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그녀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그래서. 』
아슬아슬하게 그 곳으로 올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난 월아를
불렀다. 이젠 무언의 약속마냥
된 외침에 월아가 나타나선
내가 한 말을 듣더니 반응이
별로다.
“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성균관에서 사성영감 젊은 시절
부터 쭈욱 봐왔다며 꼬투리 잡을
만한 게 있을 거 아니야.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
나는 우선 성균관 내로 들어 올
소문을 듣고 버럭 거릴 양반들을
잠재울만 한 약점을 챙기기로
했다. 물론 스승님은 예외다.
이 양반을 속이기란 쉽지
않을 테니. 어찌 되었든
사성만이라도 구워삶아 놓는
다면 대사성에게까지 오를
일은 없어지는 걸로. 스승님이야
차차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 벌점이나 챙기는 거지. 별 수
있나. '
『 너 요새 부쩍 나를 부리는 듯
하다. 이거 은근히 기분 나쁜 데. 』
“ 제비꽃을 옥가락지에 직접 넣어
모양을 내었다지 아마. "
『 고작, 그런 것으로 나를... 』
눈앞에 왔다갔다 거리다가
휘익 던지는 제스처를 취하자
잡을 수도 없으면서 얼결에 두
손을 뻗는 모습이 웃긴다.
“ 큭큭큭,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데~ "
『 이 녀석이~! 』
“ 실마리를 먼저 던진 건 너잖아.
네가 아무런 말 하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었어. "
『 끄응... 』
뭐 어찌되었든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라 월아는 반박하지
못한 채 눈을 부라렸다. 허나
칼자루는 내 손에 있다.
“ 그냥 사성영감이 뜨끔할 정도면
돼. 내가 아무리 겁이 없기로서니
위, 아래도 구분 못하는 망나니
짓을 할리 없잖아. 18살의 유정은
당연하고 앞선 시대에 살다 온
속에 있는 나도 생각이란 걸
한다고. "
그런 나의 설득에 결국 비상금처럼
몰래 숨겨둔 썰을 조심스레 내게
속삭였다. 물론 긴급할 때에
쓰기로 약속 하고 또 하면서.
* 서림.
“ ... ”
굉장히 언짢은 모습의 연향이다.
“ 내가 데려갈 수 없다면
머리라도 얹어주고 싶어. "
“ 분명 제가 말씀 올렸을 텐데요. ”
“ 그러했지. 허나 이것은 내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서 말이야. "
“ 무엇을 말입니까? ”
“ 실은 대사례 때 옹주마마께서
내게 홀딱 반하시고 말았거든. "
“ 옹주마마께옵서 말입니까? ”
“ 아직 기방으로까진 소문이 돌지
않았나보군. 옹주마마께서 굳이
문화원에 들러 내 정인에게 선전
포고하듯 에둘러 마음을 표현하신
듯 해. "
“ 허면... ”
“ 자네가 생각하는 대로야. ”
“ 초이를 방패막이로 삼으시겠단
소리입니까. "
“ 어허~ 그 무슨 서운한 소릴.
그저 옹주마마께옵서 내게 크게
실망하게 된다면야 정인이
마음을 놓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 "
“ 아가씨께서도 아시는 것입니까? ”
“ 빠른 시일 내 전하려 해.
괜한 오해가 생기기 전에. 그저
그녀가 현명하길 바랄 뿐이지. "
“ 두 마리의 토끼가 쉽게 잡힐
지는 모르나 우선은 초이에게
이야기는 해 보겠으나
너무 기대는 마십시오. "
“ 나도 도와 달라 청한다고
전해주게.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초이도 조금은 달리 마음을 먹지
않을까. "
“ 괜히 초이에게 빚을 지우려고
하시기는 도련님 너무 짓궂으십니다. "
“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지.
마음이 내키는 법이니까. 나는
그저 초이가 험한 꼴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
“ 자칫, 군왕의 귀에라도 들면
아니 그것보다 성균관 내에서나
유생들 사이에서 좋지 않을 텐데요.
입지는 물론이요, 괜히... "
“ 미운털 좀 박히면 어때. 그거
오래 안가. 실시간 랭킹에도
잠시 빤짝하고 말걸? "
“ 네?? ”
“ 큭큭, 괜찮다는 말일세. 내가
떳떳하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
냐는 말이지. 아주 사소한 문제로
치부될 것이 분명하니 그건 걱정
하지 말게. "
눈앞에 댕댕거리는 미소 가득
머금은 사내가 순진하게
말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느낀
건 처음이 아니건만 오늘따라
유독 더 예뻐 보이는 걸까.
알다가도 모를 연향이다.
그런 유정의 모습을 보며 우선은
초이에게 전해 한 번 더
설득해 보겠노라 답을 하며
일어섰다. 어차피 안된다하면
이 기특한 도령이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 분명하기에.
“ 월아가 말해주던가? ”
연향과 독대를 한 뒤 곧장
석환이의 집으로 가 연향이와
독대한 것에 대해 말을 하며
소아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달라 했다.
다온이를 설득해 문화원으로 말을
전해 달라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너무 예의도 아니거니와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석환이를 다시금 졸랐다. 이에
못마땅한 것은 다온이 뿐만
아닌 듯 석환이의 표정이 굉장히
험상궂게 변했다. 이런 녀석의
모습에 난 짜증을 내며
“ 아~ 진짜 내가 옹주에게
팔려가고 나서 후회할 생각이야? "
“ 자네가 처신을 잘하면 되는
일을 왜 이리 복잡하게 만들어? "
“ 그냥 일반 가정집에서 일어나는
문제라면야 그게 백번이고 가능
하지. 그런데 상대가 그냥
그렇고 그런 양가집 규수도
아니고 딸 바보 전하께서 물고
빠는 옹주가 아니냐고. 옹주가
울고불고 졸라대면 별 수 있어?
고삐가 채여 끌려갈 수밖에. "
“ 하아... 이거 참 ”
“ 다온이한테는 다시 한 번
더 말을 해보겠지만 아무래도
고집을 부릴 것 같기에 만에
하나 안 되면 네가 자리를
만들어 줘. "
“ 어찌되었든 방패막이라는 걸
확실하게 전달하여 소아가
상처받지 않도록 해. 만에
하나~~ "
“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난 한 번에 두 가지 일은 못해.
특히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더더욱. 마음이 어떻게 둘로 쪼개
지냐? 하나도 채우기 힘든 걸.
소아도, 초이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게 누구든 간에
솔직히 말하지만 흉터를 가진
이나 옹주마마나 무서운 건 매
한가지야. "
“ 말 같은 소릴. 옹주마마께서
조금 제멋대로이시기는 하나,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인데. "
“ 아니, 내 말은 두 사람에겐
제일 큰 무기가 있잖아. 힘
이라는 권력 말이지. "
“ 하... ”
그제야 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고선 말문이 잠시 끊어졌다.
신분제가 분명한 이 곳,
조선은 아무래도 조금은 더 권력이
달달할 테니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 본 이는 없을
것이다. 눈을 멀게 할 만큼
굉장한 것이니.
그런 것을 보았을 때 흉터를
가진 이는 몰라도 옹주라면 특히
오냐오냐 자란 철없는 어린애라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그것에
주인이 있든, 없든
그것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빼앗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그것이 무서운 것이다.
" 한. 마. 디도 하지 마십시오.
오라버니. 언니에게는 더더욱 "
다온이의 반응은 그대로 아니
더 뜨거워져선 나를 잡아먹을 듯
했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성품이
다온에게 몰빵된듯.
당사자도 아닌 다온이의 반응이
이러니 미시에 만나기로 한
소아는 어떨지.
" ... "
' 직접 내가 당하니 이거 죽을
맛이네.'
머리를 식히려고 말을
하지 않은 것인데 그런 내
모습을 못 견뎌했던 전
남친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아마도 역지사지가 된 지금
이 순간때문일테지.
10분 넘게 차만 홀짝이며
아무 말이 없던 소아는
정리라도 된 것일까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정녕,
방도가 그것뿐이옵니까? "
" 확실하고 빠른 것이라
아직 다른 방도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
" 하~ "
' 그래 답답하겠지. 생각
같아선 한대 갈겨주고 싶기도
세상 어느 여자가 남자에게
딴 여자가 있단 소릴 듣고
가만있겠어. '
" 그 기생도 답을 하였습니까? "
" 아직... "
"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리 답답한 것을... "
당연한 말이다. 생각같아선
눈앞에 있는 날 한대 치고
싶을 수도 어느 여자가 자기
남자한테 여자가 생겼단
소릴 듣고 멀쩡할까.
남들 눈을 속이기 위한
가짜라 해도.
" 그 이가 허락하지 않는다
하여도 일은 진행될 것입니다. "
" 네에?? 그게 무슨~ "
" 소문이지요. 질 나쁜 소문.
좋은 것보다도 빨리퍼지는 "
" 그건 도련님을 해할 수도
있습니다. "
"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사내대장부가 자신의 여인
하나조차 지키지 못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제가 행하고 이루는
모든것이 그대를 위함인 것을.
그러니 걱정 놓으시지요. "
" 허나, 도련님의 평판으로
아버지께서 달리 마음을 먹으
실까 소녀는 두렵사옵니다. "
" 소문이 옹주마마의 귀에
들어간 뒤 따로 뵙기를 청해
변을 하겠습니다. 허니 그 전엔
따로 말씀 올리지 마세요.
적을 속이려면 우군부터 속이라
했으니. "
그렇게 겨우 설득하여 허락을
얻은 난 오랜만에 석환과
제천을 대동하여 홍루로 향했다.
" 소인이 뫼시겠습니다. "
오랜만에 가홍의 얼굴을 보는
우리와 달리 제천은 처음이라
적응을 못하고 눈이 갈 곳을
잃고 헤매는 걸 본 석환과 난
얼굴이 터질 것 같은 걸 겨우
참아가며 가홍의 뒤를 따랐다.
" 아... 여인이 꾸미면 꽃이
된다 믿었거늘... "
" 큭큭큭큭~ 제천상유 그게
안 되는 이도 있단 걸 나도
여기 와서 알았네. 큭큭 "
" 그걸 본판불변의 법칙이라
하지. 큭큭 아무리 돈을 수억
들여 성형을 해도 소용없단
말이니. 저이 얼굴은 누구에게
원망을 해야할 지 큭 "
" 말로만 듣다 직접 대하니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이거
그냥하신 말이 아니군요. "
그렇게 듣는 것과 보는 것에서
느껴지는 체감차이에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는 제천을 놀려
가며 초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에 손님이 우리에게 찾아
왔다.
" 올 것이면 내게 귀뜸이라도
해 주지 그랬어. 처음부터
함께면 얼마나 좋아~ "
문을 열고 그렇게 신성군이
들어섰다. 뒤이어 초이도
따라오는 것에 난 잠시 주춤
했지만 일부러 방해한 것도
아니니 우선 들여 반가움을
표했다.
" 굳이 말씀 드리지 않아도
기가막히게 저희를 찾아내는
마마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무료하지 않지요. "
능글맞은 석환이가 밖에서
몇몇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끼리끼리 노는 모양새로
너스레를 떨어 평소와 다름
없는 한량들 모습을 연출해
내가 불편한 것을 얼른
챙겼다. 이에 AI제천도
거들며 자연스레 신성군이
동석했고 초이는 늦어지는
주안상을 확인하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 그래. 자네가 재미있는
일을 꾸민다고. "
" 무슨..."
" 나까지 비밀로 할 셈이야?
초이에게 다 들었네. "
암만 결의를 다졌다고는 하나
그것과 초이의 일은 별개다.
그런데 어찌 이 인간이 일을
알고 있는 것인지...
순간 태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 해졌다.
“ 서운한걸. ”
곧 초이의 주안상이 들어와 타이밍
좋게 입을 다문 것인데 이를 오해
하는 신성군에게 난 어차피 한
배를 탔으니 이 참에 신성군이
연적노릇이라도 해 달라 너스레를
떨어 우리의 계획에 동참시켜보기로
마음먹었다.
“ 이런, 초이가 머리를 아직도
올리지 않은 것이 신성군마마
때문인가 보군요. "
신성군마마의 심기를 헤아릴
생각은 않고 엉뚱한 소리를 내니
제천이 안절 부절이다. 그런
모습에 나는 한쪽 눈을 찡긋해
눈치를 주니 석환이 제천의 무릎을
지그시 누르며 기다리라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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