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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뮤지션_참고자료


[신들린뮤지션_참고자료] [번외] 22살 윤준_ 용서받지 못한 자

[번외] 22살 윤준 _ 용서받지 못한 자


 
 그때는 그냥 어렸던 것 같다. 어떤 다른 악의가 있었다기보다는. 어렸고, 어리석었다.

 

 근데 정작 나는 그걸 몰랐다.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인 줄 알았다. 내가 모자란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내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고 생각했다.


 그 날도 그랬다.



 “내가 너한테 뭘 얼마나 더 맞춰야 하는데!?”


 대학교 OT에서 만난 세영이. 과는 달랐지만 우린 서로를 알아봤다. 그렇게 3월부터 사귀었는데.


 5월부터는 길바닥에서 싸우는 지경이 되었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럼 끝이지! 내가 일부로 그랬냐?”


 “너 지금 그게 미안한 사람 태도야?”


 “그러는 니는 이게 사과 받아주는 사람 태도냐? 내가 일부로 그런 것도 아니고. 조별과제가 때문에 약속 펑크난건데 이걸 어쩌라고 도대체!”


 세영이는 그랬다. 내가 세상 전부인 것처럼 굴었다. 모든 것을 나와 말하려고 했고. 내가 그 모든 걸 들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내 세상은 세영이가 전부는 아니었다.


 지겨웠다.


 “X발, 징징거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야!”


 윗니로 꽉 깨문 입술. 세영이는 눈가에는 금방 눈물이 차올랐다. 분해 죽겠는 눈물이.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이럴거면 넌 나를 왜 만나? 만나면 맨날 내 자취방에만 가자고 그러고. 너 이러려고 나랑 사귀자고 한 거야?”


 “그럼 사귀는 이유가 또 뭐 있는데? 그리고, 니도 좋아서 했으면서 웃긴다?”


 “뭐···?”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직감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미 마음은 예전에 떴다. 경멸하는 눈빛을 보니 세영이도 지금 그런 것 같고.


 한 템포 쉬고. 세영이는 서늘하게 읊었다.


 “···그래. 넌 평생 그러고 살아. 진심이고 사랑이고 그딴 거 하지 말고. 아무 여자나 후리고 살아라. 이 개쓰레기 같은 새끼!”


 세영이는 먼저 돌아서서 가버렸다. 난 잡지 않았다.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전공이 달라서 겹치는 수업이라고는 교양 하나였는데. 가끔 뒤통수는 보이더니. 드랍을 했는지 어느 날 부터는 보이지도 않았다. 솔직히 좀 시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과사무실을 지나가다가 과대와 마주쳤다.


 처음에는 친하지 않았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같이 일하면서 친해졌다.


 “안 그래도 문자하려고 했는데. 너 박 교수님 과제 제출했냐?”
 “몰라.”


 “미친. 제출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몰라?”
 “몰라 나도 내가 뭔 말을 썼는지. 그냥 족보 보고 받아적었어.”


 “족보?! 박 교수님 족보가 있었어? 야이, 너 그런 건 좀 같이 써야지 아 진짜.”


 그러다가 과대는 옷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있잖아. 장례식장 갈 때 말이야. 청바지는 좀 그런가?”
 “보통 까만 정장 입지 않냐?”


 “그치. 근데 우리 나이에 정장이 어딨어.”
 “사던지.”


 “돈이 어딨냐, 본가에서 보내주는 생활비 만으로도 빠듯한데. 이거 그냥 입고 가려고 하는데 많이 튀냐?”


 흠. 최대한 내가 아는 선에서 과대의 옷을 봐주었다.


 “청바지 색이 짙어서 티 안날 것 같은데? 위에만 뭐 걸치면 되겠네.”

 “오케이. 휴우, 아니 근데 오늘 장례식 하는 얘. 좀 안 됐더라.”


 얘? 장례식 간다고 하길래 아주 나이 많으신 분들한테 간다는 줄 알았는데.


 “왜, 나이가 많이 어려?”


 “우리랑 같은 학번이야. 문과대 학생회인데, 자살이래.”


 과대는 자신이 들은 만큼 말해줬다.


 “원래 우울증이 좀 있었는데. 뭐 전공도 전망없고. 그리고 남친이랑도 헤어지고 해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더라. 그러다가 연락이 안 되서 부모님이 자취방 갔는데. 그렇게 된 거지.”


 “인생이 왜 이렇게 극단적이냐. 난 진짜 자살하는 애들 보면 이해가 안 돼. 누구는 살고 싶어서 난리인데. 자살이니 뭐니 하는 애들은 인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거야, 죽고자 마음먹으면 다 덧없이 뭐.”


 그리고 과대는 그 말을 덧붙였다.


 “근데 너랑 사귀었다던 애도 문창과 아니냐? 그럼 걔는 얘 알 수도 있다. 얘도 문창과야.”


 “문창과 누구? 나 거의 알아 구여친이 하도 말해서.”


 “그래? 걔 이름이 김세영이라고 하던데. 들어본 적 있어?”



 세영이와 다시 마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근데 그곳이 세영이의 장례식장일 줄은 몰랐다.



 그날 오후 과대와 함께 간. 대학병원 장례식장. 동명이인이기를 바랬지만. 검은 띠가 둘러진 사진 속 얼굴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세영이는 야속하리만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상주 자리에 앉아 있던 세영이 부모님이 일어나셨다. 내일 발인이니까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두 분의 눈가는 아직도 젖어 있었다.


 세영이네 부모님을 뵙자, 덜컥 무서웠다.


 나를 도대체 뭐라고 소개해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저는 세영이 남자친구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당장 내 멱살을 잡고 외칠 것 같다. ‘내 딸 죽게 만든 그 쓰레기 새끼가 너냐?!’


 그곳을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냥 장례식장 나오자마자 화장실에서 토한 기억밖에 없다.



 많이 방황했다.


***


 몇 개월 뒤

 강원도 화천. 7사단 15연대, 청승부대.


 “너넨 이제, X된거야.”


 하 일병은 새로 온 이등병들 앞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말했다.


 “GOP근무가 훈련 별로 안 한다고 좋다고 오는데. 야, 여기가 바로 물 없는 해병대야 X발. 이제 곧 겨울인데. 밤에 근무서면 발가락 손가락 동상은 기본에···.”


 “하 일병아. 목소리가 너무 크다.”


 계급장이 무거워서 못 일어나는 박 병장. 누런 깔깔이를 입고 누워서 TV보다가 한 마디 한다.

 그리고 고개만 이쪽으로 돌려서 어리버리한 신병들을 쭈욱 훑다가


 “어 그래 너. 너 일로 좀 와봐라.”


 가장 삐약거리게 생긴 신병 하나를 앞으로 데려온다. 너란 신병, 지겨운 병장 생활에 내린 한줄기 빛.


 “이, 이병 김 준 혁!”


 “힘 빼. 형이야 형. 준혁아, 우리 부대는 말이다. 가족이야 그냥. 다 형동생 하고 지내요.”


 앉아 봐 앉아 봐, 툭툭 옆자리를 치며 앉는 것을 유도한다.


 “군대괴담이니 뭐니. 그거 다 6.25시절 이야기이고. 우리 부대는 서로 돕고 그래. 그래서 선임이랑 마주치면 네가 먼저 ‘사랑합니다 병장님! 감사합니다 병장님!’ 이렇게 대답하면 돼. 알겠지?”

 “예, 예? 자, 잘 못 들었습니다?”


 “잘 못 듣기는 뭘 잘 못 들어, 다 들어놓고. 해보자. 자, 김 이병?”

 “이병 김 준 혁!”


 “아 그거 말고 자식아. 내가 어떻게 하랬어? 병장 말이 말 같지가 않냐?”

 “사, 사랑합니다 병장님! 감사합니다 병장님!”


 “거렇취! 이렇게만 하면 넌 이제 2년 내내 사랑받는다. 알겠지? 너 내가 진짜. 이런 꿀팁 아무한테나 안 알려주는데. 넌 인상이 좋아서 특별히 알려 주는거야.”


 신병 놀리는 재미에 생기를 되찾은 박 병장. 그리고는


 “어디 잘 이해했는지 볼까? 윤 일병! 후임 챙겨라.”


 올 게 왔구나. 윤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영이 사건 이후로 학교는 휴학했다. 세영이와의 추억이 많은 학교는 나에게 잔인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 후로는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세영이와의 마지막 일은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났고. 날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 날을 정말로 후회한다. 그래서는 안 됐다. 정말로 절실하게, 세영이가 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 말이 아니라 다시 제대로 말해서. 그래서 용서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용서해줄 사람이 죽었으니까.


 살아봤자 할 수 없는 일···. 난 죽음과도 같은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누군가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며 잊으라고 하지만.  사람들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 난 그런 걸 못할 것 같다. 아니,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내가 한 짓을 생각한다면.


 사랑을 받을 수 없으니 내가 받을 수 있는 건 미움 뿐이다.


 사람들에게 못 되게 굴었고 미움을 받았다. 그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세영이가 말했다시피, 난 쓰레기 같은 새끼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나 자신을 갉아먹었다.
 
  부모님은 이런 나를 무척이나 답답해 하셨다. 멀쩡한 학교 관두고 뭐하는 거냐고 화를 내셨다. 난 이제 집에서도 있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나왔다.


 학교도 나오고 집도 나오니. 더 이상 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군대에 자원입대 했다.


 “신병 교육 잘 하고. 자 준혁아. 선임 보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자, 잘 못 들었습니다.”


 “뭐? 아 놔 새끼 진짜, 씁! 안 해!?”


 신병 혹은 병신. 김준혁은 결국


 “사, 사랑합니다 윤 일병님!”

 “······.”


 2절까지


 “감사합니다 윤 일병님!”


 하아···.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 인상 팍 쓰고.


 “뭐? 사랑하고 감사해? 잘한다. 군대 꼴 자알 돌아간다. 미친새끼. 야. 네 위로 내 밑으로 다 집합해.”


 아니 그게 아니라, 신병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고. 박 상병은 실실 쪼개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신병아~ 시킨다고 하면 어뜩하니? 난 FX나 갔다올게 살살해라~”


 그제야 잘못을 깨달은 신병.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어휴 저 어리버리한 새끼 진짜.


 그런데 아까 나갔던 하 일병. 지금 신병보다 더 파래진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병장님. 지금, 크, 큰일났습니다!”


 “왜뭐왜? 투스타라도 떴어?”


 “아니 그게 아니라···.”


***


 화장실 앞에는 꽤 많은 구경꾼들이 나와 있었다.


 “비키세요 비켜요!”


 내무반까지 나와서 정리를 했다. 그 뒤로, 의무반에서 화장실에서 나왔다. 앞 뒤로 들 것을 들었고. 그 위에는 하얀 천이 덮여 있었다.


 구경나온 병장끼리 이야기가 오갔다.


 “어디 누구래?”
 “1소대 이병이라더라. 얼마 전에 헤어졌다고 질질 짜더니만”
 “목 매단거야?”
 “어. 화장실 칸막이에서 전투화 끈으로···.”


 “다들 들어가 있어! 빨랑 안 들어가?”


 각자 내부만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나도 그때쯤 돌아갔다.


 현장은 빠르게 치워졌다.



 그날 오후, 난 아까 그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화장실 칸막이를 쳐다봤다. 두 번째 칸막이가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여기구나.


 ‘···이제 전투화 끈만 있으면. 죽을 수 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모든 곳에서 도망쳐 왔지만.


 세영이를 돕지 못했다는 자책. 마지막 말을 왜 그따위로 했는지에 대한 후회.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은. 잠들기 전까지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나도 이젠 좀 다 잊고 편해지고 싶은데. 그게 도무지 안 되었다.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은데. 길이 안 보인다. 제자리만 맴돌 뿐이다.


 하지만 이젠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안다.
 
 죽음···.
 처음에는 두려운 단어였다.


 하지만 살아서는 해결 못하는 지금의 고통, 자책, 후회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그곳은 이미 세영이가 가 있는 곳이잖아


 그 순간부터 이 새까만 어둠은 무섭지 않았다. 누구였든 무엇을 했든 모든 것을 받아주는 종말. 이 어둠이 무척이나 포근하게 느껴졌다.


***


 내무반. 박 병장은 찝찝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대환아.”
 “상병 이···대환.”


 “윤준이 요즘 무슨 일 있냐?”
 “다른 애도 아니고. 윤준이는 별 일 없습니다. 일병 중에서 제일 에이스이지 말입니다.”


 “아니 방금 화장실 갔다가 봤는데. ···느낌이 좀 쎄하더라고.”


 껄렁껄렁하게 지내고 있지만. 박 병장 역시 군 생활하면서 별의 별꼴 다 봤다.


 “나도 지켜 볼 껀데. 너도 좀 지켜봐. 근무도 어리버리한 후임들 붙이지 말고. 네가 붙어.”
 “네? 근무를 일병이랑 같이요? 아니 병장님. 저 상병인데.”


 “상병이 병장 말 들어야지. 기어오르냐 지금?”
 “···아닙니다.”


 “정신 차려. 이병 죽은 1소대 지금 뒤집어 진거 알지? 가혹행위 있었네 없었네 조사 나오고. 우리도 마찬가지야. 우리도 뭐 터지면 상병이고 병장이고 타부대로 날아갈 수도 있어. 말년에 꼬이고 싶냐? 사고 나면 늦다. 미리미리 챙겨.”

 “알겠습니다···.”


 쩝. 이 상병은 별 수 없이 대답했다.


***


 새벽5시. GOP 초소.
 
 가장 위험한 지역이자 가장 조용한 곳. 불빛도 소리도. 가끔 DMZ안에서 무슨 동물 소리 같은 게 길게 뽑아지는 거 외에는.


 야간근무야 말로. 시간과 정신이 멈춘 그곳 같다. 이 상병도 그랬는지


 “몇 분 지났냐.”
 “4분 지났습니다.”
 “으휴 X발···.”


 말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후르륵 날아간다. 침묵 속에서 이 상병이 다시 말을 꺼냈다.


 “요즘 어떠냐.”
 “아무 일 없습니다.”


 “뻥 치지 말고. 누굴 속이려 들어. 니 입으로 말해 그냥.”


 사실 모르지만. 한번 떠봤다.


 “정말로 없습니다.”


 “뭐. 여친 문제 같은 것도 없어?”

 “저 여자 친구 없습니다.”


 “어? 가끔 전화 오는 애들은 뭐야? 여자 같던데.”

 “걔네들은 그냥 휴가 나가서 하루 논 애들입니다. 사귀는 사이는 아닙니다.”


 “뭐? 이 자식 이거···. 존나 부럽네? 군인 머리로 그게 가능해? 와 이씨? 너 능력 있다?”

 “아닙니다.”


 이 여세를 몰아서 물어본다.


 “그럼 좀 잘해봐. 전화까지 할 정도면, 너한테 호감이 많은 거 아냐? 사귀자고 하면 사귀겠는데?”
 “그런 애들 아닙니다. 저도 아니고. ···저는 누군가를 책임지고, 잘해주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못 됩니다. 저는 그냥 쓰레기이지 말입니다.”


 “···아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럴 수도 있지 쓰레기라니.”


 말하면서 이 상병은 윤준을 흘끔 봤다.


 ‘진짜 뭔 일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뭐를 어떻게 물어보지. 아 씨···. 난감하네.’


 주변 눈치를 슥 보던 이 상병. 주머니에서 MP3를 꺼냈다.


 “노래나 듣자.”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안 걸려. 그리고 이 경치가, 음악 듣기엔 최고야.”


 윤준이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이 상병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너도 알겠지만 난 나가면 음악평론 할 거거든. 알지? 나 짬짬이 글 쓰고 있는 거. 우리나라에 일렉씬의 역사에 대한 책이 없어. 내가 그걸 낼 거야. 제목도 다 정해놨어. ‘백투더하우스2’ 괜찮지 않냐?”


 “네. 좋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 16년도 9월 즘에. 교보문고 대중음악 분야 일간 판매량 1위할 것 같은 제목이지 말입니다.”


 “캬. 우리 윤준이는 참 말을 잘해! 기분이다. 이게 내가 정말 어렵게 구한 건데, 한번 들어봐라.”


 이어폰 한쪽을 내민다. 귀에 끼자 틱, 틱, 틱, 틱, 단조로운 킥 소리가 전개된다. 처음에 윤준은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노래가 안 나옵니다. 기계음만 나옵니다.”


 “원래 그런 음악이야. 너 하우스 좋아하니? 이 곡으로 말하자면 바로 하우스의 대부, 프랭키 너클스의 Your love이야. 이 곡으로 말하자면. 아니다, 일단 들어봐.”


 가사가 없는 곡이라니 생소했다. 그런데 기계음만 단순히 딱딱 거리는가 싶다가도. 분명한 리듬감이 느껴졌다. 신기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신기하다···. 음악을 들을 때는 그 생각이 안나.’


 시도 때도 없이 그의 머릿속으로 침투하던 세영이와의 기억이. 음악을 들을 때에는 그러지 않았다.


 죽지 않아도 그 날의 기억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이건 그에게 엄청난 발견이었다.


 천천히, 윤준은 이어폰을 뺐다.


 “···이거 정말 좋습니다.”


 “그치이? 네가 음악 들을 줄 아는 구나. 또 들을래?”


 “네. 또 듣고 싶습니다.”



 나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겠지. 하지만 이런 나를 받아주는 또 다른 것과 조우했다.


 내 머리가 과거의 악몽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지니. 그 순간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숨이, 쉬어졌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음악을 달고 살았다.




댓글 1

  • 001. Lv.99 헐리우드리

    18.06.26 02:09

    아~작가님 감사합니다. 이런 후기까지 남겨주시고~~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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