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권선징악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다
본 웹소설은 픽션이며 인물, 지명, 종교, 사건 등은 실제 역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저기 사성영감. ”
“ 무언가? ”
“ 말씀 도중에 송구하나 제가
그것에 대해 대신 답을 드려도
될런지요. "
“ 자네가? ”
“ 네. ”
분명 사성영감은 석환이에게
물었는데 답을 제천이가 한다하니
이건 뭐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눈매가 더욱 더 산을 그리는 듯
했지만 제천이는 그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재차 여쭈어 허락을
받은 뒤 말을 이었다.
“ 실은 제게 아버님의 전언이
있으셔 연유를 여쭈니 형님들에
이어 좋은 성적으로 대사례를
마친 것에 흡족해하시며 마침
사성영감과 함께 자리할 일이
있어 홍루에 나갈 것인데 시간이
괜찮다면 장의와 석환상유를
한번 보고 싶다 하셔서 서리에게
부탁해 두 사형을 홍루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
“ 아닙니다. 제가 보았을 땐
제천상유는 자리에 없었습니다. "
이런 멍청한 녀석을 보았나.
또 다시 대화 중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내가 거기 있었다 자복까지
하니 어이가 없다. 허나 원래대로
라면 내 덫에 제대로 걸린 꼴이니
어디 한번 발버둥치는 모습 구경
좀 해 볼 값에 가만히 기다렸다.
“ 00상유는 제천상유가 자리하지
않음을 어떻게 안 것인가? 자네
분명 홍루가 앞에서 이들을 보았다
하지 않았는가? "
“ 그러니까 그것이... ”
“ 그것도 제가 답하지요 영감. ”
‘ 아니 제천아 너 너무 간다. ’
난 뻔한 답이 나올 것에 걱정이
들었다. 만약에 그것이 사성
영감에게 먹히지 않으면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저의 방을 안내하였던 이가 제게
묻기를 유생나리가 셋이었습니까
하기에 주변을 살피다 우연히
00상유가 급히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
“ 무.. 무슨 말인가 자네~ ”
‘ 너 똥 밟았단 소리야 멍청아.
어떻게 저리 모자른 녀석이
성균관엔 용케도 들어왔네. '
난 어처구니가 없어 그 녀석을
보다 돌아서서 제천에게 어떻게
하려냐고 눈짓을 주니 씨익 웃으며
걱정 말라고 입을 벙긋거렸다.
“ 자네의 말에 한치의 거짓이라도
있는 날엔. "
“ 네 물론이지요. 혹여 의심이
가는 것이 있으시다면 그 날 제게
손님으로 올 유생이 더 있었냐고
물었던 이를 여기 대동할 수도
있습니다만. "
말 끝을 흐리며 사성영감의 반응을
살피는 제천이의 행동에서 혀를
내둘렀다. 연기는 빵점이지만 임기
응변의 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저런 녀석이 어떻게
형들한테 밀려서는 눈칫밥만 먹고
여태 지냈는지 미스테리가 따로
없다.
『 네가 물꼬를 튼 게지. 』
“ 왔어? ”
『 한동안 너무 심심하던 차에
구경 한 번 왔지. 오랜만에 사성
영감을 보는 군. 쯧쯧 이젠 진짜
노인네가 다됐네. 』
200년 넘게 지냈으니 사성의
세월을 고스란히 봤을 터 마치
어린아이 보는 듯 해 월아의
반응도 재미있었지만 우선은
지금의 일에 집중을 해야 해서
짐짓 모른 척 고개를 이쪽으로
다시 돌렸다.
“ 흐음... 성균관 내 여인을
들이는 것 특히나 기루의 꽃을
들이는 것 자체가 예의 어긋
나는 일이니 그것은 서리를 지금
보내어 알아보면 될 것이고,
00상유, 자네는 서책의 내용을
알고, 홍루가에 든 것에 대해 그
어떤 이유를 내게 고하지 않으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
“ 하지만 영감~ 저는 일개 유생에
이제 갓 들어온 이지만 동재장의는
장의로서, 사형으로서도 유생들의
본이 되어 마땅한 이거늘 어찌
그것에 대해선 경중을 따지지
않으시려 하십니까. "
“ 그리 말한다면 내 다르게 하나
묻지. 그 어떤 것을 떠나 자네는
무슨 연유로 홍루가에 들었는가? "
사성 영감의 말에 밉상은 곧장
입을 다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를
덮치는 데 급급해 자신이 거기에
있었던 것에 대한 연유를 미리 만들어
두지 않아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의심부터 할 사성영감을 만족시키려면
타당함이 당연한 이유여야 하는데
그것이 멍청한 녀석의 머리에서 쉬이
떠오를 수 없으니. 불쌍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초장에 잡아야 기어오르지
않는다 했다. 사회물 먹으면서
느낀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상대가 좀 약해 보이면
도움을 주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써먹기 좋을까 머리를 굴리는
네가지가 없는 인간이 보기보다
많다. 그러니 이 녀석에게 절대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호되게
야단을 맞도록 해야 하는 법.
‘ 출재된다고 해도 뭐 어쩔 수
없다. 네가 다른 이들의 본이
될 수밖에. '
“ 신~ 신성군마마께서 출타
하시었다기에... ”
무리수도 이런 무리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 힘이
없는 이보다 힘이 있는 이에게
아부를 떠는 게 맞는 상황인데
기울어 가는 기업에 투자라
“ 성균관의 유생은 중립을 지켜
그 어디에 치우침이 없어야 하거늘
어찌 사사로이 윗선에 그것도 하... "
사성도 어이가 없는 지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썩은 동아줄을 잡고
나락으로 떨어질려고 발버둥치는
꼴로 보였을 테니까. 나조차도 손절한
상황인데 녀석의 행태가 한심하기까지
하다. 그치만 시간을 오래 끌수록
녀석에게 유리할 수도 있기에 밉상이
말하기 전 내가 나섰다.
“ 00사제, 자네는 그 날 신성군
마마께서 출타하실 거란 걸 누구에게
전해 들었는가? "
“ 네? 아.. 그것이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원체 한량이시라 "
“ 사람 좋아하는 분이시니 뭐
유생이라고 예외는 아닐 테지. "
“ 그렇지요. 위, 아래를 따지지
않는 분이시라 제 말에 경청해
주시기까지 하여 몸둘바를... "
“ 자네~!!! ”
녀석의 두서없는 거짓말에
꼬투리를 잡은 건 난데 나서는 건
석환이라 좀 아쉽지만 체면상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줬다.
“ 자네 그날 신성군마마를
뵈었다고? ”
“ 그..그렇네만. ”
“ 허.. 사성영감~ 제가 신성군
마마의 호위에게 듣기론 홀로 술을
드시다 기분이 상하여 호위도
무르시고 홍루를 나섰다고
하였습니다. "
“ 자네가 그것을 어찌 아는가? ”
“ 비천당 뒤 대숲에서 쓰러져
있던 신성군마마를 장의께서 발견
하시어 저희들과 스승님이 사가로
뫼시었습니다. 그때 호위에게
분명히 들었습니다. "
‘ 이거 한 녀석은 임기응변에
달인이고 한 녀석은 불도저니
한동안 심심하진 않겠어. 연기는
빵점이지만 뭐 괜찮아. 그거야
연습하면 되는 일이니 큭 '
신성군의 일에 대해선 이미
대사성에게까지 보고 된 것이니
사성이 모르지는 않을 테고
신성군이 사라진 날 우리와 함께
했다는 것을 함구하는 덕에
제천이의 포장기술이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잡았다.
올무에 묶여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을 불쌍한 고라니가 된
녀석을 보며 난 석환과 제천에게
승리의 v를 보였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그들이지만 사성이 노하는
모습에 대충 짐작을 하고
웃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 어찌~ 어찌되었는가 장의~~ ”
동재로 들어서니 냅다 버선발로
뛰는 성필이다. 이에 석환이가
나서려는 걸 내가 말렸다.
‘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허락
없이 남의 물건에 손대는 건
아니지. 성필아 이번에 좀 확실히
배우자. '
“ 그것이 뭐 어쩔 수 없지요. ”
“ 왜~ 사성영감께서 뭐라
하셨기에~ ”
성필이가 금방이라도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기세다.
안 그래도 나도 모자라서
석환이랑 제천이도 불려갔다 하니
뭔가 일이 커졌다 생각이 들어
여태 마음 졸이고 있었으니
“ 장의~ ”
이에 걱정이 드는 제천이다.
‘ 아직 아니다. 제천아 성필이
반성하는 소리를 들어야지. ’
그렇게 제천이도 말리니 눈치 빠른
석환이가 제천이를 끌어당기며
뭐라고 속삭이는 듯 하기에 난
성필이를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 그게 그러니까 출재... ”
“ 뭐..뭐~~!! 출.. 출재??
아니지 아니어야 해. 장의 내..
내가 변을 하겠네. 사성영감에게
내 것이라 하면 ”
결국 울상이 된 성필이를 확인
하고서야 난 배를 잡고 겨우겨우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 크큭...크하하하~~~
아니~ 아닙니다. 성필상유 ”
“ 푸흡... 큭큭.. 흠 성필사형
출재는 장의가 아니라 00상유에게
내려질 겁니다. 장의께선 존경각에
있는 서책을 100번 필사하는 벌로
마무리 되었구요. "
웃음을 참지 못했던 석환이가 겨우
겨우 정신줄을 잡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성필이를 달랬다.
그러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성필이다.
“ 장의~ 성필사형을 너무 놀리지
마세요. ”
“ 제천사제의 말이 맞네. 성필상유가
잘못은 했지만 이 참에 제대로 새겨
들었을 거야. 아무리 호기심이 일어도
내 것이 아닌 것에는 허락이 먼저
라는 걸 말일세. "
그렇게 이혁상유의 중재로 인해
나는 성필이 골리기를 멈추었고
우리는 동재 마당을 지나 옆에
있는 정자에 앉아서 마저 이야기
했다.
“ 그래서 말입니다. 우리를 보았
다고 스스로 자복하여 얼마나
웃겼던지 그렇게 모자랄 줄 진즉에
알았다면 서책다툼에서 먼저
양보를 했을 텐데. "
“ 그러게나 말이야. 그랬으면
장의께 도전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
이혁상유라면 믿음이 가나 성필이의
주둥이는 물 위를 둥둥 뜰 꺼라
최소한의 팩트와 제천이의 임기
응변을 위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석환이나 제천이가 눈치 하나는
빨라서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자
알아서 살을 붙였다.
“ 장의~~~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아는가. ”
“ 쯧쯧, 그러니까 보시기만 할 것이지
그걸 가져가셔서 이리 사단을
만드십니까. "
“ 자네는 잘 모르지만 다른 이들은
알 것이야. 그 분의 화폭은 구하기 힘들
다는 것을 그런 걸 이리 가까이에서
볼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나도 참. "
“ 성필상유 자식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라더군. 조금은 더 내자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이지. 암 "
“ 네 맞는 말씀입니다. 정록청 일
더미에 파묻히다시피 계시는
홍학유께서 갑자기 급유(給由)를
내실 때 피핍 해 보이시더군요.
암만 화첩이 좋아도 조금 미뤄
두시지요. "
“ 그것과 이것은 엄연히 다른 것을
그보다 장의 어떻게 책은 돌려
받았는가? "
“ 성필이~!! ”
“ 사형~~~ ”
‘ 성필아 성필아, 언제 철들래. 어휴. ’
왜 그러냐며 그 중요한 걸 뺏겼냐며
얼굴 가득히 아쉬움을 드러내는
성필이를 보며 결혼하면 철든다는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란 걸 느꼈다.
결국 그건 어른들이 어떻게든
결혼을 하게 만들려는 방법 중에
하나일 뿐.
그리 한심한 소리를 내뱉는
성필이에게 잔소리 폭격을
날리는 이혁
한숨을 쉬는 제천이
나중에 또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상심 말라는 철이
부족한 석환이까지
『 큭큭큭, 그 양반이 춘화(春畵)도
하나는 화공(畵工)들 중 으뜸이지.
여인의 곡선은 여인이 제일 잘 아니.
보드라운 살결이 허리춤에서 골을
만드니 그 것을 만지고 싶지 않다는
건 고자나 마찬가지지. 암. 그리고
풍만한 둔덕과 가슴은... 』
“ 아아악~!!! 장가 이 놈을 가만
두지 않겠어~!!! 내 귀 아아~!!!! “
소리치는 나를 보자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 성필이
“ 장..장의 잘못 했네, 내 잘못 했어.
그 서책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하겠으니
노여움 푸시게나. "
이에 월아는 곁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깔깔거렸고 월아를 째려
봐야 할 눈은 방향을 잃고 애꿎은
성필이를 노려본 후 다짐을 재차
받은 뒤 마무리를 지었다.
정말 길어도 너무 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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