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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이탈자 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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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8.04.09 19:52
최근연재일 :
2018.04.12 22:36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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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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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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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카린

DUMMY

빼곡히 나무들로 둘러싸인 주변경치를 감상하기엔 안성맞춤인 장소였지만 어디에도 달아날 구멍이라곤 보이지 않는 암벽덩어리 뿐인, 무덤과도 같은 언덕 위에 자신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주는 광경 속.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누워있는 사십 대 반백의 부대장이 카린을 돌아 보고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부대장님, 그대로 누워 계시지요.”

다가간 카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득불 핏물이 들어찬 허리를 움켜쥐고서 돌 벽에 등을 기대며 서운한 듯 말문을 때어간다.


“카린··· 얼마 남지도 않은 것 같은데, 딱딱한 말투는 서로간에 삼가자고.”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반.”

그 순간, 옆으로 다가온 부관 머슬로가 하나의 검을 검집채로 카린에게 건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한다는 투가 역역한 설명을 곁들였다.


“선택 받은 노블. 반 자르만 부대장께서 한낮 머더러인 네 년에게 하사하시는 검이니 영광되게 생각해라.”

“머슬로. 쓸데없는 소리하려거든 얼른 물건이나 전해주고 자리나 비켜 주게나?”

“하지만··· 알겠습니다.”


반 부대장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카린에게 검 집을 안겨준 머슬로가 일어나기 전, 그녀에서 한번 더 눈을 부라리더니 몇 걸음 물러났다. 그제서야 부대의 상징과도 같은, 미스릴이 함유되어 있다는 황금 손잡이의 색감이 인상적인 소드의 검신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이유를 당사자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황제폐하가 하사하신 검이라지만 이제는 명목상의 물건일 뿐이란 건··· 카린 자내도 알고 있을 거야. 가는 마당에 쓸데없는 짐일 뿐이니 부담 가지지 말고 사용해 주라고.”

“반··· 선택 받은 존재께서 그런 나약한 소리나 지껄이면 저희 같은 머더러가 뭐라 하는지 아십니까?”

감기려던 눈을 들어올린 반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카린의 묶어 놓은 금색 머리 결에 이어 벌어지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머더러 같은 놈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말에 잠시지만 생각에 잠기던 반이 웃음을 지으며 답변을 이어간다.


“그렇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엔 모두가 동일한 입장에 놓인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되다니···”

“하지만 반과 같은 존재들은 또 다시 소생한다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계획대로만 이루어 진다면 시간은 충분합니다.”

희망 없는 착잡한 표정, 또는 어떻게 이야길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단 인상의 반이 갑작스럽게 거친, 약간의 핏기를 머금고 있는 기침을 토해내었다.. 그 순간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부관이 달려와 부산스러운 행동을 보이려 하였지만 손을 들어 그것을 거부한 반이 쥐어진 헝겊으로 입가를 훔치며 카린이 간과하는 점을 지적한다.

“카린, 우리들이 기존 세계의 기억을 간직한 채 지금의 성지로 소환된다곤 하지만 결국 자네들과 같이, 이 세계에서 만들어진 존재 란걸 간과하면 안 된다네. 제국의 황제께서 계시는 저 세계에 엄연히 살아있는 반 자르만이 시간의 흐름에 묶여 늙어가고 있다 여긴다면 웃기는 이야기지만 또 다른 나는 결국, 타인일수 밖에 없다는 말이 아니겠나?”


반의 이야기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의 카린이 그를 안심시킬 요량으로라도 말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반은 저 세계에 자신의 오리지널이 있기에 더욱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지금의 반의 말은 저 같은 머더러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서 생활하던 모든 기억들이 사라진 자아가 과연 나라 할 수 있을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지금의 반이 소멸하더라도 얼마 있지 않으면 동일한 지휘를 가진 반 자르만이 그녀 앞에 다가올 것이라 믿었던 카린은 마지못해 수긍할 뿐이었다. 아니, 전해지는 이야기론 총독의 눈밖에 났기에 이런 최전선으로 보내어 진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엄두도 내지 못할 신분이라 들었다.


“반이 그렇게 말한다면 당장엔 이해되지 않지만 고민해 보도록 할게요.’

“··· ···”

말없이 카린의 황금색 눈동자를 들여다 보던 반이 주변에 흩어져 있던 병사들을 돌아보며 잊어버렸다는 듯이 물음을 던진다.


“카린. 상황은 어떤 것 같나?”

그녀는 이곳으로 오기 전 보고받았던 내역들을 되새기며 입을 열어간다.


“지금까지 142명 사망에 부상자만 357명입니다. 멀쩡한 놈들이 저를 포함해 416명. 물론, 식량과 물까지 바닥났기에 조금 지쳐있다 말할 수 있지만 중상자도 마지막까지 황제폐하의 영광을 위해 싸울 준비를 마친 상태니 염려 놓으십시오. 그보다···”

카린의 망설임에 반의 재촉하는 눈빛이 뒤를 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을 이어간다.


“조장 급들 중에도 노블은 아니라지만 선택 받은 이들이 몇몇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머더러인 제가··· 반의 명령이긴 하지만 병사들을 지휘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나의 결정에 대해 내 부관인 머슬로를 제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놈들이 있던가?”


“그건 아니지만··· 차후에 상부에서 문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크 크 크. 그거야 또 다른 후임이 자처해야 할 숙제겠지. 카린. 머슬로를 불러오게. 마지막으로 일거리라도 던져 주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

푸근한 표정의 반이 등을 기댄 돌 벽에 머리를 펴고선 더 이상 그녀와의 대화를 거부하였기에 자리에서 일어선 카린은 주변을 맴돌던 부관에서 신호를 보내었다.


카린은 부대장의 작은 배낭에서 드러난 봉인된 가죽책자 한 권이 힘겹게 머슬로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다음 순간, 할 일이 끝났다는 듯이 반 자르만의 고개가 떨어지는 것을 담담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반 부대장의 장례절차는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언덕위로 주변을 경계하는 인원을 제외한 몇몇의 조장 급들이 모여 들었고 주변으로 굴러다니는 돌 조각을 얼마 정도 쌓아 올리자, 그를 기리는 간단한 미사어구가 부관인 머슬로에 의해 옲조려지기 시작한다.


“선택 받은 노블. 우리들의 세계 이데아의 황제폐하의 대리자 이자 바빌리온의 총독이신 안켈로스 라울 더 라마란의 이름을 빌어···”

엄숙한 분위기 속에 머슬로의 낭송은 뒷등으로 흘려버리고 있던 조장들 중 하나가 다소, 멍한 표정으로 돌무덤을 바라보는 카린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카린 조장. 반 부대장과의 관계는 알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도 만만치는 않다고. 같은 연대 놈들도 멀찍이 떨어져서 남몰라라 구경하는 중인 상태에서 크리쳐놈들이 들이치기 전에 굶어 죽는 게 먼저인 것 같으니···”

12조장 마잔키의 넋두리가 이어지는 와중에 카린의 음성이 끼어든다.


“부대장과 같이 선택 받은 존재들 중 하나인 마잔키 조장은 저 같은 머더러의 지휘를 받는다는 걸···어떻게 생각합니까?”

별거 아닌 질문이라는 듯 녹색계통의 단발 머리를 손으로 긁어가며 대답을 들려주는 마잔키.


“반 부대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겠지만 카린 조장처럼 전장에서 이렇게 오래까지 살아남은 머더러의 사례는 없다고 하더군. 그걸 감안하더라도 유훈도 있었던 마당에, 나를 포함해 반발하는 녀석들은 없을 거야. 그리고 나와 같은 경우는 카린 조장도 알겠지만 노블 분들과는 엄연히 신분적 격차가 존재한단 말이지··· 그렇게 따지면 반 부대장이 노블 중에서도 괴짜일지도, 지금 내 주둥이가 이렇게 말하는 자체도 저쪽 세계였으면 심각한 문제라고.”

그러면서 아직까지 낭송에 열중하는 보좌관의 눈치를 살펴보던 마잔키가 못다한 대답을 이어간다.


“바로 전장으로 투입된 우리들은 모를지 모르지만 들리는 소문으론 바빌리온에선 신분격차가 심각하다고 하더라고··· 뭐 최전선의 우리와는 별세계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하여튼 그분의 뜻에 따라, 지금 당장이라도 카린 조장이 크리쳐들의 아가리를 향해 돌격명령을 내려도 따라야 할 입장이랄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간단하게 올려둔 돌들 속에서 은은한 녹색의 광채가 분말의 형태처럼 반짝임을 보이며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한 순간, 쌓아놓은 돌 무더기 전체가 내려앉아 버렸다.


카린도 전장에서 수십 차례 경험했었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점은 한결같았다.

신들에게 선택 받아 이 땅에 강림하는 이들. 반의 예기로는 자신들은 복제된 인간일 뿐이라 말했지만 내장을 쏟아내며 죽어 나자빠져 이름 모를 몬스터에게 걸래 쪼가리가 되어버리는 카린과 같은 존재들 보다야 축복받았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그들은 만들어진 자신들과는 다르게, 이전 세계에서의 기억이란 것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지지 못한 머더러들에겐 사치를 떠나 명확하게 구분 지어진 선택 받은 존재들, 또는 논트라 칭해지는 그들과의 경계선인지도 몰랐다.


작가의말

오늘은 일단 두 편. 내일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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