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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자에게도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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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7
최근연재일 :
2021.06.09 23:1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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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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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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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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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엔딩(2)

DUMMY

그녀는 씁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 말씀대로예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꾸준히 혼돈의 힘을 소모해 고조할아버님의 마법을 유지하는 방법뿐이었죠. 하지만 보다시피 힘을 사용할수록 혼돈은 제 몸을 잠식하고 있어요.”

“...”

“참 한심하죠?”

“시간 마법을 괜히 가르쳐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만났잖아요. 전 과거의 스승님들을 먼 곳에서 바라본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내 기억에는 없군.”

“과거가 틀어지면 미래가 달라지니 조심스레 행동했거든요.”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그녀에게 물었다.


“네 본래 목적은 아버지를 죽여 마왕 데라무스의 소환을 막는다. 내 말이 맞나?”


어른 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 어느새 그녀는 황혼의 문턱 앞에 선 노인이 되어 있었다. 나를 보는 두 눈동자의 초점이 흔들린다.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는다. 왼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상체를 지탱하지 못한 탓이다.

이제는 세라의 모습조차 찾아보기 힘든 노인이 된 그녀.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금안만이 나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한계로 보이는데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순식간에 검붉은 세상이 지워지고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둘만의 공간에서 사라졌던 이리스도 내 옆에 있었다. 마치 얼음에 갇혔다가 풀려난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에드!”

“무사했군.”

“그건 내가 할 소리야!”

“괜찮다.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이리스를 달래주면서도 어른 세라를 살폈다. 인간의 몸으로 초월급 마법을 펼친 몸 치고는 상당히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본질은 숨기지 못했다. 혼돈의 힘으로 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명을 갉아먹는 건가?”


어른 세라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스승님이시네요. 왜곡된 공간 마법은 혼돈의 힘을 소비하는 대가로 제 수명을 가져가죠. 얼마나 가져가는지는 저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 불합리하지만, 신들마저 따돌릴 수 있는 공간을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매력적인 마법이죠.”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매력적인 마법이었다. 신들의 장난은 도가 지나칠 때가 있었으니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어른 세라는 잠시 머뭇거렸다. 입을 움직이긴 했으나 막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리스가 나서려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과거로 올 수밖에 없던 이유, 그 이유를 그녀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신의 사자가 도착할 거다.”


내 말에 어른 세라의 얼굴에서 망설임이 사라지고 금빛 눈동자에 결의가 어렸다. 그녀는 자신을 가리키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직 스승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에요.”

“그게 뭐지?”

“스승님, 저를 죽여주세요.”

“너...”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단순히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내 손을 빌려 죽겠다는 계획 때문이 아니다. 세라의 얼굴을 빌려 저 말을 지껄인 것 자체에 나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뭔데 에드 보고 죽여 달라는 거야!”


이리스는 나를 대신하여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나 불같이 화를 내는 그녀의 앞에서도 어른 세라는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자연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테고. 과거와 미래 모두 꼬이게 될 거예요.”

“돌아갈 방법은?”

“말했잖아요. 한계라고요.”

“그래서 네가 없는 미래를 만들고 어린 세라를 살리겠다는 건가?”

“어린 세라는 저처럼 더럽고 추악한 아이가 아니니까요.”


자신이 말해놓고도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살짝 떨궜다. 이리스는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두려운 감정을 감추고 괘씸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죽고 싶으면 혼자 곱게 뒤져! 왜 에드 앞에 나타나서 죽여 달라는 거야! 왜!”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미래가 어긋날 수도 있거든요.”

“네가 큰일을 저지르기라도 하나 보지?”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어른 세라의 금안도 더는 숨기지 못하고 굳게 잠긴 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그 안에서 그녀가 가진 어둠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는 저 어둠이 두려워 나에게 죽여 달라고 애원한다. 저 어둠이 무엇일까. 나는 알지 못했지만, 나와 관련된 일임은 분명했다. 이리스는 그녀를 더욱 밀어붙였다.


“내 말이 맞았나 보네. 그럼, 근원을 제거하면 되겠다. 그치?”

“이리스님.”

“애원해도 소용없어. 대륙 북부를 날려버리면 네 어린 시절도 사라지고 너도 사라지겠지. 그렇게 되면 에드가 널 죽이지 않아도 돼. 정말 깔끔한 결말이지 않아?”


어른 세라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저건 체념이다. 그녀는 살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리스의 손에 죽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오로지 내 손에 죽고 싶다는 눈빛을 간절히 보내왔다.


“이리스. 그만해라.”

“뭘 그만해? 나 한다면 무조건 해!”


하지만 이리스의 손은 떨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를 두려워했다. 아니, 정확히는 혼돈의 힘을. 용족을 광기로 물들이고 멸족으로 끌고 간 저 힘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이리스의 내 품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나서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에드...”

“괜찮다. 나는 저 아이의 말을 순순히 따라줄 생각은 없어.”

“이대로 방치한다면 전 폭주하고 말 거예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구요!”


그녀의 말이 옳았다. 지금처럼 혼돈의 힘이 미약해졌을 때가 적기였다. 힘들이지 않고 죽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용족이 광기에 물들었을 때는 신들에게 외면을 받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간을 끔찍이도 아끼는 신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드디어 왔군.”


나와 이리스, 어른 세라의 가운데 성스러운 빛이 일렁였다. 빛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윽고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양 문이 모습을 드러내며 양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성스러운 법복을 입은 여인이 걸어 나왔다.

태양을 담은 듯한 탐스러운 금발과 진한 코발트블루 눈동자, 하얀 피부와 잡티 하나 없는 깔끔한 얼굴. 루티아의 여신을 닮은 외모와 가녀리고 작은 체구. 대륙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추앙받는 성녀.


“라미엘.”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라미엘은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


“에드, 담배 있어요?”

“끊었다.”

“지랄...아니, 장난치지 마시고요. 갑자기 신계로 불려 나가서 담배도 못 챙기고 나왔는데.”

“미안하지만, 정말 끊었다.”


그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아. 돌아갈까.”

“야. 불량 성녀.”


이리스의 부름에 라미엘은 약간 놀란 얼굴로 물었다.


“어라? 산맥에 처박혀 있어야 할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역시 네년에게는 소용없었나 보네. 신의 가호 덕분인가.”

“아아. 망각의 저주 말이군요? 그래도 대단히 놀랐답니다. 잠시였지만, 에드와 당신에 관한 기억을 망각했었거든요.”

“쳇. 그냥 잊어버리지.”

“저도 그러고 싶지만, 태생이 이런 몸이라 유감이네요.”

“아아, 빈약한 몸뚱이라서? 하긴 그 몸으로 자손을 보긴 참 힘들 거야? 안 그래?”


이리스가 이죽거리며 말하자 순간, 라미엘의 눈썹이 활자로 휘었다가 사라졌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말했다.


“하아. 에드, 불 좀요.”


나는 말 없이 그녀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니코틴에 절여진 몸이라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라미엘은 담배를 한 모금 빨며 어른 세라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리스, 당신이 저지른 일은 나중에 묻도록 하고. 당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아이인가요?”


힘차게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라미엘, 어른 세라는 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라미엘님.”

“우리가 구면이던가요?”

“전대 성녀님과 만났습니다.”

“후우. 그 사람들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박혀 있긴 하지만, 전 엄연히 다른 사람이랍니다. 주의해주세요. 아, 졸라 맛없네.”


라미엘은 담배를 다 피우지 않고 바닥에 버린 후 거칠게 발로 비벼 껐다. 여기가 고대 유적지인 걸 고려하면 그녀의 행동은 비난받아야 마땅했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신들도 당신을 두고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지 의견이 갈렸어요. 먼저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다. 3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낸다. 3표. 그리고 마지막 한 표는.”

“루티아 여신이로군.”


탄생과 죽음을 관장하는 루티아의 힘은 다른 신들보다 강했다. 무려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의 권능을 일부 받은 라미엘이었으니 그녀가 가진 권한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녀는 늘 이걸 부담스러워했다.


“빌어먹게도 제게 선택권이 주어졌어요. 다른 신들도 제 선택을 존중하겠다며 세라 마르세린의 처분을 맡기셨죠.”

“그럼, 결정 났네. 본인이 죽길 원하니까 죽이면 되잖아.”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니에요.”

“나는 균형의 수호자야. 대륙에 위험이 되는 존재를 지워야 할 의무가 있어.”

“그런 논리라면 에드부터 지워야죠. 안 그래요?”


라미엘의 반론에 이리스는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굉장히 분한 표정이었지만, 라미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란 존재는 이 세상의 암세포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데도 죽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드가 아직 살아 있는 이유는 신조차 죽일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오직 창조주만이 가능한 일이겠죠. 하아. 답도 안 나오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이 자리에서 처분을 결정하겠어요.”


라미엘이 엄숙하게 말하자 세라 마르세린은 체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안도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내 손에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걸까. 아니면 살아날 방법을 찾아내서 안도하는 걸까.

어른 세라는 자신의 감정을 일부분만 보여주고 진실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녀는 훌륭히도 감정을 통제하고 있었다.


“당연히 죽여야지! 혼돈에 잠식된 몸을 어떻게 분리한다는 거야? 설령 분리한다고 해도 어디에 보관할 건데? 네 몸에?”

“당신은 좀 빠지세요.”

“뭐라고!”

“이리스. 가만히 있어라.”


이리스는 내 말에 순순히 따르면서도 라미엘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내가 없었다면 유적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의 악연은 전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으니까.


“이래서 꼬맹이는 안 된다니까요.”

“누가 꼬맹이야!”


라미엘은 이리스를 무시하며 어른 세라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저는.”


라미엘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당연히 살고 싶겠죠. 인간에게는 생존본능이 존재하거든요. 막상 죽음을 앞둔 상황일지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법이랍니다.”

“본인 경험담이야?”


그녀는 또 이리스를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기회를 드리는 거예요. 당신이 진정으로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드릴 수 있어요. 그 대신 당신의 죄는 미래에 가서 치르게 되겠죠.”

“미래에서...말인가요?”

“정말 죽고 싶나요? 에드의 손에 피를 묻히면서까지?”

“그건.”

“사랑하는 스승님께 제자를 죽인 짐을 주고 싶은 거라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당신이 에드에게 죽는 순간, 여기서 일어난 일은 모두 없던 일이 되고 혼돈도 사라질 테고. 저도, 이리스도 기억하지 못하겠죠. 당신도 알다시피는 에드는 존재 자체를 추방하는 힘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라미엘은 잠시 말을 끊고 희미한 불빛만 남은 담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에드는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 영원히. 정말 그걸 원하시나요?”


어른 세라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라미엘은 그럴 줄 알았다며 나에게 말했다.


“에드, 여기까지면 되겠죠?”

“대신 나서줘서 고맙군.”

“말0루 레0 만들어주는 거 잊지 말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통을 받았다. 애초에 이건 정해진 결말이었다. 라미엘까지 나설 필요는 없었지만, 내가 시간을 끄니 신들이 불안해서 보낸 것에 불과했다. 나는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는 어른 세라에게 말했다.


“스승으로서 마지막으로 해주는 말이니 잘 들어라. 인간은 죄를 짓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 죄가 크고 작을 뿐, 죄를 짓지 않는 존재는 없다.”

“하지만 저는 수많은 시간을 넘나들며 조금씩 역사를 바꿔왔어요. 최대한 변화를 주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에는 수많은 생명의 운명을 바꿔놓았죠. 그리고 스승님께도...”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필히 제약이 걸린 걸 터. 신의 맹세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오로지 창조주만이 피조물에 강한 제약을 줄 수 있었다. 이로써 그녀가 내게 죽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가 가진 죄책감이 무엇인지를.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제가 저지른 죄를 아신다 해도 용서해주실 수 있나요?”

“용서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역시...그렇겠죠.”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녀. 나는 그녀를 향해 강하게 채찍질을 가했다.


“죽음으로 죄를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죄는 죽어서 갚는 게 아니다. 또한, 살아서 갚는 것도 아니다. 살아서 갚는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숭고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한 번 지은 죄는 평생 남지. 결코 갚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기억해라. 네가 저지른 죄들을 모두 안고 가라. 남에게 주어서도 자식에게 주어서도 안 된다. 홀로 끌어안는 거다.”

“스승님...”


나는 어른 세라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과 마주하니 비로소 진실이 보인다. 그녀는 나와 마주보기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최대한 나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실을 숨기려 했다.

안쓰러운 아이, 나는 그녀의 숨소리와 점점 가까워지자 말없이 안아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오로지 그녀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나를 죽였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것이 네 운명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여라.’


말을 마치자 그녀의 몸이 들썩이고 소리 없는 울음으로 내 코트를 천천히 적신다. 그렇게 한참을 안겨 있던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세차게 닦아내며 내 품에서 벗어났다.

이제 그녀는 삶을 포기한 얼굴이 아니었다. 악착같이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어른 세라는 힘차게 나를 불렀다.


“스승님.”

“할 말이 있나?”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귓속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장소. 그곳에 모든 걸 적어두었어요.’

‘알겠다. 나머진 나에게 맡겨라.’


그녀는 귓가에서 잠시 물러난 후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내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기운을 차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른 세라는 혀로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짜릿하고 달콤하네요.”

“저년이 감히! 이거 놔! 이 망할 성녀야! 죽일 거야! 반드시 죽일 거야! 죽일 거라고!”


이리스가 마나를 일으키려 했지만, 라미엘의 저지에 막혔다. 나는 장난 어린 미소로 바라보는 어른 세라에게서 내가 알던 세라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확실히 이 아이도 세라가 맞았다.

나는 피식 웃고는 그녀의 머리에 살며시 손을 올리며 말했다.


“미래에서 보자.”


라미엘이 신계의 문을 열자 나는 이 아이를 신계의 문으로 밀어 넣었다. 신들이 도와준다 해도 모든 것은 그녀의 의지에 달린 일. 나는 그녀가 미래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내 마음을 알아준 그녀는 활짝 웃으며 힘차게 외쳤다.


“네! 미래에서 봬요!”


신계의 문이 닫히고 어른 세라가 사라지자 이 세상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휘유! 드디어 끝났습니다.

생존자가 은근? 많아서 놀랐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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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2) +2 21.05.31 64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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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유물(1) +6 21.05.24 76 10 12쪽
14 지상 최후의 용(2) +4 21.05.23 91 10 14쪽
13 지상 최후의 용(1) +4 21.05.22 100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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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비극적인 이야기(1) +4 21.05.20 112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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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축제(2) +2 21.05.18 108 12 14쪽
8 축제(1) +2 21.05.17 127 11 11쪽
7 운명론 +1 21.05.16 142 12 11쪽
6 야외수업 +6 21.05.15 152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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