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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님의 서재입니다.

대영천하, 조선만세.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빛의화살
작품등록일 :
2021.05.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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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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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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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대기근(大饑饉) 12.

대영천하, 조선만세.




DUMMY

“ 일찍 출근했구만, 브라이언! 아, 좋은 아침일세. 멜린. 내 방으로 차 한 잔만 부탁하겠네. ”


더블린 소재의 부동산관리회사인 SK(Stewart & Kincaid)의 공동 대표자인 킨케이드(Joseph Kincaid)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며 회사에 들어오고 있었다. 평소 버릇대로 자신이 지나가는 동선에 있는 벽이며 책상을 가볍게 쥔 주먹으로 가볍게 탁탁 치면서 말이다.


“ 아, 오셨습니까? 킨케이드 사장님. ”


그의 요란스런 행차에 수석 에이전트인 스튜어트 맥스웰(Stewart Maxwell)이 킨케이드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곤 서류 한 장을 들고 일어나서 다가왔다. 그는 방금 전까지도 자기자리의 책상에 서류뭉치를 쌓아놓고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 아, 무슨 일 있는가? ”


외투와 모자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두며 킨케이드는 맥스웰에게 대꾸했다.


“ 기네스 양조장에서 발송한 서류에 관련한 안건 때문입니다. ”


기네스(Guinness)라면 90년 가까이 술을 빚어서 파는 유서 깊은 아일랜드의 술도가였다.


SK와는 자본 대출과 투자로 몇 번 거래를 했던 고객사이기도 했다. 설비를 증설할 때는 저리의 자금을 대출받아서 사업을 확장하고는 이익잉여금이 나면 기존의 대출금을 받는 대신 그 돈을 SK에 신탁시켜서 좋은 투자처를 찾는 식으로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거기 사장은 정말 감각이 좋은 사업가였다. 그래서인지 맥주 맛도 좋아서 잘 팔리는 탓도 있기는 했지만, 다른 경쟁자에 비해서 회사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좋은 거래 상대였다. 덕분에 고객사와 함께 SK도 더불어 성장하고 있었다.



“ 뭐라고 적혀있던가? ”


“ 기네스에서 지난 결산 때 발생한 이익 잉여금중 이천 파운드를 따로 빼내어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물론 적당한 유망 투자처가 있다면 이라는는 전제가 붙어있기는 합니다만. ”


그렇게 말하고는 맥스웰은 기네스에서 보내온 서류를 킨케이드에게 내밀었다. 킨케이드는 그 서류를 받아들고는 중얼거렸다.


“ 기근 때문에 아일랜드 전체가 난리인데, 술도가는 돈을 갈퀴로 긁고 있군 그래? ······, 이렇게 많이 벌어들이면 빈민 구호자금이라도 좀 넉넉하게 기부를 할 것이지. 쯧. ”


아일랜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설계 없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 술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기네스의 투자 의향서를 계속 읽어가는 킨케이드였다.


“ 어떻게 회신할까요? ”


“ 일단 응하도록 해. 공공사업이 발주되면 큰 이익이 될 수 있으니 말야. 그때를 위해서라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야 되니까 기네스 말고도 자금여력이 있는 자본주들에게도 연락을 모두 보내놓고 말일세. ”


자신이 SK의 대표로 재직 중인 것과는 별개로 더블린-벨파스트 노선을 운영하는 여객철도회사의 임원이기도 한 킨케이드였다. 그는 기근사태로 발생한 대규모 기아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목표로 아일랜드 내륙철도부설 계획이 수립되었다는 정부쪽에서 흘러들어온 정보를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마도 낙후된 아일랜드 중서부에 추가적인 노선이 증설될 것이고, 서부 해안 쪽의 항구들도 확충될 가능성이 있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업발주를 할 때 경쟁자들과 싸우려면 충분한 자본이 확보되어야 했다. 기네스의 이익잉여금은 그 때를 위한 좋은 실탄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킨케이드 대표는 맥스웰이 내민 서류를 직접 받아들고는 눈으로 재빨리 훑어 읽었다. 혹시 있을 추가적인 지시를 기다리는지 맥스웰은 킨케이드의 책상 앞에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가 기다리는 것을 눈치 챈 킨케이드는 갑자기 생각난 일에 대해 질문했다.


“ 아, 저번에 내가 지시한 것은 어떻게 처리되었나? ”


“ 어떤 것 말씀이시죠? 아시다시피 워낙에 지시하신 일이 많아서 저번에 라고 말씀하시면 무엇인지 모릅니다. ”


SK는 부동산 관리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유수의 투자관리회사이기도 했다. 우편을 통해 회사로 송달되는 서류만 해도 하루에 300~400 여 통 이상이었다. 일이 넘쳐나는 잘 나가는 회사에서 업무에 관련하여 이렇게 앞뒤 자르고 말하면 맥스웰로서는 난감할 뿐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많은 일에 치여 사는 킨케이드였기에 이, 그, 저로 일단 말을 꺼내기 일쑤였다. 일단 말을 꺼내놓고 정리하는 그의 일처리 방식에 직원들은 그가 없을 때에 뒷담화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했다.


“ 어 ···, 그것 말일세. 그것 말이야. 아, 우리 회사에서 관리하는 농장에 파견한 농업지도원들이 요청한 건에 대해서 말일세. ”


킨케이드는 SK의 사업이 영속하려면 아일랜드 사람들이 충분한 구매력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토지신탁을 맡긴 의뢰인들의 농장과 부동산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고객들은 그런 경영이념을 신뢰해서 장기적으로 부동산관리계약을 맺게 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었다.


전통적인 소작방식과 유사하게 이뤄지는 아일랜드 토지신탁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택과 텃밭의 임대료를 임대인의 농장에서 노동력으로 납부하는 부동산임차인들에게 현대적인 농업방식을 지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일랜드는 브리튼-잉글랜드와 스코트랜드-에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너무나도 낙후되었다. 대부분의 거래가 화폐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브리튼 본섬에 비하여 아일랜드는 전근대적인 물물교환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더블린과 벨파스트의 대도시 주변을 제외한 아일랜드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대부분은 서로 간에 남는 물건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 사정이다 보니 주택과 식량을 일굴 토지를 임차한 임차인들이 임대료를 제공하는 방법이 파운드 화폐의 지급이 아니라 구세대의 소작농처럼 육체노동을 제공하여 임대인의 토지를 일궈주는 것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소작농은 토지의 수확물 중 일정 비율 또는 고정된 수확량을 토지주에게 납부하고 나머지를 사유(私有)하지만 현재 아일랜드에서 이뤄지는 부동산 임대차계약에서는 모든 수확물은 지주의 것이었다. 이미 지주는 임차인에게 텃밭과 주택을 임대했고 임차인은 그 대가를 대신하여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임대차계약이 이뤄지는 것은 대개 임차인들이 임대인에게 지불할 수 있는 물건이 감자 밖에 없는 형편이었지만, 지주인 임대인에게 감자는 효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분명 이것은 지주인 임대인에게도 이익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종의 사회적 의무로서 자신의 토지 또는 영지 인근의 무산자들에게 집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움막과 텃밭을 빌려주고 자신의 농장에서 노동을 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800만이나 살았다.


잉글랜드와 비교할 것도 없이 아일랜드와 형편이 비슷한 스코트랜드의 고지대와 비교해도 단위 토지당 너무 많은 노동인력이 배정되었다. 멜서스(Thomas R. Malthus)라는 국교회 성직자의 주장처럼 인구는 가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떻게든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생목숨을 그냥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킨케이드는 농업효율을 높여서 잉여생산물이 아일랜드에서도 충분히 늘어나면 잉여농산물을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화폐가 그러한 후진적인 경제체제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농업효율을 높이면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SK의 약속에도 농민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애초에 임대인의 농장에 필요한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일꾼이 배정된 탓에 효율이 안 오르는 것인지도 몰랐다. 킨케이드와 스튜어트, 두 사람의 동업자는 어떻게든 그러한 구세대의 소작방식과도 같은 부동산 임대체계에서 벗어나 잉글랜드의 공장노동자들처럼 아일랜드 농업종사자들도 임금을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해왔다.


물론 그것은 단순히 동포인 아일랜드인들 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SK와 자신의 의뢰자인 임대인의 이익 극대화와 아일랜드인의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SK는 따로 농업지도원을 고용해서 농사방법을 지도하고, 토질 개선을 위해 클로버 재배를 적극 권유했다. 몇 년 전부터는 임차인들의 텃밭의 일부에는 감자를 재배하는 토지에서 일정부분 순무 농사를 지어서 작물을 다변화하라고 적극 권유해왔다.


그 빌어먹을 임차인들이 SK의 권유만 들어 먹었어도 작년과 같은 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몸으로 임대한 텃밭이라는 이유로 그 무지한 농부들은 빈 땅이라는 빈 땅마다 전부 감자만 심어댄 끝에 수십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태를 만든 것이다. 맛은 없겠지만 그 밭의 삼분의 일이라도 순무를 심었다면 식량사정이 좀 더 나아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천주교 교회의 망할 신부들마저 SK의 권고를 자신과 스튜어트(James Robert Stewart)씨가 국교회(성공회) 신도라는 이유로 개신교도들의 음모로 몰면서 감자농사 대신 순무농사를 지으라는 권고는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선동까지 했었다.


동포들의 안위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기심 때문에 음해하는 세력들에 대해 분노가 치솟았지만, 그럼에도 동포들에 대한 자애심을 잃지 않았던 두 사람은 그런 모욕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 아, 농기구와 비료, 종자를 구해달라고 한 요청 말인가요? ”


“ 그래, 그것 말일세. ”


킨케이드는 자기 면전에서 자신을 비난하던 카톨릭 교구신부놈이 갑작스레 생각난 것 때문에 나빠진 기분을 수습하며 맥스웰에게 대답했다. 종교에 미친놈은 미친놈이고, 자신은 굶주리고 있는 가련한 동포들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 그 건은 지금 진행 중입니다. 그 외에도 그 사이에 토양개선과 배수로 정비를 다시 요청해왔습니다. ”


아직 해결되지도 못했는데, 뭔가 새로운 요구를 해오다니. 그래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농업지도원이었다. 그런 사람의 등은 확실히 밀어주는 것이 경영자의 본분이지. 킨케이드는 맥스웰을 보면서 손으로 쥐어짜는 행동을 하며 말했다.


“ 최대한 긍정적으로 처리하게나. 관련 예산안 짜서 내게 보여주고 알겠나? 동포들의 삶이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네. 대충 처리하지 말고 야무지게. ”


언제나처럼 맥스웰에게 자신이 받는 급여만큼의 값어치를 요구하는 킨케이드였다. 자애로운 마음과는 별개로 경영자라면 당연한 요구였다.


“ 예, 언제나 그렇듯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


자신의 일이 가여운 수만의 동포를 구하는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잘 아는 맥스웰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그리고 스튜어트 씨가 출근하면 내 사무실로 연락주고. ”


맥스웰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킨케이드는 책상 위에 쌓여있는 결재서류들을 펼쳐서 보며 검토를 하면서 말했다.


“ 예, 알겠습니다. ”




••••••••••••••••••••••••••••••




김병국은 쓰링과 함께 운동복을 입은 채 평소처럼 공놀이를 하기 위해서 운동장으로 나가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캐임브리지에 적응해서 잘 지내던 중 어제 윤경(런던)주재 조선예조 관원인 조병준이 보낸 우편을 받았다. 조선에 계신 주상전하께서 애란백성을 구휼하기 위하여 구휼미를 보내셨다. 부렬전에 체류하며 공부하는 조선인들은 성상전하의 뜻을 받들어 구휼에 나서야하니 학업을 일시 중단하고 애란에 구휼미를 나눠주기 위하여 윤경으로 모이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당분간 캐임브리지를 떠나서 애란에 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녀석과 공놀이도 당분간 못하게 생겼다.


“ 쓰링, 내 당분간 학우들의 공놀이에는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네. ”


“ 아니? 왜? 같이 땀 흘리며 뛰는 거 좋지 않아? 간혹 과격한 행동을 하는 녀석들 때문에 그런 거야? 그 녀석들은 내가 주의를 줄 테니 다시 생각해보지? ”


쓰링은 김병국이 풋볼 게임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니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뭔가 잘못이 있나 싶어서 물어왔다.


“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오. 우리 조선의 임금께서 하달하신 조정의 일 때문에 아일랜드로 가게 되었소. 그래서 당분간 캐임브리지를 떠나서 아일랜드에서 지내게 되었소. ”


“ 아일랜드는 무슨 일로? ”


의아한 표정으로 쓰링이 물었다. 학업 중에 뜬금없이 아무런 연고도 없을 조선인 유학생이 아일랜드로 간다고 하면 당연히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 조선임금께서 상국의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말에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한 곡식을 보내셨다고 하네. 그래서 어제 그 곡식을 이 땅에 남아있는 조선 사람들인 우리가 직접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니 아일랜드 현지로 가도록 하라는 명이 담긴 서신을 받았다네. ”


“ 아, 이런 ~ 병국이 없으면 재미없는데? 병국이 입으로는 풋볼에 흥미 없는 척 하면서 몸으로는 열심히 뛰는 모습이 아주 웃겼는데. 당분간 그 모습을 못 본다니 아쉽네? 그럼 오늘은 폐가 찢어지도록 뛰어 보자구. 하하 ”


병국이 아일랜드로 가게 된 사정을 들은 쓰링은 병국의 어깨를 툭 치면서 운동장을 향해 뛰어나갔다.


“ 내가 뛰는 모습이 웃기다니 무슨!! ”


투덜대며 그런 쓰링의 뒤를 병국도 따라서 뛰었다.


그렇게 운동장 근처로 온 둘은 먼저 와서 놀고 있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았다. 운동장에는 두 패로 나뉘어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 주변에서 뛰고 있는 학생들을 본 병국은 그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는 쓰링에게 물었다. 평소와 다른 형태로 놀고 있었다. 분명 오늘은 그동안 했던 부렬전 축국규칙을 적절히 섞어서 뛰며 그들 모두가 공통으로 뛸 규칙을 만들어가며 뛰기로 했는데, 그 모습이 그 동안 놀았던 규칙과도 매우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 아니? 저건 뭐요? 왜 저렇게 놀고 있지? ”


“ 아, 저번에 조선식 풋볼 하다가 바구니를 걷어 찬 다음에 바구니가 고정이 안 되어서 그렇다며 나무 위에 바구니를 매달았잖아? ”


쓰링은 병국의 질문에 웃으며 대답을 했다.


“ 그랬지. 바구니를 걷어차는 통에 싸움까지 났었으니 그 뒤로 나무에 매달아서 고정하기로 했잖소? 내말은 발로 차서 바구니에 넣어야지. 저렇게 하면 축국이라 할 수 없지 않은가? ”


김병국의 눈에 비친 학생들의 공놀이는 방정맞게 깡충깡충 뛰면서 공을 손으로 잡고 바구니를 향해 내 던지는 것이었다. 축국이라면 당연히 발로 차야할 것인데, 부렬전 놈들은 공을 손으로 잡는 걸 너무 좋아한다.

애초에 저렇게 하면 아예 발을 사용하지 않고 손과 팔로 공을 내던지는 것 아닌가? 다른 부렬전 축국은 그래도 공을 발로 차기라도 했는데 말이다. 저렇게 뛰면 이제는 풋볼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 아닌가?


“ 처음에는 그랬지. 그런데 나무에 매달린 바구니에 공을 발로 차 넣기가 힘들다고 아예 더 높이 매달고는 저렇게 노는 녀석들이 생겼어. 아무래도 풋볼시합을 할 만큼 모일 때까지 심심하다고 기다리는 시간동안 시간 때울 겸 저렇게 노는 게 재밌다나? 몸 풀기도 좋고. ”


“ 그래도 저러면 공이 바구니에 들어간 다음에 다시 공을 꺼내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올라가야 되지 않은가? 아무래도 손으로 잡고 팔로 던지는 만큼 자주 바구니에 공이 들어갈 텐데 말야? 안 그런가? ”


“ 하하하, 벌써 캐임브리지의 깜찍이들이 해결책을 만들었지. 잘 살펴보라고. 바구니 밑이 뚫려 있지? 나무타고 올라가는 게 번거로운 녀석들이 바구니 밑을 아예 뜯어 버렸단 말이지. 하여간 잔머리 하나는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녀석들이야. 저 바구니로 풋볼을 해도 공 꺼내려고 나무 탈 일 없으니 어쨌든 해결이지. 뭐. ”


쓰링의 말에 바구니를 살펴보니 진짜 밑이 뚫려서 공이 쉽게 빠져 나오게 만들었다.


“ 음, 그래도 공을 들고 폴짝폴짝 뛰는 것이 방정맞은 게 선비들이 할 운동은 아닌 것 같네. ”


여전히 맘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김병국은 눈 앞의 공놀이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했다.


“ 아냐, 나도 해봤는데 아주 재밌어. 그래도 역시 풋볼이 최고지만. ”


쓰링의 말에 대답은 않고, 다른 쪽 친구들이 공을 때리며 노는 것을 보며 김병국은 다시 물었다.


“ 그런데 저 쪽 친구들은 왜 공을 때리면서 놀고 있나? ”


“ 아, 저것도 먼저 번에 병국이 가르쳐 준 조선 풋볼을 변형한 건데. 병국은 발로 통통 튀기면서 게임했잖아? 그런데 발재주가 없는 친구들한테는 어려워서 같은 규칙으로 저렇게 손으로 치더라고? 대신 잡는 것은 반칙이고, 병국이 가르쳐준 대로 손으로 쳐서 상대방이 못 받아치면 이기는 거지. 저것도 은근 박력이 넘쳐서 꽤 재미있어. 병국 덕분에 풋볼을 하려면 사람이 양쪽 스무 명 이상 모아야 하잖아? 그런데 사람을 풋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을 못 모았을 때 할 놀이가 생겼다고 다들 좋아한다 말이지.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들인 캐임브리지 학생들이 노는 데에는 누구보다도 우수하다니. 걱정이야. ”


조선 축국을 가르쳐줄 때 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놓쳤을 때 지는 규칙을 저렇게 변형하다니. 확실히 저렇게 놀면 발재간이 없어도 놀 수는 있겠다. 하지만 김병국으로서야 다른 학우들보다 발재간이 좋기에 저렇게 놀면 유리할 게 없어서 좋을 게 없었다. 그런 생각까지 들자 상당히 기분이 나빠진 김병국은 한마디 더 했다.


“ 그래도 저렇게 되면 더 이상 발로 하는 축국은 아니지 않은가? ”


“ 뭐, 어때.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자자 다 모였냐? 병국이 내일 아일랜드로 간다니까 오늘 경기 빨리 끝내고, 맥주라도 마시자고. 자자 빨리 팀 짜자. ”


쓰링은 김병국의 어깨를 툭 치며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당분간 못 볼 테니 오늘 제대로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영국조선) Union Jack 휘날리며, 孔子曰.


작가의말

* 설명이 길었습니다. 최대한 대화식으로 풀어가려고 했는데, 역량이 아직 부족하네요. 죄송합니다.


* 김병국과 함께하는 스포츠조선.....이 아니라, 영국조선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왕이면 추천도 꾸욱~. 읽어주신 모든 분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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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크림반도의 조선인 17. +2 21.12.25 871 48 16쪽
185 크림반도의 조선인 16. +7 21.12.23 902 55 13쪽
184 크림반도의 조선인 15. +3 21.12.22 926 5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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