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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5:12
최근연재일 :
2018.01.29 15:18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02
추천수 :
15
글자수 :
35,639

작성
18.01.29 15:17
조회
207
추천
1
글자
8쪽

불야성 8화

DUMMY

이제 상일전자는 앞으로 6개월간의 오더를 보장받게 되었고 원가계산상의 순이익도 4퍼센트나 올랐다. 한 모금 커피를 삼킨 양선영은 편안해진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사카는 처음이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서울에도 가보지 않은 거리가 많은 것이다.


“여기 계셨군.”


뒤쪽에서 들리는 한국말에 양선영은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는 놀라 탁자 모서리에 다리를 부딪치며 일어섰다. 신준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장난스레 웃었다.


“놀라셨습니까?”


“여긴 웬일이세요?”


“오사카에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양선영 씨가 출장오신 것이 생각나서···.”


앞쪽 의자에 앉은 그가 종업원을 불러 커피를 시켰다. 자연스런 태도였다.


“일은 잘 끝내셨습니까?”


“네.”


아직도 긴장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양선영의 대답은 건성이다.


“그럼 나하고 같이 저녁식사 하러 나가시지 않겠습니까? 오사카는 내가 조금 아는데요.”


이제 정색한 신준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실은 로비에서 두 시간이나 기다렸습니다. 점심을 걸러서 배도 고프구요.”




* * *




식당은 다섯 평도 안 되는 규모여서 손님이 가득차 있었지만 열 명이 채 안 되었다. 그들은 벽쪽의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초밥을 시켰다. 식탁도 좁아서 상대방의 호흡이 닿는 것같이 느껴졌다.


“이런 데를 다 아세요?”


양선영이 묻자 신준이 빙긋 웃었다.


“처음입니다. 소문으로 이 근처가 식도락 거리라고 해서···.”


한큐우 백화점 근처에 있는 거리였다. 신준이 초밥을 집어 맛있게 씹었다.


“전부터 와 보고 싶었지요.”


“오사카에는 언제 오셨어요?”


“오늘 오후에.”


흘낏 양선영에게 시선을 준 그가 정종잔을 들어 한모금에 삼켰다.


“아직도 나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는 것 압니다.”


“······.”


“이놈이 무슨 수작을 하려는 걸까 하고 긴장하고 있다는 것도.”


“저를 일본에 보낸 것도 계획적이 아닌가 하고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계획한 건 아닙니다.”


그가 양선영의 잔에 술을 따랐다.


“하지만 양선영 씨가 일본에 간 후로 일본에서 할 일을 만들긴 했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분이세요.”


“항상 진실했는데요, 나는.”


쓴웃음을 지은 양선영이 정종을 한 모금 삼켰다. 식당 안은 빈자리가 없었으나 조용했다.


“고멘사에서 6개월분 오더를 주었어요. 가격도 그대로 해주었구요.”


“잘되었군요. 축하합니다.”


“회사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면 오더는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신준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양선영 씨는 회사에 대단한 애정을 갖고 계시는군요.”


“애정보다도 책임이죠. 노조일을 하면서 강해진 것 같아요.”


“우리 회사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술잔을 내려놓은 신준이 정색을 했다.


“솔직히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회사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 * *




나이트클럽을 거쳐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밤 12시가 넘어 있었다. 양선영의 방 앞에 선 신준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에서 술 한잔 해도 될까요?”


양선영이 머리를 젓는 순간 한 걸음 다가선 그가 허리를 안았다. 놀란 그녀가 상체를 뒤로 젖혔으나 신준의 입술이 덮쳐왔다. 힘껏 어깨를 밀던 양선영이 이윽고 지친 듯 팔의 힘을 풀었고 신준은 더욱 탐욕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이제 그만요.”


겨우 입술을 땐 그녀가 허덕이며 말했으나 신준은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복도는 조용했고 인기척도 나지 않는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이때를 기다려왔어.”


신준이 그녀의 손에 쥔 키를 뺏아들었다. 안은 채로 키를 꽂자 문이 안쪽으로 열리면서 그들은 밀리듯 들어섰다. 양선영이 몸을 틀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기를 썼지만 곧 침대 위로 밀려 쓰러졌다.

신준이 서둘러 그녀의 스커트를 벗기려다 단추가 떨어졌다. 그 순간 눕혀졌던 양선영이 팔을 휘둘러 신준의 뺨을 쳤다.


“이 나쁜 자식!”


“위선 떨지 마!”


따라 소리친 신준이 그녀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눈을 부릅뜬 험악한 표정이었다.


“네 벽을 허물려면 이 수단밖에 없다.”


팬티가 찢겨 떨어졌으나 양선영은 그의 완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녀의 두 팔을 한손으로 움켜쥔 채 신준은 바지와 팬티를 끌어내렸다. 두 다리를 버둥대던 그녀는 곧 자신의 몸에 그의 뜨거운 남성이 들어선 것을 느끼고는 이를 악물었다.

눈을 부릅떴던 그녀는 바로 위쪽에 신준의 짐승 같은 얼굴을 보고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뜨겁고 거친 숨결이 귀에 닿았으므로 그녀는 온몸을 떨었다.




* * *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양선영은 침대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알았다. 머리만을 든 그녀는 창가 의자에 앉아 있는 신준을 보았다. 그는 어느새 말쑥한 정장차림이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빙긋 웃었다. 그의 뒤쪽 창밖은 이미 환한 햇살이 비추고 있다.


“자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어.”


양선영이 시트를 끌어당겨 가슴을 가리면서 일어나 앉았다. 자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던 것이다.


“난 10시 비행기로 서울에 돌아가.”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다가오더니 침대 끝에 앉았다. 그는 양선영의 어깨를 두 손으로 안고는 몸을 굽혀 이마에 입술을 대었다.


“멋지고 뜨거운 밤이었어.”


양선영은 잠자코 시선을 내렸다. 어젯밤 몇 차례나 정사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뜨거운 밤이었다. 자신의 몸이 그렇게 반응하고 받아들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도 않았다. 몸을 일으킨 신준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안녕, 베이비.”


그가 문을 열고 나간 순간 양선영은 자신이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길게 숨을 뱉었다.




* * *




“글쎄, 한일상사에서 약속을 했다면 틀림없겠지요.”


지점장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더구나 신전무가 직접 말씀하셨다니 이달 말에 40억쯤 막는 것이야 어려운 일 아닙니다.”


“신전무님이 지점장께 연락을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지현이 말하자 지점장이 머리를 끄덕였다.


“연락이 왔습니다. 이달 말에 대양당좌 대신으로 현금을 넣겠다고 하더군요.”


“대양당좌를 돌리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게 해주신다고 했어요.”


그러자 지점장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저한테 말입니까? 저는 은행원 생활 20년에 그런 확인을 했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


“한일상사가 현금을 가져오든지 아니면 4월 말짜리 당좌로 대체해 주든지 하면 되겠지요. 그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이지현이 억눌렀던 숨을 조금씩 뱉었다. 지점장 옆에 놓인 전화기가 여러 번 울렸고 약속을 미루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점장이 반가운 기색으로 따라 일어섰다.


“뭐,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이런 경우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한일상사는 약속을 지켜왔으니까요. 원래 자금력이 있는 회사여서···.”


은행을 나온 이지현은 잠시 환한 햇살이 비추는 길가에 서 있었다. 믿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녀의 머리에 신준의 얼굴이 떠올랐다. 열쇠는 그가 쥐고 있는 것이다. 지점장의 말대로 그를 믿는 수밖에 없다.




* * *




“오늘은 힘이 좋네.”


가쁜 숨을 겨우 가눈 조성희가 말하자 천준수가 벌쭉 웃었다. 벌거숭이 몸으로 일어선 그는 탁자 위에 놓인 담배를 집었다. 두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그가 한 개비를 조성희의 입에 물렸다.


“언제는 내가 시들했나?”


그들은 천장을 바라보며 나란히 누웠다. 모두 알몸이었지만 서로 부끄러움은 잊은 지 오래인 사이였다. 길게 연기를 내뿜은 조성희가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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