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과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3월 19일 연재분을 퇴고하다보니 전에 보았던 이 시의 내용이 가물가물하게 떠올라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많은 것을 느끼네요.
혼자 보기 아깝단 생각이 들어, 이렇게 게시판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 * *
“서른 해 전에 밥먹고 사는 일의 고단함과 서러움 때문에 ‘밥’이란 시를 썼었다.”
밥 - 장석주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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