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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無道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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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화보병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연재 주기
我無道
작품등록일 :
2017.07.06 20:45
최근연재일 :
2019.05.08 18: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17,285
추천수 :
305
글자수 :
1,007,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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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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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6

DUMMY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6



시얼샤



해는 어느덧 광활하게 펼쳐진 숲에서 떨어져 하늘 가운데를 향하고 있었어. 여섯구비 모래밭과 새넌강을 잔잔히 내리쬐는 햇살을 어깨로 받으며 우리는 시우 일행과 다시 마주하고 있는 중. 해가 뜨면 부르겠다던 시우는 해가 뜨고 나서도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냈어. 어제처럼 저쪽은 마장갑옷을 착용한 시우와 재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프라야가 여덟. 우리 역시 어제와 동일한 인원이었어.


지난 밤 마이스터가 참부엉이에게 전언석을 매달아 어디론가 보낸 것이 혹 킹스아일랜드에 있는 저들의 동료 민수를 부르려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의 동료였을 민 하사를 다짜고짜 죽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민수라는 인간이 왔다가는 일이 더 꼬이지 않을까?

그런 내 생각을 말하니 마이스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킹스아일랜드의 인간들이 프라야와 대치 상황인 것은 맞지만 민수 한명이라면 이곳으로 오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인간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하기 보다는 가능하면 분리하자는 것이 맏언니들의 결정이었고 마이스터와 황금꽃잎입술님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어.

왜 이 정도로 언니들은 인간을 두려워 하고 조심스러운지 의아했지만 아마 그들이 가진 무력, 만약 그것이 합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어. 하지만 물은 동서남북 어느 쪽이던 낮은 곳으로 흐르 듯이 인간 역시 서로 결집해 힘을 합치려고 하지 않을까? 왠지 그것은 그것대로 흐르는 물을 막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가 제안하는 강화조건은 공세를 멈추고 다시 원래 프라야 캠프가 있던 곳으로 물러나 줄 것. 그 약속을 지켜 준다면 다음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비글을 그대들에게 넘겨주겠어요. 단, 비글을 어떻게 할 지는 킹스아일랜드에 있는 인간들과 함께 결정해주길 바래요. 사사로이 복수를 한다면 다른 인간들도 우리들도 납득하기는 어려우니까요.”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나서 황금꽃잎입술님이 바로 강화 조건을 내걸었어. 이미 서로의 패는 내보였으니 다른 말은 필요 없다는 듯한 태도였지만 어제 이야기했던 것 보다 더 큰 양보를 요구하는 것 같아 내심 깜짝 놀랐어. 강화를 요청하는 것은 우리인데 처음부터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는 이유는 뭘까?


“거절한다.”


역시 단박에 거절하는 시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황금꽃잎입술님은 싱긋 웃음을 베어 물며 콧웃음을 쳤다.


“우리와 인간 모두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거야? 파국을 원흉이 되시겠다?”

“당신 말만 믿고 딜을 하는 것은 무리야. 그걸로는 프라야 전사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역시나... 그런데 시우는 프라야 전사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뒤집으면 시우들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황금꽃잎입술님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시우의 말에 처음엔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 뜸을 들였다.


“프라야 때문에...? 프라야를 지배하는 그대가 마치 프라야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들리는군.”

“도발해 봐야 소용없어. 당신이 두려워 하는 것은 다수의 프라야지 우리가 아니잖아? 그리고 솔직히 말해 당신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진심인지도 모르겠어. 그런 애매모호한 상대의 말에 결정을 반복할 수는 없어.”

“흐흥? 민 하사만으로는 부족하단 말야?”


황금꽃잎입술님을 노려 보며 시우가 내뱉듯이 말하자 그녀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우며 턱을 만지작 거렸어.


“바로 그 때문이다. 당신들은 킹스아일랜드에 있는 인간의 수호자인 것처럼 말했지만 우리의 호감을 얻기 위해 스스럼 없이 인간을 죽였어. 그러면서 나에게는 사사로이 복수하지 말고 비글의 처분을 킹스아일랜드 인간들과 함께 결정하라고? 이건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 그건...”


역습. 명백한 시우의 역습에 허를 찔린 듯 황금꽃잎입술님의 목소리가 흔들렸어. 하긴 시우 입장에서는 강화를 위해 가차없이 인간을 죽인 것으로 보였을테니.


“게다가 강화 협상이 실패하면 비글의 힘을 빌리겠다면서 민 하사를 죽인 게 나로서는 이해가 안돼. 비글의 협조가 간절한 당신들이 왜 주요 전력이 될 지도 모를 민 하사를 망설임 없이 죽인 걸까? 민 하사를 죽인 것을 나머지 비글들이 알게 되면 당신들을 적대할텐데 이건 앞뒤가 맞지 않아. 혹시 당신들 비글이 무슨 짓을 벌이고 여기에 왔는지는 알게 된 거야? 아니면 우리에게 저질렀던 짓거리를 당신들에게도 했다거나...?”

“무슨 말이냐?”


황금꽃잎입술님의 빈응을 주의 깊게 살피던 사우가 작게, 아주 조금 턱끝을 왼쪽으로 비틀었어. 무엇인가를 부정하는 듯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놈들이 여기서는 미친 짓을 되풀이 하진 않았나 보네. 그렇다고 비글이 우리에게 저지른 추악한 짓을 당신들에게 솔직하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은 안되고... 혹시 지난 번 전투에서 나와 재윤의 기억을 읽었던 엘프 지휘관이 죽기 전에 비글에 대한 것을 당신들에게 마법으로 알려 준 줄 걸까? 그렇다고 해도 비글을... ”

“기억을 읽다니? 너른들녁눈동자님께서 그대의 영혼연결을 했단 말인가요?”


무심코 흘러나온 시우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소리 쳤어. 그 덕에 시우가 하던 뒷말은 묻혀 버렸지만, 황금꽃잎입술님이 눈쌀을 찌푸렸지만 그것 조차 신경 쓰이지 않았어. 돌아 보니 뒤에 서 있던 마이스터까지 놀란 표정이 역력했어. 당연하지. 영혼연결은 네츄리언 중에서도 양쪽의 마법 능력이 높아야 가능한, 청광 등급의 마법이야. 당연히 너른들녁눈동자님야 가능하지만 동족도 아닌 인간이, 그것도 우리와 같은 마법 능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간이 그게 가능했다니! 물론 시전자의 마법능력이 대상자 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면 인간이니 프라야와의 영혼연결이 억지로라도 가능하긴 해. 하지만 이 경우 대상자는 죽거나 영혼이 망가져 페인이 되기 때문에 함부로 시전할 수 없었어. 그런데 지금 영혼연결을 하고도 멀쩡한 인간을 눈 앞에 두고 있으니 어떻게 놀랍지 않겠어?

내가 갑자기 자신의 언어인 영어로 외치자 시우가 흥미롭다는 듯이 나에게 시선을 주었어.

‘아, 이건 아닌데...’


“영혼연결? 몰라. 그게 뭔지. 어쨌던 그녀가 내 기억을 읽고 비글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약속했어...”

“하지만 그런 너른들녁눈동자님을 너희가 죽였다. 영혼조차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영혼의 껍질까지 산산조각 내어버렸어.”


시우가 하던 말을 중간에 잘라낸 황금꽃잎입술님의 분노가 잔뜩 담긴 목소리에 난 퍼뜩 정신이 들었어. 내가 낄 자리가 아니었는데. 인간과 영혼연결을 했다는 말에 너무 흥분했던 걸 뒤늦게 깨달았던 거야. 마이스터가 놀란 표정을 지었던 것도 그 사실 보다 협상 중에 내가 끼어들어서 놀랐던 게 아닐까 생각하니 부끄러워 소라 고동 속으로라도 숨고 싶어졌어.

다시 황금꽃잎입술님에게 시선을 돌린 시우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어.


“그래. 그 때 그렇게 자기 이름을 밝혔던 것 같아. 너른들녁눈동자... 그 분에 대해서는 정말 유감이야. 우리의 억울함과 증오를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해 주는 분이었는데, 정말 안타까워.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금방이라도 나와 재윤일 해칠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우릴 구하려고 동료가 저격했던 거야. 의도야 어쨌던 그것은 우리도 바라지 않던 비극이었어.”

“그 분은 테이아에서부터 우릴 이끈 맏언니 중 하나였다. 그 분은 죽인 분노와 원망은 큰 데 어떻게 그대들의 말을 믿을 수 있단 말이냐?”

“...”


침묵. 참을 수 없는 침묵이 무겁게 드리워졌어. 황금꽃잎입술님이 평소와 달리 격해진 감정을 드러낸 것이 왠지 내 탓인 것 같아 참을 수 없이 부끄럽고 후회가 되었어. 바보! 바보!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시우였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화 제안을 한 것은 당신 쪽이야. 서로 최소한의 믿음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 만남은 의미가 없어. 여기서 끝내고 싶은 거야? 아님 계속 대화를 하고 싶은 거야?”

“여기 이 인간을 죽인 것은 비글을 그대들에게 넘기겠다는 증거였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말로는 믿지 않을 거잖아? 그래서 그만큼 우리도 위험부담을 짊어졌을 뿐이야. 많은 자매와 큰언니를 잃고 코뮌 위기에 처한 우리가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그대 말대로라면 서로 한번씩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한번씩 했으니 피장파장. 묻고 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더 이상 서로 실수는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래.”

“...”


시우가 재윤과 다시 뭐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 재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젖기도 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게 왠지 마음에 걸렸어. 결론을 내렸는지 시우가 다시 이쪽을 보고 입을 열었어.


“알았어. 당신들에게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 속내가 무엇인지 더 이상 따지지 않을께. 어차피 중요한 건 말 보다 행동. 그건 그렇고 지금 프라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뭔지는 알겠지?”


시우의 말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 강화를 조건으로 시우는 프라야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일까?


“식량은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그건 곤란해.”


그 이상이라니? 황금꽃잎입술님이 말한 ‘그건’ 무엇일까? 무엇을 프라야가 원한단 말이지? 시우와 황금꽃잎입술님의 뜻 모를 말에 궁금증을 더하는데 시우가 놀라운 말이 이어졌어.


“그래서야. 저번 전투에서 포로로 잡은 당신들 자매들을 석방해 주겠어.”

“포로를...!”

“이대로라면 포로들이 무슨 일을 당할 지는 잘 알고 있겠지? 그 포로들을 돌려주겠다는 거야.”


예상치 못한 시우의 제안에 놀라 눈이 커진 황금꽃잎입술님이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데 시우는 못 박듯이 포로의 송환을 확인시켜 주었어. 포로가 있었다니. 문득 프라야가 우리 네츄리언을 붙잡으면 무슨 짓을 하는지 떠올랐어. 프라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 깨닫고 내 얼굴이 일그러졌어. 그런데 이어지는 의문. 이상해. 프라야들이 원한는 포로를 왜 시우는 송환시켜 주겠다는 거야?


“대신 내일 우리의 진격로에서 가장 가까운 첫번째 원천, 당신들의 둥지에 프라야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과 프라야 전사가 탐낼만한 무기들을 준비해 둬. 내일 날이 밝으면 우린 당신들 영역으로 진입할 거야.”

“포로는 언제...”

“지금 바로.”

“정말인가?”


시우의 말에서 뭔가 작은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따져 보기도 전에 이어진 그의 말은 더 놀라운 것이었어. 좀 전부터 느물느물한 특유의 냉정함을 잃은 듯한 황금꽃잎입술님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어. 그런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린 시우가 목으로 오른손을 가져간 다음 뭐라고 말을 했어. 이내 저쪽 숲 속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나면서 녹색의 프라야와는 다른 사람 형태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어. 자매들이었어! 죽은 줄 알았던 자매들이, 적어도 수십명이 넘는 자매들이 들 것에 실린 다른 자매들을 들고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어.


“오오 세계수여! 그대의 가호에 감사드립니다!”


황금꽃잎입술님 곁에 서 있던 자매가 벅찬 감정을 추스리는 듯 작게 중얼거렸어. 황금꽃잎입술님도 나도 자매들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격렬한 감정이 끓어 오르는 것을 숨길 수 없었어. 돌아 보니 마이스터가 곁에 있는 다른 자매들을 황급하게 뭔가를 지시하는 모습이 보였어. 마이스터 역시 흥분한 듯한 기색이었어.


“복수에 미치기는 했지만 우리도 괴물은 아냐. 하지만 우리의 복수를 방해하려 든다면 당신들에게도 괴물이 될 거야.”

“고... 고맙다. 이건 정말이지 뭐라고...”


시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황금꽃잎입술님은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말을 잇지 못했어. 그런 우리에게 찬물을 끼얹는 듯한 말이 불쑥 시우에게서 튀어 나왔어.


“그러나 이걸로 강화 교섭이 성립된 것은 아냐.”

“으응?”

“이건 단순히 거추장스러운 포로를 식량과 우리를 공격하는데 사용할 무기와 교환하는 것 뿐이니까.”

“우리가 그대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직선 돌파로 당신들 영역을 관통할 경우 역으로 포위당할 우려가 있어. 그래서 좌에서 우로 낫질 하듯이 주변을 휩쓸며 우린 전진할 생각이야. 그러나 당신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식량이 부족하다면 단기 결전으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커지겠지. 그러기 위해 진격 속도는 빨라지겠고.”

“그 말 뜻은... 믿어도 좋은가?”


시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는지 황금꽃잎입술님이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어. 비록 식량과 무기를 조건으로 했지만 시우의 제안은 파격적이었어. 포로의 즉각 석방과 함께 공격 계획을 적인 우리에게 통보한 거야. 어쩌면 이렇게 공격할테니 알아서 철수하라는 뜻? 이건 강화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 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조건이었어.


“이쪽도 당신들의 선공으로 갑자기 시작된 원정이라 보급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어제 청야작전을 언급하던데 프라야들이 굶주리면 나로서도 곤란해. 하지만 둥지 마다 약탈할 것이 있다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알았다.”


시우의 말에 황금꽃잎입술님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그런데 난 아까 놓쳤던 위화감이 다시 느껴졌어. 어디에서? 방금 전 시우가 한 말을 되짚어 본 나는 문득 시우가 ‘보금자리’ 라고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어. 어떻게 시우는 생명의 샘을 중심으로 프라이드가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을 지칭하는 보금자리라는 단어를 아는 걸까? 알 수 없는 작은 불안에 포로들에게로 시선을 돌렸어.


“그리고 하나 더 조건이 있다. 사흘 안에 킹스아일랜드에 있다는 민수를 데리고 와. 사실 우리 세계 인간이 이 곳에 있다는 말은 너른들녁눈동자 그 분에게 들었지만 우리 중대원까지 거기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어. 민수를 만나고 싶어. 이건 당신들이 한 말의 신뢰도와 직결하는 문제야. 사흘 안에 민수를 데리고 와줘.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난 당신이 시간을 벌기 위해 거짓말한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어.”

“사흘은 힘들어. 적어도 닷새의 시간은 줘야 해. 어제도 말했듯이 민수는 킹스아일랜드 방어의 핵심 중 하나야. 민수만 몸을 빼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그 만큼 비는 전력의 공백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해.”


곤란해 하는 황금꽃잎입술님의 대답에 시우는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어. 거짓말이라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그런 기색을 찾으려는 걸까? 아니, 그 보다는 찌푸린 눈에서 살짝 짜증이 베어 나왔어. 시우가 손을 목으로 가져가 뭐라고 말했어. 불길한 예감.

갑지기 비명 소리와 함께 땅을 연속해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 소리가 들리는 쪽은 포로들 쪽. 시선을 향하니 프라야 기수들이 우르르 숲에서 튀어나와 이쪽으로 오던 자매들을 포위했어. 놀란 자매들이 이쪽으로 달려오려 했지만 그렇다고 들것에 들린 자매를 버릴 수는 없었기에 자매들은 이내 프라야 기수들에게 포위되었어. 영문도 모른 채 겨우 풀려나는 줄 알았던 자매들의 탄식과 비명이 들려오면서 가슴을 미어지고 주먹을 쥔 손가락이 손바닥을 파고 들었어.


“이, 이... 무슨 짓이냐?”

“당신... 상황을 잘못 알고 있나 본데, 이건 거래가 아냐.”

“무슨 말이냐?”

“포로의 전원 석방은 취소. 그리고 민수는 이틀 안에 데려와.”

“그, 그럴 수가...”


시우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황슴꽃잎입술님의 얼굴이 헬쓱해지더니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하얀 이를 내어 아랫입술을 깨물었어.


“호의를 호구로 삼으려 한 건 당신이야. 지금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예, 아니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뿐이라구.”

“...”


비아냥 거리는 시우의 말에 황금꽃잎입술님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어. 치욕일까 아니면 후회일까? 복잡한 감정으로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졌어.


“알았어. 이틀 안에 민수를 당신에게로 데려오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하겠어. 약속할께. 그러니 제발 포로들은 석방해 줘.”

“협상은 여기까지. 이틀 후 가장 가까운 보금자리에 약속한 식량과 무기, 그리고 민수가 있기를 바래.”

“잠깐 기다려!”


일방적으로 협상 종료를 선언하고 몸을 돌리는 시우를 황급꽃잎입술님이 다급하게 불러 세웠어. 시우가 시선을 향하자 털썩 모래밭에 무릎을 꿇는 그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걸까? 하긴 자기 때문에 기껏 석방된 포로들이 다시 잡혀들어가는 끔찍한 상황을 이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겠지.


“나를, 나를 인질로 해도 좋다. 대신 포로를...”

“황금꽃잎입술. 황금꽃잎 프라이드와 꽃잎 가문의 언니이자 연두 코뮌의 작은 언니 당신이면 인질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히는 건가?”

“나에 대한 것은 어떻게...”


네츄리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외부인인 시우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황금꽃잎입술님은 당황했어. 하지만 저 정도의 포로를 확보했다면 심문을 통해 우리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이런 점이 군단이 된 프라야의 힘일까는 생각을 하는데 시우가 또 충격적인 말을 던졌어.


“그렇다 해도 당신이 맑은시내콧날 보다 인질의 가치가 높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맑은시내콧날! 그 분이 살아 계신가?”

“자꾸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해서 애를 먹긴했지만... 대답은 여기까지. 그 이상은 당신에게 허락하지 않아.”


재윤에게 뭐하고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돌아가는 시우를 황금꽃잎입술님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어. 맑은시내콧날님은 지난 여섯구비전투에 참전한 네츄리언 중에서 너른들녁눈동자님과 마이스터를 이은 세번째 서열의 큰언니로 직접 전투부대를 지휘한 실질적인 지휘관이었어. 방진이 무너지며 다른 자매들과 함께 죽은 줄 알았는데 그 분이 살아 있다니.

시우가 프라야 기수들에게로 다가가는 모습을 어쩌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우리에게 재윤이 앞으로 나섰어.


“시우 오빠가 취소한 것은 포로의 전원 석방이었어. 그러니 부상이 심한 엘프들은 석방할 거야.”

“부상자들을 말인가?”


절망 속에 한줄기 빛을 발견한 것처럼, 한가닥 동앗줄을 잡은 것처럼 간절함을 담은 목소리로 황금꽃잎입술님이 반문했어.


“당신들은 여기서 물러나 타고 왔던 배로 돌아가 줘. 프라야 기수들과 싸움에 휘밀리고 싶진 않겠지? 우리도 포로들이 당신들과 힘을 합쳐 저항하는 일이 일어나길 바라지는 않아. 부상자들을 여기까지 옮겨온 다음 우리가 철수하면 당신들은 부상자들을 수습하길 바래. 부디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기를 바래.”


재윤의 말에 강쪽을 돌아보니 고운강바람호가 이쪽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어. 포로 석방에 마이스터가 불렀을테지.


“알겠다. 지금 당장 배로 돌아가지. 부상자들이라도 석방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시우에게 꼭 전해줘.”

“시우 오빠 말처럼 우리가 복수귀일지는 몰라도 괴물은 아냐. 우릴 괴물로 만들지는 말아줘. 그쪽의 말을 믿어 보겠어.”

“고맙다. 정말 고마워.”


황금꽃잎입술님이 몸을 일으켜 나와 다른 자매에게 눈짓을 하고는 마이스터가 있는 곳으로 먼저 걸음을 옮겼어. 재윤의 곁에 선 프라야 전사를 경계하며 우리도 그녀의 뒤를 따랐어.




“깊은너울눈동자님.”

“그대로서는 최선을 다했어요. 어차피 처음부터 모든 포로를 석방할 생각은 아니었을 거예요.”


고운강바람호에 오른 후, 황금꽃잎입술님은 마이스터의 앞으로 와서 어렵게 말문을 열었어. 마이스터는 그런 그녀에게 질책 대신 따뜻하게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포로의 전원 석방을 눈 앞에서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 느낀 황금꽃잎입술님은 의기소침해져 말없이 고개를 저었어.


“부상한 자매들을 석방한 것은 자매들을 치료해야 하는 부담을 우리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일 뿐. 중요한 것은 시우가 요구한 조건을 어떻게던 들어주는 겁니다. 거기에 집중하죠.”

“예...”

“황금꽃잎입술님은 석방된 부상자의 수습과 코뮌으로의 안전한 이송을 책임져 주세요. 저는 지금 즉시 킹스아일랜드로 향하겠습니다. 가는 도중에 전언석으로 회담 결과를 연두와 은빛 코뮌의 맏언니들에게 알리도록 하죠. 바로 식량과 무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요.”

“시우의 조건을 들어줄 생각입니까?”

“아직 자매들이 포로로 있잖아요? 출산 이외의 것을 포로에게서 얻고 얻으려 하는 프라야는 내가 알기로는 처음입니다. 어쩌면 시우가 이끄는 군단이 로드프라야가 이끄는 군단 보다 더 무서울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만큼 희망도 있을 지도... 아무튼 시간이 촉박하니 저는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절대 프라야를 자극하지 말고 안전하게 다친 자매들을 수습해서 돌아가 주세요. 그것만 해도 큰 성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호위는...”

“빨리 움직여야 하니 제 제자만 대동하겠습니다. 그럼...”


황금꽃잎입술님의 손을 맞잡고 나서는 가볍게 포옹을 한 마이스터가 강을 향해 걸어 들어갔어.


“작은파도, 넌 나를 따라 오렴.”

“예, 마이스터.”


마이스터의 호출에 나도 황금꽃잎입술님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황급히 그녀를 뒤따라 갔어.


“삐이이익!”


날카로운 고주파의 휘파람음이 울리자 강 가운데에서 돌고래 기수들이 모습을 드러냈어. 마이스터가 손짓을 하자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돌고래들을 보며 마이스터에게 물었어.


“마이스터, 돌고래 보다는 검수리를 타고 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그렇게 할 거야. 일단 저들에겐 황금꽃잎입술님을 도우라고 할 거야. 지금 인원으론 풀려난 자매들을 간수하긴 턱없이 부족해. 그리고 고운강바람엄지님, 새홀리기를 준비해 주세요.”


마이스터는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전언석 하나를 꺼내며 고운강바람호에서 전언용 새들을 다루는 자매에게 전언용 새 중 가장 빠른 새홀리기를 부탁했어. 언제든지 전언을 보낼 수 있게끔 그녀는 고운강바람호 선원 중 유일하게 우리와 함께 이 자리에 대기하고 있었어. 고개를 숙여보인 그녀가 새 울음소리를 흉내내자 곧 고운강바람호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 왔어.

출렁, 이번에는 마이스터 쪽에서 마력의 파장이 하늘로 쏘아지는 것이 느껴졌어. 마이스터의 팻, 검수리를 부르는 신호. 까마득히 먼 하늘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을 마이스터의 검수리가 곧 여기로 날개짓을 하며 내려 설 거야. 킹스아일랜드. 지난 몇년간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인간의 땅에 가게 된다니 왠지 묘한 긴장감과 함께 가슴이 설레여. 킹스아일랜드의 왕좌의 산에 있는 생명의 샘은 청광급의 훌륭한 샘이지만 인간들이 얼마나 망쳐놓았을지 상상하니 우울해지네. 비글도 그런 면에선 뭐랄까? 자연의 은총에 대해 좀 함부로 한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리고 비글의 동료라는 민수, 그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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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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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화보병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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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6 19.05.08 10 0 23쪽
124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5 19.05.01 8 0 25쪽
123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4 19.03.23 18 0 20쪽
122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3 19.02.02 26 0 23쪽
121 믈 해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2 19.01.23 19 0 23쪽
120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1 19.01.18 15 0 23쪽
119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0 19.01.13 17 0 22쪽
118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9 19.01.10 25 0 23쪽
117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8 19.01.05 17 0 18쪽
116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7 19.01.01 28 1 13쪽
115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6 18.12.30 20 0 23쪽
114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5 18.12.27 17 0 21쪽
113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4 18.12.24 28 0 14쪽
112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3 18.12.23 23 0 20쪽
111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2 18.12.15 22 2 19쪽
110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1 18.12.13 23 1 20쪽
109 믈 헤엄치는 새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0 18.12.09 20 3 23쪽
108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9 18.11.30 32 1 18쪽
107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8 18.11.11 32 2 15쪽
106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7 18.09.15 30 2 20쪽
105 믈 헤엄치는 새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6 18.09.01 24 2 19쪽
104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5 18.08.25 35 1 19쪽
103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4 18.08.19 29 2 23쪽
102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3 18.08.18 19 2 13쪽
101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 18.08.17 39 2 17쪽
100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 18.08.16 26 1 21쪽
99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5 18.08.15 24 1 19쪽
98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4 18.08.14 25 1 19쪽
97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3 18.08.13 21 2 19쪽
96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2 18.08.12 21 1 21쪽
95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1 18.08.11 24 1 18쪽
94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0 18.08.10 25 2 18쪽
93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9 18.08.09 22 0 15쪽
92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8 18.08.08 22 1 20쪽
91 믈 헤엄치는 새 2부. 작원관 17 18.08.03 23 2 15쪽
90 믈 헤엄치는 새 2부. 작원관 16 18.08.02 33 2 18쪽
89 믈 헤엄치는 새 2부. 작원관 15 18.08.01 17 1 17쪽
88 믈 헤엄치는 새 2부. 작원관 14 18.07.31 22 1 17쪽
87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3 18.07.30 58 1 17쪽
86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2 18.07.29 24 3 16쪽
85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1 18.07.28 23 2 13쪽
84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0 18.07.27 26 2 16쪽
83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9 18.07.26 27 3 14쪽
82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8 18.07.25 22 2 11쪽
81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7 18.07.24 21 2 15쪽
80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6 18.07.23 25 2 9쪽
79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5 18.07.22 18 2 10쪽
78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4 18.07.21 25 2 14쪽
77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3 18.07.20 28 3 9쪽
76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 18.07.19 2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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