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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기억의 파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0
최근연재일 :
2017.07.03 23:38
연재수 :
5 회
조회수 :
712
추천수 :
5
글자수 :
24,606

작성
17.06.26 11:25
조회
234
추천
1
글자
11쪽

_

DUMMY

모래와도 같은 가루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높디 높은 천장들에 무수한 빛의 구멍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그 의미도 모를 함성의 메아리들은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운 동공의 내부로 퍼져나간다. 몇 개의 기둥으로 지탱하던 검은 하늘과 늘어나는 빛의 줄기들은 균열의 속도가 가속화 되기라고 하듯 작은 먼지의 빗방울이 주먹만한 덩어리로 변화되는 것은 찰나의 순간. 아래를 때리는 묵직한 파편들의 울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알리는 수십의 시계추들의 소음들은 누군가의 늦잠을 깨우고 있었다.


그런 폐허의 한가운데에서 눈을 뜬 소녀.

내려오는 햇살의 줄기 속에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감상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그런 의혹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실 오르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굴곡진 윤곽을 내려다 보던 소녀는 그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도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몸뚱아리는 변하지 않은 것인가?”


백색의 가냘픈 손등으로 머리위로 내려앉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몸을 일으키려던 소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반영하고 있는 갈라지는 외벽의 틈새로 흘려 들이치는 모래의 물줄기들을 외면하기라도 하듯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든다.


‘기억이 돌아왔다는 건 이제 죽을 순간이란 이야기 ···’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상처하나 없는 현재의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멍하니 위를 올려다 보기를 잠시. 어렴풋이 입구로 보이는 곳. 소음의 근원지로 발길을 옮겼다.


여린 피부로 이루어진 발바닥은 바닥에서 찔려오는 날카로움에 이따금씩 표정을 바꾸었지만 소녀는 그 걸음을 멈추지 않고서 갈라지기 시작한 계단을 올라선다.


금속 철재가 마주치는 울림들.

소녀가 올라서는 돌계단을 뒤로하고 지하로 이루어진 동굴과도 같은 건축물들과 무너져 내리는 굉음들은 소녀에게 어느 것이 생을 연장하는 우선순위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듯이 그 걸음걸이를 늦추지 못하게 재촉하고 있었다.


이때, 귓가로 스며드는 작디 작은 신음소리.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서며 보이는 광경에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 곳에는 한 명의 어린 인형이 누군가에 의해 범해지고 있었다.


이미 뒤집혀 버린 흰 눈동자의 소녀는 정신을 잃어 버린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숨이 멎어버린 지 오래인지, 아랫도리를 내려버린 남자의 몸짓에 따라 앞뒤로 요동칠 뿐 아래로 쳐진 두 팔의 끝부분은 바닥의 흙먼지를 할퀴고 지나가며 손목의 방향을 뒤틀어 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어린 음부에서 쏟아지던 핏물들. 그렇지 않으면 벽면과 계단에 널려있는 움직임을 잃어버린 인형들에 의해 뿜어진 붉은 혈액들이 좁디 좁은 바닥들을 흥건하게 적셔놓은 상태.


“흐 흐 흐. 숨겨놓았던 딸년이 믿었던 기사에게 당하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하군.”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앞섬에 자리하던 어린 인형의 허리를 놓아버린 남성이 만족했다는 듯이 자신의 바지춤을 올리는 손동작과 더불어 벌어진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러길래 진작부터 말을 들었어야지··· 왕족들이란 족속들이야 원래부터 저희들만 생각한다지만 그분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 어쩌란 건지···”

그러더니 앞섬에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진 소녀의 그곳. 좀 전까지 남성이 유린했던 그곳을 장화발로 밟아 누르며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뭐, 덕분에 좋은 기회가 되었지만 말이야. 클 클 클···”


그 옆으로 입안이 무엇인가에 틀어 막힌 중년의 남성이 엎어진 채, 붉게 충혈된 눈을. 피 눈물에 가려 시야를 가리고 있는 눈동자를 들어올리고 울부짖고 있었지만 하반신의 한쪽이 잘려 나가버린 상태였기에 얼마를 버티지는 못하리란 평가를 했던 것인지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남성이었다.


“이제 내 놈과 자식놈을··· 이쪽은 이미 죽어버린 것 같으니. 뭐, 마지막에 사내 맛을 보고 가버렸으니 미련은 없을 거야.”


맨발이었기 때문일까?

걸음을 때어놓는 소녀의 움직임을 갑옷을 걸치고 있던 남성이 알아채지는 못하였던 모양이다. 마침, 화려한 문양의 손잡이가 눈길을 잡아 끄는 한 자루의 소드가 소녀가 옮겨놓던 발길에 놓여있었다.


“신전에 바쳐야 되는 금화가 아깝지만. 죄란 건 한번에 용서받으면 싸게 먹히기 마련이니···”


‘푹~’

파고드는 부드러운 소리에 말을 마치지 못하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 남성의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 정확하게 배꼽자리에서 빠져 나온 칼날의 반짝임이 눈가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돌아서려는 그의 동작을 막기라도 하듯 등뒤에서 무게다 더해지며 소드의 반수 이상의 검 날이 남성의 앞섬을 빠져 나온 순간. 터져버린 저수지의 구멍을 막기라도 하듯이 아랫배를 감싸진 채 무릎을 바닥으로 떨어트린 남성.


남성의 등에서 느껴지는 작은 발자국과 힘겹게 뽑혀져 나가는 칼날.

남성은 넘쳐 나오는 붉은 물감과 끊어진 내장들이 빠져 나오려는 것을 양손을 무의미 하게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그것들을 주워담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기에 자신의 앞으로 드리운 그림자를 확인하고선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머리를 들어올렸다.


“더 이상 보고 있기가 역겨워서 말이야. 그리고 보니 그 놈은 마지막이 아쉬울 것 같으니 손수 처리해 줘야겠군.”

소녀의 입에서 나올법한 말이 아니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때어놓더니 무게를 유지하기도 버거울 소드를 내려진 바지. 남자의 가랑이 사이로 찔려 넣었다.


뒷정리를 끝내고선 살아있는 이들을 확인해 보려는 노력도 무의미 하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놓여있던 소녀의 시신으로 다가가 부릅뜬 눈꺼풀을 닫아주고선 널브러진 망토로 덮어주었다.


“··· ···”

작은 신음성에 고개를 돌린 소녀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이가 막혀있던 입을 열어보려고 노력 중이었으니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놈의 복수는 해 주었다.”

핏물로 물들어 버린 뭉치를 입에서 때어 놓았더니 얼마 동안 구토를 하기 시작한 중년인. 마지막 유언이라도 하려는 듯이 소녀를 바라보았다.


“···라일리 살아있었구나···콜록! 꼴록!”

‘이 아저씨 뭐라는 거야?’


“늦었지만 ···테론왕조의 마지막 혈족인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을 승계하려 한다···”

자신의 딸이 눈앞에서 저런 몰골로 죽어버렸으니 실성할 법도 한 일이었다.


동굴이 무너지는 소음들이 소녀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지만 중년인의 얼마 되지 않을 마지막 길은 지켜주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은 이전의 기억들 때문인지도 몰랐다.


“이제는 편안하게 쉬세요.”

지금까지의 목소리 톤과는 다른 어린 소녀가 그 곳에 있었다.


핏물로 덮여있었지만 황금빛 눈동자가 아쉬움을 간직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끝까지 아버지라 불러주지 않는구나··· 나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가져가거라.”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 중년인은 손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서 고개를 돌리던 소녀의 눈에 흙더미에 파묻힌 한 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손가락에 유일하게 끼워진 하나의 반지. 어렵게 그것을 빼내고서 남성의 눈앞에 들이밀었지만 이미, 숨을 거두어 버린 상태였다.


“마지막 소원이니 들어주도록 하겠다.”

소녀의 손가락에는 맞지 않을 정도의 무식하게 커다란 반지였기에 주워 든 끈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들이 귓가를 어지럽게 하였지만 얼마 있지 않아 무너져 버릴 이곳에서 시간을 죽이며 목숨까지 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모양을 보았을 때는 돈이 될법한 검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앞으로 벌어지게 될 일들을 대비해서라도 내려놓았던 검을 들고서 시체들의 사이를 빠져나가 입구로 짐작되는 통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내리쬐는 햇살 아래 먼지를 토해내는 정체 모를 유적의 입구에서 금발을 발 아래까지 늘어트린 나신의 소녀가 자신의 키와 맞먹을 정도의 소드를 들고서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상대방을 향해 검을 들었던 병사가 그 모습에 잠시지만 넋을 잃었다가 마주보던 인형이 휘두른 칼날에 복부를 꿰 뚫리며 시체의 더미로 쓰러졌다.

마치, 소녀의 존재는 인지하지 않으려는 듯 수백의 병사들이 얽혀 드는 전장의 한 복판.


‘이곳은 또 어디란 말이냐?’

소녀는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가려야 된다는 인식자체도 없다는 듯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형태를 지켜볼 뿐이었다.


마치 지구에서 읽었던 중세란 곳의 풍경이 이러지 않을까 란 생각은 거슬러 올라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지만 고개를 흔들 뿐.


‘설마, 같은 곳일 리는 없겠지···”

보병들로만 이루어진 전투의 양상은 백색의 갑옷으로 이루어진 쪽으로 그 무게추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승기를 잡으려는 함성들이 대지를 집어삼키는 순간, 그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의 기마들이 주춤거리는 검은 갑옷의 무리 사이로 뛰어들며 뭉쳐있던 집단들을 양분하였다.

기마병을 고려하지 않은 보병들의 짧은 무기로는 그들의 돌파를 막을만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채 삼백이 되지 않았던 병사들이 와해되는 것은 얼마의 시간을 요하지 않았다.


산악중심에 자리한 사막화가 이루어진 모래의 언덕으로 달아나는 보병들의 무리.

단단한 바닥을 벗어나기가 곤란했던 기마들이 돌아설 수 밖에 없었지만 애초부터 그들을 추격할 역량과 마음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기마의 무리 중 하나가 소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최악의 상황엔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 순간, 동굴에서 목격한 소녀의 처참했던 모습이 떠올랐지만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로 하였다.

말의 고삐를 잡아 끌며 흙먼지를 일이 키던 중세 기사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은빛 머리결의 인형이 소녀의 나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각하께서는···”

하지만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그는 소녀의 목 언저리에 매어져 있는 반지에 눈길을 보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짖기를 잠시. 말에서 뛰어 내리며 무릎을 꿇어왔다.


“각하를 지켜드리지 못한 무능은 죽어 마땅하지만 그분의 후계를 이어가는 것 또한 기사의 소임. 기사 케이란 새로운 주군께 목숨을 바칩니다!”


어느덧 주변으론 전신 갑옷을 착용한 수십의 인원들이 모여들었고 울먹이는 와중에도 앞선 기사와 같은 자세를 취하였다.


‘이건 또 뭐야?’

어이없는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소녀.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는 황금 빛깔의 머릿결이 그런 소녀의 벌거벗은 앞섬을 가려주고 있었다.


작가의말

기존에 쓰던 글이 있었지만... 일단 이것부터 달려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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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17.06.26 23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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