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hy are many Koreans coming here?(한국인은 여길 왜 그렇게 많이 오는 거야
생각 못 한 질문이었다. 아니 도리어 내가 더 궁금했다.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이 길의 대부분은 유럽인이다. 대충 인근 유럽인의 비중이 반 이상이라고 하면 그다음은 한국인이다. 듣기로 이곳을 찾는 이들의 국가 순위를 따졌을 때 한국이 5~6위 정도 된다고 한다. 도대체 왜? 어떻게? 한국에 30년 동안 살면서 산티아고, 카미노라 불리는 이곳을 알게 된 게 불과 3달 전인데 다들 어떻게 알고 오는지도 신기하다.
휴식을 위해 마을 식수대 주변에 둘러앉은 일행을 덥수룩한 수염에 인상 좋은 할아버지의 시선이 다가왔다. 짧은 인사와 함께 현관문에 기대어 우리에게 향하는 시선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알베르게였다. 마침 일정을 다시 조정하고 있던 탓에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저녁 식사와 내일 아침까지 제공되는 16유로의 돈은 확실히 부담되지만 이제 며칠 후면 헤어질 일행들의 선택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
“Why are many Koreans coming here?”
우리 일행 외 이곳에 묵게 된 또 한 명의 백인 여자 순례자의 질문이다. 여건상 한 번에 걸을 수 없기에 시간이 될 때마다 며칠씩 걷고 있다던 여자는 한국인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계속 궁금했던지 저녁 식사 중간에 불쑥 질문을 던졌다. 수정의 통역을 통해 질문을 알아들었지만 나를 포함해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 네 명조차도 각자 이곳을 찾은 이유가 다른데 다른 이들의 생각을 어찌 알 수 있으랴. 그런데 일행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맏이의 책임을 다하라는 듯 대답을 재촉하는 눈빛을 보냈다.
이 길을 걸으면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던 수정, 신기하고 새로운 여행에 흥미를 느낀 루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용식 형님, 이유를 듣지 못한 사비나 아주머니, 다시 태어나면 피레네의 소나 양이 되고 싶다던 정수, 그리고 나······.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이게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바쁘게 살아요. 여유를 즐길 줄도 모르고요. 그런데 이곳에 와보니 하는 일은 지극히 단순했어요. 아침 일어나서 걷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휴식과 정비를 하고 잔다. 이 단순함이, 단조로움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 때문이 아닐까요? 비록 굉장히 먼 곳이지만 일상이 녹아있는 환경이 아닌 전혀 다른 환경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의 여유를 찾고 싶은 게 아닐까요? 모르겠어요. 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왔거든요.”
통역하는 준영도 가만히 듣고 있던 수정과 루다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완전한 공감 때문은 아니리라. 고민하던 문제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한 답이었으니 논리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은 대답이었다. 더군다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 목적과도 다른 대답이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문화에 대한 인정인지 백인 여자는 준영의 통역 끝에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진짜 한국 사람들은 여길 왜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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