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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점술가는 잘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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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29 14:25
최근연재일 :
2022.10.06 17:1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26
추천수 :
9
글자수 :
34,860

작성
22.10.05 19:49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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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화 운명

DUMMY

-정기복님이 차원이동할 곳을 타로점으로 직접 점쳐주세요! 아, 가기 싫으실 까봐 이번엔 특별히 저희가 먼저 뽑아 드리겠습니다! 18번 달 정방향, 12번 행맨 정방향, 57번 악마 역방향 점괘의 해석은~두구두구


'신비로운 인내의 이상향'


좋은 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어 음.


그래 저 문자가 내가 받았던 스팸문자다.


근데 스팸이 아닌거 같다.


지금 난 사원에 있다. 아.


이상한 문자의 정체가 반쯤은 의심스러워 오늘 영업은 일찍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조용히 부적을 썼다. 내 부적도 썼었지. 제일의 사기꾼을 목표로 하던 내가 차원이동 시킨다는 스팸문자에 손님 앞에서 점보다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어떡하지? 따위의 생각에 조기퇴근을 하고 집에 가버린 것이다. 쪽이 팔렸지만.


"잘 돌아 갔었네."


갑자기 점쟁이가 눈앞에서 사라졌어요 라고 소문이 난다거나, 주인이 빈 가게가 밤새 불켜져 있다면 무슨 꼴을 당했을지 조금은 아찔했다.


문자를 받았던지 24시간이 되던 때에, 방 안에서 부적을 그리다 휴대폰이나 보던 나는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숲에 놓여 있었다. 집 안이라 맨발로 있었던 나머지 맨발로 바닥을 밟게 되었다. 흙이 부드러운 느낌이라 싫진 않았다. 하지만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날아온 황당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어디냐고?


감옥.


이라고 하는데 눈 앞의 풍경은 예술 그 자체다. 졸졸 흐르는 냇가, 압도적인 크기의 거목들, 배산임수와 남향을 향하고 있는 고아한 사찰. 바람은 선선하고, 햇볕은 따뜻하며, 자연의 푸름이 고민과 걱정을 다 잊게 만들어 주고 있다. 지금 내가 차원 이동을 강제로 당했고, 이 세상의 존재에게 발견되어 반강제로 여기에 있으라는 명령을 받아 반쯤 구금된 상황이긴 하지만, 이런 감옥이면 평생 가둬 주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음.


신발은 어쨌냐고? 심플한 신발을 갖다 주더라. 바닥이 말랑해 걸을 때마다 땅의 흙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참 기분이 좋았다.


모든게 좋았다. 돈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사기의 길은 꽤 괴로운 길이었기에, 이런 휴식과 힐링은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 주었다.


저 무스만 뺀다면 말이야.


무스 아는가 무스? 엄청나게 큰 사슴 말이야. 건드리면 x될거 같은 아주 크고 아름다운 사슴. 그 왜 영상중에 큰 사슴이 눈밭 위를 질주하고 그러는 영상도 있지 않던가? 거대한 뿔을 가진 그런 웅장한 놈이 여기에 얼굴을 비추지만 않았다면 참 평화롭고 좋은 세상일텐데.


무우우우-!


아니 무스라고 무우우 하고 우는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아니어야해.


거대한 사슴이 다가온다. 다시 봐도 사이즈가 미쳤다. 내가 영상에서 봤던 무스는 대형 suv만 했는데, 이건 가까이서 보니 고속버스와 비슷하거나 좀더 큰 사이즈다. 새삼 이 세상이 차원이동해 온 곳이라는게 실감이 난다.


"어... 안녕하세요."


말 건다고 미쳤다고 생각하지 마라.


-지내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는가.


저 새끼, 아니 저 사슴이 먼저 말을 걸었으니까. 다시 생각해봐도 소름돋네. 내가 차원 이동을 한 뒤 처음 본 생명체가 이 거대한 사슴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에서 오는 본능적인 공포감.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나무들 사이로 달렸지. 근데 저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말을 거는 걸로,


-멈추게.

말 한방에 그냥 몸이 굳더라니까? 그 뒤는 특이한 손님이 온다고 전달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잠시 여기에서 머물러 줘야겠다고 등에 날 태우고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등에 태우는 과정도 황당했지. 몸이 굳은상태로 그대로 공중에 떠 등에 안착 했었어. 사이즈도, 이상한 능력도 까불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미친 사슴이다.


막상 구금당하고 나니 너무 좋은 환경에 여기서 평생 썩고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진 않을테지.


"예, 평생 여기서 지내고 싶네요."


-흠, 그것도 방법이네만.


에? 되는거였나?


"어... 그럼 제가 여기서 평생 살아도 되는 건가요? 혹시 농사나 채집같은 거 제가 해서 먹으면 되는 건가요?"


말을 뱉아 놓고 조금은 이게 맞나 싶긴 하다. 영화, 각종 ott서비스, 게임, 꽤 즐길거리가 많은 세상을 등지고 여기서 살아도 괜찮...을거 같기도 하고 조금 지겨워지면 심심함에 고통받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하지만 여긴 그냥 말그대로 고요한 자연 낙원 그 자체라고.


-음, 자네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네.


"왜요? 열심히 일 할 수 있습니다. 배우면 또 금방 배워요."


여기 살고싶다 어필하는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도발적인 사슴의 말에 난 일단 발끈 해버렸다.


-여긴 <인내> 천신의 영역, 필멸자가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은 없다. 그저 소비하기만 할 수 있을 뿐. 격의 차이가 너무 나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없을텐데.


예? 천신이요?


"천신이라 하시면?"


-으음, 너희 세계엔 낯선 개념인가. 일곱 천신이 각자 맡고 있는 세계라 생각하면 편하다. 여긴 그중에서도 <인내>님께서 다스리는 영역. 그쪽 세계는 이제 교류가 시작되어 아직 모르는 것이 당연할테지. 하지만 특이하긴 하군, 그 세계에 출신의 이렇게 격이 낮은 필멸자가 이 곳에 나타난 것은.


대놓고 눈앞에서 격이 낮다 한소리 들으니 좀 마음이 아프긴 하네.


"저를 사기쳐서 여기다가 보내버렸어요. 스팸문자가."


-스팸..문자라. 음, 그런 의미인가.


"아세요?"


아니 어떻게 아는거지?


-지금 자네는 소리를 말할 뿐이지만, 난 지금 자네 말의 뜻을 읽고 있다네. 존재가 뜻하고자 하는 의미 자체가 전달되는 방식이기에 요구되는 사전지식의 제한은 없네.


손도 안대고 사람을 공중으로 띄우는 고속버스보다 좀 더 큰 사슴이 의지 자체를 해석을 한다라. 개기면 안되는 곳이구나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 스팸 문자란걸 보고싶은데.


"아, 폰 분명히 손에 들고 있었는데 여기로 이동하고 난 뒤에 제가 안갖고 있더라구요. 가지고 있지 않은 그 카드들은 저랑 함께 여기로 넘어와 버렸고..."


-음, 물질에 따라, 기술력에 따라 이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겠군. 그래 카드라. 재밌는 그림이 많더군.


내 카드는 쟤가 압수해갔다. 아니 가만 생각해보니까 원래 차원으로 돌아가기 전엔 돌려받아야 할텐데. 카드 앞면에다가 키워드들을 써놓은걸 여기다가 두고 가면 내 밥줄 주력도구가 날아가는 거잖아? 물론 다시 카드를 두팩 사서 키워드를 써 만들면 되긴 하는데... 번거롭단 말이지.


"...돌려주시면 안될까요? 아니 제가 원래 차원에 돌아가기 전엔 돌려 주시는거죠?"


-사이한 기운의 흔적이 미약하게 남아있긴 했지만, 뭐. 그래, 점술가라고?


"네, 점한번 봐드릴까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내 카드가 허공을 둥실 떠서 내 손에 잡혔다. 다행히 돌려 받았다.


-재밌군. 점이라. 자네 내가 여기가 어디라고 말 한걸 기억하나?


"....천신의, 영역이요?"


-그래, 우리 같은 존재들에게 점술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 것 같나?


아니 잠깐만. 내가 무슨 환상을 보고 있는게 아니라면, 아니 뭐 이 곳이 나의 착각이고 환상이라 가정하더라도,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거대한 사슴과 웅장한 자연, 이 사슴이 주장하고 있는 논리에 의하면...


"모르겠는데요?"


아니 쉬..불.. 사기꾼이 신들에게 점술이 무슨 의미인지를 어떻게 아냐고. 커흠, 알려주겠지? 궁금하긴 하네. 내 사기가 더 윤택해질 것만 같은 촉이 온다 와.


-자네는 운명을 믿나?


운명


운명이라.


에... 운명을 안믿으면 내가 치는 사기는 순수하게 사기이기만 하겠지. 운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의 운을, 앞으로의 미래의 편린을 읽는다는 것은 순수하게 허구이며 의미없는 일이 될테다.


하지만 운명이 정말 존재한다면 어떻게될까? 뭐, 정해진 미래가 있다 치자. 그 유명한 과학자가 시간과 공간을 물리학적으로 연결시켜 버렸는데, 공간은 꽤나 능동적이기 보단 엄청나게 정적이고 피동형이잖아? 공간의 결정성처럼 시간이 공간처럼 결정적이라면, 과연 미래라는 시간개념은 결정적인가? 이건 꽤나 머리아픈 이야기니 집어 치우자고.


아니 어쨌든 운명이라는게, 존재한다면 내가 사기치는 짓거리는 뭔 짓거리냐? 운명이 정말 존재하고, 뛰어난 점술가는 정말 그 운명을 엿볼 수 있다고 쳐보자고. 그럼 달라지는게 뭔데? 어차피 반드시 오게 될 미래라면, 그걸 보는게 어떤 의미가 있냐? 내일 태양이 동쪽에서 뜰 것이며, 물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언하는 것과, 고갱님들의 앞날을 예언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어? 당사자는 그걸 궁금해 하겠지. 근데 그걸 알면 어쩔건데? 알던 모르던 준비하던 안하던 맞이할 미래라면, 그걸 미리 엿보기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아니 심리적으로라도, 악재가 정해져 덮쳐올 것이 정확히 예견된다면,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악재의 예견을 아는 것 보다 모르고자 하는게 더 나은 선택 아니야? 어차피 맞아야 할 매를 맞기 몇달 몇년 전부터 그걸 예고당한다고? 그 남은 시간동안 맞을 공포에 자발적으로 자기자신을 바치는 미친짓 아니야?


난 인상을 찌푸리며 깊이 고민했다. 사슴놈은 흥미롭단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내 대답은


"운명은 말랑합니다."


내가 뭐라한거지? 미친건가?


우리 둘 사이엔 정적이 흐른다. x된거 같다. 응. 망했어. 카드도 돌려 받았으니 이제 어떻게 하면 원래 차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이 천신의 영역이란 곳엔 내가 있을 자리가 없잖아? 쪽이 팔려서 그저 도망만 치고 싶네. 아.


-역시 천도의 즙이 효과가 있나보군.


"천도요?"


-자네가 아까 먹은 과즙 있지 않나. 아주 옅게 희석하면 인간도 먹을 순 있지. 영능력이 있는자라면 영능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을테고. 아, 인간의 기준에서의 영양분은 없다네. 그거 먹고 여기서 살 생각은 하지 말게.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라 죽을테니. 영력과 성력만 있는 거라.


사슴놈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꽤 재능이 있어. 말랑하다라. 그래, 신선한 비유군.


어?


맞아?


"아니.. 사기꾼, 아니 점술가로 굶어죽지 않으려면 운명이 말랑해야 먹고 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운명이 너무 딱딱하게 정해져 있으면 어차피 정해져 있을건데 보는 의미가 없을테고, 아예 없으면 그냥 사기고."


내가 잠깐 사기꾼임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일까, 사슴은 소리내 웃는다.


-그래, 자네 차원도 그러한진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차원들에는 종족, 시간, 대륙을 막론하고 점술이나, 점술과 유사한 행동들이 넘쳐났지. 자네 말처럼이야. 운명. 운명이 없지도 않고 그렇게 너무 딱딱하게 굳지도 않은 상태기에, 수 많은 존재들은 운명이 어떻게 굳어갈 것인가를 엿보고자 했고, 어떻게 자기에게 유리하게 굳힐 수 있는지에 대해 끝없이 갈망하고 빌었지. 근데 자네 그거 아는가?


뭐요. 뭔데요. 사람을 열받게하는 방법 두가지 방법중 첫째론 말을 하다 마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로 봐드립니다 혼자만 질문을 생각하시고 '저요'라고 쓰셔도 되고 연애/학업/커리어/직업/ 등등 카테고리를 알려주시거나,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셔도 됩니다. 나쁜 점괘는 한귀로 흘리십쇼 재미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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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팔찌를 차다 +2 22.10.06 33 1 11쪽
» 6화 운명 +2 22.10.05 37 1 11쪽
5 5화 사기를 당했다. +2 22.10.04 48 1 11쪽
4 4화 상담 +2 22.10.03 46 2 11쪽
3 3화 거짓과 허영 +2 22.10.02 62 1 11쪽
2 2화 부적과 스팸문자 +2 22.09.30 82 1 11쪽
1 1화 사기꾼. +4 22.09.29 11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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