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성균관 내 소문이 궁궐의 담을 넘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아닙니다~! 아주그냥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지 멀쩡한 건강한
사내이옵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
“ 그러지 않고서야 그리 귀한
것에 무관심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서. 스님들도 그거 앞에선
하루 종일 염불을 외워도 쉬이
머리가 식히질 않을 텐데. 큭큭 "
“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가
들이밀자마자 얼굴이 시뻘개져선
뭐라 하기에 제가 다 무안
하지 뭡니까. "
“ 이거 참. 공자도 한 번은
곁눈질 할 법한 데 이거 장의
서책만 파고들다 보니 머리가
그것을 잊은 것입니까? "
아주그냥 놀림거리의 타깃이
석환에서 나에게로 바뀌어
셋이 돌아가며 꺽꺽거리는 게
얄미워 죽겠다. 허나 속 시커먼
26살의 유정으로 빽~ 하고 소리
칠 수 없으니 미칠 노릇.
“ 어찌 하나같이 똑 같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석환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지.
뻥을 쳐도 적당히 해. 제천은
좀 가만히 있지~~! "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
눈에 18살 김유정은
숫기 없는 샌님이요, 고자라
해도 무방할 해 맑은 뇌를
가진 어린애에 불과했다.
그렇게 열심히 오징어 뒷다리
씹히듯 이 인간들 사이로 오며
가며 하다 내 얼굴색이
바뀐 걸 확인한 제천이
먼저 말을 돌려 소문이 어떻게
전해질지에 초점을 맞춘
후에야 네 남자의 머리가
굴러갔다. 그렇게 네 남자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휴학
시기는 어느 덧 막바지에
이르러 다시금 성균관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문턱을
넘어서 명륜당으로 삼삼
오오 모인 유생들 사이에
오묘한 기운이 감돌더니
누군가 먼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그 소문 들었는가? ”
“ 무슨 소문? ”
“ 아니 글쎄. 서림에 지필묵을
사러 갔다가... "
* 서재 앞 뜨락.
“ 장의~!!! ”
“ 무슨 일이기에 이리
호들갑스럽게 뛰어 오는가
체통 없게. "
“ 소문 들으셨습니까? ”
새로 구근을 심은 국화가 하나
둘 올라오는 걸 보고 있던 차
쓸데없는 소리를 꺼내려는 밉상을
제지했다.
“ 허비할 시간이 없음에 휴학
시기에도 매진하라 이르렀거늘
어찌 쓸데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가. "
“ 아니요. 이번 일로 앞전 제가
쓴 누명을 벗길 기회가 왔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
“ 홍루에서의 일은 더 이상 거론
하지 말라 일렀거늘. 자네는
기회라는 걸 쉬이 얻었다고
생각하나보군. "
“ 장의께서 베푼 은혜를 그리
가벼이 여길 리가 있겠습니까.
그게 아니옵고 일전에 홍루에
동재장의가 발걸음 한 것이
단순히 좌찬성대감을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
“ 자네... ”
“ 들었습니다. 뜬소문이라고
하기엔 신성군까지 엮인 것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
밉상에게서 성균관 유생들 사이로
퍼진 소문을 들은 서재장의는
일순간 미간에 주름이 지어졌다.
소문이 진짜라면 동재장의의
목줄을 잡을 수 있겠지만 자칫
자신의 발목이 잡힐 수도 있음에
우선은 밉상에겐 입단속을 하도록
한 뒤 은밀히 알아보도록 세작을
불렀다.
“ 장의~!!! ”
동재로 돌아오자마자 성필이
버선발로 나를 반겼다. 이혁
역시 반가운 얼굴로가 아닌
걱정스러운 낯빛으로 나를 대하니
나는 씨익 웃었다.
‘ 여기까지 아주그냥 롤러코스터
마냥 순식간에 도는구나. 나쁜
소문은 참 빨리도 움직이지. 살을
얼마나 붙였을래나 한 번 들어
볼까나? '
“ 아니지? 아닐 거야. ”
마치 잘못 들은 것마냥 걱정이
묻어나는 이혁의 중얼거림이다.
원체 소심한 인간 이다보니
곧장 내게 묻지 못하고 우물
쭈물 망설이는 것에 성필이
답답하다는 듯 이혁을 제치고
내게 물었다.
“ 유생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는 건 알고 있나? "
“ 무엇을 말입니까? ”
“ 자네에게 숨겨둔 여인이 있단
소문 말이야. "
“ 무슨 그런 해괴망측한
말입니까? ”
내가 나서기 전 석환이 먼저
발끈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연기?
‘ 발연기의 대가가 장족의
발전을? 큭큭 소아가 촉진제가
된 것이겠지. 눈빛 좋고~ '
난 석환의 반응을 보며 빙글거리다
이혁과 성필 앞에서 표정관리를
한 뒤
“ 제게 여인이 있기는 하지요.
저어기~ 문판서 대감의 따님이신
문소아낭자가 제 짝인 것은
조선팔도가 다 아는 사실인데
새삼스럽게. "
“ 아~ 답답한 양반을 보았나.
그것을 소문이라고 하겠는가
사실인 것을. 자네 앞전 홍루에
드나든 것이 여인을 만나기 위해
간 것이란 말도 있어. 거기서
그 여인을 두고 신성군과 가벼운
다툼까지 벌어졌었다고. "
‘ 호오~ 여자 하나를 두고 남자
둘이서 신경전을 벌였다라 이거
누구 귀에 들어가면 손뼉을 치겠군.
진위가 밝혀지기 전에 입단속을
하겠지만 그 자식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테니. '
“ 신성군마마와는 성균관 내에
일이 계기가 되어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로 발전하여 휴학
시기 내 몇 번 만나기는 하였
습니다만. 허허 "
그렇게 말을 잘랐다. 신성군과
만났다고는 하였으나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답하지
않으니 성필이 이 자식은 무슨
상상을 한 것인지 대뜸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이런 말 하는 내가 속물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어. 멀리
내다보려면 신성군과의 만남은
자제하게나. "
“ 성필상유의 말에 나도 동의하네.
벗을 사귐에 있어 가림이 없어야
하나. 그것은 실상과는 멀어.
특히 전하의 눈에 든 상황에는
더더욱. "
“ 관심이 한결 같은 순 없지요.
그것 때문에 제 마음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그저 가벼이
술벗으로 만남이니. 너무 괘념치
마세요. 그리고 신성군마마 역시
전하의 자식이지 않습니까. "
순진하게 답을 하는 나의 태도에
걱정을 놓지 못하는 두 사람이지만
나는 그들에게 걱정 말라 알아서
잘 할 것이라 다독였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흘러 소문은 성균관
담을 넘어 장터를 지나 성문으로
향하더니 어느 새 옹주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 뭐~! ”
“ 마마~ ”
사람 마음이야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문화원에 들러 문판서
여식에게 선전포고를 했던 것이다.
언제든 내 것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던 차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지니 어이가 없는 옹주다.
“ 마음이 바뀌는 거야 문제되지
않으나 어찌 그것이 기루로 향한
것이란 말이야. "
자신에게로 바뀌어야 할 마음이
아직 오기도 전에 엉뚱한 곳에
머문다는 것에 화가 치민 옹주는
탁상을 손으로 내리치며 분을 푸니
“ 마마, 영민한 이는 항시
주변에 시기하는 이들이
있사옵니다. 진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니 너무
노하지 마옵소서. 사람을 시켜
알아보겠사오니 조금만 기다려... "
“ 네 이년~!! 감히 옹주마마의
심기를 흩트리느냐. “
잠시 자리를 비웠던 홍상궁이
들어서자마자 연이의 말을 듣고
곧장 노해 얼굴을 올려붙였다.
이에 놀란 연이는 입이 얼어
붙은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홍상궁~ ”
“ 네년은 방으로 돌아가 처벌을
기다리도록 하거라~! "
홍상궁의 호통에 그새 정신을 차린
연이는 부어오른 뺨을 감싸며
총총걸음으로 문소전을 나섰다.
울먹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걱정이 되는 옹주 눈앞으로
홍상궁은 곧장 잔소리를 시전하기
위해 단전에 기를 모았다.
“ 내가 시킨 것이야. ”
“ 마마... ”
“ 연이는 잘못 없어. ”
“ 하아... 마마는 조선의
여염집이나 양반가의 규수가
아니옵니다. 왕실의 여인으로서
그들의 본이 되어야 하십니다. "
“ 답답한 소리야. 왕실의
여인은 마음도 없단 말이야? "
“ 있으되, 쉬이 보여선 아니
될 것입니다. 어심 앞에서는
더더욱. "
“ 아바마마께서도 아시는
듯 하였어. 그러니 내가 말을
하면. "
“ 하아.. 마마~ 동재의 장의는
이미 정인이 있는 이입니다. "
모른 척 하고 있을 뿐 홍상궁은
이미 옹주가 동재 장의를 마음에
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
허나 그 자에겐 이미 정해진
베필이 있다. 물론 부마라는 것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자리이기에 욕심이 있는 자라면
손바닥 뒤집듯 정인을 내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홍상궁의 귀에
들어오는 동재의 장의는 자애롭고
올곧은 성품으로 성균관 내 유생들의
칭송을 받는 이였다. 지금의 소문은
그런 이를 시기하는 소인배들이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라
믿음에 정인에 대해 쉬이 마음을
거둘 이 또한 아닐 것이라 생각
하기에 그저 옹주의 투정이 괜한
생각으로 바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 사람 마음은 쉬이 변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성균관 내
유생들의 본인 장의로서 자신의
마음 하나 단도리지 못하는
사내는 볼 필요도 없지요.
그러니 이쯤에서... "
“ 싫어. ”
“ 마마~ ”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이라고 했다.
특히나 제멋대로인 옹주는 더하니.
홍상궁이 아무리 간언을 하여도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물린 후
다시금 연이를 몰래 불러들였다.
“ 이런~! ”
궁에까지 당도하는 소문은 당연히
문판서의 귀에도 도착하여 화를
돋구었다. 안 그래도 답답하고도
답답한 제학의 자식이라 그리
탐탁치 않아 벼슬자리에 오르는
조건을 매파를 통해 전했는데
이번 대사례와 일차를 통해
달리 보이는 녀석의 모습에 살짝
마음이 돌아서려던 차였기에
화는 더했다.
“ 아버지. ”
“ 아무 말 말거라. ”
솔직하게 일을 꾸미고 있음을
아버지께 말하고 싶은 소아다.
그렇지만 이래나 저래나 기루의
여인이 엮인 것이라 아버지는
화를 누그러트리지 않을 테니
이렇다 할 설명도 할 수 없어
답답하다.
“ 저는 도련님을 믿습니다. 저를
두고 그런 추문을 만들 분이
아니라는 것을요. "
“ 그것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차피 녀석도 사내가 아니더냐. "
“ 허면 어찌해야 아버님께서
믿으시겠사옵니까? "
“ 믿고 안 믿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야. 어떻게 행실하였기에
그런 추문이 돌게 하냐는 것이다.
사람은 자고로 스스로에게 엄격
해야 하거늘. 벌써부터 이러니
에이~ "
암만 변명을 늘어놓은 들 아비보다
사내에게 눈이 먼 철없는 딸로
보일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자리를 떴다.
“ 이런... ”
“ 무슨 일이야? ”
“ 문판서대감의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야. 어찌 생각보다 소문이
성균관 담을 빨리도 넘네. "
소아의 짧은 서신을 받은 난
무슨 이야기가 이리도 빨리
전달 되냐며 혀를 내두르니
석환은 못마땅 한 듯한
투로 답했다.
“ 자고로 소문 중에 주색과
관련된 것은 여하를 막론하고
빠르게 퍼지는 것이라 하였어.
특히나 유생들의 경애의 대상이
되어야 할 장의와 관련된
일이니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
“ 에이~ 자네는 진위를 알면서
퉁명스럽긴. "
“ 소아가 오죽하면 휴학시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신을
보냈겠나. 너무 오래 끌지는 말게.
내 속도 이런데 오죽하겠어. "
“ 예~~ 예~~ 분부대로 합지요. 큭 ”
그렇게 조반을 마치고 나서 받은
서신으로 인해 석환이의 입이
어디까지 나와 이를 달래려
하는데
“ 어찌 장의께서는 추문이 돌고
있음에 수습을 하지 않고 이리
태평이실 수 있으십니까? "
뒤에서 밉상이 기다렸다는 듯
진사식당 밖에서 우리를 아니
나를 발견하자마자 말을
걸었다.
‘ 옳거니 잘 물었다. 요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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