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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님의 서재입니다.

대영천하, 조선만세.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빛의화살
작품등록일 :
2021.05.31 00:07
최근연재일 :
2023.08.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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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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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대기근(大饑饉) 11.

대영천하, 조선만세.




DUMMY

“ 아, 자네. 귀리포대는 이쪽으로, 채소는 저쪽에 놓고. 자, 자,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힘차게. ”


임시로 개설된 무료급식구호소(Soup Kitchen)에서 소이어는 손뼉을 짝짝 치면서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는 러셀총리의 내각으로부터 더블린에 개설된 무료급식구호소의 책임자로 위촉된 후에 자신의 식당을 임시휴업하고는 스태프를 모두 데려왔다. 이곳의 스태프는 자원봉사자들과 정부에서 고용된 몇몇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신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자신의 직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영업시작 전에 직원들을 독려했을 때와 똑같이 이곳에서도 직접 나서서 직원들을 힘차게 독려했다.


“ 아. 워렌, 구호소 예산안은 어떻게 되었지? ”


런던에서부터 자신을 따라온 비서인 워렌(J.R. Warren)을 보자 전에 부탁해 놓은 예산안에 대해 물었다. 소이어는 브리튼 법률과 영어작문에 익숙하지 않아서 비서를 여러 명 두었다. 비서의 역할은 자신이 집필하는 서적의 영작문을 포함해서 사실상 소이어는 비서들 없이는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는 정도였다.


정부에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소이어를 이곳 더블린의 무료급식구호소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얼마나 빨랐던지 구빈원을 통한 빈민 구제를 규정한 빈민법(the Poor Law)의 적용을 일시 정지시키는 임시입법으로 임시구호법(the Temporary Relief Act)을 급하게 통과시켰다. 현재 대개의 사람들이 무료구호소법(the Soup Kitchen Act)라고 부르는 법률이었다.


덕분에 소이어가 이곳 아일랜드에서 벌이는 구호활동에 대해서 정부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유명 인사들에게서 모금한 구호기금에 개인재산을 보탠 예산만으로 운영하려던 소이어로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일 수 있게 되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예산에 대해서는 셰프의 책상에 올려놓았습니다. ”


“ 그래? 어디 한번 볼까? ”


소이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그 위에 놓인 예산안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예산안을 다 보고난 후, 그의 표정은 이내 일그러졌다.


“ 이게 뭔가? 내가 요청한 예산안의 절반 밖에 되지 않잖은가? ”


“ 예, 정부쪽에서는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다시 내려준다고 합니다만? 솔직히 ······. ”


“ 빌어먹을? 예산이 이것밖에 안되면 굶주려서 지친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먹이라는 거지. 이게 제대로 된 밥을 먹이려면 이 예산으로는 터무니없다고 ! ”


정부의 예산지원이 내려온다는 말에 세웠던 계획을 다시 짜야할 판이었다. 애초에 기부금만으로 운영할 생각이었던 그였지만, 있다고 생각해서 세웠던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할 상황이 오자 짜증이 폭발한 것이다.


식수인원을 대폭 줄이던가, 아니면 묽은 죽을 끓여서 기아난민들에게 먹이던가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로서는 ······. ”


비서인 워렌으로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별 도리 없다는 몸짓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분노를 쏟아부어봤자 런던의 높으신 분들이 정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스코트랜드 쪽도 기근 피해를 입었기에 아일랜드로 예산을 모두 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빈민법으로 조직된 구호조합이 스코틀랜드 쪽은 잘 작동되어 초동대처에 문제가 적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빈민법 시행이 늦어져서 구호조합(union)의 조직도 졸속으로 행해지고 있는데다가 아일랜드 특유의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난맥상이 보이면서 파멸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선 상태였다.


그나마 소이어에게 위안을 주는 상황은 런던에서 듣던 것보다는 이곳 더블린의 상황이 양호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일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 나선 난민들이 많이 보이기는 했다. 그래도 아직 심각하게 영양실조로 보이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위생상태도 양호해 보이는 정도였다.


“ 아니면 구호소에서 음식을 받아먹는 사람들에게서 수프 원가의 절반 정도라도 받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그들도 대가를 지불하고 먹는 것이니 당당할 수 있고, 자립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


예산 때문에 얼굴을 찌푸린 소이어를 보고는 워렌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같은 예산으로 두 배의 사람들을 먹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원가의 절반이라도 그것을 지불할 능력이 아일랜드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있다면 말이다.


“ 그건 안 돼. 돕는 것도, 장사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것밖에 더 되겠나? 그리고 아무리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해도 결국 음식을 돈을 내고 사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들만 음식을 먹게 되는 것 아닌가? ”


워렌의 의견을 듣고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소이어는 잠시 생각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자신은 벌써 아일랜드에 와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다잡은 소이어는 워렌에게 말했다.


“ 그나마 런던에서 듣던 것보다는 상황이 좋아 보이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예산을 더 확보해야해. 어떻게든 말이야. ”


“ 예, 그러면 새로 예산계획안을 작성해서 다시 제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


워렌은 소이어의 말에 다소 비관적인 어조로 다시 예산안을 작성해서 재신청하겠다는 말을 했다.


“ 알았어. 그럼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써보게나. 나도 예산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따로 알아볼 테니 말이야. ”


애꿎은 비서한테 성을 내봐야 소용없다. 소이어는 누그러진 말투로 워렌을 내보냈다.




•••••••••••••••••••




내각이 상정한 아일랜드에 정부주도로 철도와 항만 부설을 위한 안건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


당면한 기근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부실한 아일랜드 교통망의 정비와 아일랜드 빈민들의 고용을 유발시켜 경제적인 자립을 유도한다는 목표였다.


의회에서는 국채까지 발행하면서 정부주도로 그런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 물론 반대하시는 의원님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아일랜드 철도 및 항만 부설을 위한 예산의 조기집행을 위한 국채발행에 반대하시는 동료의원들의 반대는 크게 자본시장이 그런 규모의 자금조달에 적절한지에 대한 확신이 없음과 식량을 구할 수 없어 고통 받는 수백만의 아일랜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즉각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계획이 집행 되었을 때 아일랜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어온 기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


새로운 내각총리대신인 러셀은 자신의 정책발언 중 흘러내린 돋보기 때문에 원고에서 눈을 떼고 손으로 그것을 고쳐 썼다. 다시 숨을 크게 들이 마신 그는 하던 발언을 계속 했다.


“ 여러분, 재정문제가 공정하게 고려된다고 할 때, 저는 그간 우리가 경험해온 대재앙의 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의석에 앉아 있는 의원들은 물론 그 뒤에 서서 경청하고 있는 동료의원들을 향해 시선을 주고는 다시금 원고에 눈을 돌리고 계속 읽었다.


“ 만약 하원에서 아일랜드의 현존하는 고통을 완화하기 위하여 많은 예산을 선집행하기로 결심했다면, 저는 우리가 평시와 같은 방식으로 국가의 재정을 운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의회에는 금융전문가는 없지만 상황이 본질적으로 달랐을 때 결과가 같을 것이라고 추정하거나, 현재 일반 회계연도의 결과와 비교해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하원이 아일랜드 정부에서 채택해야하는 정책 시스템의 일환으로 그리고 아일랜드에 대한 정의로운 행위로서 이 제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


러셀총리의 발언에 원내 각 파벌들끼리 모여 앉거나 서있는 무리들은 서로서로 의견을 나누느라 웅성대기 시작했다.


아메리카에서부터 시작되어 유럽 전 지역에서 발생했던 감자전염병으로 인한 흉작은 브리튼제도에서 유독 심각한 사태를 초래했다. 상공업이 발전되지 못한 잉글랜드 중부지역이나 스코틀랜드의 고지대, 그리고 아일랜드 중서부지역까지.


특히나 연합법에 의해 빨리 정비된 구호조직이 제대로 작동한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의 피해지역은 심각한 사태는 모면했다는 자체 진단이 있었다.


문제는 연합왕국 체제에 가장 늦게 편입된 아일랜드에 있었다. 아직 경제체제가 융합되지 못해서, 구시대적인 제도로 운용되는 아일랜드에서는 빈민법(the Poor Law)에 의한 구호조합이나 구빈원제도도 브리튼 본섬만큼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다음에는 이제는 야당이 된 토리 보수파의 원내대표인 벤팅크(George Bentinck)가 발언을 위해 일어섰다. 그는 왼손에 자신이 발언할 내용을 적어놓은 서류를 들고서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 저는 며칠 전 아일랜드 농업신문(the Irish Farmer's Gazette)의 편집장의 제보를 아일랜드 현지로부터 전해 받았습니다. 그 정보에 의하면 비통하게도 올해도 역시 감자의 정상적인 수확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


이렇게 말을 하고는 그는 내각 각료들이 앉아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 우리 모두가 아다 시피 감자농사는 주기적으로 흉작을 반복하여 왔습니다. 그래서 총리께서는 철도와 항만의 확충이 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그것의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고, 고용유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여러 동료의원들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습니다. ”


벤팅크가 평소 익숙하지 않은 의사발언을 하는 탓인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발언을 멈췄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이 적어온 의사발언을 계속 해서 읽었다.


“ 다들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잉글랜드인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잉글랜드의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며 재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 말씀하시지만, 문제는 최초로 정책이 수립될 시점에서 정한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며, 정책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기만 하다면 재정적인 고려는 부차적인 문제가 될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재정실패일 테니 말입니다. ”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내각각료들과 그들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상공업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에게 쏘아졌다. 다시 발언을 계속하는 벤팅크.


“ 내각에서 제안한 예산안을 살펴본다면 실제적인 고용유발 효과가 너무나 미약합니다. 아일랜드에서 현지인 고용비율이 전체 규모의 20%도 안 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잉글랜드나 스코트랜드에서 벌어진 토목사업의 현지 고용유발 효과가 50%에 이르렀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관련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굶주린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정책의 수혜를 인도인이나 도버 해협을 건너온 독일인들이 받는 결과가 되는 게 말입니다. ”


숙련기술자는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 출신을, 비숙련 단순 노동직은 인도인이나 독일인들이 차지하는 양태를 비꼬는 벤팅크였다. 분명 정책의 취지는 아일랜드 인들을 고용해서 기술과 기능을 배우게 해서 산업현장에 그들의 노동력을 흡수하는 것이었지만, 현장에서는 그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고향을 떠나 허드렛일을 하는 것에 반감을 보이는 고집불통의 아일랜드인과 아일랜드인에 대하여 인종적인 편견을 가진 산업 자본가들의 선입견이 빚어낸 현상이었다.


양손을 벌려서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쳐를 취한 후 그는 계속 발언을 이어갔다.


“ 지금 당장 아일랜드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수확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때에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조정에 의해서 빈민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같은 예산이면 즉각적으로 그들을 구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는 말하고 있는 겁니다. ”


벤팅크의 발언에 공감한다는 듯 토리보수파 의원들은 서로 대화를 하면서 웅성거리거나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잠시 조용해달라는 듯 오른손을 들어서 아래로 누르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 후에 벤팅크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 아일랜드에 우리의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 노동자들에게 어설픈 동정심을 주는 대신 공평한 기회를 주고, 아일랜드 농민들에게 정직하고, 힘이 들지만 수익성 있는 일에 고용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나서 본의원은 산업, 고용, 부, 만족을 철도에 실어 나르는 자본이 효과적으로 해안으로부터 다시금 되돌아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


필내각 후반기부터 갑자기 토리 보수파의 지도자로 부상한 벤팅크.


그는 의회에 처음으로 입성한 이후 18년간 그는 의사발언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동안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인간이 벤팅크였다. 항상 경마에만 몰두해서 경마에 관한 일 아니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그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곡물법 폐지안건으로 런던 정가가 시끄러울 때부터 토리 보수파의 구심점이 되어서 필 내각을 무너뜨리더니 이제는 러셀 내각까지 무너뜨리려는 셈인지 갑작스레 부지런해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러셀은 신물이 위에서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토리보수파 원내대표인 벤팅크 의원이 발언을 마친 후 이번에는 그에 찬동하여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발언 기회를 청했다.


자신에게 발언기회가 주어지자 역시 앞선 벤팅크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그의 의사발언이 시작되었다.


“ 저는 내각에서 제시한 계획을 살펴보고, 타당성을 검토했습니다. 총리께서는 철도와 항만이 아일랜드의 척박한 지역까지 식량과 필수물자의 수송을 용이하게 만들어 18세기부터 수십 년을 단위로 반복되고 있는 흉작에 의한 기근사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토의를 하게 된 진정한 이유는 작년에 발생한 대흉작과 그로 인한 기근사태 때문입니다. ”


디즈레일리 의원은 자신이 미리 써온 원고를 넘기면서 의회에 출석한 의원들을 둘러보고는 자신의 발언을 계속 했다.


“ 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먹을 것을 구할 금전을 벌어들일 수 없어서 발생한 바로 그 사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아일랜드에서는 화폐만으로 무엇인가를 교환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파운드화폐의 유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자본가나 귀족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먹을 것이나 옷가지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물품을 가져야 합니다. ”


아일랜드의 사정에 밝지 않은 몇몇 의원들은 디즈레일리의 발언에 충격을 받은 듯 놀란 눈으로 디즈레일리의 입을 바라볼 뿐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발전했다고 자부하는 브리튼제도에서 화폐경제가 구축되지 않은 지역이 있다는 말에는 화폐라는 것을 당연히 경제의 일부분으로 알고 있었던 의원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 하지만 감자역병으로 인한 대흉작은 아일랜드의 경제를 구동시키던 그러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망가뜨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장기적인 계획을 내각에서 기근대책으로 내놓는 우를 범했습니다. 지금 아일랜드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장기계획이 아니라, 오늘 당장 먹을 수 있는 한조각의 빵이라는 것을 본의원은 다시 한 번 동료의원들께 말씀드립니다. 오늘을 살아야 미래도 있는 겁니다. ”


아일랜드 현지 특유의 물물교환체제의 한 축인 식량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그 파급은 연쇄적이었다. 소규모 지주들은 자신의 농장에서 일할 노동자들이 식량을 구하지 못해서 임금 대신 농장노동으로 대신하던 임대료(농장노동)을 받지 못하자 수확을 거둬들이지 못해서 경제적으로 곤경에 빠졌다. 굶주린 노동자들이 고된 육체노동을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 그나마도 철도와 항만부설에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필요한 인력의 50% 이상을 잉글랜드의 숙련노동자로 충당한다면 굶주린 아일랜드 사람들이 당장 먹기 위한 한조각의 빵을 살 수 있도록 부조한다는 원래의 계획에 상충하게 됩니다. ”


디즈레일리가 지적하는 것은 공공근로를 통해 아일랜드 사람들의 구매력을 높인다는 계획의 근본적인 문제점이었다.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한 아일랜드의 현실에 그런 공공발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아일랜드인의 숫자가 치명적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 이곳에 앉아계시는 의원 동료들께서는 연합왕국에서 아일랜드의 폐지가 아니라 아일랜드 사람들이 잉글랜드 사람이나 스코틀랜드 사람과 같은 연합왕국 국민이며 같은 브리튼인이라는 것을 명심하셔야 될 겁니다. ”


왕국의 양심에 비추어 차별적인 정책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잉글랜드 사람들만 그 과실을 취한다면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벌써부터 기근으로 인하여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는 보고가 많다. 아일랜드 개신교도들은 그들의 동포들로부터 배신자로 치부되고 있었다. 카톨릭 교회는 그들의 교세가 위축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바탕을 둔 노골적인 사보타쥬를 행하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사회지도층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연합법(Union Act)폐지와 연합왕국의 일개 구성원으로써의 아일랜드를 폐지하고 아일랜드왕국을 부활시키려는 분리주의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들 중 상당수는 잉글랜드에서 건너간 이민들의 후손이라는 점이었다.


“ 저는 동포의 재앙을 자신들의 정치적인, 종교적인, 그리고 분파적인 민족주의에 이용하는 것에 반대하며, 좀 더 즉각적인 조치가 아일랜드에 필요하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바입니다. ”


격정적이지는 않지만, 조용한 어조로 디즈레일리의 발언은 그렇게 끝났다.




영국조선) Union Jack 휘날리며, 孔子曰.


작가의말

* 실제로 알렉시스 소이어의 급식소에서는 절반의 가격으로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관에서는 최선을 다해 유상판매는 피하게 될 겁니다.


* 본문의 러셀 총리와 토리 보수파의 원내대표 조지 벤팅크, 젊은 잉글랜드 파벌의 디즈레일리의 의사발언은 글쓴이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기근 대책에 있어서 영국의회 의사록에 기록된 그들의 발언을 발췌, 요약, 재구성 한 겁니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도 18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비난받는 과거의 인물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 부탁드릴게요. 모두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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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크림반도의 조선인 18. +4 21.12.26 891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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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크림반도의 조선인 16. +7 21.12.23 903 55 13쪽
184 크림반도의 조선인 15. +3 21.12.22 927 5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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