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흔적이 곧 지워질 테니 이제 토끼들을 차지해 볼까나?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어떻게 말이 전달되었단 말이야? ”
서재장의 미운 짓 대신 하는
덜 떨어지는 놈인 줄 알았는데
궁하고 연계가 되어있을 거란
생각을 못한 석환이 먼저 물었다.
이에 난 잠시 제천의 눈치를
살핀 뒤
“ 월아가 알려주었어. ”
“ 월아가? ”
“ 밉상이 서리에게 글월비자를
통해 서신을 전달하라고 했다는
군. "
“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
서야. "
“ 이번에 제대로 이를 갈았어.
옹주마마께서 내게 관심을 보인
다는 걸 알고 일을 만든 것일
테지. "
“ 허허. 장의 아무래도 이번
일로 사람 여럿 잡겠습니다. "
일이 커진 것에 걱정이 앞서는
제천이다. 괜한 소문을 궁에
들였다 하여 곤혹을 치를 이가
한 둘이 아닐 듯.
“ 암만 그래도 고작 헛소문
좀 퍼트렸다고 애먼 사람을
잡을까 전달하려 했던
이만 잡으면 될 일을. "
“ 자네도 참 이리 순진해서야.
궁중 여인네들의 입방아로 일이
생긴 것이 한 두 해도 아니거늘.
다들 쉬쉬할 뿐이야. 특히나
옹주마마께서 벼르고 있을 테니.
쯧쯧. 아무래도 이 자가 일을
내도 크게 내었어. "
“ 서재장의께서 이번만큼은
구제 해주기 어렵겠습니다. "
“ 그럴지도. 괜히 자기까지
끌려들어갈 수도 있으니 꼬리
자르기 하겠지. "
서재장의는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다.
앞전 자르지 않은 것은 너그러운
인상을 남기기 위한 것이었으니.
밉상의 퇴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다.
“ 그런데 장의. 저번부터 궁금한
것이 있는데 말입니다. "
제천은 스스로를 기특해 하는
내게 넌지시 묻기에
“ 무얼 말인가? ”
“ 석환상유는 아는 듯한데
대체 월아라는 자는 누굽니까? "
아뿔사...
평소 딱히 묻지 않아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줄 알았는데 석환이랑
내가 은밀히 주고받는 시그널이라도
본 건지 이거 난감하다. 아직
월아에 대해 말을 하기엔
상황도 부족하고 무턱대고
말했다간
“ 장의, 농으로도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무슨 신 내림이라도
받았단 소릴 하실 참입니까? "
소설책 한권 아니... 몇 권의
분량이 나올 수도 있다. 거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성격이라
자칫 이상한 놈 취급 받을 수
있기에 우선은 석환에게 눈짓을
한 뒤 적당히 둘러대었다.
“ 아아... 일전에 흉터를 가지고
있던 자가 우리를 주시 한다
하였지 않았나. 그것을 내게
은밀히 전한 이가 있었는데
홍루에서 잔심부름을 담당하던
노비였네. 노비로 남겨두기엔
재주가 아까워 내가 요긴
하게 쓰고 있던 참이지. "
“ 그렇지. 내가 곁에 두면
좋을 것 같다 하였어. "
그냥 가만히 있지 도움이 안
되는 석환이의 AI모드연기에
짜증이 올라 눈짓을 강하게
보내니 입을 다문다.
“ 저도 한 번 보고 싶군요.
눈치도 제법 있고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할 줄 아는
것이 영특한 면도 있지 싶어
기루에 썩히기는 아깝네요. "
이에 나는 주변을 잠시 둘러
본 뒤 아주 조용히 말했다.
“ 허나 줄을 매면 끊어버릴
심성이라 그냥 자유로이 두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야. "
“ 큭큭, 성질이 있나봅니다. ”
“ 그... 그렇지... ”
“ 자자~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지. 이번 일로 어심이
동재에서 서재로 넘어갈 수도
있음인 것이 문제지. 옹주마마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니. "
“ 아끼시는 옹주마마의 마음을
아프게 한 녀석이 되었으니
아무래도 좋게 보이진 않겠지.
허나 지금은 어심보다 가까운
문판서대감댁 문턱부터 넘어야
할 것 같아. 자네의 아끼고
아끼는 소아를 위해서 아니
그런가? "
“ 당연하지~! ”
월아에 대한 호기심을 재빨리
지우고 화제를 돌리니 자연스레
제천은 어심을 먼저 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제천 모쏠 당첨~!!
모쏠이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
* 좌참찬 가(家)
“ 쯧쯧쯧, 그리 당부하였는데... ”
훈구대신 좌참찬 박수림은 딸인
경빈이 임금에게 옹주가 마음에
두고 있는 이가 부마감으로
좋지 않음을 은근히 흘렸단 말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에 경빈
박씨의 오라비가 말을 이었다.
“ 저희 그림자의 뒤를 은밀히
밟은 이입니다. 거기다 신성군과
어울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런 자를 어찌 믿고 옹주마마의
짝으로 보시겠습니까? "
“ 흐음... 어찌되었든 여인이 이런
저런 증명되지 않은 일들로 어심을
어지럽히는 건 보기 좋지 않으니
미리 일러드려야겠지. "
욕심 많은 경빈이 괜히 임금에게
귀뜸 한 것이 되려 훈구파에서
사윗감을 고르려는 속내를 들킬
수도 있음을 걱정한 박수림은
경빈 처소에 언질을 넣었다.
“ 그래 홍루 쪽은 어떻느냐. ”
그러자 아래에 있던 얼굴에
흉터를 가진 자가 고개를
들어 보고 했다.
“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습니다. "
“ 조심성이 많을수록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은 법이지.
꼬리를 내 놓거든 지체 말고
밟도록 해라. "
“ 네 어르신. ”
그렇게 다른 쪽에서 걸려
들기만을 기다리는 거미줄을
지어내는 동안 순진무구한
유생들은 사복차림으로 성균관
담을 넘었다. 물론 홍학유의
심부름이 전제 미션이긴 하나
홍루의 술독을 차지할 생각에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린다.
“ 장의 그리 좋으십니까? ”
“ 좋다마다. 제일 재미있는
것이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것이요. 제일 맛난 것이
먹지 말라는 걸 몰래 먹는
것이라 했으니. "
“ 쯧쯧, 어찌 날이 갈수록 이리
엉큼스럽게 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낯설어 유정. "
“ 큭큭, 내가 여태 속내를 드러
내지 않은 것일 뿐. 성균관 내
동재장의도 나요, 지금 한량
같은 이도 나 김유정이란 말씀~ "
“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마치
껍데기만 그대로고 속은 아주그냥
요물로 변한 것 같으니 말이지.
내가 아는 김유정이 맞는가? "
뜨끔-----
“ 그..그럼 내가 김유정의 탈이
라도 빌려 쓴 앙큼한 구미호라도
된다는 말이야? “
“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술이나
들고 하시지요. 무슨 가기도
전에 주정부터 부리십니까. "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제천은 석환과 티키타카를
이루는 날 쭈욱 밀어 홍루로
향했다.
“ 어서오시지요. ”
“ 오오~ 오늘은 눈이 아프지 않군. ”
“ 네? ”
“ 그런 것이 있어. ”
가홍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했던지 마중 나온 연향의
모습에 마치 안구정화라도
된 모양으로 더 없이 반갑게
인사하는 제천이다.
“ 빠져나오실 수 있겠습니까? ”
연향은 그간의 벌어진 일을 듣고
내 걱정을 먼저 했다. 초이야
감추면 그만이지만 이미 드러난
장의는 아무래도 입방아에 한
동안 오르내리게 될 테니.
“ 내가 초이를 만나는 것이나
신성군과 어울리는 것이 흉터를
가진 이 뒤에 있는 자에게
가볍게 넘겨질 수 있다면야
빠져나오지 못한다 해도 상관
없네. 물론 완전히 그들 눈에
멀어질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은
말미를 가질 수도 있어. "
“ 초이야 어차피 기루에 몸 당은
이라 더 받을 손가락도 없기도
하거니와 그런 것에 그리 신경
쓰는 아이도 아니라 크게 걱정은
없지만 도련님이 제일 신경
쓰입니다. "
“ 걱정 말게. 소문은 곧 사라지게
될 테니. 한 번 스크래치 난 건
전하에게만 통하면 되는 것이야.
전하께서 옹주마마에게 당부하여
내게 관심을 끊게 할 동안만은
함구할 생각이니 초이에게
번거롭겠지만 내가 홍루로 드나
들 때 반기는 척이라도 해
달라 말해주게. 상부상조하잔
말도 잊지 말고. 아직도 성균관
문을 나서면 목덜미가 서늘해져
무섭다고. "
그냥 두면 초이는 빚을 지게
되어 부담을 가질 테니
저번에 습격 받은 것을
빌미로 나 좀 보호해 달라는
듯 말을 하며 겁에 질린
강아지마냥 추욱 귀를 늘어
뜨려 초이에게 당부를 부탁
하니 철없는 동생을 바라보는
누이의 시선으로 고개를 저은 뒤
주안상을 봐오겠다 말하며
방을 나섰다. 어찌 저찌
되었든 나와 초이의 움직임은
아주 사사로운 것으로 보여질
수 있는 빌미가 생겼으니
이제는
“ 초이 주변으로 보이지 않는 벽을
쳤으니 일단은 안심하고 다음으로
중요한 예비장인어른의 마음을
달래드려야 할 터인데. 어떻게
석환~ 문판서대감께서 약주를
좋아하시는가? "
자고로 사위와 장인어른 간이
신경전에선 술만큼 윤활유 역할
톡톡히 해 내는 것이 없으니
“ 단주하셨어. ”
“ 그래 단주.. 에? 단주? ”
‘ Why????~!!! '
" 왜에~!! "
“ 애주가정도는 아니어도 가끔
찾아가시는 아버지와 한 두
잔을 나눌 정도는 드셨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끊어내시더군. "
“ 말도 안돼... 그 좋은 걸
끊다니... "
난 일순간 뇌가 정지됐다.
술 한 잔으로 능구렁이처럼 넘어
가려던 계획이 물거품 되는 순간
이다. 맨 정신으로 과연 장인을
설득할 수 있을지.
“ 쯧쯧, 장의 이번에는 애 좀
먹으시겠습니다. 은근슬쩍 넘기시
기엔 제가 아는 정도에서도
꽤나 깐깐하다 하시고 어쩜
스승님과도 쌍벽을 이루시지 않을
까 합니다만. 어쨌든 힘내
십시오. 허허 "
제천은 안 됐다는 표정으로
힘없는 응원을 하니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면
“ 그래도~! 석환 자네가 있어
다행이야. "
석환이가 소아 어릴 적부터
남매처럼 지냈다 하니 문판서
와도 친분이 있을 것이다. 어쩜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딸아이의 짝을 석환이로 점찍을
수도 있었을 테니.
“ 나를 방패막이 삼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 "
“ 아이~ 이러기야아~ ”
“ 자네가 싼 똥을 왜 나보고
치우라는 것이야~ "
“ 치우기는~~ 치우려면 뒷간 문이
열려야하는데 그것만 열어주면
되는 것을 도와주게~~~~~ "
석환이는 이때다 싶었는지 아주
그냥 귀 닫고 눈 감아 버린다.
입은 술이 들어가야 하니 열어
두고는 잔소리로 막는다.
“ 철없는 우리 장의는 이번 일로
좀 생각이 생겼을 터이니 석환
상유 그냥 가세. 빨리 해결해야
군왕의 마음이 멀리 가기 전에
돌려놓지. "
이제나 저제나 임금의 빛이
떠나갈까 걱정인 제천은 결국
석환을 달래니 이에 못 이기는 척
그러나 정확히 내게 다짐이라도
받아놓을 심사로 한 번 더 이런
일을 벌일 시 각오하라 일렀다.
울며겨자먹기로 난 우선은 GG를
외쳤다.
* 문판서 가(家)
“ 오늘은 일이 있으시어 문안인사를
받지 못하시겠다 하십니다. "
두 번째 퇴짜.
석환이 전했을 텐데 제대로
뿔이 난 듯하다.
“ 에효... 드라마 속 사위들
이야기가 내 일이 될 줄 몰랐네.
같이 술 한 잔 거하게 걸치고
찜질방에서 노곤거리면서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양반 체면에 같이
멱이라도 감으시면서 술 한 잔
따악~은 무리겠지? "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고집이 보통이 아니지
싶다. 시집살이 못지않은 처가
살이가 눈앞에 보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 애기씨~ ”
돌아서서 가려는데 여종이 황급히
누군가를 부르는 것에 멈추니
“ 도련님~ ”
소아다. 내 걱정에 한 잠도
못 잔 눈치라 너무 짠하고
미안해진다.
“ 이리 나오시면 어찌합니까.
괜히 노여움만 더하실 터인데. "
“ 심이 상하여 가만히 있을 수
있어야지요. 혼은 나중에 나더라도
지금은 도련님 마음이 걸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
그렇게 말하며 장옷을 쓴 뒤
앞장 서 걸었다. 그런 소아의
행동에 여종이 발만 동동 굴렀다.
“ 걱정 말거라. 내 애기씨는
잘 설득하여 곧장 보내드리도록
할 터이니. "
그렇게 말을 하고선 서둘러 뒤를
따랐다.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걸어가던 소아는 인적이 드문
곳에 다다르니 널찍한 바위
위에 앉아 장옷을 벗었다.
“ 어찌 그이의 머리는 올려
주셨습니까? "
거두절미하고 앉자마자 묻는
이야기에 난 그만 웃음이 터질
뻔 했다. 살짝 흘기며 말하는
소아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 유정아, 아무래도 네가 오기
전에 내가 확실히 소아를
붙들어 둬야겠다. 저 모습에
안 넘어가면 고자거나 게이
둘 중에 하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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