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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無道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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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화보병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연재 주기
我無道
작품등록일 :
2017.07.06 20:45
최근연재일 :
2019.05.08 18:56
연재수 :
125 회
조회수 :
17,284
추천수 :
305
글자수 :
1,007,812

작성
19.01.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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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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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믈 해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2

DUMMY

믈 해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2



박기찬



“하악!”


단내를 토하는 붉은 꽃입 같은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말캉한 과육 같은 입술이 열리며 살짝 나온 촉촉한 꽃봉우리를 빨아 당기고는 내 혀로 마중 하니 혀와 혀가 얽혀 든다. 그렇게 서로를 어르고 노닐다가 이번에는 나를 자신의 입술 너머로 이끈다. 그녀를 따라 입술을 넘어가자 젖을 빨듯이 나를 탐하며 내 목을 감싸는 가녀린 두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입을 맞춘 채 우리는 폭풍 같았던 ‘교제’의 여운에 가만히 몸을 맡겼다. 산들바람이 불어와 등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혀줄 즈음에야 황금꽃잎입술이 내 목을 감쌌던 팔을 풀고는 입술을 떼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담뿍 흘리며 그녀의 뺨에 한번 더 입맞춤을 해주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나를 따라 상반신을 일으키는 그녀의 봉긋한 젓가슴, 그 하얀 봉우리엔 방금 전까지 내가 남긴 흔적이 여기저기 발갛게 묻어 있었다.


강화 협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근처 관목 숲으로 자리를 옮겼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했다. 그녀도 나도 말이 필요 없었다. 가쁜 숨소리와 서로의 옷을 벗기는 소리, 그리고 본능에서 울려나오는 농염한 열기가 우리 둘을 둘러쌌다. 외골격 장갑을 그렇게 빨리 벗은 건 이등병 때 말고는 처음인 듯.


“기찬 병장, 강화 협상에는 내가 나갈 거야.”

“위험할텐데요? 게다가 큰 언니는 오크에게 잡혀서는 안된다면서요?”


그녀의 수밀도 끝에 맺혀 있는 산딸기를 손가락으로 잡아 비틀자 살풋 얼굴을 찡그리더니 가벼운 한숨을 토하고는 미소를 짓는다.


“하아, 위험이 클 수록 얻는 것도 크지. 그리고 난 그 정도는 아냐. 그래서 더더욱 내가 가야하지.”

“코커의 인간들이라면 몰라도 오크들은...”

“물론 다짜고짜 프라야 진영으로 들어 가진 않을 거야. 프라야와 협상이라니. 훗, 정말 말도 안되는 짓이지. 인간, 네츄리언 어느 누구도 그것을 해본 적이 없을 걸? 그게 가능하지도 않았었고. 코커의 인간들이 프라야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와.”

“...”

“그게 가능성을 열어 줬지. 그리고 그 가능성을 네츄리언 중에서 나 황금꽃잎입술이 최초로 확인하는 거야.”

“그래서 당신이 얻는 게 뭐죠?”

“글쎄...? 뭘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해?”


손가락으로 굴리던 산딸기에 입술을 가져가려 하자 황금꽃잎입술은 까르르 웃으며 몸을 뒤로 빼며 오른손 검지를 내 앞으로 내밀며 제지했다.


“인간 남자는 프라야만큼 이쪽으론 짐승이라니깐.”

“응? 인간 남자를 만난 적 있어요?”

“...”


황금꽃잎입술의 눈을 보며 그녀가 내민 검지에 입술을 대었다가 손가락 끝을 입술로 물면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의 눈가가 가늘게 떨린다.


“글쎄? 어떨까나. 하지만 대답을 기대하지 마. 아직 우리 세계에 대한 지식은 그대들에게 금지되어 있으니까.”

“아직도 우릴 못믿나요?”

“그대 같으면 어떻겠어?”

“...”


대답 대신 황금꽃잎입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어 올렸다. 부드럽고 탄력있는 감촉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손을 말캉한 수밀도 위에서 어른다.

그 동안 엘프들이 했던 말을 미루어 이 세계에도 인간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 인간들이 여기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것 같고 엘프들도 한 때는 거기에서 살았었던 것 같다.


“아마 시우가 코커를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그 녀석은...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이 탁월해요. 그 녀석에게 빈틈을 보이면 안됩니다. 잘못하면 우리 의도가 간파 당할 수도 있어요.”

“평가가 꽤 후한데?”

“당연하죠. 그 녀석을 가장 잘 아는 게 아마 나일 겁니다.”

“흐음... 그 시우라는 친구에 대해 이야기 해주겠어?”


황금꽃잎입술을 끌어 당겨 내 앞에 앉히자 그녀가 잔등을 내게 기대어 왔다. 맨가슴에 닿는 따스한 온기를 음미하며 팔을 둘러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시우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필요한 만큼 이야기 했다. 처음 시우를 알게 된 어린 시절부터 그 녀석이 방황하던 시기, 그리고 함께 한 군생활. 그런데 시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시우를 악마는 선택한 걸까? 사악함과는 거리가 먼 녀석이었다. 적어도 그 일을 겪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게, 전엔 악마가 오크로드를 만들어 오크 군단으로 당신들이 살던 대륙을 휩쓸었다고 했잖아요? 왜 이번엔 오크가 아니고 시우일까요? 그 녀석은 그렇게 사악한 녀석이 아닌데.”

“지금까지 그 시우라는 인간이 우리에게 저지른 일만으로도 우리에겐 충분히 사악해. 우리 코뮌의 맏언니와 자매들 절반을 죽였으니... 그건 개인의 선량함과는 상관 없는 거야. 그리고 왜 이번엔 악마가 인간을 선택했는 지는 우리도 몰라. 중요한 것은 오크가 군단이 된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악마가 간섭했다는 거야. 그리고 군단이 된 오크는 대해일이 되어 땅에 사는 모든 것을 쓸어 버리지.”

“그래서 대륙을 떠나 이곳 포이베로 이주한 건가요?”


황금꽃잎입술이 머리를 뒤로 기대며 내 뺨에 황금빛 긴 머리칼을 기댔다. 장미향이 코 끝을 간지른다.


“안돼. 안돼. 거기까진. 당신네들에게 그건 허락되지 않았어.”


황금꽃잎입술의 상체를 두르던 손으로 그녀의 탐스러운 봉오리를 살짝 쥐면서 눌렀다. 그녀가 꺄르르 웃으면서도 내 손을 피하지 않았다.


“기찬 병장이 증명해 봐. 우리의 비밀을 알 자격이 있는지. 그럼 내가 제일 먼저 알려 주지.”

“이걸로도 부족하단 말이죠?”


황금꽃잎입술의 머리칼을 젖히고 하얀 목덜미를 살짝 물은 다음 귓가에 속삭였다.


“흐흥...”


콧소리를 내며 그녀가 상채를 돌려 내 눈을 바라 본다. 푸른 빛이 도는 눈동자가 정염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눈을 빤히 바라만 보자 뭔가를 기대하며 살짝 올라갔던 눈동자가 셀쭉하니 아래를 향한다.


“기다려. 이번 일에 기찬병장이 공을 세우고 우리 코뮌의 신뢰를 얻게 된다면 그 딴 과거 비밀이 아니라 나와 우리 황금꽃잎 프라이드와 자매 프라이드의 미래까지 가질 테니까.”


응?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싶은데 내 생각을 읽었는지 황금꽃잎입술이 배시시 웃으며 꽃잎 같은 입술을 놀린다.


“네츄리언에게 남성이 적은 건 눈치 챘겠지? 우리 황금 패밀리는 그나마 남아가 상대적으로는 많이 태어난 편이야.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우리 패밀리의 위세는 약화되었어. 여아가 많이 태어난 너른 패밀리나 영근 패밀리 등은 오히려 숫자가 늘어 위세가 높아졌구. 무슨 뜻인지 알아?”

“귀한 남아가 많은데 왜 그렇죠?”

“남아는 성인이 되면 다른 패밀리로 가니까.”

“아...”


황금꽃잎입술의 말 뜻을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초로 동성애에 큰 터부가 없는 엘프라도 근친혼 만큼은 금기시 되나 보다. 그렇다면 그녀의 말은 나를 자신의 프라이드와 혈연으로 이어진 방계 프라이드를 묶어서 부르는 패밀리의 일원으로 받아 준다는 말이다. 눈 앞에 할램이 열리는 건가?


“네츄리언이 인간을 패밀리로 받아들인 적은... 아, 어쨌던 기찬 병장에게도 나쁘진 않을 거야.”


뭔가 하려던 말을 삼킨 황금꽃잎입술. 눈치를 보니 전례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이런 식으로 흘릴 거면 그냥 속 시원히 말하지. 살짝 짜증이 나 열 손가락에 힘을 줘 부드러운 그녀의 살을 파고 들었다.


“아흑.”

“민 하사의 시신은 언제 도착하죠?”

“아흥... 내일 해 뜨기 전에 출발할테니 늦어도 해지기 전엔 돌아 올 거야. 강을 이용할테니 그 정도겠지. 은빛 코뮌이 그 쪽으론 가장 나으... 흡!”

“그럼 협상은 모레 낮에나 가능하겠군요.”

“아니, 밤에. 그 편이 더 쉬워.”

“뭐가요?”


황금꽃잎입술은 다시 상체를 바로 하고는 나의 손길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이미 꽤 시간이 지났잖아? 그, 죽은 인간.”

“그렇죠. 아마 40일은 넘었을 걸요?”

“그럼 당연히 시신이 부패하지 않았겠어? 설마 그 꼴을 보여주면 우리가 죽였다고 믿겠어?”

“그렇잖아도 그걸 물어볼 참이었는데. 후후...”


아, 띠불. 그 생각은 못했네. 해선이 이 삼시세끼도 글코 어떻게 쫄따구라고 셋이나 있으면서 아무도 그걸 생각한 놈은 없대? 닝게이 같은 시키들. 짐짓 생각하고 있었다는 척을 하며 여유를 부렸지만 속으로는 온갖 욕지기를 졸따구 놈들에게 퍼부으며 구멍난 퍼즐에 뭔가 끼워 맞출만한 조각을 찾아 머릿속을 더듬었다.


“그래? 역시 우린 잘 통하네.”

“첨엔 생명의 샘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까 들은 죽음의 화신이니 뭐니가 꺼림칙 해서요.”

“아... 그거? 맞아. 그렇지 않아도 그 인간의 시신 생명의 샘에 담궈 돌아온 자로 만들 생각인데?”

“예?”


어라? 이건 또 뭐래. 무작정 던진 게 스트라이크였다. 역시 될놈은 된다니깐. 머리 굴리느라 멈췄던 손을 다시 여유있게 놀리며 포근한 감촉을 손바닥 가득 담았다.


“하응, 네츄리언이나 인간은 프라야와 달라. 시신이 생명의 샘에 빠지면 죽음의 화신, 그러니까 돌아온 자가 돼. 그것들에 비하면 프라야는 애교 수준이야. 적어도 프라야는 살아 있기라도 하지.”

“그러니까 돌아온 자가 뭐냐구요.”

“시신이 부패된 상태 그대로 죽음에서 돌아와 살아 있는 것들을 모두 자신과 같은 상태로 만들려고 해. 그러기 위해 죽이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오크가 대해일을 일으켜 더 위험하긴 해도 죽음을 퍼뜨리는 돌아온 자들이 더 무서운 존재야. 그래서 죽은 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행동은 절대 해선 안되는 금기 중 하나야.”

“언데드. 뭐 그런 건가요?”

“언데드? 음... 그게 뭐지?”

“아, 아니예요.”

“아무튼 죽은 그 인간을 돌아온 자로 만들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 다음에 시우 그 자 앞에서 태워 죽일 거야. 그럼 제 아무리 뛰어난 자라도 믿을 수 없을 걸?”


언데드... 우리 세계에서는 상상만으로 존재하는 좀비나 스켈레톤을 떠올리니 혹시 해골도 생명의 샘에 담그면 일어나 움직이는지 궁금해지는데 이어진 황금꽃잎입술의 말에 깜짝 놀랐다. 생각 보다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네? 하지만 그럴 듯 했다. 그 정도 퍼포먼스 라면 시우도 깜쪽 같이 속겠지. 뭐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녀의 봉우리를 어르던 손을 내려 매끈한 배를 지나 그 아래로 내렸다.


“이 짐승, 아직 부족한 거야?”

“마찬가지 아닌가요?”

“하흡.”


검지 끝이 어딘가를 스치자 황금꽃잎입술이 적은 탄식을 입술 사이로 흘렸다. 왼손을 올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손가락으로 더듬자 그녀가 살짝 입술을 벌려 검지를 물었다. 오른손 검지도 그녀의 입술 보다 더 촉촉한 그녀의 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깊어지는 밤, 은밀한 욕망도 함께 깊어지는 밤이었다.



다음날 새벽 민지와 해선, 그리고 깊은너울눈동자를 포함한 은빛 코뮌의 엘프들이 우리가 처음 이 세계로 왔던 곳으로 떠난 후 다시 돌아 온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어떻게 강을 거슬러 올라 갈 건지 궁금했지만, 장갑차를 물 위로 주행하는 마법을 부리는 깊은너울눈동자가 따라 갔으니 뭐, 어떻게든 되었겠지. 민지와 해선의 말로는 카누에 큰 기포를 만들어 잠수함처럼 물 속을 거슬러 갔다고 한다. 코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별 일 없이 민 하사의 시신을 수습해 엘프들이 준비해 갔던 천에 싸서 돌아 왔다고 한다.

내가 시킨 대로 민 하사의 군복을 가져가 입히느라 해선이 고역을 치르긴 했다지만 그거야 내 알 바 아니고. 고인에 대한 예의로 수의 삼아 입히라고 한 건 아니다. 피범벅이 되고 땅 속에서 한달을 넘게 묻혀 있던 군복을 입은 민 하사를 시우가 이상하게 여기면 곤란하니 민 하사의 군장 속에 있던 여벌의 군복을 입혀 멀쩡하 보이도록 한 것일 뿐. 그런 속내도 모르고 수철 이 자식은 민 하사의 군복은 자기가 갖고 폐급인 제 군복을 입히면 안되겠냐고 물어 봐서 욕을 벌었다. 좃사노바 시키.

그러나 민 하사의 시신은 우리 분대원과 함께 오지 않고 엘프들에 의해 다른 둥지로 보내졌다. 우리가 지내는 둥지에서 시체가 일어나는 꼴을 보지 않는 건 다행이지만 우리와 말이 통하는 엘프들이 없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니 답답했다. 수철이 캐물어볼만 한 큰이슬프라이드의 엘프들은 우리만큼나 상황을 모르고.

그 답답함은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우릴 데리러 작은파도포말과 다른 엘프들이 오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아침을 달려 우리가 불려간 둥지는 우리가 머무르던 곳에서 한참을 간 강변에 있었다. 이 둥지 역시 한 가운데에는 성인 남자 서넛이 들어가도 충분한 크기의 생명의 샘이 있었지만 이 생명의 샘은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다른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다른 둥지들과 달리 생명의 샘에서 6미터 정도 떨어져 자란 나무들이 약 2미터씩 간격을 두고 샘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서 있는데, 이 나무들의 줄기 끝들이 샘 한가운데 허공에서 만나 마치 돔을 이루는 기둥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실제로 돔처럼 나무 상단의 가지와 잎들은 겹쳐져 천장 같은 구조를 만들어 생명의 샘에 햇볕이 들지 않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나무들 안쪽으로는 천장에 가려 응달이 지고 풀이 자라나지 않은 채 붉은 흙만 있는, 왠지 음울한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생명의 샘을 둘러싼 나무들도 샘 쪽으로는 가지를 뻗지 않고 샘을 향한 나무의 색깔은 왠지죽어 있는 것처럼 거무죽죽 했다. 그리고 이 나무들은 처음 보는 열매들이 엮인 금줄이 둘러쳐져 샘 쪽으로 접근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민 하사의 시신은 샘 안에 담겨 있는 듯 했으나 금줄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게 해 직접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안쪽에서부터 시신이 썩는 고약한 냄새가 여기까지 풍겨나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었다. 두려움과 걱정이 뒤섞인 복잡한 얼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엘프들 중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전투용 덩쿨 갑옷을 착용한 황금꽃잎입술과 수도승 복장을 한 깊은너울 눈동자였다. 그들 곁에는 같은 수도승 복장을 엘프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간간이 다섯 방향에서 샘 안쪽으로 향한 덩쿨을 붙잡고 있는 같은 복장의 엘프들에게 뭐라고 지시를 하는 것 같았다.


“민 하사님이 좀비가 되어 마구 물어 뜯으면 어떻게 하죠?”


불안한 듯 주변을 둘러 보는 좃사노바의 얼굴이 헬쓱했다.


“그렇게 겁이 나면 장갑차 안에서 모니터로 보던가.”

“에이, 그래도 이런 구경거릴 놓칠 수는 없죠.”


구경거리? 이 시키가 지금 고인 능욕 현장에서 뭔 소릴 하는 거야? 하긴 죽은 사람이 되돌아온다는데 두번은 몰라도 한번은 보고 싶긴 하겠지.


“전원 무장 상태 확인해. 그렇다고 화기를 사용할 생각은 하진 마. 걸레짝으로 만들어 놨다간 민 하사 대역으로 그 넘을 세울테니까.”

“만약 우리에게 덤비면 어떻게 합니까?”

“제압해야지. 기계화보병의 외골격 장갑은 장식이냐?”

“그러다 물리면...”


‘아, 진짜 저 삼시세끼 자식!’

장갑차 차장석 해치에 상반신만 내밀고 있는 녀석의 입방정 하고는. 눈을 부라려 수철의 입을 다물게 하고는 힐끗 해선을 봤다. 방패를 든 해선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생명의 샘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방패를 든 민지는 아주 울상이고. 만약의 경우 민 하사가 풀려나면 두 사람이 방패로 제압을 하고 내가 포박을 하기로 했다. 지금 내 손에 들린 견인용 와이어라면 충분하겠지. 이것을 위해 주 하사에게서 정비용 외골격 오른손을 받았다. 지 장비라고 주기 싫어하길래 그럼 니가 하던지라고 쏘아 붙이니 내키지 않는다는 듯 내어준 장비였다. 하긴 단차마다 하나 밖에 없는 레어템이니. 왼손잡이는 어쩌냐고? 소총 탄피 배출구도 오른쪽 뿐인 한국군이 언제 그런 거 따졌다니?


하지만 영화 같은 그런 드라마틱한 연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생명의 샘에 담그면 바로 ‘으워어어어’ 하는 예의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날 줄 알았는데 말이지. 처음 본 수도승 복장의 엘프 말로는 죽은 지 꽤 되어서 아마 이대로 하루 이상은 있어야 할 거란다. 띠불, 그럼 괜히 긴장했잖아. 그런 건 좀 미리 말 하란 말이다! 하지만 엘프들도 이런 식으로 죽은 자를 불러 본 적이 없어 잘 모르는 듯 했다. 하긴, 그러고 싶겠어?


그러는 동안 수도승 복장을 한 엘프들이 이곳에 속속들이 도착했는데, 황금꽃잎입술의 말로는 모두 마법사 란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큰 마법사들로서는 자금까지 허용되지 않았던 금기가 시행되는, 한번도 보지 못한 장면을 놓치고 싶지 않겠지. 특이하게도 마법사들 중에서 엘프들에게는 드물다는 남자가 보였다. 영근뿌리 프라이드의 마법사라는데 사교성이 없는지 우릴 봐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흘러 갔다.


“뎃 스타일팃.”


이제나 저제나 기다림 속에 시간이 흘러 중천으로 오른 햇살이 둥지 안을 비출 즈음, 누군지 모를 엘프의 외침과 함께 주변의 시선이 모두 생명의 샘으로 향했다. 나도 서둘러 금줄 가까이 다가가 샘 안을 살펴 보았다. 잔잔한 생명의 샘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모두들 숨을 멈추고 조용히 생명의 샘만을 응시하고 있는데 샘 속에 잠긴 민 하사의 시신이 움직이는지 샘에서 찰박찰박 물결이 일었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개인용 마이크로 드론 잠자리를 급하게 띄웠다. 잠자리가 생명의 샘 가운데로 날아가 바로 위에서 샘 안을 보여주었다. 맑은 샘 가운데 누워 있던 민 하사는 손을 움직여 뭔가를 배에 집어 넣는 것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제 저걸 민 하사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해선이 시신 회수를 하러 갈 때 들려 보냈던 민 하사의 군복을 입고 있는 반쯤 부패한 시신은 민 하사가 틀림 없겠지. 그러고 보니 뭔가를 배에 집어 넣는 행동은 민 하사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행동이었다.

‘설마, 죽기 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야?’

문득 민 하사가 동작을 멈추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누운 채로 고개를 좌우로 돌리더니 서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모르고 봤다면 민 하사인지도 알아보지 못할 썩어 문드러진 얼굴이 물 밖으로 나오자 여기저기서 작은 비명과 신음 소리가 들렸다. 이미 상당히 부패가 진행된 민 하사의 머리와 손에 비해 멀쩡한 군복은 괴기스러움을 더하는 모습이다. 가쁜 숨을 내쉬려는 듯 민 하사가 머리를 숙이고 입을 벌리자 썩은 구정물이 쏟아져 내렸다.

‘저 물은 이제 다 마셨군.’


“흐어. 흐어어. 흐어.”


목소리라기 보다는 그냥 공기가 빠져나오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민 하사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 보는데 그 모습이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나 구울 같아 머리카락으 삐죽 서는 것 같았다.


“민 하사님...”


곁에서 잠자리 영상을 공유해 함께 그 장면을 자신의 바이저로 지켜보던 민지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었을까? 그럴 리 없겠지.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 민 하사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샘에서 몸을 일으켜 이쪽으로 걸어 오려고 했다. 마치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버끔 거리며... 설마? 그럴 리가. 게다가 말이 안된다. 분명히 민 하사의 안구는 썩어서 그의 두 눈이 있던 저리는 움푹 패인 채 시커먼 공동 뿐이었다. 그런데 뭘 본단 말야? 그런데 왜 우릴 발견하고 오려고 하는 것 같지? 알 수 없는 공포가 스물스물 아랫배에서 기어 올라왔다.


“오지마. 씨발, 오지 말라고.”


해선 이 삼시새끼도 귀신을 본 것처럼 잔뜩 움츠러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얼이 빠진 표정에 공포에 짖눌린 눈을 평소라면 비웃었겠지만 나도 얼굴 근육이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어 남 말할 처지가 아니었다. 말로만 듣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겪어보지 못한 것일 수록 그 차이가 크다더니. 저걸 애들에게 방패로 막으라 하고 내가 와이어로 묶는다고? 시바랄라, 무슨 개똥 같은 소리야? 근처도 가기 싫은데. 좀전까지 호기롭게 했던 말들이 급후회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근처에서 엘프어가 들리면서 민 하사의 사지와 목에 묶고 있던 덩쿨들이 당겨져 민 하사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팔목과 발목, 그리고 목까지 감겨 제약하는 덩쿨의 존재를 깨달은 민 하사가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 덩쿨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이번에는 덩쿨을 끊어 내려고 용을 썼지만 덩쿨은 민하사의 몸을 단단히 감긴 채 버텨 주었다. 그 뿐만 아니라 잔덩쿨들이 굵은 덩쿨을 타고 가며 얽혀들어 더욱 단단하게 보강했다. 마치 불경을 외는 듯한 엘프들의 목소리가 둥지를 가득 채우면서 덩쿨은 더욱 강력하게 민 하사을 얽어 매었고 종국에는 민 하사의 온 몸을 꽁꽁 묶었다.


“풍덩!”


중심을 잃은 민 하사가 맥없이 쓰러지자 다시 엘프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황금꽃잎입술과 깊은너울눈동자와 함께 있던 그 엘프였다. 그 목소리에 호응해 엘프들이 덩쿨을 한쪽으로 당겨 민 하사를 생명의 샘에서 끌어 냈다. 두팔과 두다리를 꽁꽁 묶인 민 하사는 꼼짝도 못한 채 물에 젖은 생쥐꼴로 생명의 샘에서 땅으로 끌려 나왔다.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몸부림을 치며 바람 새는 소리를 내지만 나도, 어느 누구도 그의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꼼짝도 못하는 모습을 보니 겁 먹은 가슴은 진정되었지만 저게 정말 민 하사는 아니겠지? 죽은 민 하사가 다시 살아나 움직이니 기분이 묘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기억도 가지고 있다면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혼란스럽다.


“이제 됐어. 재물이 준비 되었으니 슬슬 출발 준비를 해야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엘프들이 떠드는 말 중에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 돌아 보니 황금꽃잎입술이다. 자신만만한 표정. 슬쩍 미소를 지어준 다음 고개를 돌리는데 해선과 무슨 말을 주고 받는 작은파도포말이 보였다. 뭐가 좋은지 해선 곁에서 작은새처럼 재잘거린다.


작가의말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19금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피드백 바랍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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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6 19.05.08 9 0 23쪽
124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5 19.05.01 8 0 25쪽
123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4 19.03.23 18 0 20쪽
122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3 19.02.02 26 0 23쪽
» 믈 해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2 19.01.23 19 0 23쪽
120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1 19.01.18 15 0 23쪽
119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0 19.01.13 17 0 22쪽
118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9 19.01.10 25 0 23쪽
117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8 19.01.05 17 0 18쪽
116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7 19.01.01 28 1 13쪽
115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6 18.12.30 20 0 23쪽
114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5 18.12.27 17 0 21쪽
113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4 18.12.24 28 0 14쪽
112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3 18.12.23 23 0 20쪽
111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2 18.12.15 22 2 19쪽
110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1 18.12.13 23 1 20쪽
109 믈 헤엄치는 새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0 18.12.09 20 3 23쪽
108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9 18.11.30 32 1 18쪽
107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8 18.11.11 32 2 15쪽
106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7 18.09.15 30 2 20쪽
105 믈 헤엄치는 새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6 18.09.01 24 2 19쪽
104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5 18.08.25 35 1 19쪽
103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4 18.08.19 29 2 23쪽
102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3 18.08.18 19 2 13쪽
101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2 18.08.17 39 2 17쪽
100 믈 헤엄치는 새 2부. 삼키는 자와 삼켜지는 자 1 18.08.16 26 1 21쪽
99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5 18.08.15 24 1 19쪽
98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4 18.08.14 25 1 19쪽
97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3 18.08.13 21 2 19쪽
96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2 18.08.12 21 1 21쪽
95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1 18.08.11 24 1 18쪽
94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0 18.08.10 25 2 18쪽
93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9 18.08.09 22 0 15쪽
92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8 18.08.08 22 1 20쪽
91 믈 헤엄치는 새 2부. 작원관 17 18.08.03 23 2 15쪽
90 믈 헤엄치는 새 2부. 작원관 16 18.08.02 33 2 18쪽
89 믈 헤엄치는 새 2부. 작원관 15 18.08.01 17 1 17쪽
88 믈 헤엄치는 새 2부. 작원관 14 18.07.31 22 1 17쪽
87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3 18.07.30 58 1 17쪽
86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2 18.07.29 24 3 16쪽
85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1 18.07.28 23 2 13쪽
84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10 18.07.27 26 2 16쪽
83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9 18.07.26 27 3 14쪽
82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8 18.07.25 22 2 11쪽
81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7 18.07.24 21 2 15쪽
80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6 18.07.23 25 2 9쪽
79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5 18.07.22 18 2 10쪽
78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4 18.07.21 25 2 14쪽
77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3 18.07.20 28 3 9쪽
76 믈 아래 나는 새 3부. 작원관 2 18.07.19 2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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