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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사이비 점술가는 잘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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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29 14:25
최근연재일 :
2022.10.06 17:18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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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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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34,860

작성
22.09.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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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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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부적과 스팸문자

DUMMY

"감사합니다 선생님, 혹시 부적도 살 수 있을까요?"


타로점에서 무슨 부적이냐고? 난 판다. 어렸을때부터 배워온게 이딴거라서. 뭐, 상담료만큼 이쪽이 수입도 괜찮다.


"어떤 부적요?"


내 점집엔 부적이 두 종류 있다. 간단하게 오분 내에 그릴 수 있는 간단한 부적. 그림으로 치면 크로키 같은 거겠지. 이건 사만원이다. 다음은 일이 끝난 후 집에 가서 조금 시간을 들여 쓰는 부적. 십이만원짜리다. 아무래도 들어가는 시간 때문에 퀄리티가 조금 다르다. 집 주소로 보내주던가, 찾으러 다음에 온다고 한다. 부적 까지 가면 결제는 선불이다. 그려놓고 안찾으러 오면 낭패잖아.


준비된 책자를 펴서 설명을 해준다. 예전에 그렸던 부적들 사진 찍어 놓은 놈들이다. 물론 실제로 내담자(고객)한테 주는 경우엔 사진 찍지 않는다. 부적은 투명한 카드케이스에 담아 주거나 내용을 남한테 보여 기가 뺏기는게 싫다는 사람에겐 어두운 카드 케이스도 있다.


아, 시대가 바뀌면서 부적 사이즈에 변화가 있었다. 휴대폰 뒤에 카드 지갑 조그맣게 하고 다니는거 알지? 그래서 부적의 가로폭을 딱 카드의 긴쪽 폭과 맞췄다. 신용카드가 5cm x 8.5cm 가 사이즈니까 부적의 가로길이는 8.5cm다.


세로길이는 여기서 1.6을 곱한 13.6cm다. 이러면 황금비란다. 또 신비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이런 이야기 좋아하더라고. 0.6까지 쟀냐고? 날한번 잡아서 문서 재단기에다가 한꺼번에 사이즈 맞춰서 잘라 두면 된다. 작두질까지 해댔으니 난 꽤 성실한 점술가 아닐까? 음, 사기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고말고.


이런식으로 8.5cmx13.6cm의 부적 사이즈로 해버리면, 부적을 잘 접으면 카드 케이스 안에 꼭 맞게 들어간다. 휴대폰 뒷 카드 지갑, 일반 지갑의 카드 홈, 호환이 되는 사이즈다 보니 반응이 좋다. 아예 5x8.5 사이즈, 그냥 일반 신용카드 사이즈로 그려달라 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정교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귀찮아 돈을 더받자니 사이즈가 작아 뭔가 상도덕이 없는것 같다. 뭐 그정도는 맞춰준다.


부적들을 살펴본 고객님은 사만원짜리 즉석부적과 십이만원짜리 모두 주문한다. 택배로도 보내주는데, 모레 찾으러 온단다. 오늘이 금요일, 내일이 토요일이네. 택배로 받으면 아마 화요일쯤 받게 되니 직접 찾아 온단다.


이제 창작의 영역이다. 다시 그녀가 뽑은 카드를 확인한다. 행맨 역방향, 죽음 정방향. 아들이 얼른 낫고 앞으로 하는 일이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이 강한 부모. 좋아. 회복과 창창한 앞날을 기원하니 초록색이 좋겠다. 부적은 노란색에 빨간 글씨가 국룰 아니냐고? 질좋은 여러 색 부적이 가능한데 왜 한색깔만 고집 해야겠는가. 다 시대에 맞게 사기를 치는거지.


그리곤 그리는 도구를 꺼낸다. 부적은 통상적으론 경면주사라고, 붉은색 돌가루들을 잉크처럼 뽑아내 쓰는 것이다. 근데 그거 아는가? 경면주사란 놈은 수은 황 화합물이다. 당연히 독극물이다. 옛날엔 이게 무슨 성분이고 뭔지 잘 모르는데 색깔은 일단 눈에 띄는 색이고 신비한 재료 취급을 해서 부적으로 썼나본데, 이시대에 수은과 황 화합물이 웬말인가.


독이다 독. 괜히 안좋은 성분 고객한테 팔았다가 뭐 피부가 상했니 애기가 멋모르고 씹었다가 탈이 났니 하는 소리 듣기 싫기도 하고, 예전엔 성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없어 사용 되었던거지, 지금에 와서 그리기 좋은 소재들이 많은데 굳이 그거 써야 하는가? 싫다. 물론 그램당 가격이 비싸서 그런건 절대 아니다. 절대.


결국 부적은 그것으로 고객님의 마음이 좋아지는 것이 목적 아닌가? 그럼 색깔도 좀 다양하게 할겸 시중에 나와있는 좋은 도구들을 쓴다. 다양한 색깔의 파스텔, 붓펜, 색연필 등을 꺼낸다. 고객님은 놀라는 편이다. 무슨 부적을 이런 도구로 그리냐는 표정이다. 몰라 근데 그렇게 그려주는걸 좋아하던데? 자리에 앉아서 빠르게 그릴 수 있는 도구는 이놈들이 좋다. 물감같은걸 쓰면 물 튀어 지저분해지고, 시간도 오래걸린다.


난 사부, 아니 그 인간 밑에서 사는 동안 꽤 다양한 부적을 봤고, 동양화도 배우고 부적도 그려 보고 별거 다해봤다. 부적 잘그리려면 미술도 도움 될거라며 미술학원도 보냈었다. 운좋게도 성인반을 위한 수묵화, 간단한 서예, 서양화, 입시미술을 다 하는 학원이었다. 학원 원장이 좋게 봐줘서 이것저것 다 가르쳐 줬었다. 음, 고마운 은사님이시지.


덕분에 그림의 재능은 탁월하진 않지만, 적당히 원하는 모양을 그려낼 수는 있다. 초록색 종이 위, 일단 주황과 노란색으로 아침이 밝아오는 밝은 느낌의 빛감을 준다. 뭐, 앞날이 창창하길 기원하는 것 아니겠나?


파스텔질을 마무리하고 적당히 후후 불어 가루를 털어낸다. 그 뒤 조금 굵은 붓펜으로 빠르게 행맨을 그린다. 행맨은 처형대 위에 남자가 발이 걸려있는 모습이다. 행맨 정방향은 남자의 발이 하늘을 향하고 머리가 아래에 있는 형태다. 행맨 역방향을 뽑은 케이스기 때문에 그 상징을 뒤집어 본다.


처형대 아래에 남자는 무릎을 꿇고 손과 발에 묶인 밧줄을 풀려고 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러면 대충 행맨 역방향이란 의미가 들어간 거다. 아니 오분짜리 그림에 뭘 바라는가. 그 뒤 해골이 칼을들고 행맨의 밧줄을 끊어주는 듯한 그림을 그린다. 이러면 데스, 죽음 정방향이 행맨의 고통을 해소시켜 주는 듯한 그림 구도가 완성이다.


색연필로 나머지 부분을 디테일하게 적당히 채색해준다. 모든 채색을 하려면 작업량도 많기 때문에 포인트만 강조한다. 완성되는 그림은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음 미술 배워두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사기가 그럴싸해지지 않는가?


그림을 후후 불어 마무리 한다. 앞면이 완성되었으니 그림을 뒤집어 빈공간을 본다. 간단한 글귀를 써주면 또 좋아한다. 부적은 고객님의 염원이 담기는 것 아니겠는가? 그들의 염원이 잘 이루어 지길 간단한 문장으로 빌어준다.


'고생의 죽음, 억울함의 파괴. 고난과 억울한 일들이 해소되고 앞으로 밝은 미래가 동진이에게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라고 만년필로 부적의 오른쪽에 위에서 아래로, 멋진 필기체로 문장을 써준다. 이런 때에는 그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쓰면 부적의 맛이 덜하다. 괜히 위에서 아래로 쓴다. 사기는 그럴싸 해보일수록 돈이 된다.


그리고 왼쪽엔 다시 붓펜을 꺼내 서예 배웠던 솜씨로 기원을 한자로 큼지막하게 써준다. 祈願, 완성이다. 시간을 보니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오분 좀 넘게 썼나? 이만하면 괜찮다. 다시 후후 불어 잉크를 말리고 투명한 케이스에 부적을 넣어준다. 네모난 사면중 한면만 뚫려 있는 형태의 코팅/보관용 케이스다.



"요즘은 부적을 살짝 접어서 카드지갑에도 많이 넣고 다니시더라구요."


취향에 맞는 보관 방법도 알려준다.


"아뇨, 아뇨. 우리 아들 부적인데 어떻게 접어 다녀요. 이렇게 보관하는 것도 주시니 집에 그대로 두려구요. 혹시 아들 자는 침대 밑에 둬도 좋나요?"


음, 부적을 베게 밑에 두고 잔다던가 하는 것은 꽤나 유서 깊은 방식이지. 편한대로 하게 해두자.


"마음이 가시는대로 하는게 좋아요. 구겨지는게 싫으시면 그냥 찬장 같은데 두셔도 되고, 조금 더 붙어 있는게 좋으시면 베게 밑이나 가방안에 들고 다니셔도 좋고 뭐. 쓰시는 분 마음에 달렸죠."


일단은 하고싶은대로 하라는 말을 해주자.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혹시 아들 공부 운이나 아니면 진로 운같은 점괘를 볼 수는...? 혹시 추가 시간 결제도 카드로 되나요?"


동진이 엄마는 한쪽에 있는 카드기계를 보고 말한다.


음. 카드 된다. 카드를 직접 받아서 직접 긁는 것 보다는 요즘엔 내가 가격을 입력하면 고객님이 꽂아서 결제를 완료하는 기계가 있어 최소한의 신비감을...지키진 못하고 그냥 타협하며 살고 있다. 후, 현금이 좋은데 말이야.


카드 결제 여부를 떠나 이번 점괘는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점괘는 여기서 그만 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아니, 왜요?"


"이미 동진이게 좋은 점괘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운이라는 것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지만, 인간이 하기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이미 좋은 운을 하늘이 내려줬으니, 그 디테일은 인간인 우리들이 잘 채워놓고 또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일단은 동진이 한테 닥친 악운, 육체적으로 마음적으로 다친 것을 회복하는데 집중을 하시지요. 나중에 또 상담이 필요하시면 그때 오셔서 다른 이야기를 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인간이 자기 자신을 꽤 혐오하게 되는 경우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자신의 부모 또는 스승의 고약한 버릇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내 자신이 당황스럽다. 내가 싫어하는 레퍼토리를 나도 모르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젠장 이래서 좋은걸 보고 자랐어야 하는데.


뭐 일단은 좋게 생각하자. 이런 상담이란 것은 결국에 끝인상이 중요한법 아니겠는가? 괜히 점 몇개 더본다고 안좋은 끝인상으로 나가는 것보다, 이런 좋은 점괘가 나왔을 때 그 여운을 가지고 가면 자연스레 주변에 입소문도 내주고 다른 고객들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 고객이 아니라 오래가는 고객이 좋은법이지, 암.


"...네."


음 완전히 설득 되었군. 주변에 얼마나 용한 카드쟁이가 있는지 설파해주길 빈다.


이내 동진이 엄마는 이틀 뒤 부적을 찾으러 오겠노라 말하며 나갔다. 혼자 있는 시간이다. 뭐 할 일도 없는데 미뤄놓은 부적이나 그려야지. 싶은데 문자가 온다. 요즘따라 자주 오는 스팸 문자다.


-정기복님의 개짓거리에 <거짓>의 악마가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거짓>의 악마는 기복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순수>의 천신이 놀라 저긴 안된다라며 말리고 있습니다. <순수>는 기복을 자신의 편으로 오라 제안합니다!


이번에 <거짓>을 선택하고 싶다면 : [링크클릭]

이번에 <순수>를 선택하고 싶다면 : [링크클릭]


내 이름이 정기복인건 어떻게 알고 이름까지 언급하며 사기를 치는 문자가 온다. 링크를 클릭하면 무슨 정보를 입력하라면서 돈이나 빼가는 나쁜놈들이겠지. 쯧, 사기치긴 글러 먹었구만. 무슨 검사니 형사니 사칭하는 피싱문자도 아니고, 악마와 천신을 사칭해 문자를 보내냐.


근데 일단 추가정보만 입력 안하면 되는거 아니야? 링크 클릭하면 무슨 개소리를 써놨을지 조금은 궁금해졌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로 봐드립니다 혼자만 질문을 생각하시고 '저요'라고 쓰셔도 되고 연애/학업/커리어/직업/ 등등 카테고리를 알려주시거나,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셔도 됩니다. 나쁜 점괘는 한귀로 흘리십쇼 재미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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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부적과 스팸문자 +2 22.09.30 83 1 11쪽
1 1화 사기꾼. +4 22.09.29 12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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