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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기억의 파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0
최근연재일 :
2017.07.03 23:38
연재수 :
5 회
조회수 :
713
추천수 :
5
글자수 :
24,606

작성
17.07.01 23:55
조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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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9쪽

_접속을…

DUMMY

유일한 한 필의 말과 수레.

모두 해서 아홉 명으로 구성된 집단들이 가진 유일한 이동수단이지만 그곳에는 수거된 갑옷과 무기들이 실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양은 바닥을 메우고 있는 사체들에 비하면 너무도 적은 수량이었으니.


“대장.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돈 될만한 건 다른 대대들이 몽땅 쓸어가 버리고 요렇게 찌꺼기만 남아있으니···”

알빈이 마음에 안든 다는 듯이 수거한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는 짐수레를 발로 걷어찬다.

그렇게 짐수레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묶여있는 말은 익숙한 일상이란 듯이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고서 나무 밑 잡풀들을 뜯어먹을 뿐이다.


“테론의 핏줄들도 이제는 씨가 말라버렸다고 하잖아. 그럼, 지금 같은 황금기도 옛말이 되는 거라고···그때가 좋았지 라며 촌장 노인이 지껄이던 이야기가 이제 내 예기가 된단 말이지.”

“그건 버는 족족 써버린 네놈이 잘못이잖아.”


“대장.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암울한 앞날보단 즐거운 하루를 선택하란 나의 좌우명을 어길 생각은 추호도 없단 말이야.”

“알빈. 뭔가를 즐기려면 그만큼 준비도 필요한 법이라고. 그리고 생각해보면 네놈이 즐겁게 보낸 날이란 수당이 들어왔던 당일 하루뿐이잖아.”

“그런 사소한 사실은 넘어가자고. 그보단 합류하기 전에 저 녀석의 처분도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말을 마친 알빈이 템페이스의 뒤편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 자리엔 자신의 키만한 헝겊뭉치를 끌어안고 있는 소녀가 겁을 상실하고선 주변을 두리 번 거리고 있었다.


“꼬라지는 저렇지만 높은 분들이 저 꼬마녀석을 가만 두지는 않을 거란 것에 내 전 제산을 걸어도 좋단 말이지.”

“네놈 주머니를 털어보았자 아침에 빌려간 5쿠퍼가 유일하단 것이 아쉬울 정도다.”


어느덧 떠나야 할 시간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조원들이 모여들었기에 더 이상 잡담을 늘어놓을 상황이 아니란 건 알빈도 알고 있었다. 그는 넓은 등 짝에 휴대하던 자신의 전투용 도끼를 빼어내더니 몇 번을 휘두르며 모여드는 이들의 후미로 걸어갔고 그런 와중에도 소녀의 옆을 지나치며 그 흙탕과 핏물로 더럽혀진 머리를 한번 더 헝클어뜨렸다.


두려움 보단, 뭔가가 거슬린다는 표정의 소녀였지만 그 표정자체가 귀여움을 유발하고 있다는 건 당사자는 인식하지 못하는 듯.


“해가 넘어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난다.”

출발의 구호가 뒤를 이어야 하지만 템페이스의 귓가로 꺼림직한 소음들이 뒤를 이었기에 입가로 손가락을 올려 모두의 주변을 환시시켰다.


“이런, 제기랄··· 어쩐지 너무 남겨놓고 갔을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알빈. 언제는 잡동사니만 던져놓고 갔다고 하더니··· 저놈들이 피 냄새에 끌려 여기로 오기 전에 달아나야 된다는 건 모두를 알고 있겠지. 정신들 차리고 속보로 이동한다.”


템페이스는 걸음을 옮기는 대원들 속에 소녀의 존재를 확인하고선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지만 한숨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넌 짐수레에 올라타라! 네놈에게 어울리는 자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떨어지는 짐을 애써 주워담을 여유 같은 건 우리에겐 없으니 잘 잡고 있어야 할거다.”


조심하라는 말까지 친절하게 해주는 남자가 어쩐 이유에서인지 자신을 배려해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소녀였다.

템페이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녀는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는 마차위로 헝겊 뭉치에 싸여있는 검 자루를 던져 올리고 그 내부로 올라탔다. 마치,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퀴의 울림이 시작된다.


무게가 다소나마 가벼운 무기들을 손에 쥐고서 달리기 시작한 무리와 돌 뿌리에 덜컹거리는 수레의 울렁임 속에 소녀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임의로 만들어진 길의 양쪽으로 울창하게 솟아있는 나무들의 군락들이 요동치는 광경이었다.


-우지직~!-

그 순간 나무가 으스러지며 길의 중앙으로 무너져 내렸고 괴기스런 소음들이 걸음을 멈춘 이들의 귓가를 강타했다.


“크~라~락!”

땅을 울리는 진동과 포효. 들이치는 검은 형체는 짖은 녹색계통의 집채만한 거인. 그것은 오크의 형상을 한 몬스터. 등장과 함께 인간들이 지나가려는 길목을 차지했다.

과거 신마전쟁의 혼돈 속에서 태어난 마수라고도 전해지는 괴물이자 이 종족을 멸망시킨 근원이라고도 알려진 검은 피를 간직한 본능에 우선하는 생물. 체내에는 마정석이란 마나석이 잔존하고 있다.


“젠장 할···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빌렸던 돈으로 진탕 마셨어야 했는데 말이야.”

알빈의 푸념에 이어 템페이스의 고성이 들려왔다.


“잠시라도 좋으니 장창 가진 녀석들과 저놈 주위를 끌어봐!”

굳어있는 단원들에게 지시를 하고선 알빈에게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선 오크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길 가장자리로 물러나 그 괴물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검 하나 가진 것 없는 오크였지만 집채만한 몸집과 강철같은 외피를 가지고 있었기에 존재자체가 무기와도 같았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은 방심이란 어리석음을 낳기 마련일까?


키보다 긴 창을 오크를 향해 내지르자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괴물의 형상에 자신감을 회복한 병사들이 겁 없이 한걸음씩 다가갔다.


‘보지 않아도 뻔하겠군. 이제 어쩐다.’

도망갈 상황도 아니었기에 짐 수레에서 대치상태를 지켜보던 소녀는 이 상황에서도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회색갈퀴의 말을 보며 고개를 저어갔다.


“이럴 때가 아니지.”

소녀가 수레의 밖으로 넘어서려고 할 때였다. 머리위로 드리운 어둠이 날아왔다.


-쾅-


창 채로 오크의 손아귀에 잡혀버린 인형 하나가 소녀가 있던 짐수레가 있는 방향으로 던져졌고 실려있던 짐들과 반파된 나무조각들이 공중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곳엔 소녀의 형체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욕을 한 가득 뱉어보려 하였지만 바닥을 마주보며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잠시의 아픔과 어둠.

그리고···


-로그아웃 하시겠습니까?-

암흑 속에서 들려오는 의미 모를 말귀에 소녀의 기억이 단절된다.


※ ※ ※


“시술은 완벽하다 자부합니다.”

“그런데 왜 깨어나지 않는 거야!”


“그것이··· 아무리 그분들의 피가 섞여있다지만 희석될 때로 혼탁한 상태라 뭐라 확답드릴수가···”

“아무튼, 간만에 들어온 실험 체란 건 알고들 있겠지. 멍청한 경관 놈들을 구워삶는다고 들어부은 돈도 그렇지만 윗분들의 기대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하지만··· 통로가 열렸다는 확실한 보증이 없지 않습니까?”

“깜깜 무소식이군. 자네들에게 전달된 수식 중 좌표 값이 어디 것이라 생각들 하는 거야.”


“야누스와는 다른 형식인건 알았지만··· 그럼 말로만 들었던 그곳이란 말입니까?”

“그렇단 말이지. 이제 3년이면 야누스도 끝장날 모양이니··· 그 대안이 될지 그렇지 않으면···”


소녀의 귓가로 스치는 희미한 소음들은 또다시 잦아들었다.


※ ※ ※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어진 진득한 땀내와 열기. 그리고 울렁이는 흔들림에 당장이라도 박차고 벗어나려 하였지만 눈을 뜬다는 자체가 두렵기에 그대로 있어보기로 마음먹은 카림은 이어진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대장 등에 업힌 꼬마녀석은 깨어나려면 아직인가 보지?”

“뭐, 그만한 충격이었으니 정신을 잃을 법도 하겠지.”


“솔직히 우리 둘만 남은 상황에서 이야기지만··· 저 녀석은 어쩔 거야?”

“뭘 말하는 거야?”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주고받던 대화들은 끊어지지 않았다.


“저 녀석 머리 색과 눈깔을 보고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나 같아도 좀전까지 속고 있었으니 대장은 오죽하겠냐 싶지만 말이야.”

알빈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는 템페이스는 두서없이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알빈. 조금 있으면 숙영지니 좀 전에 예기했던 대로 부탁한다.”

“여부가 있겠냐 만은···”


아홉 명의 인원들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단 두 명의 남성. 그리고 업혀있는 혹 하나가 조잡하게 만들어진 숙영지로 들어서고 있었고. 그 순간, 가늘게 눈을 뜬 카림. 입구를 지나치며 나무 기둥에 묶여있는 낯익은 형체 하나가 소녀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케이란?’

자신을 주군이라 칭하던 기사 케이란이 처참한 몰골로 두 손이 묶인 채 나무 기둥 위로 들려있었고 꿇어진 무릎은 잠시의 휴식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모자라는 글, 한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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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_빌어먹을. 17.06.28 138 2 12쪽
1 _ 17.06.26 23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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