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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하르파스의 던전입니다

이탈자 카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간달푸
작품등록일 :
2018.04.09 19:52
최근연재일 :
2018.04.12 22:36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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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
글자수 :
29,114

작성
18.04.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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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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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1. 카린

DUMMY

처음의 시작과 계기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마겟돈의 서막을 여는 아침 햇살이 도시의 희뿌연 안개를 가장한, 스모그의 물결을 걷어내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 아메리카 남서부에 위치하는 사막지대의 지하 벙커들이 모래들을 빨아들이며 검은 입구들을 만들어내었고 뒤를 이어 점화된 로켓엔진의 소음과 함께 열어젖힌 수십 개의 숨구멍을 통해 창공을 향해 불꽃들을 쏘아 올린다.


그곳은 관계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버린 수천 발의 원자탄들이 보관된 발사기지.

그리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솟아오르던 로켓엔진의 붉은 열기가 지하 내부로 휘몰아치며 한순간, 연쇄작용과도 같이 굉음과 함께 반경 수천 미터의 토사를 집어삼키며 타오르는 먼지 더미와 함께 하나의 백색기둥이 대지와 창공을 꿰뚫어버린다.


구름조각은 물론 그림자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시켜 버린 십자형태의 백색 섬광은 지평선이 끝나는 지점까지도 목격될 정도로 장엄한 천상의 무지갯빛 광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그것을 맨눈으로 목격했던 대다수 생명체의 시야를 앗아가 버리는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왜냐하면 열려진 판도라의 내부와도 같이, 그 아름다움을 인간의 두 눈으로 목도한 값어치치곤 값싼 편이었기에.


그렇게 대기 속의 입자들을 마비시킬 정도의 강렬한 빛 무리는 전파의 흐름까지 마비시켜버린다.

인간들을 이어주던 거미줄들의 떨림이 단절되어 버렸다는 것에서 생성된 막연한 두려움은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군중들의 자아를 붕괴시키고서 폭도로 변질시켜버렸고 이어지는 세계적인 혼란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것 또한 빛을 인식하지 못한 지구 반대편에 국한된 일.


깊은 밤, 또는 이른 새벽. 도시를 울리는 사이렌들의 소음과 주체를 잃어버린 총성의 비명들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 이면에선 잊어진 존재들이 빛으로 둘러싸인 대기권을 돌파하였다.


대기층 밖으로 상승한 주인을 잃은 수십 개의 로켓엔진들이 비어버린 연료탱크들을 분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것들이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그 필요성을 상실한 빈 깡통들은 붉고도 파란 입자들을 만들고서 또다시 백색의 색감들이 집어삼켜버린 소용돌이 속으로 파고들기를 자처한다.

그렇게 남겨진 뾰족한 상단 부는 또 다시 파란색감의 가스 분말을 분출하며 붉게 점화되기 시작했고 처음의 목적지를 잊지 않고서 궤도를 따라 밝은 빛살이 미치지 않은 지구의 이면으로 항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벙어리처럼, 우주의 검은 귀퉁이 한편에서 그 풍경들을 감상하는 인류를 대표한다 자처하던 정거장의 우주인들.

그들은 자그마한 유리창을 통해 자신들의 고향이자, 인류의 마지막을 순간을 지켜볼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낀다.


그 순간, 먹통이 되어버렸던 통신장비에서 노이즈와 같은 잡음들이 뒤섞여 나오길 잠시, 지구의 신호음이 잡히기 시작했다.


-”여기는···관제탑. 메시아 1호, 들리는가?”-

섞여 들어오는 잡음 속에 하나의 희망이라도 건져볼 요량으로 송신기로 입을 가져가는 여인. 하지만 그녀가 말문을 열기도 전에 이어지는 내역과 함께 수신이 끊어졌다.


-”큐브박스가 발사되었다. 신이 그대들과 함께하기를···”-

“··· ···”


우주정거장 메시아 1호는 백색 섬광이 발생할 당시 지구의 반대편, 막 그림자에서 벗어나던 순간이었기에 기기의 오작동과 같은 사고를 면할 수 있었지만 십자형태의 창 날이 대지의 한쪽을 꿰뚫어버린 채, 아직도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자니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저주와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남겨진 인류의 마지막 방어수단도 무의미 하였던 것일까?

빛과 어둠의 경계 사이를 통과하는 수십 개의 재돌입 발사 체가 수백의 핵 탄두로 분리되어 밤의 고요 속에 묻혀있던 불빛들의 안식처로 추락한다.


물방울의 터짐과 함께, 밝은 빛과 함께 소멸되어 버리는 빛 무리들.

이어서, 대지로 박혀 들어간 거인의 백색 칼날에서 퍼져 나오던 죽음의 구름들이 자신들을 덮어버리는 것을 인식하였던 것인지도. 마지막 존재감이라도 과시하려는 듯 사라지는 도시의 빛 무리, 또는 어둠 속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복수의 대상을 향하여 수백 수천의 작디 작은 붉은 입자들이 우주를 향해 쏘아진다.


그렇게 화려한 불꽃놀이는 대지의 마지막 별빛이 소멸할 때까지 지속되어갔다.


☆ ☆ ☆


“크라악!”

카린은 포효하는 크리쳐의 아가리에 검 날을 찔러 넣었지만 그 생물체는 기다란 발톱으로 자신의 머리채를 움켜 잡으려는 듯 휘젓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으니 그만 비켜주겠니.”

금색 적안의 여인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푸념을 뱉어내고선 손잡이에 더욱 힘을 주어 앞으로 밀어 넣고서야 크리쳐의 뒤통수를 관통한 날 끝의 반짝임과 함께 상대편의 무의미한 허우적거림 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인의 인상은 펴질 줄 모르고 있었고 급기야는 입 밖으로 남모를 욕설을 토해낸다.

“이런 □같은 경우가···”

회수를 위해, 뽑아낸 검이 중단부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를 바꿀 여지도 없이 한숨을 내쉬던 그대로 카린의 옆구리를 파고들려던 또 다른 크리쳐의 어깨부위를 내려친다.


”티잉~! 캉~!”

파고드는 소리가 아닌, 금속음끼리의 소음. 그렇게 칼 날의 반쪽이 날아가 버리는 찰나의 순간에 핏물로 더럽혀지긴 했지만, 전장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미인형의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 내며 내발로 달려드는 크리쳐의 머리통을 움켜쥔다.

“윽~”

하지만 달려들던 크리쳐의 속도와 충격에 손목의 뼈마디가 날아갈 것 같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지탱하던 두 다리의 중심을 간신히 잃지 않고서 자신도 인식하지 못할 욕설을 남발하며 오른손에 쥐어진 반 토막만이 남겨진 검의 자루를. 그녀에 의해 들어올려진 괴물의 회색 살결이 드러난 목 중앙을 향해 미련 없이 틀어 박아준다.


카린은 크리쳐의 머리통을 부여잡았던 손아귀를 때어내고서야 자신의 손목 상태를 돌아볼 수 있었다.

다행이 부서진 것이 아닌, 탈 골에 그친 것인지 간단하게 어긋난 부분을 맞추어 주고서야 주변 광경들을 돌아보는 그녀였다.


바위 언덕아래로 득실거리는 수천의 검은 무리들은 이 세계, 성지라 부르는 대지의 괴물, 크리쳐라 부르는 종족들이다. 그것들이 처음부터 개 때들처럼 바위언덕으로 기어 올라오곤 하였지만, 간을 보려는 것인지 이틀 전부턴 전체적인 움직임보단 이렇게 국부적으로 무리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카린이 소속된 부원들의 위안거리이자 언제고 밀고 올라올지도 모를, 목을 죄어오는 공포를 안겨주는 원인이기도 하였다.


카린은 눈앞에 놓인, 어떻게 보면 사람의 형상과 유사하지만 생식기가 존재하지 않는 크리쳐의 벌거숭이 사체들을 내려다보길 잠시, 아직도 전투가 벌어지는 부대원들의 곁으로 뛰어간다. 무기라면 가는 길 여기저기에 목이 뽑히거나 사지가 절단된 병사들의 것을 취하면 그만이다.


“멍청한 놈들아! 뱃가죽을 노리라고!”

여자의 입에서 나올법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한참 동안 크리쳐의 검은 철판을 두드리던 멍청이 중 그것에 반감을 보일 자들은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누군가가 장창을 이용해 크리쳐의 옆구리를 밀어 넘어트리라 말자, 악다구니처럼 달려드는 대원들이 서로의 칼날을, 드러난 회색의 살결에 쑤셔 박았다. 그리고 그것이 할당량으로 배분되었던 마지막 놈이었던지 더 이상 바위 언덕으로 올라서려는 크리쳐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암벽지대에 솟아나 있는 언덕에 불과하였지만 정상엔 부대 하나가 생활할 평지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곳에서 달려 내려오던 병사 하나가 다급하게 카린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카린 조장!”

바위들 사이에 자리하며 저마다 휴식을 취하려는 병사들을 지나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를 무심결에 돌아보던 카린이었고 그녀를 확인한 병사가 숨이 차오르는 표정으로 말을 전하였다.


“반 부대장이 찾으십니다.”

카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변에서 선잠을 청하던 한센을 발로 걷어차며 자신의 할 말을 뱉어낸다.


“한센.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으니 돌아가면서 자라고 일러. 그대신 보초는 세워 둬야 하는 건 잊지 말라고.”

“지금은 하루 종일 잠만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그보다 약속했던 투석기들은 도착이나 하는 걸까요?”

카린의 앙다문 입이 대답을 대신했다 여긴 한센은, 자세를 바로 하고서 자신의 찌그러진 흉갑에 오른손을 올렸다. 그리고선 대원들을 챙기기 위해 바위더미를 피해가며 그 자리를 벗어난다.


카린은 부대장의 부름에 따라, 언덕을 오르던 차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펴 볼 수 있었고 한마디로 죽음을 기다리는 반 시체나 다름없는 모양새였다.


언덕에 들어찬, 팔백에 이르는 병사들의 식량은 진작에 바닥난 상태였고 기본적인 물조차도 목이 타들어 갈 때야 한 두 모금 적실 양만이 남아있었다. 하다못해 널브러져 있는 크리쳐들을 구워 먹을 생각도 하였지만 모두들 그것만큼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둔 상태이다.

‘마실 물도 없는 상태에서 저것들을 먹다 혹시, 목이라도 막혀 죽을지도 모르잖아.’

상상은 자유라 생각하던 카린의 발길이 언덕을 올라서는 것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요하진 않았다.


작가의말

일을 하면서 글을 쓸수 있을지 저 자신과 시험하는 기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맥오류 오타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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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카린 18.04.09 121 0 10쪽
2 002. 카린 +1 18.04.09 145 0 9쪽
» 001. 카린 +1 18.04.09 24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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