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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사이비 점술가는 잘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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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29 14:25
최근연재일 :
2022.10.06 17:18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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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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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34,860

작성
22.10.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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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상담

DUMMY

"그놈의 차가 뭐라고, 명함이 뭐라고 역겨운 돈들 까지 쫓아 다녔는지. 모두 제 허영 때문에 생긴 미친 짓이었군요. 맞습니다. 선생님. 맞아요."


"돈 버는 것이 다 배고픔도 면하고, 좋은물건도 사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사치를 위해 무리 하는 것은 자기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지요."


"예 맞습니다.. 예..."


남자는 '허영'이라고 적힌 카드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뭐, 이런게 내 사기, 아니 점술의 순기능인듯 싶다. 사람은 자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게 어렵다. 여기 와서 상담을 요청해 이것저것 말을 꺼내도 결국 자기 상황을 자기 관점이 떡칠된 상태로 진술할 수 밖에 없다. 점술의 도구를 통하지 않고는 상담자와 내담자(고객)모두 내담자의 관점에 빠져들 뿐이다.


하지만 점술 도구가 여기 끼어들면 이 관점에 균열을 가게 만든다. 아니, 점괘는 때로 관점을 부숴 버리고 자신을 관철시킨다. 점술 카드는 다양한 키워드를 무작위적으로 상담자와 내담자 앞에 던져버린다. 그럼 상담자와 내담자는 이야기하던 주제와, 새로 주어진 키워드를 어떻게든 잘 조립해보려 노력한다. 그럼 그들이 진행시키고 있던 이야기는, 새로운 키워드에 의해 강제적으로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만들어진다.

때로 말도안되는 개소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흘려버리면 그만이지만, 때로 유의미한 키워드들은 사고에 전환을 가져다 준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과도 원리가 닿아 있다고 본다.


"이 허영을 그럼, 성실, 성실이라."


남자는 성실이란 단어 또한 깊이 음미하기 시작한다. 혼자 얼굴을 찌푸리다, 웃다 하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예, 인정하겠습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와 달리 지금은 규모가 조금 커져 부하직원이 있다 보니 제 스스로 성실과 조금은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흠, 뭐 덧붙여줄 말 없나? 난 고민을 조금 하다 말을 이었다. 음, 백수 경험이 도움이 되는구만.


"사람이 돈좀 있고 시간은 더 많으면, 점점 미쳐가기 딱 좋아지더군요. 자기 몸과 정신을 적당히 소비시켜 줄 성실한 활동들이 삶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게 하는데 꽤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내 백수질에 돈은 좀 없었다. 근데 돈 좀 있는 백수는 지켜본 게 좀 있었지. 그 인간 점점 맛이 가더라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점점 눈이 흐리멍덩 해진다.


"맞아요,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니 따로 일을 벌이지 않아도 어느정도 수입은 들어 오더군요. 그때부터 쓸데 없는 생각과 헛돈 쓰는데 빠져 들었던 것 같네요. 업무 시간엔 일하는 시간만큼 골프부터, 테니스 장비 검색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맞습니다. 일에 몰입하고 성실해야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안 빼앗기는게."


오, 요즘은 골프와 함께 테니스도 뜬다더니 진짠가보네. 이 사장님 돈 좀 버시는 모양이구만. 누가 추천해주지 않았다면 이런 타로 점집 같은덴 오지 않았을 타입 같은데. 역시 평소에 사기로 덕을 쌓다 보니 이런 손님도 오는구나 싶다.


"어떻게 성실해야 하겠습니까? 답을 알려 주세요. 선생님."


아니 일은 나보다 당신이 더 잘할 것 같은데 왜 답을 알려달라는 ... 어휴 눈이 맛이 갔구만 갔어.


나는 나머지 카드들을 한데 모아 조용히 섞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수라 발발..따위의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속으로만 참는다.


적당히 카드를 섞고 혼자서 카드를 두장 뽑는다. 고객님은 왜 자신의 운명을 내 허락도 없이 들춰 보냐는 표정이다. 깜짝 놀랬구만. 내 사기는 점점 상대의 정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73번 검 왕 (King of sword) 역방향, 16번 타워 정방향. 아, 보통의 타로는 타워를 바벨탑, 신에 대한 도전의 실패 정도로 해석하지만 난 현대인 답게 건물주, 굳건, 건설, 계획, 따위의 긍정적 방향으로 해석한다. 사기도 시대에 맞춰 달라져야 하는거 아니겠어? 그게 바로 역易(바뀔 역)이지.


/실패,가난,산만한/건설,구조,계획,굳건/


대략적인 해석은 끝났다. 나는 뽑은 카드를 상대방 앞에 놔 줬다. 그리곤 말했다.


"실패, 계획."


대놓고 충격적인 단어들의 조합을 말하는 것으로 이 남자의 마음은 요동치리라. 사업가가 답을 구걸하는데 대놓고 실패를 논한다? 면상에 그대로 궁극기 박은거지 뭐.


"예?!"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을 잇는다.


"실패한 계획을 되돌아 보라는 점괘 같네요. 뭐 제가 큰 사업에 대해선 잘 모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영세하지만 개인 사업자 아니겠습니까? 사업을 하다보면 실패는 당연히 겪게 되죠. 그 실패에 따라 자신의 행동 방침도 조금씩은 바뀌구요."


남자는 정신적 데미지가 해소가 안되었는지 그저 듣고만 있는다.


"지금은 허영이 조금 끼어 있으시고, 과거엔 성실하셨지만 지금은 부하직원에게 조금씩 일들을 미루고 자신은 놀 궁리를 하신다고 하셨죠? 일에 대한 열정이, 초심이 지금과 같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과거에 조금씩 있어왔던 조금씩은 실패한 계획들의 누적이, 사장님을 조금은 소심하게 만들어 버린게 아닐까요?"


이내 고갱님은 풀린 눈으로 '예예'하며 내말을 경청한다.


"실패의 경험을 이겨내는 꽤 좋은 방법은 성공의 경험을 조금씩 누적시키는 것 같습니다. 당장에 사장으로 큰 계획들을 성공시키려는 것은 자기 사업체와 사장님 자신을 학대하는 일일테지요. 하지만 직원에게 미루지 않고 사장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선 조금 관심을 가지고 그 일들을 조금씩 성공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천천히 이전의 '성실'했던 업무 태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초심을 찾는 방법은 다양할테지요."


"맞습니다. 제가 그동안 겪은 일을 정확히 꿰뚫고 있으시네요. 그렇죠, 저도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엔 열정밖에 없었죠. 성실함만이 무기였구요. 에너지 사업 하청업체라는게 결국 윗쪽 기업 사업 수주를 따오느냐 마느냐에 사업의 80퍼센트 이상이 걸려 있거든요. 그땐 졸업한 학교 인맥이니 뭐니 하면서 가진 모든 자원을 끌어다가 사업에 열정을 쏟아 부었죠."


난 머리를 이마를 짚으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끙, 에너지 사업 하청업체 운영하는 사장님이란다. 이 양반 자기도 모르게 자기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풀기 시작한다. 이해는 된다 이해는. 자기 고민을 쪽집개처럼 짚어내고 조언까지 쏙쏙 박히게 해주는 점쟁이를 보다니. 내일 빤쓰는 무슨 색깔을 입고 나가면 좋을지 까지 묻고 싶겠지. 사부한테는 그런거 까지 묻는 놈도 있었다. 그때 사부, 아니 그놈이가 뭐랬더라?


'허허허. 남사스럽군요.' 따위의 말을 내뱉으며 산통(점치는 도구를 담는 통)에서 산가지를 주물렀던가? 아니 어떻게 하면 주역 점으로 입어야할 팬티 색깔까지 정해줄 수 있는 거야? 아직도 그 흑우, 아니 손님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상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여러모로 대단했다. 난 그렇겐 되지 말아야지.


"빤쓰는."


"예? 팬티요?"


눈 앞의 남자는 자기 팬티를 왜 묻냐는 표정으로 일어난다. 혹시 색깔이 중요한가 싶어 확인하려고 한다. 고개를 돌렸다. 으 토할거 같애. 맛이 갔다. 점쟁이한테 영혼이 저당잡혀 버려 '빤쓰는' 이러기만 해도 자동 반사적으로 확인하려 한다. 아 안사요.


"아니, 경거망동 하지 말고 앉으시고요. 제가 말이 잘못 나왔네요."


다행히 남자가 스스로 오팬무(오늘 팬티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전에 정지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나는 이내 약간은 무게를 잡고 이야기 했다.


"사업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 하시는 것은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 될겁니다. 민감한 내용을 자기도 모르게 말할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이런 부분에선 내담자분의 비밀을 지켜드리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 비밀을 지키시기 위해 조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더라도 점은 충분히 잘 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당신의 이름도, 사업체명도 알고싶지 않다. 우리는 그저 오늘 밤의 원 나이.. 아니 원 테이블 스탠드로 그저 이 점집 테이블에서 점괘나 봐주고 적당히 헤어지면 좋을것 같다. 다시 찾아 오기 보다는 그냥 주변에 좋은 점집 있다고 소문이나 내줘. 민감한 내용은 점쟁이한테 피곤한 일이다. 큰 공사, 억소리나는 굿판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정보를 집요하게 캐긴 한다만.


"예, 맞습니다. 말씀 해주신대로 실패한 계획들에서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해낼 수 있는 업무들부터 제 스스로 맡아야겠군요. 대충 짬 때린 일이 많기도 하네요 생각해보니. 사업에 성실한 태도로 임하면 좋지 않은 마음들도 정화될 것 같습니다.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허어, 무슨 말을 해도 들을 것 같다. 뭐, 이런 상태에선 좋은 말 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여기까지 오는게 어렵지, 여기서 어렵게 생각할 필욘 없을테다.


연신 자기 앞에 놓인 카드들의 키워드들을 읽는다. 지금 이 세상이 자기에게 어떤 점괘를 주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계속해서 자기세뇌를 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그림조각만 붙어 있고, 점술사만 그 상징을 해석할 수 있으면 이런식으로 자기세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카드 앞면에 대략적인 의미를 써두는 것은 내 해석에도 편하고, 점괘가 맞아 들어갔을 경우, 내담자 스스로 그 점괘의 키워드를 반복해서 인식하며 스스로 주문을 건다. 꽤 효과적인 방식이다.


"허영을 버리고, 성실함, 자신감, 허영을 버리고, 성실함, 자신감..."


어으 맛이 제대로 갔구만. 계속 혼자 중얼거린다. 놔둬 보자. 어디까지 가는지.


"저기 근데 선생님."


끙 나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한테 선생님 소리 듣는건 꽤 힘들다. 그래도 점괘가 잘 나올 경우엔 견뎌야 하는 황족 사기꾼의 숙명이겠지.


"예, 말씀하세요."


"성실함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구요. 자신감은 혹시..."


고객님은 남은 카드 뭉치를 빤히 쳐다본다. 얼른 한번 더 신기를 끌어모아 자신을 전율케 할 점괘를 보여달라는 눈치다. 이자식 이거 중독됐구만.


"으음..."


난 가만히 턱을 괴고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 역시, 이런 말씀을 듣는 데 저도 눈치가 참."


남자는 유쾌하게 웃으며 가방 안쪽으로 손을 넣어 지갑을 꺼내려 한다. 요즘엔 잘 못보던 조금 큰 지갑 사이즈다. 장지갑이라 하던가 저런걸.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남자는 내 말에 지갑을 다시 가방 안으로 떨어뜨린다.


"예?"


아니, 아니 지갑을 다시 넣으란게 아니라. 하 , 이 양반이.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 꽤 도움이 되는 점괘가 연속적으로 나온것 같아 저도 참 기분이 좋네요."


"예, 정말 제 사업 마인드, 상태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셨습니다. 성실함을 회복할 방법도 제대로 진단하셨구요."


진단이라니 난 으사가 아닌데.


"허영을 극복하시고, 자신감을 회복하실 방법은."


어후 일단 천천히 생각해보자. 뭐라고 이빨을 털어야하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로 봐드립니다 혼자만 질문을 생각하시고 '저요'라고 쓰셔도 되고 연애/학업/커리어/직업/ 등등 카테고리를 알려주시거나,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셔도 됩니다. 나쁜 점괘는 한귀로 흘리십쇼 재미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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