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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5:12
최근연재일 :
2018.01.29 15:18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00
추천수 :
15
글자수 :
35,639

작성
18.01.29 15:16
조회
220
추천
1
글자
8쪽

불야성 6화

DUMMY

그는 들고 있던 사직서를 두 동강으로 찢었다.




* * *




담배를 비벼끈 조성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었다. 큰 키에 얼굴의 윤곽이 뚜렷한 서구형 미인이었다.


“둘째아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잡놈이야. 영감은 그놈을 이용하고 있지만 믿지는 않아.”


천준수가 그녀의 등뒤로 돌아 단추 푸는 것을 도왔다.


“대개 사채업자들은 제 마누라도 못 믿지. 그래서 뒈질 때가 비참해.”


블라우스가 벗겨지자 풍만한 유방을 감싼 브래지어만 찬 상반신이 드러났다. 천준수가 그녀의 어깨에 입술을 댔다.


“힘도 없는 영감들이 젊은 여편네에게 기를 쓰는 것도 비참한 일이지.”


“그런다고 열등의식이 가셔져?”


스커트를 벗어던진 조성희가 곧 팬티까지 내렸고 천준수에 의해 브래지어가 풀려졌다. 천준수가 눈부시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나신을 바라보았다. 알맞은 어깨와 긴 팔. 허리의 선은 부드럽게 엉덩이로 치켜졌다가 곧고 힘찬 허벅지 두 쪽으로 나누어졌다.


“천천히, 천천히.”


두 팔로 허리를 짚고 선 조성희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시간은 충분해. 서둘지 말어.”




* * *




그 시간에 신윤수는 한일상사의 사장실에서 신준과 마주앉아 있었다.


“이또상사가 55억을 내겠다는 연락이 왔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구나.”


인삼차를 한 모금 마신 그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고멘사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겠지. 아마 부속공급이 안 돼 애 좀 먹을 게다.”


“55억이면 좋은 가격인데요.”


신준이 말하자 신윤수가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 이상 낼 회사는 없을 게다.”


처음부터 상일전자는 한일상사에서 운영할 계획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또상사는 고멘사의 경쟁업체로 이제까지 대만에서 전자 부품을 수입해왔다. 상일을 인수할 때부터 신윤수는 이또상사와 매각조건을 비밀리에 협의해왔던 것이다.


“다음주에 이또상사의 시바다 사장이 오기로 했어. 그때 매각을 하겠다.”


의자에 등을 기댄 신윤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상일에서는 아직도 고멘사 부품을 생산하고 있지?”


“두 달 후면 생산이 끝납니다. 그래서 영업팀을 강화해서 고멘사 추가 오더를 받아야 한다고 사람이 왔더군요.”


“이또상사가 인수하면 일본에서 관리자들이 올 테니까···.”


혼자소리처럼 말한 신윤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에는 놀라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관리직 사원들은 모두 교체되겠군요?”


“물론이지. 일본회사가 되는 것이니까.”


상일의 강성 노조원 모두를 사직시킨 것도 이또상사의 요구 때문이었다. 어쨌든 20억이 조금 넘는 자금을 투자하여 석 달도 안 되는 사이에 55억을 받고 팔게 되었으니 멋진 거래였다. 문득 신윤수가 생각난 듯 말했다.


“매각할 때까지는 비밀을 철저히 지키도록 해라. 정보가 새면 방해를 할지도 모르니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아버님. 이 일은 아버님과 저하고 둘밖에 모릅니다.”




* * *




“우선 고멘사에 영업부 직원 한명을 출장 보내도록 합시다.”


양선영의 잔에 술을 채운 신준이 부드럽게 말했다.


“추가 오더를 받는 것이니 그쯤은 남아 있는 영업사원도 할 수 있겠지요?”


“할 수 있을 거예요.”


“모처럼 긍정적인 대답이군.”


한모금에 술을 삼킨 신준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떻습니까? 양선영 씨가 일본에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양선영 씨도 오더 현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던데···.”


당황한 양선영이 시선을 내렸다.


“저는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일본어도 잘하신다고 들었는데요.”


“부족해요.”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영업부 직원들보다 자신의 일본어 실력이 낫다는 것은 회사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의자에 등을 기댄 신준이 라운지를 둘러보았다. 크리스탈 호텔의 라운지 안이었다. 밤 9시가 되어 가고 있었으나 손님은 그들까지 서너 테이블뿐이다.


“아마 고멘사에서도 회사 대표로 양선영 씨가 오는 것을 환영할 것 같은데요.”


술잔을 내려놓은 신준이 정색을 했다.


“부담 느끼지 말고 다녀오세요. 회사를 위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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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자금은 세무관계도 복잡해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신윤수가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가운 차림의 그는 방금 사우나에서 나온 참이었다. 그는 조성희가 건네준 우유 한잔을 다 마시고는 내려놓았다.


“어, 개운하다.”


60평형 아파트의 한쪽에 사우나 시설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화장실도 개조해서 욕조는 3인용 이태리제 수입품이다. 그가 붉어진 얼굴로 조성희를 바라보았다.


“양도성 예금증서가 50억쯤 있는데 우선 그걸 운용하면 될 게야.”


“그 돈은 신전무가 모르는 돈인가요?”


“내 금고에 있는 돈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녀의 시선을 받은 신윤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냐?”


“저도 믿지 않으시죠?”


“그렇게 보이느냐?”


소파에 등을 기댄 그가 다리를 길게 뻗었다.


“나른하다. 주물러라.”


조성희가 그의 옆쪽에 무릎을 끓더니 익숙한 솜씨로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일곱 달 후에는 태어날 신씨 성을 가질 아이를 위해서예요.”


“사람들이 웃을 게다.”


“저를 정식으로 호적에 올려달라고 했어요? 아이도 당신 아들로 입적해달라고 했어요?”


신윤수의 시선이 가운 차림인 조성희의 가슴 쪽에 머물렀다. 벌려진 가운 깃 사이로 젖가슴이 드러나 있다. 그는 손을 뻗쳐 그녀의 젖가슴을 쥐었다.


“계약금하고 중도금은 그것으로 될 거야.”


조성희는 싸늘한 표정이었지만 그가 만지기 좋도록 상반신을 붙였다. 테헤란로에 있는 12층짜리 빌딩을 매입하려는 것이다. 시가가 100억이 넘는 빌딩이었는데 태어날 자식에 대한 신윤수의 배려였다.


“저는 다른 소원은 없어요. 당신이 우리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만 옆에 계셔 주신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어요.”


조성희의 손끝이 신윤수의 다리 사이를 부드럽게 쓸었다.


“허허, 그땐 내가 여든이 넘었을 텐데.”


“아흔이 넘어도 정정한 사람 많아요.”


“외국에서나 그렇지.”


신윤수의 가운을 헤친 조성희가 입으로 그의 남성을 물었다.


“나는 신전무가 무서워요.”


“네가 본 적도 없지 않느냐?”


“소문만 들어도 알 수 있어요.”


일어선 조성희가 가운을 벌리더니 신윤수의 몸 위에 앉았다. 익숙한 몸놀림이어서 그의 남성은 곧 뜨거운 조성희의 몸과 일체가 되었다. 조성희가 길고 높은 탄성을 뱉었다. 그리고는 온몸을 떨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 * *




“여긴 웬일이야?”


신준이 묻자 장경아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내가 못 올 곳에 온 거야?”


윈드클럽의 밀실이었다. 문이 열렸을 때 방안에 가득찼던 음악 소리가 문을 닫자 숨소리까지도 들렸다. 장경아가 신준의 옆에 앉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자리 좀 비켜주시겠어요?”


“그대로 있어.”


마악 일어서려는 여자에게 누르듯이 말한 신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왜 이래? 낯뜨겁게.”


장경아가 그의 앞쪽에 앉더니 눈을 치켜떴다.


“확실히 행동해. 피하지 말고 내 면전에서 말하란 말이야.”


“뭘 말이야?”


팔을 뻗은 신준이 여자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네 면전에서 무엇을?”


“끝낼 거야?”


“아이구, 골치 아파.”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신준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장경아를 만나지 않은 지가 열흘이 넘었다. 그동안 전화도 여러 번 왔지만 한 번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일은 그녀와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이윽고 장경아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는 차분해진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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