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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세상에서 돈이 사라지던 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7.07.10 00:49
최근연재일 :
2017.07.13 23:05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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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
글자수 :
24,559

작성
17.07.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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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D클럽-

DUMMY

“나 영웅”

반 원형을 형상화한 7층 높이의 건물을 마주보고 있던 영웅은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냐하면 주변 벤치에서 수다를 떨고 있던 한국 유학생들이 이제부터 자신의 이름을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워갈 것이 뻔한 일이었기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키득 키득 웃음소리가 영웅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무엇엔가 뜻을 가지고 이 머나먼 타국이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까지 넘어온 학생들의 부류는 여러 가지로 나뉘어 질 수 있지만 눈앞에 앉아있는 이들과는 상종하기 꺼려지는 족속이라 장담한다.

부모의 후광. 이국 국적 등 여러 가지 이유이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보단 꼭두각시의 생활에서 탈출하여 주체하지 못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이들. 목적성을 상실한 고삐 풀린 망아지.


합법화된 각종 마약과 섹스. 일부에선 그런 동영상까지 자랑하고 있는 상태에서 영웅 자신만이 비정상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까지 해볼 정도였다.


그런 이들에게서 관심을 끊으며 머리형상을 보면 마치, 브로콜리를 연상시키는 키다리 조셉에게 다가가며 불만을 토로한다.

“조셉. 지난번에도 말했지 않나? 이곳 식으로 성을 부르던가 그렇지 않으면 이름만 불러달라고.”

“나의 작은 배려에도 이젠 익숙해 질 때도 되었건만 고집하고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를 올려다보던 영웅은 순간, 이유 모를 신경질이 나려 했지만 처음의 이정표를 찾아갔다.


“모임은 다음주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영웅의 이야기를 듣고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녹색머리의 조셉을 보면서 셀카에 웃고 있는 브로콜리를 담고 싶은 마음을 눌려 참던 영웅이었다.


“너도 놀랄 준비는 하시는 게 좋을 거야.”

그러더니 자신을 내버려두고서 수백 개의 클럽들이 들어선 건물의 지하 로비로 입성한다.


디트리티에 위치한 명문대 찰스워드대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토론과 서클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유명하였다.

영웅이 들어선 로비는 지하 1층을 정문으로 하고 있었고 아래에서 올려다보게 되면 반 원형의 파란 하늘을 눈 안에 담을 수 있도록 천장을 투명 유리로 만들어 놓았다.

지하 로비를 제외한 7층의 전 구역은 몇 백 개의 작은 룸들이 구비되어 있었고 반 투명의 유리섬유를 벽체로 선정하였기에 희미 하게나마 내부의 인원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휴일이란 이점으로 작은 엘리베이터를 선점하려는 쟁탈전은 벌어지지 않았기에 영웅을 기다리며 위로 올라가는 버튼은 수십 차례 누르고 있던 조셉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려는 듯 거드름을 피우며 입을 열었다.

“우리 학교의 특성상 클럽가입은 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건, 영웅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알다마다. 자율이라고는 해도 졸업 성적에서 반영되는 비율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클럽 가입 유무가 파격적이었기에 유학생의 경우, 자신의 실력을 믿고서 아무 생각 없이 학기를 보내다 보면 학점이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지길 다반사였다.

영웅도 그런 케이스 중 하나가 될 법도 하였지만 입학과 함께 학과 교수의 추천으로 인원 부족에 허덕이던 목적불명의 어느 클럽에 가입하게 된 것이 고작 2주 전이었다.


“그런데 말이지···”

퀴즈는 객관식을 선호하는 조셉의 예시는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 입학한 이들 중에 아랜드제도의 왕족이 있다는 건 너도 알 거야.”

너무나 쉬운 문제였기에 영웅의 즉답이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 귀족께서 친히 우리 서클에 가입했다는 말이군. 그럼, 오늘 모임은 그녀의 소개 때문인가?”

입학 축사의 한 장면을 차지한 금발의 여성이라면 기억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이런, 이런, 놀라는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아무튼, 오늘 클럽인원들 중 빠지는 놈들은 없다고 하니 영웅, 너에게도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단 말이지. 아마 모두들 화제 속의 공주님 보단 간만에 돌아온 회장을 보려고 참석하는 거지만.”


영웅은 2주라는 기간 동안 얼굴을 익혔던 클럽원들 이라 해 봐야 앞서 엘리베이터를 함께 올라탄 조셉과 항상 클럽의 작은 방을 지키는 유대인 골드 스타인 이렇게 단 두 명 뿐이었다.


-띵-

엘리베이터의 도착 음이 7층을 가리키며 문이 오픈 되었다.


떨어지는 태양이 학교 부지를 감싸고 있던 잔슨공원의 나무들에 붉은 색감을 스며들게 하였기에 그것에 심취한 조셉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엘리베이터의 경고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영웅. 저기 보라고. 자연의 위대함은 우리 같은 우매한 인간을 너무도 나약하게 만들어 버린단 말이야. 그러고 보면 나는 깨닫지도 못할뿐더러 나 스스로도 헤아리기 어려운 풍경을 논하려 한다네. 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말이지.”


“이대로 있다간 학교 경비에게 불려가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진단 말이야. 빨리 내리기나 하라고.”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번씩 풍경을 바라보며 저런 식의 감성을 토로하는 키다리 브로클리. 그런 별종에게도 적응하는 레벨에 도달한 영웅은 엘리베이터의 알림 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703호. D클럽-

층과 방의 번호를 나타내는 금색의 명패와 그 옆으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하나의 단어가 나열되어 있는 곳이 오늘 영웅이 오려 했던 목적지이기도 하였다.

반 투명 유리 벽 사이로 한 명의 실루엣이 아른거렸지만 스스럼없이 노크와 함께 문을 열었다. 보나마나 룸을 차지하고 있을 랍비님께서 영웅을 보며 한 마디 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영웅.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클럽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이런 첫마디와 함께 이어지는 골드 스타인의 설교를 들을 것을 예상했던 영웅이지만 한 쌍의 금색 홍채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방을 잘못 찾은 것···”

영웅이 손잡이를 잡고 있던 닫지 않은 문에는 여전히 그 의미가 불명확한 D클럽이 표기되어 있었기에 아리따운 여학생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 무작정 문을 박차고 들어선 상황이 아니란 것에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도 이곳에 가입하셨군요. 입학식 땐 ···”


그녀의 아는 체에 영문을 모르던 영웅이 테이블의 한쪽 편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 하자, 뭔가 실수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금발의 여인이 민망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소개도 하지 않았군요. 전, 아가사 테론이라 해요. 앞으로 아가사라 불러주시면 된답니다.”

현재, 찰스워드대에서 이 여인을 모르는 이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지만 일단은 그녀의 소개에 수궁하며 입장을 표현하였다.


“나 영웅.”

자신이 생각해도 심플한 발언이다.


대충 보아도 여자들의 질투심을 유발하는 몸매와 판타지에서나 등장하는 금발의 머리와 눈동자. 백옥 같은 피부 결은 대부분의 남자들을 노예로 전략시켜 버릴 마성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기에 그녀에게 구차한 말을 늘어놓아 보았자 관심을 끌기 위한 발버둥이라 생각할 것이 자명한 사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영웅의 간략한 말귀에 순간이지만 놀랍다는 듯이 입을 벌리더니 이내 웃음을 보이는 것이다.

무엇인가 말을 하려던 아가사. 그 순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들에 의해 그녀의 이어지지 않은 말귀를 하루 종일 궁금해 여겨야 할 영웅이 고개를 돌려 해방 꾼들을 바라보았다.


“영웅. 한 쌍의 청춘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것들 좀 자리에 놓아주게나.”

검은 모자를 쓰고 들어선 골드 스타인이 들고 있던 책자를 내밀었다.

재목도 알 수 없는 두꺼운 사전 위에는 종이컵이 마치, 피라미드 형식으로 쌓여있었기에 한 순간 무너지지 않을 까란 불안감이 영웅을 엄습했지만 생각보단 행동이 우선했다.


9잔을 기초로 상단을 쌓아 올린 14잔 중 가장 위쪽의 컵을 들어올리려 손을 가져갔다.

“영웅. 항상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선 실수하지 않도록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말이야.”

골드 스타인의 말에, 룸으로 들어서지 않고 있던 키다리 조셉이 양 어깨를 들썩이며 영웅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랍비께서 갑작스럽게 토론의 주제를 떠올렸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던 영웅이 책 위에 놓여진 컵들을 살피려 하자. 아가사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믿음에 관한 것이군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하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네, 아가사양.”

그녀의 발언에 즉답을 하며 관심의 방향을 영웅에게 집중하는 골드 스타인이 힌트를 주려는 듯 입을 열었다.


“아가사양께서 이야기한 믿음이 한가지의 이유가 되겠지만 그 믿음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영웅 자네가 방금 전 하려는 짓인지도 모른단 소리지.”

들고 있던 책자가 무거웠던지 테이블 위로 올려두는 골드 스타인을 보며 영웅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가 바라는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컵을 들었을 때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바로 아래에 올려진 컵 4개의 균형이 틀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눈으로 봐서는 알 수가 없었느니 기본적인 행동양식에 따랐을 뿐이라고.”

“획일적인 사고가 만들어낸 행동, 순서라고 할 수도 있겠군··· 그런 규칙은 누가 만들어 낸 것인가? 영웅 너는 네 눈을 의심 없이 전적으로 믿는 거야? 그럼 그 책임은 누가 지지? ”


말을 토해내던 랍비깨서 원하던 답안이 아니었던지 고개를 흔들며 룸의 또 다른 기둥을 자처하고 있던 조셉을 돌아보며 물음을 던졌다.


“일반인들보다도 높은 곳의 공기를 만끽하시는 조셉경께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무 생각도.”

영웅이 하고 싶은 소리였지만 동방예의지국의 건실한 청년으로써 그럴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조셉의 발언 또한 하나의 소재가 되었던지 만족한 표정의 랍비께서 입을 열었다.


“배려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네. 만약, 아래에 있던 4개의 컵이 틀어졌다 가정한 상태에서 가운데 컵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참담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상대방의 행동을 의도한 저의는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자해공갈을 생각할 수도 있겠군. 그렇지 않다면 이동 중에 의도치 않은 움직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생각에 빠져버린 골드 스타인을 대신하여 아가사의 목소리가 대화를 이어갔다.


“어려운 생각보단 개인의 본능에 상황을 맡겨보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어차피 인간이란 자체가 실수하며 성장하는 동물이라고도 하잖아요.”


“끊임없이 실수하고 고뇌하라. 그것이 네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할 것이다. 철학자 베리원의 발언 이지만 나나 너희들이 살아갈 시간이 너무도 짧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야.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발언은 기각!”

언제부터 들어와 있었던지 키다리 조셉의 옆으로 회백색 머리결의 여성이 팔짱을 낀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연달아 3편을 올려보지만... 공모기간중 30편을 채우기는 어렵겠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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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클럽- 17.07.10 14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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