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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멸망한 세계의 구원자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20.05.12 00:14
최근연재일 :
2020.05.28 00:34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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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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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46,347

작성
20.05.2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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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8_<시련>

DUMMY

한동안,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마이어는 알몸인 상태에서 바쁘게 뛰어다녀야만 했다.


그 동안 아껴 마신다곤 했지만 비워진 투명한 물통들이 가득하였기에, 그것들의 주둥이 가득 빗물을 채워놓고서, 입고 있던 옷도 대충이나마 씻어낸다. 텐트로 들어와 모셔두었던 타월로 온 몸을 닦아내고 보니 이전까지 땟국 물이 흐르던 모습에서 그나마 탈출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낸 마이어는 그렉의 털에 묻어있던 물기도 털어내어 주며 하릴없이 텐트 밖을 바라본다.


텐트 주변으로 만들어둔 도랑을 따라 흐르던 빗물들이 만들다 만 커다란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름, 바닥 면을 단단히 다져 놓았다곤 하지만 땅으로 스며들지 않고 얼마 가량을 모아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땅을 파며 알게 된 것이지만 자갈과 같은 돌덩어리들이 지표면 아래를 가득히 메우고 있었기에 작물을 키우기에도 적당하지 않다는 사실과 그런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구덩이를 파며 이빨 하나 상하지 않은 작은 삽의 재질과 그 강도에 놀라워 해야만 했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물품들도 다수 있었지만 그 존재에게 받은 물건 중 그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소형 삽의 경우에도, 비상시에는 무기로도 사용이 가능할 듯 하여 얼마 전부터는 가림 막을 지지하던 긴 장대에 묶어, 기억 속 어렴풋이 남아있던 창술도 연습중인 상태였다. 그렇게 어느덧, 48일째가 지나가지만 그날 이후, 이름없는 신에겐 더 이상 아무런 반응도 감지하지 못하였다. 그가 흥미를 읽지 않았기 만을 바랄 뿐이다.




※ ※ ※


얼마의 시간, 어린 여자 아이와의 첫 만남과 함께 끊어진 꿈, 너무나도 기나긴 흐름과도 같았지만 정확히는 13분, 거짓말 같은 현상 이후 가인은 탁자에 엎드린 상태에서 깊은 수면을 취하였지만 다음순간 또 다시 깨어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괴물 같은 놈’

귓가에 이미, 죽어버린 아버지란 작자의 목소리가 뇌리를 뒤집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그자의 입버릇이 귓가에 떠오르자, 욕지기가 올라오며 힘이 들어가지 않던 무릎을 곧추세운다.

그리고선 노이즈로 가득한 기기들의 동작과 통신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한다. 잡히지 않던 경계선의 점선들과 작은 불빛들이 영역내부로 무수히 감지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비스터들로 추정되는 신호는 검출되지 않았다.


그때서야 가인은 수납장으로 보이는 몇 개 남지 않은 통조림 중, 하나를 집어 들어 마개를 열어 젖힌다.

유통기한도 이미, 오래 전에 지나버린 것이지만 현재로선 얼마 남지 않은 유일한 식량이었기에 조심스럽게 옥수수의 알맹이들을 휴대용 수저로 들어 올려, 입 속으로 밀어 넣었고 터져나가는 알갱이들이 마치, 생고기의 육즙과도 같은 매스꺼움을 입안 가득 남겨놓는다.


곧이어 비워진 통을 탁자 한 켠으로 밀어내고서 허리아래를 살펴 본다.

임시로나마 치료하였던 상처들이 어느덧 아물어 있었고 가렵던 피부와 검게 변색된 색감들도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아버지란 그자의 말마따나, 어쩌면 외부환경이 가인 자신에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었지만 현재까지 그것을 확인하려는 시도 자체도 하지 않았다.

기기 사이에 끼워둔 빛 바랜 사진 한 장을 끄집어 낸다. 귀퉁이 여기저기가 썩어 떨어진 상태였기에 몇 몇 형태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체, 그 것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는 가인이었다.


이곳은 도시 외곽, 백색 기둥의 흔적과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망상가들의 기지로 알려져 있던 장소. 근 반년간부터는 하나의 그림자만이 벙커 주변을 서성일 뿐이다.



※ ※ ※



비가 그치자, 흙탕이긴 하여도 구덩이 가득 물이 고여있었다.

‘괴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갑작스럽게 든 생각은 아니었다. 다시 눈을 뜨고서 얼마의 시간이 흘렸는지를 알 수 없었기에 그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창과 같은 무기류를 만들어 연습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마이어는 한동안 길다란 봉으로 찌르기를 연습하고 있으려니 작은 손 아귀에서 자꾸만 빠져나가려고만 하였다.

음식 등으로 힘이 오르긴 했지만 신체가 작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손 바닥에 생긴 물집이 터져 나갔지만 식수로 마시고 있던 포션 때문인지 얼마 있지 않아 아물어버린다.


그렇기에 굳은 살이 붙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벌써부터 몸을 혹사시킬 필요는 없었기에. 상처보다는 봉을 어떻게 하면 놓치지 않을까 부 터 고민해 봐야만 했다.


“타올 이라도 찢어서 손등에 말아야 할까?”

폭신폭신한 고급스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그것이 아까웠지만 생존이 우선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덩치가 자신만해진 그렉은 뭐가 좋다고 저렇게 뛰어다니는지. 다행이라면 저 몸뚱이로 통조림 하나로 하루를 만족한다는 점이었다. 마이어의 경우도 첫날 이후엔 두 번에 나누어서 먹어도 포만감이 차 오를 정도였으니.


그리고 어느 순간, 생명의 묘목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며 사라질 쯤. 어떤 물건이 놓여져 있었고 각진 나무 틈 사이로 여러 개의 검은 손잡이들이 마이어를 유혹했다.


「지구란 행성에서 유희중인 어느 이름없는 신이 보내는 후원」


「식도 세트」

▷강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날카로운 칼날과 가위.


자그마한 두 손으로 여러 개의 두꺼운 자루 중 하나를 힘겹게 잡아 빼 보았다. 번뜩이는 백색의 칼날은 말로만 듣던 미스릴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예기를 지니고 있었기에 마이어는 바닥에 놓여진 돌을 향해 칼날을 내려찍었다.


조각이 튀어 오르는 일도, 그렇다고 칼 날이 부러지는 일도 생기지 않았다. 다만, 반듯하니 두 조각으로 나누어진 돌의 형상만이 눈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마이어는 이하나 상하지 않은 칼날의 예리함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였기에 다음 순간, 입가에 어린아이 답지 않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조심스럽게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고대 기록을 보아도 이렇게 전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무구 들을 현신하는 기적은 없었다. 아마도 이름없는 신이란 자는 마이어 자신이 상상하지도 못할 고위급의 존재인지도. 그렇다면 정녕,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묘목에 손을 가져가 보아도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저 받기만 하는 입장은 곤란하였다.


‘맹목적인 종이라도 되길 자처하란 말인가.’

현재로선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해 졌다는 것이다. 살아야 한다는 것. 이런 사치를 누리고도 뭔가를 시도하지 못한다면 버러지와 다를 바가 없었기에.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준비된 마이어에게 시험이 닥쳐왔다.




부활 후 50일차.


마이어는 이유 모를 불안감에, 이른 새벽공기를 마시며 텐트 밖을 서성였다. 그 두려움이 전파되기라도 하듯이 그렉도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소녀의 결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생명수의 주변으로 회오리 치듯 형성된 맑은 공기들이 안개에 휩싸인 대지위로 치솟으며 유일하게 만들어 놓은 출구. 그 허공의 둥근 창 속으로 달빛이 고개를 들이밀어 소녀와 늑대 한 마리에게 인사를 건네어온다.


서늘해지기 시작한 공기를 느끼며 양팔을 감싸 안은 마이어. 웅덩이를 덮어놓은 가림 막, 그 위로 송이송이 맺혀있는 이슬무리들을 바라보며 몰려올 추위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멀리 있는 추위보다 더한 것이, 지금 당장이라도 나타날지도 모른단 말이야.’


한달 이 넘는 시간, 이전의 지열했던 하루 하루를 돌이켜보면 너무도 편안한 생활이었다. 그렇기에 코앞에 다가올 불안감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전날 밤 새롭게 만들어 두었던 창대를 손이 닫는 곳에 놓아두었지만 아무리 자신이라 하여도 소녀의 신체를 신용하지는 못하였다.

그렇기에 몇 개의 칼자루를 주변 일대에 숨겨두었고 로프를 이용하여 경계장치도 만들었지만 효과는 미지수. 하지만 없는 것 보단 나으리라.


날이 밝아온다.

하루의 시작을 미룰 순 없었기에, 뿌리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발목까지 올라온 사과나무에게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포션을 부어주고서. 아래둥치의 흙을 다듬어 주었다. 계속해서 아까운 포션을 버릴 순 없었기에 내일부터는 모아둔 빗물을 이용할 예정이다. 당연히 생명수는 예외사항이다. 성장시켜야만 하는 필요성과 현실적인 의무와는 별개였기에.


“크르르~”

주변을 돌아보던 그렉이 갑작스럽게 소녀의 곁으로 다가서더니 안개 속을 노려보며 송곳니를 드러내 낮게 으르렁 거리기 시작한다.


주먹만하던 놈이 벌써 마이어 자신과 덩치가 같아져 있었지만 처음부터 평소 모습만으론 강아지가 아닌가 란 의심도 해 보았었다. 하지만 저런 광경을 보니 오늘에서야, 그 동안의 오해들이 녹아 내리는 듯하여 입가로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안개너머로 희미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 곳에 있었지만 명확한 행태를 취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었다. 외관상으론, 장막을 넘어서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괴물들의 힘을 줄여줄지언정, 그것을 막을 힘 따위는 없다는 걸, 가느다란 칼날을 꺼내든 소녀도 익히 알고 있으리라.


탐색이 끝난 것인지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적 괴리감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내발 달린 검은 가죽, 악어 같은 얼굴의 반수이상을 차지하던 아가리가 벌어지면서 무수한 이빨들을 자랑한다. 성체 타이거의 몸체와 맘먹는 녀석의 정체는. 흔히 전장에서도 차고 넘친다는 하급의 괴물. 또는 악마 견 게르베스


영악한 행동인지 그렇지 않으면 겁이 많은 것인지. 아직까지 뒷발은 안개저편에 놓아둔 상태에서 소녀를 향해 갈라진 붉은 눈자위를 번뜩인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 내부의 공간을 돌아본다.


‘운이 따라주는 구나.’


소녀는 녀석이 무리에서 외떨어져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었다.

만약 한 마리가 더 있기라도 했어도 저를 보고 생각 없이 덤벼들었겠지만. 지금은 망설이고 있었다. 가장 강한 놈을 확인하려는 듯이.


수도 없이 싸워왔던 괴물들이었기에 습성쯤이야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볼 수 있는 눈만 있을 뿐, 지금과 같은 소녀의 몸으로 예전과 같은 실력은 기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렇기에 바로 눈앞에 있는 괴물 또한 어린아이쯤이야 간식거리에 불과하다 여겼던 것인지 그 나마 방해가 될 것 같은 늑대에게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주목을 받게 된 그렉. 음식 때문인지, 짧은 기간 덩치는 물론, 머리까지 좋아진 것일까. 갑작스럽게 마이어의 반대방향으로 이동하여 괴물의 시야를 분산시키려 한다. 마치, 소녀가 준비했을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라도 하듯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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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8 테드창
    작성일
    20.05.27 00:30
    No. 1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재미있어요! 누르고 갑니다.

    시간 나시면 제 서재에도 놀러와서 제 소설도 읽어주셔요 ^^*
    그리고 유튜브 '김기환TV' 도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꾸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淸花
    작성일
    20.05.27 11:22
    No. 2

    작가님 오랫만에 오셨네요. 자주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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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009_<시련> 20.05.28 55 2 12쪽
» 008_<시련> +2 20.05.27 35 2 11쪽
7 007_<이름 없는 신> 20.05.21 45 5 12쪽
6 006_< 링크를 시작합니다.> 20.05.20 49 7 11쪽
5 005_<끊어진 이야기들> 20.05.15 46 2 11쪽
4 004_<그들이 향하는 곳> 20.05.14 49 2 11쪽
3 003_<그들이 향하는 곳> 20.05.13 66 4 12쪽
2 002_<각오를 다지는 이들과 달아나는 자> 20.05.12 85 3 11쪽
1 001_<나무가 시들자 나타나는 괴물들> 20.05.12 159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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