의 압박감을 넣는게 조금은 도움이 될텐데.


"그걸 굳이 일부러 넣는 경우가 있답니까? 벌 받는 거잖아요."


-인내의 수련을 위해서 스스로 그런 긴고아를 제작해 착용하는 경우가 이 곳엔 많다네.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고 더 뛰어난 인내를 갖추기 위한 자기 통제의 방법이지. 꽤 효과적인데 말이야.


사슴은 입맛을 다셨다. 아, 고행에 스스로를 던져 넣어 수련을 한다는 고승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기체벌을 그렇게 하는 변태놈들의 소굴이었구나 싶다. 제한이 더 붙기 전에 좋은 오퍼가 왔을 때 빨리 받아야 한다.


"좋습니다. 좋네요. 얼른 주시죠."


나는 팔을 뻗어 긴고아를 만졌다. 내가 만지는 순간 팔찌는 살아 있는 듯이 움직이며 내 팔을 감싸왔다. 물질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광경을 보니 꽤 신비롭다.


"흐음, 결국 제 스스로 친 제 점괘가 맞는거 아닐까요?"


-무슨 말인가?


"여기에 제가 강제로 이동을 당한건 사고를 당한것에 가깝지만, 결국 소박한 이익을 본거 아닐까요?"


난 손에 달라붙은 긴고아를 만지작 거리며 사슴에게 말했다. 아니 이거 아티펙트, 신물쯤 되는데 소박한 이익이 아닐지도?


-흐음...


사슴은 씩 웃는다. 뭐 서로 만족하면 된 일이라 생각하는 걸까. 아니 저 표정은 내가 사기친 것을 성공했을 때 표정 같기도 하고 말이야.


-뭐 선물이라 생각하면 우리도 기쁘고 말일세. 그나저나.


"그나저나?"


-그럼 선물도 줬는데 점괘 한번 봐 주는것도 괜찮지 않겠나?


사슴은 츤데레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눈을 흘겼다. 음, 역시 사기는 그 자체로 퍼포먼스성이 있고, 재밌기도 하지. 중급 신이라더니 몸은 솔직 하구만?


난 킬킬 웃으며 사슴을 쳐다봤다.


"점괘요?"


-흠흠, 아닐세. 신경쓰지 마시게.


라고 말하며 사슴은 카드 뭉치에 시선을 준다. 좋아, 그러면


"좋아요. 봐 드리죠."


잘 걸렸다 이 사슴새끼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로 봐드립니다 혼자만 질문을 생각하시고 '저요'라고 쓰셔도 되고 연애/학업/커리어/직업/ 등등 카테고리를 알려주시거나,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셔도 됩니다. 나쁜 점괘는 한귀로 흘리십쇼 재미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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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거짓과 허영 +2 22.10.02 62 1 11쪽
2 2화 부적과 스팸문자 +2 22.09.30 82 1 11쪽
1 1화 사기꾼. +4 22.09.29 11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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