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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사이비 점술가는 잘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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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29 14:25
최근연재일 :
2022.10.06 17:18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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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추천수 :
9
글자수 :
34,860

작성
22.10.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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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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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사기를 당했다.

DUMMY

"허영을 극복하시고, 자신감을 회복하실 방법은."


"예, 선생님."


남자는 잔뜩 기대한 얼굴이다 한편으론 카드뭉치도 쳐다본다. 저걸로 봐달라는 눈치 어지간히 빠졌다.


"본인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것 같습니다."


"예? 왜... 신기가 대단하신데 그냥 한번 뽑아 주시면."


나는 눈을 살짝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점괘란 것이 신통하게 맞아 떨어질 때, 우리는 조심해야 합니다."


"아니, 왜 그렇습니까? 가야 할 길을 딱딱 알려주는데."


"뭐, 나쁜 점괘가 나온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럼 그 사람은 절대로 그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흐음..."


남자는 침음을 삼켰다. 그도 내 카드에 씌여진 상징 단어들을 읽었다. 그 상징 단어들은 부정적인 단어들도 쉽게 나온다는 것을 이해했다. 다음번 점괘가 자신에게 무리하거나, 부정적인 경우면 어떻게 하는가. 라는 불안감이 조금은 들었나보다. 하기사 지금까지 점괘를 내가 유리하게 살을 붙여 줬으니 좋은 점괘고 좋은 방법을 점지 받은것 같겠지만, 다음 점괘는 또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나쁜 점괘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에게 재앙이 덮쳐오는 것은 아닙니다. 불운이 따르고 조심해야 할 사항이 많아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죠. 하지만 제가 꽤 점들을 봐 온 결과, 가장 무서운 것은 점괘에만 매달려 의지를 상실하는 일입니다. 좋은 점괘가 나왔으면 좋은 점괘가 나왔다고 자신은 무적이라 생각하며 방만하게 살아가는 사람, 나쁜 점괘가 나왔다며 며칠 몇달을 그 점괘만 생각하며 우울하게 지내는 사람."


남자는 묵묵히 내말을 듣고 있다.


"점괘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양한 관점으로 보게 해줍니다. 오늘 여기 오셨을때엔 자신의 사업 처지가 다만 억울하고, 누명을 벗고 싶다고만 하셨지만, 결국 스스로 거짓을 드러내시고, 자기에게 생긴 문제가 자신의 허영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단걸 인정하게 되었지요?"


"예, 맞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성실과, 성실에 관한 좋은 방법론도 점괘가 보여 주었지요. 하지만 이후 모든 디테일까지 점괘에 방법론을 묻고 거기에만 갇혀 산다면, 당신의 삶은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 점괘가 강제한 방식대로 억지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마치 당신의 허영이 선생님을 잡아 먹었던것 처럼, 점괘 또한 지나치게 억압적이거나 간섭적일 경우, 다른 방식으로 고객님들을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남자는 조금은 최면상태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다. 뭐, 이미 지금의 점술에 깊이 빠져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나는 다만 내 사기의 피해자들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게도 이득이 되는 것을 바랄 뿐이다. 그것이 진정한 사기, 윈윈일테니까.


"점괘가 아무리 좋게 나왔다 하더라도 점괘만 믿고 막살면 좋은 꼴을 볼 수 없습니다. 점괘는 좋은 방향과 지침을 알려주는 도구이지, 모든것을 해결해주는 마법사가 아니니까요. 점괘는 분명히 선생님께 방향성을 꽤나 많이 알려주었습니다. 중요한 디테일에 있어선, 선생님께서 그런 사치품을 이용해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하면 믿고 살 수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게 진정으로 점괘를 올바르게 소화시키며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봐요."


나는 잠깐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점괘로 방향성과 디테일을 꽤 알게 되었으니,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스스로 고민하시고 길을 찾아 가시는 것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겠지요. 그게 방심을 막고, 또 살아가는 재미 아니겠습니까? 저는 제 점이 궁극적으로 고객님들께 좋은 영향력을 주었으면 하거든요."


점술가가 '니 알아서해'라는 것을 시전하는것은 꽤나 큰 도박이다. 뭐 이미 점괘가 잘 맞아 들어간 케이스엔, 이런 식으로 삶에 스스로 고민할 숙제를 내려주는게 되고, 오히려 방금 친 점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스웨그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심리적으로 갑을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열심히 고민하고 열심히 살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 상대방에겐 열심히 살아갈 좋은 동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니, 이건 사기를 넘어 좋은 멘토링이라 할 수 있겠다.


"....맞습니다, 선생님. 제 삶이니 제가 고민할 부분도 존재하는 것이지요. 이미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제가 경솔했습니다."


어음, 너무 공손한데? 아니 뭐 마음에 깊이 와닿는 상담을 했으니 좋은게 좋은거겠지 뭐.


"예, 그럼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으니 또 성실하게 살아가보려 노력 하겠습니다. 자존심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가지는 법도 고민 하겠어요. 혹시 계산은.. ?"


나는 다시 안내 책자를 열어 가격표를 보여준다. 이에 남자는


"어, 부적도 하시는군요?"


음 가격표에 있는 부적도 본 모양이다. 하나 할텐가?


"네. 샘플은 여기에."


책자를 넘겨 샘플을 보여준다. 남자는 구경하더니 고민하는 표정이다. 하, 부적 이거 참 좋은건데. 설명이 어렵네.


"정말 하고싶은데, 집안이 좀 불교라..."


어? 불교는 부적 많이 하는데? 어?


"불교는 부적도 잘 하지 않나요?"


"예, 근데 이건..."


끙. 노란색 괴황지에 경면주사로 빨간 문양을 그려넣는 전통적인 부적 방식과 많이 다른 부적들이 있다보니 아예 전통적인 불교를 따르는 집안에선 이런게 아예 사이비처럼 보일려나. 음. 그렇긴 하겠네. 씁.


난 그저 머리를 긁적였다.


"에, 알겠습니다. 복채는 여기 넣어주시면 됩니다."


남자는 가격판을 보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오, sns하나? 올려주면 좋은데. 내가 써준 부적을 sns에 올려서 그 부적 보고 점보러 온 사람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색감같은게 요즘 감성인 부적이다 보니 신기해서 오는 사람도 있었다.


손님은 지갑을 꺼내 현금을 꽤 많이 잡아다가 넣는다. 오. 그렇게 많이 시간이 지나진 않았는데?


"아니, 잘못 계산을 하신게."


"아닙니다.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이어서요. 좋은 복채를 내야 또 그 점괘가 저한테 잘 붙는게 아니겠습니까?"


크으... 이게 점술이지. 오늘은 꽤 잘풀리는 날이다. 손님 가면 오늘의 운세나 점쳐봐야지.


"감사합니다. 앞으론 하시는 사업 잘 풀리시길 바라겠습니다."


"아참, 혹시 본인이나 주변 분들 중에 차원이동에 관해 이야기가 들려 오신다면 연락 주십시오. 저희 사업체가 요즘 그쪽으로 관심이 많이 가 있거든요. 들어 보셨죠? 각성 같은 이야기들. 조작이다 말이 나오는데, 실재합니다. 저도 눈 앞에서 포탈을 통과하는걸 보기도 했구요. 에너지 사업이 포탈과 연관이 있어요. 뭐, 혹시나 생기면요. 이렇게 부하직원들한테 시켰던 일거리들을 저도 하면 '성실'에 가까워 지는거겠지요?"


남자는 마지막으로 웃으며 명함을 건넨다. 뭐?각성?포탈? 아니 그 영상들 주작이 아니라 진짜였어? 오... 이 손님의 신상을 알고 싶지 않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단어들이 튀어 나오자 나도 모르게 반갑게 명함을 받았다. 아, 나한테 사기 당하는 사람도 이렇게 빨려 들어간건가? 아차싶다.


나도 고개를 숙였다. 손님은 나갔다. 음, 고객도 나도 만족한 사기였다. 오래간만에 이 정도로 점괘와 아가리가 붙으면 꽤 만족스럽다.


가만 앉아 점괘를 복기 해본다. 아무래도 클라이막스는 '실패, 계획'이 나왔던 순간이 아닐까. '어떻게 성실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실패, 계획.'따위가 나오다니. 단어만 본다면 '니 성실은 실패할거야. 계획도.' 이딴 해석만 하는 것은 사기 허접이지. 실패한, 계획들을 되돌아 보며 반성을 해보자. 라고 키워드를 전환시켜 냈지 않은가?


그 이후 이어진 아가리. '실패한 계획들 때문에 마음이 다쳐 허영으로 그걸 채우려 했으니, 부하직원한테 짬 때린 조그만 일거리들을 스스로 하면서 성공의 경험을 축적시켜, 성실한 초심으로 돌아가라.'


캬 스스로에게 감동스러운 개짓거리였지 암암.


내 폰도 내 개짓거리에 감탄했는지 때마침 문자가 온다. 아니 요즘 고지서도 톡으로 날아오는데 문자가 뭐야 자꾸. 휴대폰을 본다.


- 스스로 거짓을 자백하게 만든 정기복님에게, <거짓>이 칭찬합니다! 앞으로 거짓을 계속 흡수 할수록, 또는 거짓을 성공할 수록 악마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추신 : 오늘의 손님은 기복님의 점괘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이후 큰 선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물을 받더라도 거절하지 마세요!


정기복님의 악마력 획득, 영능력 개방을 확인했습니다. 축하합니다! 24시간 뒤에, 정기복님은 일시적으로 차원 이동을 하게 됩니다! 그때 꼭 옷 입고 계세요! 낯선 땅에 맨몸으로 떨어지면 부끄럽잖아요?


정기복님이 차원이동할 곳을 타로점으로 직접 점쳐주세요! 아, 가기 싫으실 까봐 이번엔 특별히 저희가 먼저 뽑아 드리겠습니다! 18번 달 정방향, 12번 행맨 정방향, 57번 악마 역방향 점괘의 해석은-두구두구


'신비로운 인내의 이상향'


좋은 여행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에?"


뭐라고 시발?


아니. 아니 잠깐만요.


어디.. 뭐 어디로 여행을 보낸다구요?


"차원이동?"


아니 거기 가는걸 왜 강제로 보내? 미친거 아니야?


게다가 점을 보길 원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어디로 갈지 점까지 봐 버렸다.


나는 카드를 뒤집어 내 카드들을 확인했다. 18번 달 정방향, 12번 행맨 정방향, 57번 악마 역방향. 18번과 12번은 타로의 기본적인 순서니까 상관이 없다. 하지만 57번 악마 역방향. 카드를 살펴 보니 정말 57번에 악마카드 역방향이 있었다. 아니 이 문자 보낸건 뭐하는 미친놈이지? 어떻게 내 카드 덱이랑 순서가 같아?


내 카드덱은 0~21번까지는 타로의 기본적인 카드들과 구성이 같다. 하지만 22번부터 41번까지는 내 마음대로 구성한 카드들 목록이다. 여기서 다시 똑같은 카드를 42장 추가한다 그래서 0번부터 83번까지 총 84장. 같은 카드가 두장씩 들어 있는데, 카드의 넘버링에 따라 0번부터 41번까지는 정방향 카드로 취급하고, 42번부터 83번까지는 그 카드를 역방향으로 취급한다.


내 카드의 구성과 같은 구조가 아니라면, 57번 악마 역방향이라는 점술의 방식이 나랑 같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문자 보낸 미친놈은 57번이 악마 역방향 카드라는걸 정확히 알고 있다. 아, 내 카드 구성은 사이비라 나밖에 안쓰는데? 알고 있는 사람도 없는데?


이거... 나 진짜 차원이동 하는거 아니야?


아니지? 이거 스팸이지?


사기꾼은 그렇게 강제로 사기를 당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로 봐드립니다 혼자만 질문을 생각하시고 '저요'라고 쓰셔도 되고 연애/학업/커리어/직업/ 등등 카테고리를 알려주시거나,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셔도 됩니다. 나쁜 점괘는 한귀로 흘리십쇼 재미로 합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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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7화 팔찌를 차다 +2 22.10.06 33 1 11쪽
6 6화 운명 +2 22.10.05 36 1 11쪽
» 5화 사기를 당했다. +2 22.10.04 48 1 11쪽
4 4화 상담 +2 22.10.03 46 2 11쪽
3 3화 거짓과 허영 +2 22.10.02 62 1 11쪽
2 2화 부적과 스팸문자 +2 22.09.30 82 1 11쪽
1 1화 사기꾼. +4 22.09.29 11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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