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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 2018

타임리퍼 (Time leaper)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전남규
작품등록일 :
2015.08.14 20:19
최근연재일 :
2015.08.18 18:0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4,112
추천수 :
23
글자수 :
7,442

작성
15.08.18 18:00
조회
11,926
추천
225
글자
8쪽

1. 이능 개방 (2)

DUMMY

말마따나 암 말기 환자가 로또에 당첨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개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각성이고 나발이고 다 산 사람들한테나 적용되는 이야기 였다.

게이트에서 살아서 생환하지 못한다면, 스포츠카도, 예쁜 여자도, 아니면 통장에 찍힐 어마어마한 거액도, 학업을 포기하고 커피숍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여동생 수빈에게 좋은 오빠가 되는 것도 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또, 언젠가는 꼭 하고 싶던 ‘효도’도.

이내 살겠다는 의지가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꼭 살아서 돌아간다.

그래서 당했던 거 다 돌려주고, 나도 떼 돈 한 번 벌어보자. 떵떵거리면서 살 거라고.

이내 입가에 저도 모르게 득의의 미소가 차올랐다.

어떻게든 살아서 나간다.

정말 어떻게든…….


일단, 수호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숨을 길게 한 번 내쉬어 보였다.

“후…….”

본래 두려움이라는 게 날숨 한번으로 오롯이 내몰아지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한결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탄알이 바닥난 ‘글록’ 권총은 고블린의 볼록 나온 배위에 내려둔 채, 고블린이 절명하던 순간까지 손에 꼭 쥐고 있던 손도끼를 뺏어들었다.

호랑이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수호는 손에 꽉 쥐고 있던 고블린의 손도끼를 허공에 몇 번 휘둘러보았다.

숭- 숭-!

힘껏 휘두르니 바람을 가르는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아마 탄알이 바닥난 ‘글록’ 권총보다는 훨씬 더 유용한 무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발을 들였던 하급 게이트들은 대부분 일자형이었다.

그 말인 즉, 앞을 향해 쭉 내달리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게이트가 자리하고 있단 뜻.

보통 일반적인 하급 게이트의 경우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가 채 10km가 되지 않는다.

그냥 간단히 이곳을 시발점으로 삼고 앞으로 10km라면, 평균적인 성인 남성들의 시속이 5km니까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지금은 여건이 조금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우선 매복하고 있을 고블린을 주의해야 하고, 최대한 전투를 피하는 것이 능사이니 최대한 기척을 숨긴 채 이동해야 한다.

만일의 경우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으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또한 1대1이 아니라, 1대 다수의 전투가 벌어질 여지도 분명히 있다.

뭐, 그렇다보면 목숨을 잃을 여지도 분명히 존재하며 부상 탓에 이동을 지체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현실로 귀환할 수 있는 게이트까지의 예상소요시간을 나름 현실적으로 추측하다보니 다시금 암울함이 번졌다.

이내 수호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어보였다.

‘살 수 있을 거야.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갈 거라고…….’

수호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의지를 다져낸 후, 다시금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호는 보안시설이 삼엄한 저택에 몰래 발을 들인 도둑처럼, 최대한 소리 없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시계가 없어 정확한 시간을 알 수는 없으나, 대략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은 것 같았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호는 신중에 신중을 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심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전과는 달리 살아남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었다.

살아서 돌아가기만 한다면 전과 같은 구질구질한 인생과 전혀 상반되는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목숨 내걸고 써드탱커 짓을 하지 않더라도 거액의 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고, 불쌍한 여동생 수빈의 학업도 끝마칠 수 있게끔 도와줄 저력이 생길 것이다.

또한, 어머니를 일찍 떠나보내고 홀로 남으신 아버지께서 더 이상 고된 일을 하시지 않더라도 세 식구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아한 점이 하나 있었다.

‘경험치’라는 단어는 자신을 데리고 다니던 각성자가 하던 말을 수차례 들은 바 있었다.

이번 게이트는 경험치가 짜다는 둥, 이번 게이트는 경험치가 제법 쏠쏠하다는 둥 하는 이야기.

각성을 하고나면 눈앞에 해괴한 글자들이 떠다닌다는 이야기도 이미 수차례 들었던 바가 있기에 자신이 각성을 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의 권능이라든지, 시간 태엽이 감겼다는 둥의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답만 해준다면 온 길을 되돌아가서라도 머리가 두 동강나버린 각성자를 붙들고 물어보고 싶었다.

어쨌든 이 또한 살아서 나가면 해결될 궁금증이었다.

그 때.

바스락-

마른 잎 내지 얇은 나뭇가지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난 탓에 수호가 잠시 주춤했다.

소리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3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울창한 수풀이었다.

꿀꺽-

침을 한 번 삼켜내 보인 수호가 손에 쥐고 있던 손도끼를 더욱 더 꽉 움켜쥐었다.

다짜고짜 죽은 고블린의 손도끼를 빼앗아 들기야 했다지만, 막상 괴수와 전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온 몸의 털들이 다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수호는 걸음을 멈춘 채, 소리가 난 수풀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수풀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고블린이 매복하고 있는 것이라면, 거리가 제법 좁혀지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제자리에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 게, 다른 고블린들에게 까지 노출이 되어버리면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였다.

파라라락-!

수풀 안에 숨어있던 고블린이 높게 도약하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키야아악-!”

몸집도 작은 놈들이 어떻게 저렇게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기도 잠시, 태양빛을 머금은 놈의 손도끼가 푸른 서슬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최대한 뒤로 물러났다.

붕-!

다행히도 놈의 손도끼는 허공만을 갈랐을 뿐이었다.

수호가 안도할 새도 없이, 1차 공격에 실패한 고블린이 다시금 달려들기 시작했다.

“키아아악-!”

놈은 잽싸게 달려들어 손도끼를 든 팔을 뒤로 한껏 젖혔다가 내려찍기 시작했다.

옆으로 살짝 몸을 돌리며 고블린의 공격을 피해내려던 순간, 어깻죽지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푹-!


“끄아아악-!”

놈의 손도끼가 수호의 왼쪽 어깻죽지에 그대로 꽂힌 것이다.

없는 정신에 높게 튀어 오른 자신의 핏방울이 선명히 보였다.

연이어 따끈따끈한 혈액이 어깻죽지를 따라 흐르는 게 느껴졌고, 말로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뇌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흐어.... 끄으아아악....”

이것은 분명, 여태껏 살면서 느꼈던 그 어떤 고통보다 극심한 강도의 고통이었다.

수호는 인상을 잔뜩 구긴 채로, 이를 악물었다.

맞물린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의 힘을 지탱하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우리 아버지도 나를 안 때리는데…….’

손도끼를 고쳐 쥐며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고블린을 노려보고 있던 그 때, 다시금 눈앞에 해괴한 글씨가 나타났다.


[ 감당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

[ 감겨있던 시간 태엽이 모두 풀립니다. (3초, 되감기) ]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저장된 시간을 모두 사용하겠다니?

영문 모를 말의 의미를 해석하려들기도 잠시, 눈앞에서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비디오 되감기를 하듯, 수호 본인도 그리고 고블린도 천천히 지난 3초간의 행동을 역순으로 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호와 고블린 둘 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닥에 떨어뜨리어진 핏방울 역시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다시금 수호의 어깨에 스며들어왔고, 깊숙이 박혀있던 손도끼가 다시금 허공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으며, 손도끼 탓에 갈라졌던 살가죽은 다시금 아물었다.


그러니까, 놀랍게도 모든 것이 딱 3초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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