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뜻밖에 삼각관계가 형성되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흐음, 아무래도 초이에게 뭔가가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
순수한 청년 제천군이 오늘도 소설의
끝자락을 잡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것도 알 수 없는바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는 데 벌써
부터 탐정놀이에 심취하기 시작 하니
걷잡을 수 없이 간다.
“ 석환 아무래도 저거 안 되겠어
말리던지 해야지. ”
“ 큭큭, 좀 놔두게 어디까지 가는지.
어차피 이번엔 홍루는커녕 외출조차
할 수 없지 않아. "
“ 차라리 FM이 낫지. 이건 뭐 하나같이
미안하네만 어쩌구~저쩌구 미안하면
걍 눈 감으면 되지. 쇠심줄 보다 더
질겨 아주그냥~ "
소심한 학유가 이번 정록청 담당이다.
FM 보다는 낫지 않을까 해 사정을
하니 이건 뭐 소심의 결정체라도
된 듯 하나에서 열까지
“ 자네들도 알다시피... 내... 내 여기
들어 오기... 쉽지 않았어... 그러니
좀 봐주게. "
“ 아오~!!! ”
“ 쯧쯧 홍루에서 먹던 술이 입에
착 감기기는 하나 어쩔 수 없지
않겠나 당분간은 좀 참아.
나중에 적당한 때를 보아 신성군
마마께 서신을 보내어 우리를
내 보내 달라 청하면 될 것을 무어
이리 심통이야. "
“ 아직은 아니야. 그리고 왠만하면
그 양반은 끼워 넣지 말아줄래?
우리 좀 가늘고 오래 살자 제발. "
신성군이 아무리 왕손이긴 하나
끈 떨어진 가방을 매어봐야 놓치기
밖에 더 하겠나 싶어 더 이상 말을
하지 말라 당부한 뒤 제천이를 끌고
동재를 나와 진사 식당으로 향했다.
“ 장의~ 일전에는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나 보이. "
익숙한 목소리에 살짝 쳇기가
올랐으나 나는 고개를 돌려 사회
생활용 미소를 한가득 얼굴에
담은 뒤 서재장의에게 답했다.
“ 그럴 수도 있지요. 공자도 실수를
하였으니 말입니다. ”
“ 그저 유생의 본이 되는 이를 위한
마음이 조금 앞서다 그리 된 것이라
눈앞에 본 것에만 급급하여서
이참에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되었어. "
“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요.
이번 일로 생각이 깊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 그리 이해해줘 고맙네. ”
“ 별 말씀을 그럼 조반을 드시러
가시지요. ”
“ 근데 장의. ”
“ 네. ”
“ 붉은 입술은 함구하는 것에만
길들여져 있지 않아. ”
“ 무슨 말씀이시온지. ”
“ 순진한 자네가 걱정되어서 말이야.
그 곳은 결코 순수하지 않으니 자주
찾지 않는 게 좋을 걸세. "
“ 진짜를 얻으려면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요. 허나 제 눈이 틀릴
수도 있음에 장의 말씀을 염두
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렇게 깍듯이 답을 한 뒤 서재
장의에게 먼저 식당으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아무래도 먼저 들어가면
“ 화려한 외모를 제일 곁에 둘 법한
이가 할 소리는 아닌데 말이지요. "
이렇게 석환이의 뒷담을 들을 수
없으니 말이다.
“ 홍루의 연향이보다 더 잘 나가는
기녀가 있어? ”
“ 이런 바깥일에 이리 관심이
없어서야 원. 소아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한 것은 가상하나 너무 막히면
다른 사내들 눈에 공처가로 놀림
거리가 될 수 있음이야. "
“ 언제는 소아만 생각하라더니 허~
그리고 내가 굳이 다른 사내들과
같아야 할 이유는 없지. 그리고
그게 왜 공처가로 이어져?
애처가라면 모를까. "
“ 우리 장의께선 실로 공처가의
길을 걸으실 작정이 신가 봅니다.
벌써부터 정인의 눈치를 살피시니
말입니다. "
“ 어허~ 두 사제가 하늘같은
사형을 이리 놀려서야 쓰나~
쓸데없는 소리는 접고 내
물음에나 답을 하게~ "
하여간에 제천이는 원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석환이에게
옮았는지 점점 닮아가는 모양새가
피곤하기 그지없다.
“ 네이~ 장의께서 그리 닦달하시니
대답을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이지요.
연향이도 가히 미색이 출중하나
화홍 앞에서는 견줄 수 없으니 말이야. "
“ 화홍? ”
“ 그래. 한양 땅 사내라면 아니지
조선 팔도의 사내들이 화홍을 보려고
기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
이름부터가 붉은 꽃이라 농후한
섹시미가 물씬 풍기는 것이 어쩜
기루의 그네들은 하나 같이
걸크러쉬가 넘치다 못해 쏟아지는
이름을 갖다 쓰는 것인지
“ 화홍이라... 조선팔도의
사내들이라면 그들 중엔 분명
신분이 높은 이들도 포함이려나? "
“ 그렇지. 아랫도리 멀쩡한 이라면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미색이니. "
‘ 야이~ 아에 내시들의 거시기도
고칠 정도의 미색이라고 하지~
아주그냥 대놓고 노골적이야 이거
진짜 우리 다온이 울고불고
매달려도 안 되겠어~ '
석환이야 원체 한량이라 그렇다
쳐도 부처 같을 제천이 마저
얼굴을 붉히니 어이가 없다.
그렇게 마치 눈앞에 있는 듯
얼굴이 해사해지는 게 가관이라
나는 환기를 시킬 겸 기침을 크게
해 한껏 째려본 뒤 우선은 배부터
채우자고 진사식당으로 들어가
가볍게 들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재수 없는 인간을 만나서인지
내 즐거운 아침을 소화 불량으로
망쳐 반절을 버렸다.
“ 서신입니다 장의 ”
수업이 끝나고 석반을 들기 전
잠시 짬이 나 머리도 식힐 겸 동재
방에 뒹굴 거리려니 밖에서 서리가
부른다.
“ 서신?? 편지 보낼 사람이 없을...
아~~ 있지. 유정이 껌딱지 어머니.
아버지께서 알아서 내 소식을 바리
바리 물어갔을 텐데 뭐가 또 궁금
하실까요. 응? "
서신을 꺼내는 데 꽃 향이 그득이다.
어릴 적 향기 나는 편지지마냥
“ 어머니가 아니신가? 성격이 급해서
식물하고는 담을 쌓으신 분이니.
쩝 어?? "
서신을 펼치니 처음 보는 서체다.
언문이 아니라 조금 읽긴 어려웠지만
오래 묵고 보니 자연스레 익혀져
천천히 읽으니 유정이 여친, 아니
정인인 소아였다.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칠 수도 있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편지에 적잖게
당황했다. 그러나 곧
“ 영상통화를 건 것도 아니고
몸종이 답신을 받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는 것도 아닌 데 뭐~ "
뭘 걱정하나싶어 다시금 내용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
일차 경합 후
혜정옹주마마께서 다과(茶果)를
베풀어 참석하였다가 이상한
말을 듣게 된 뒤로 소녀의 마음이
자꾸만 어지러워 잠을 청할 수조차
없어 이리 도련님께 답을 듣고저
서신을 보내옵니다.
아닌 줄은 분명하나 괜시리
불안한 마음에 소녀를 달래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
“ 어... 이런... ”
헛다리를 짚어도 제대로 짚었다.
혜정옹주가 마음에 들어 하던
녀석이 제천이나 석환이 둘 중에
하나인 줄 알았는데
“ 야... 분명히 정인이 있다는 걸
혜정옹주도 알고 있을 텐데.
이거 참 맹랑한 꼬맹이네.
이제 겨우 12살이라던데.
뭐 옛날이면 것도 궁중이니
시집갈 나이려나. "
소아의 편지내용은 다과회에서
혜정옹주가 맘에 들은 성균관
유생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꺼냈다고 하던데 자세히 듣고
보니 나라는 아니 남자 유정이었다.
웃으면 눈이 반달로 접히는 귀여운
외모에 다정다감한 성격은 기본이요,
대사례 때 본의 아니게 여자유정이
튀어나오는 통에 얼굴이 빨개지도록
과한 열정의 반전매력까지 드러내니
반하지 않을 수 거기다 머리도 알차니
욕심날 만도 하다. 그래도 임자 있는
몸인 걸 알면 진즉에 포기하는 게
맞는 데 이거 참 중종이 오냐오냐
키웠는지 다과회에서 아주그냥
마음에 든다는 티를 대놓고
드러내어 소아의 마음이 심란해진
듯하다.
“ 폭탄이 생각지도 못한 데서
터지네 이거 참. 아직 소아도
제대로 만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한데 옹주까지 들이대고
나 이거야 원. "
“ 뭐~! ”
“ 아직 열 올릴 구간 아니다. ”
“ 내 누누이 이르지 않았나 적당히
나서 라고~ "
“ 얼씨구~! 옆에서 부추긴 게
누군데~ ”
괜시리 신경이 쓰여 석반까지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에 제천이
날 걱정하니 나도 모르게 나온 말에
석환이 뿔이 났다.
“ 그러기에 내가 그랬지? 일차 안
나간다고 그것도 등 떠민 건
너거든~~ "
“ 내가 그리하면 자네가 나를
말렸어야지. ”
“ 이거 봐 이거 봐~ 제천 자네도
옆에 있었으니 할 말 있을 거
아니야. 이건 순전히 책임회피라고
난 억울해~~ "
“ 그래도 장의께서 일부러 실수라도
했으면 좀 좋지 않았나... "
“ 동기 편드는 거야? 제천 자네까지
그러면 안되지~ "
안 그래도 심란한데 석환이는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은
없고 오로지 화만 낸다.
안 그래도 초이의 안전이 걱정
되어 서신을 홍루로 보냈는데
답신이 없어 답답하던 차에
이건 뭐 굴비 묶듯이 아주그냥
소아랑 혜정옹주, 나 줄줄이
엮이니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 야~!! 그만해라~
제천이가 아니라 이번엔 네가
소설을 쓴다 써~!
아무리 혜정옹주께서 나 좋다고
해도 내가 의리가 있지 어떻게
소아를 두고 딴 맘을 먹겠냐~ "
“ 그렇지요. 석환상유
장의의 말씀이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 마음이 손바닥
뒤집듯 그리 쉽게 바뀌겠나. "
“ 내 자네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혹여 옹주 마마께서 고집이라도
피우는 날엔 자네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부마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니 하는 말이야. "
“ 그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고 일어 날 수도
없는 일이야. 그러니 너무 앞서
가지 말고 우선은 소아낭자의
마음부터 달래주는 게 먼저라
답신을 보내긴 하였어.
허나 이것만으로 낭자의 마음이
달래질지 걱정일세. "
“ 소아는 잠이 들어도 꿈에서까지
자네생각 뿐이야. ”
궁금해졌다.
그렇게 석환이 애 닳아가며
말하는 소아라는 사람이.
유정의 기억이나 마음이 돌아와
떨리는 느낌이 아닌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한 사람에게 올 인할 수
있는 지 그게 궁금했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어졌다. 유정이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얼마나
사랑하면 다른 여자가 마음에
든다는 데 화를 내거나 질투를
하긴 커녕 자신에게서 멀어질까
두려워 확인시켜 달라며 부탁을
하는 것인지.
내가 이 곳을 건너오기 전 빛이
너무 많아 하늘의 별을 가리던
그 곳엔 하루에도 열두 번 헤어
지는 걸 반복하며 미워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먼저 여기는 곳에
익숙한 나로선 조금은 낯 설은
근데 기분이 묘하게 좋다.
“ 다시금 묻지 유정. 자네 소아에
대한 마음 그대로인가? "
어려운 질문의 시간.
앞서도 남자 유정이 고주망태가
되어서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던 그 물음. 스스로도 소아를
좋아하는 지 알 수 없다고 했던
그래서 석환이 내게 확신을
달라했는데.
“ 그때는 말이지. 나의 마음을
알 길이 없었어. 그래서 두려
웠던 것이고. 그런데 이리 질투를
내는듯한 소아낭자의 불안함이
싫지 않아. 만약 내가 마음이
없다면 이런 기분도 들지 않을 거야.
어떻게 만족 스러운 답은 아니어도
실망은 아니었으면 해. "
우리 부모 세대처럼 요즘도 선
자리에서 만나 조건 따져서 결혼을
하기도 하는 시점에 있는데 오죽
하면 중매앱이 생겨나기까지
했을라고 내가 건너오기 전
동네에서도 그런데 조선시대라면
얼굴도 안 보고 혼인하는 건 비일
비재 그나마 소아는 유정이를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었으니
그나마 좋은 케이스일 지도.
그러니 소아가 더 기울 수밖에.
그러나 남자 유정은 처음부터
알지 못했고 부모가 정해 준
짝이라 순리대로 따른 것이니
처음부터 마음이 동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의심하며 유일게 마음을 드러낼
수 있었던 석환에게 솔직하게
고백을 했을 수도.
“ 자자~ 자꾸만 심각해지는 데
우선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열 내지 말고 장의께서도
싫다고는 하지 않았으니 석환
상유는 좀 믿어주시게.
어쨌거나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막역한 벗이 아니던가. "
괜시리 중간에서 어색해진
제천이 서둘러 중재하자 그제야
얼굴의 불편한 기색을 푼 석환은
“ 그래. 당연히 믿고말고.
단지 뺏길 것 같아 불안해서
그러지. "
“ 걱정 마~ 내가 자네 불안하지
않게 처신을 똑바로 하면 될
일이니. 아무렴 내가 의리도 없이
옹주마마께서 오란다고 가겠는가?
정히 못 미더우면 이번 옷가지들을
집에 보내는 날 홍학유를 졸라
우리 늘 만나던 그 언덕에서
다온이와 소아낭자를 만나
회포라도 푸세. "
어차피 한 번은 넘어가야 할
산이니 그것이 오늘이 되었든
내일이 되었든 겪으면 될 일이다.
그렇게 석환이를 안심시킨 뒤
연향의 서신을 가져 올 서리를
기다렸다. 여차하면 서림에서라도
만나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누잔
말을 넣었으니 뭐라도 답이
올 것이다.
- 작가의말
공모가 끝나고 나니 기운이
소진해서인지 오늘이 화요일인가
의문을 만들었네요. 게으름은
글을 쓰는 이에게 독과도 같은 것~
열심히 달려서 맥이 끊기지 않게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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