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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이탈자 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8.04.09 19:52
최근연재일 :
2018.04.12 22:36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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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2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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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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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3. 카린

DUMMY

마지막 절차를 보지 않으려 언덕의 끝자락으로 발길을 옮긴 카린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빼곡하게 들어찬 크리쳐들의 검은 등껍질을 감상이라도 하듯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카린이라도 지금의 상황에서 방법이 떠오르진 않겠지요?”

장례의 마무리를 끝내고 카린에게 다가온, 같은 처지의 조장들 중 하나인 센더슨의 물음이었다. 사실 마무리라고 할 것도 없는 쌓았던 돌들을 치우고 남겨진 옷가지를 태우는 일을 한 것이다.


“센더슨. 도착해 있는 연대가 얼마나 될 것 같아?”

4조 조장이기도 한 센더슨이 주변의 산맥들 중 숲으로 우거진 한곳을 가리키며 입을 연다.


“어젯밤에 도착한 슬라브 연대 이외에는 없을 겁니다. 더군다나 수효도 줄어든 걸 보면 오던 중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숲으로 가려진 상태라 대략적인 숫자 파악도 어렵습니다···. 새벽녘에 철수하지 않았다면 들어앉아 있겠지요. 그보다 지금에선 크리쳐 놈들이 저곳으로 몰려가지 않는 이유가 궁금할 정돕니다.”

카린들이 위치한 지대보다 높은 산맥이자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내부를 확인하려면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드러난 공백지대에서 간간히 몇몇의 인형들이 이쪽을 주시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지··· 밤에만 활동하는 놈들이 더군다나 파 들어갈 흙더미도 없는 돌 바닥 위에서 뭐 하자는 걸까? 그리고 우리 연대 놈들도 지금의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소리고.”

지휘부를 제외하고 전 병사가 머더러로 구성되어 있는 슬라브 연대. 천 단위의 5개 부대가 모여 이루어진 연대였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린이 소속된 제1부대도 그 울타리 안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연합작전을 수행하던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떨어져나 온 것이었다.

당초 계획되어 있던 소식과는 다르게 뒤늦게 그들이 왔다는 것은 모든 것이 취소되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었고 반 부대장에게도 전하지 않은 보고였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같은 동료들이 의리를 지킨 것만도 감사하게 느껴야 할지 몰랐다.


그런 생각들로 갑작스럽게 죽어있는 크리쳐의 사체를 내려다보던 카린은 알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가웃거린다.


크리쳐는 일정 거리지만 서로간에 감정을 공유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이 만 단위가 넘어서는 규모라면 이들을 통제하는 알파 급 크리쳐가 수십 마리씩 뒤 썩여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처음의 공세와는 다르게 몇 일이 지난 시점부터 간간히 몰려오는 숫자 외에는 근 이틀 동안 뭉쳐있기만 한 채 카린이 알고 있던 크리쳐들의 체계적인 움직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더군다나 햇빛에 취약한 크리쳐들이 밝은 대낮에 돌아다니는, 본능을 상실한 것 같은 이상행동이라니, 지금에서야 이 사실을 깨달은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듯이 뒤돌아서며 명령을 내리는 카린이었다.


“센더슨. 휴식은 끝이다. 모두 무장시키고 이 위치로 모이라고 해!”

카린이 가리킨 방향은 자신들이 소속된, 슬라브 연대의 나머지 4개 부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향을 마주보는 곳이다.


화살 촉들은 초반 전투에서 이미, 바닥나 버린 상태기에 그것을 쏘아 보내던 도구들은 장작이란 필요적 목적으로 소모되어 버린 지 오래. 그리고 창과 검들은 크리쳐의 등껍질을 두들기는 와중에 거의 대부분의 이빨이 날아가 버렸지만 그나마도 간간히 수리해서 사용하는 실정이었기에 지금에선 부러진 칼날도 구분하지 않고 끌어 모을 수 밖에 없었다.


바위산 중턱 부근은 몸을 숨길 정도의 돌덩이들이 분산되어 있었다. 강철에 비등한 강도를 보유한 발톱과 송곳니로 무장된, 더군다나 육식동물과 같은 저것들이 기어올라오는 순간이 도래한다면, 앞선 반항의 준비와 더불어 무의미한 방어의 수단에 불과할 것이 다분하지만 몸을 숨긴다는 의식적 안정감속에 머리만을 내밀어 보는 것도 병사들의 심적 측면에선 도움이 된다 말 할 수 있었다.


그런 참호를 연상시키는 돌 무더기 위로 뛰어 올라선 카린은 언덕 아래를 두르고 있는 검은 물결 속을 노려다 본다.

늦은 오후, 태양이 저물기 전, 산맥에서 내려오는 서늘한 바람이 그녀가 풀어헤친 황금 색체의 머리결을 어루만지며 크리쳐들이 모여있던 지면아래로 손짓하게 만들었다.


정글과도 같은 깊은 숲 지대에 생성되어 있는 암벽지대. 바닥으로 깔려있는 돌 조각의 융단이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운데에 솟아있는 사각의 형상이 비스듬하게 쓰러진 것을 연상하게 만드는 바위 언덕은 작은 무인도를 연출 하는 장소. 이제는 검은 물감과도 같은 크리쳐들이 섬과 대지를 가르는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독특한 장소가 아니었다면 카린이 속해있던 1부대 전원은 이미 오래 전에 사방에서 밀고 올라오는 크리쳐의 물결 속에 집어삼켜버린 상황이었을 것이다.


카린은 얼마 있지 않아 중상자들을 제외한 살아남은 전 인원이 그녀가 지정한 장소로 모여들었단 사실을 확인했다. 그 속에는 성별이 다른 여인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카린을 포함한 그런 여인들의 비율은 전장이란 곳의 특성상 희박할 수 밖에 없었지만 살아남은 수십에 달하는 그녀들은 카린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오래도록 버티긴 어려웠을 것이다.


뒤돌아선 카린에게 칠백에 이르는 눈동자가 곧, 이어질 그녀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식량과 물을 남기지 말고 챙겨먹으란 카린의 지시가 무엇을 뜻하는 지 모두들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느낀 카린은 이어질 자신의 말속에 포함될 부담감을 일부지만 줄일 수 있었다.


“한달 전, 크리쳐의 대규모 이동이 감지되고, 우리 부대가 그것들을 유인하는 미끼역할로 지정된 건 알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투석기들로 이곳을 날려버려야 정상이겠지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약속된 날짜가 지나고서도 며칠째 소식도 없는 상태에서··· 전일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슬라브 연대란 한 울타리의 동료들도 당장엔 눈치만 보며 눈앞에 보이는 산중턱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태이다.”

고개를 돌리는 카린의 시선 속에, 서 있거나 앉은 상태에서도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애써 미소 지으려 하는 모습들을 느낄 수 있었다. 카린은 그런 눈빛들에 가슴속이 울렁이며 끌어 오르는 감정을 경험해야 했다.

‘이것이 고마움이란 감정일까?’

카린은 메마른 목소리로 끊었던 이야기를 이어간다.


“짐작하는 것처럼 우리는 버려졌다. 그리고 반 부대장까지 전사한 마당이다.”

‘그래 철저하게 버림 받았다. 더군다나 굳건할 것만 같았던 구심점도 사라졌다.’

상부의 명령으로 연대에서 떨어져 나와 연합 작전에 참여한 카린이 소속된 부대는 버림 말과 같이 크리쳐들을 끌어내고선 그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질 정도인, 애초부터 그런 용도밖에는 아니었던 것이다.

몇 몇 조장들을 제외한 연대 전원이 만들어진 존재였기에 애초부터 쓰고 버리는 머더러의 숙명일지도 몰랐다.


고개를 떨어 트리는 자들도 카린의 눈에 보였지만 대다수는 칼집을 움켜잡으며 울분을 토해낸다. 그런 와중에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젯밤 확인했던 대로 바로 코앞에 동료들이 찾아왔고. 비록, 눈앞에 있는 우리에게 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겁먹고 웅크리고 있다지만 어찌되었든 포기하긴 이르다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굶주림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지만 식수가 떨어졌기에 더 이상 방어만을 할 수는 없는 상태란 걸 모두들 인지하고 있을 거다.”

카린이 이후로 무슨 말을 할지 짐작했던 것인지, 앉아 있던 이들 대다수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에 나약해지려던 마음을 다잡으며 목소리에 힘을 주는 카린.


“처음부터 머더러인 우리에겐 이렇게 탄생한 순번을 가리키는 넘버만이 주어진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 켠에 자리하던 목줄을 들어 모두가 보는 눈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모두를 타의든 또는 자의로 만든 나름의 이름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 카린은 살아있다는 걸 저들에게, 아니 포기하고 지켜보는 우리와 같은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아래를 차지하고 있는 수천이 넘어서는 검은 무리를 향해 돌아선 카린은 꿈틀거리는 그 속에서 언덕위로 오르려 하는 크리쳐들의 무리를 바라보면서 반에게 전해 받은 소드를 뽑아 들어 목이 터져라 외쳐나간다.


“반 자르만에게 부여 받은 권한으로 명한다! 너희의 눈앞을 막아서는 적들을 향해 무기를 들어라!”

‘정녕, 누구를 향한 포효 일까?’

바위산 중턱을 차지하고 있던 칠백의 병사들은 무기를 움켜진 손들을 무의식 결에 들어 올렸다.

“돌격하라!”

피를 토할 것 같은 카린의 마지막 구호와 말릴 틈도 없이 언덕아래로 달려나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폭포수의 물결과 같이 칠백에 이르는 병사들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거추장스런 짐들을 던져 버리고 몸뚱이 하나만을 내세운, 검은 바닥을 향한 무모한 질주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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