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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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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1.새로운 세상의로의 초대

경기도 이천의 한 반도체공장.


“수고하셨습니다.”


클린룸에서 나온 수현은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빠르게 환복 한 뒤 출퇴근체크기에 엄지를 갖다댔다.


“띠링- 퇴근체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계음이 몇번 울리는 것을 확인 하고 밖으로 나가던 그는 사무실에서 팀원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


역시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신경쓰지 않는다. 하루이틀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사무실을 나왔다.


‘띠링 띠리링’


곧장 원룸으로 직행 한 그는 빠르게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가 매트리스에 몸을 던졌다.


‘휴 지루하다.’


천장을 잠시 응시하던 그는 문득 생각난듯 바닥에 굴러다니는 통장 하나를 집어들었다.


‘6100만원. 많이도 모았구만. 하긴 자취방 회사 무한반복 이었으니..’


“이제 그만둘 때가 된건가? 이번에 그만두면 무슨 게임을 해볼까?”


<다가올 세상을 준비하라!>


“헉!”


순간 그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뭐...뭐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소리의 진원지를 찾다가 자신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그는 소리를 질렀다.


“으...으아아아악!!”


--


어젯밤 일이 꿈결같이 느껴졌다. 결국 한숨도 못잔 수현은 삐그덕거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켠 그는 초록색 포털사이트의 메인에 등록된 한 베너를 보고 의아해했다.


“응?”


<뉴월드로의 여행>


밑도 끝도 없이 단 한줄만 올라와 있는 배너는 사람의 원초적인 궁금증을 자극하였고 이내 배너를 꾹 누른 그는 칼럼 형식으로 되어 있는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 다가올 세상을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 장난스럽게 뉴월드 접속이라는 단어를 내뱉자마자 나의 영혼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빛처럼 어느 한 곳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굉장했다! 그곳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만큼이나 대단한 경험이었고 또 과학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후 내용은 감탄사가 절반에 새로운 대륙에 대한 내용이 절반이었다. 그는 도중에 읽는것을 그만두고 피식 웃었다.


“무슨 공상만화도 아니고.. 뉴월드 접속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그 때 그의 시야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는 지하철과 무표정한 얼굴로 지하철을 타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진다. 몸은 마치 물이 하수구를 향해 빨려들어가는듯 했다. 동시에 시야가 암전되며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알 수 없는 공포에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눈을 꼭 감았던 수현은 잠시 후 압박감이 사라지자 슬그머니 눈을 떠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어제와 같은 비명을 질렀다.


“으...으아아아악!!!아아아!! 아아….아?”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지하철이었는데..? 당황스러운 감정이 온 몸을 잠식했다. 그는 곧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젠장! 어떻게 나가는거지? 탈출! 접속해제! 로그아웃! 뉴월드 접속해재!”


‘핑-’


곧 다시 전과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며 시야가 어두워졌다.


“아저씨 괜찮아요? 무슨 지병 같은거 있어요?”


한 아주머니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눈을 뜬 수현은 자신이 지금 지하철 바닥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아니에요. 잠깐 현기증이 나서… 괜찮으니 전 이만..”


급히 물건을 챙기고 자리를 뜨기 위해 다음 역에서 내리며 화장실 칸에 들어간 후 그는 한숨을 내쉬다가 급히 아까 봤던 칼럼을 다시 한번 정독하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이 현상을 겪고 난 다음 현실 세계로 왔을 때 난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처럼 내 몸이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후 제대로 준비를 한 뒤 재 접속을 시도했을 때 난 처음과 같은 느낌을 받았고 정상적으로 뉴월드에 접속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빠르게 칼럼을 읽어내리다가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머리를 짚었다.


“이….이거 꿈인가?”


무심코 중얼거리며 오른쪽 볼을 손가락으로 강하게 꼬집어 봤다.


“윽… 아프구나.”


비로소 현실인 것을 인지한 뒤에도 한동안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고 조금씩 피어나는 미소를 느끼며 점차 환희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가상현실이라니… 신이 내린 선물이겠지? 그렇겠지? 크크크크크크”


실실거리며 웃음을 흘리던 수현은 확실한 사실확인을 위해 휴대폰으로 각종커뮤니티 사이트와 외국사이트까지 접속하며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칼럼니스트와 자신만 겪은 일이 아니라 실제로 모든사람들을 통해 진행 중인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한번 환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건 신이 주신 기회다. 이 기회는 꼭 잡아야 해.”


그는 급히 크로스백 가방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사직서를 꺼내 움켜쥐었다. 어차피 하려고 했던 퇴직이었지만 이렇게 빠르게 그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일단 회사부터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고 집으로 가서 정보를 더 모아야겠어.’


화장실을 나온 수현은 지하철 내에 설치된 TV에서 ‘특보! 뉴월드 가상현실세계 신의부름에 응답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주제로 방송되고 있는 뉴스를 볼 수 있었다.


--


“뭐?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만둔다고 하면 어떻게 해?”

영진그룹의 반도체라인 제2소장인 조희범소장은 수현의 갑작스러운 퇴사요청에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그를 설득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수현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너 갑자기 이렇게 그만두면 같이 일하던 애들 힘들어서 어떻게 하냐..”


희범의 말에 수현은 작게 웃었다. 그는 조희범 소장에게 악감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처음 일을 배울 때 자신의 사수였고 커피도 자주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친한 편에 가까웠다.


“희범이형. 형 마음은 잘 아는데 형도 알잖아요. 이건 절호의 기회예요. 소장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형동생 사이에서 생각해봐요. 제가 언제 게임에서 흰소리 한 적 있나요? 이건 인간이 만든 기회가 아니라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과 같은 거라구요. 지금 회사 따위를 다닐 때가 아니에요.”


희범은 모바일게임 중독자다. 타이쿤류 게임을 6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플레이하는 모습이 수현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었다.


“뉴월드… 나도 접속해 봤는데 진짜 세상을 바꿀만 해 보이긴 하더라. 알아 아는데. 아직 확실한 세상도 아니고… 나도 들어가 봤는데 너무 초창기라 막막하기만 하더라고..”


“형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직 잘 못 정하시겠지만 나중에 두고보세요. 먼저 시작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도 희범이 당장 뉴월드를 시작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7년만에 반도체공장 2소장을 달 정도의 능력. 더군다나 그는 2년 전 결혼해 슬하에 돌이 갓 지난 딸까지 있었다.


“....”


원래 사직서만 넣고 가려고 했지만 희범의 게임성향을 마음에 두고 있던 수현은 어느새 희범을 설득하고 있었다.


“아무튼 잘 생각해 보시고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회사에는 잘 말해주시고.”


“어… 어 그래.. 야 잠깐만 이자식아! 그냥 가면 어떻게 하냐! 팀원들한테 인사라도 하고 가야지!”


“아이 뭐 사이 안 좋은거 알면서 그러세요.”


실제로 수현은 처음 들어오자마자 사장라인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소문 때문에 초반에 왕따를 당했었다. 그때는 자신이 왜 이런 대우를 받는지 몰랐고 억울했지만, 수습기간이 지났을 때 희범이형의 말을 듣고 나서야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정치파벌의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을…


사원급 직원 중 가장 고참이었던 재범이라는 형이 자신의 파벌이 아닌 희범과 친하게 지내는 수현의 모습을 보았고, 자신의 라인 사람들을 시켜 수현을 고립시킨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단지 사수와 말 몇마디 한 것으로 자신을 왕따시킨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부터 일부러 그들과 충돌하며 더욱 더 희범을 따랐고 희범은 그런 그를 어느정도 두둔해 주었다. 물론 본사에서 인정받는 희범이라는 라인은 그를 왕따에서 지켜주는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 주었기에 지금까지 특별한 일 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


“휴.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너 남은 휴가가 꽤 되지? 나머지 휴가 유급무급 합쳐서 본사에 올려놓을게. 그래도 이번달 월급까지는 받을 수 있을거 같네.”


“고마워요 형. 나중에 꼭 연락해요!”


홀가분하게 일처리를 마친 수현은 엘리베이터의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띵-’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반사적으로 문 안을 쳐다 본 그는 왠만하면 마주치지 말았으면 하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이- 이수현. 라인 들어갔다 온거냐? 왜 사무실에서 나오냐? 지금 너 타임 아닌걸로 아는데?”


그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을 느끼며 미간을 주물렀다.


“이제 라인 들어 갈 일 없습니다.”


“뭔소리야?”


“그만뒀으니까.”


그의 말에 재범이 코웃음을 쳤다.


“하? 뭔 개소리야. 어제까지 잘 다니던 놈이 오늘 퇴사처리가 된다고?”


“소장님께 유급무급 휴가 합쳐서 처리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담담하게 말하며 재범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그의 어깨를 잡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밀치는 재범의 행동에 다시 밖으로 밀려났다.


“미친새끼가.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너 나가면 니 공백은 우리가 다 메꿔야 하는데 미안하지도 않아? 너 사람새끼라면 이런 생각 못했을 텐데. 하. 이새끼 평소에 하는 행동을 유심히 봐왔는데 이제야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구만.”


거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 그는 어깨에 고정된 재범의 손을 탁 하고 밀쳤다. 184cm의 수현보다 반뼘정도 작은 재범이었기에 황당해하는 재범을 내려다보던 수현이 말했다.


“이제 선후임도 아니니 그렇게 꼽주지 마시고. 그리고 말은 바로 하시죠. 내가 나가서 우리가 힘든 게 아니라 형 빼고 다른 사람들이 힘든 거겠죠. 형 일 안하잖아요?”


“뭐? 이새끼가.”


실제로 재범은 소장인 희범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소장이 할 일인 작업인원분배를 자기 마음대로 처리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은 현장관리라는 명목 하에 빠지기 일쑤였고. 희범은 그런 재범의 행동을 알면서도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억지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


수현의 말에 열이 받는지 밀쳐졌던 재범의 손이 다시 그의 멱살로 향했다.


그 때 그의 옆에 있던 철호가 둘 사이를 막아서며 말렸다.


“워워. 형 그만해요. 그렇게 말했으면 수현이도 알아들었을 거야. 수현아 너도 말이 좀 심하니까 참고.”


철호는 평소 재범의 오른팔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각종특혜를 받는 그의 측근이다. 190cm의 키에 120kg을 육박하는 덩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움츠러들게 하였기에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잠시 철호를 바라본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반박하려 했지만 마치 철호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재범이 먼저 말했다.


“그래 씨발. 애새끼가 뭘 알겠냐. 야 너 긴급사직은 회사에서도 딴지 걸려면 얼마든지 걸 수 있다는 걸 모르나본데 상황파악 잘 하고 다니는게 좋을 거다. 잘 됐네. 앞으로 이 회사에서 니새끼 얼굴 안봐도 되니까 말이야.”


미간을 좁히며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재범은 어깨를 으쓱인 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앞으로 얼굴 보지 말자 씹새야.”


“후…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끝까지 상소리가 나가려는 걸 억지로 참으며 멀어지는 재범의 모습을 보며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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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일상 | 1.새로운 세상의로의 초대 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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