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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마왕은 용사를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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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11.10 06:44
최근연재일 :
2020.05.11 18: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22,171
추천수 :
931
글자수 :
280,874

작성
19.12.06 10:00
조회
606
추천
20
글자
9쪽

9화 - 모험가의 책은 어디서나 인기만점이다

DUMMY

카키는 레드럼의 따가운 시선에 꿀꺽 침을 삼키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카쉬르라는 분입니다. 종종 저희 여관에 오시는 손님인데, 저번에 오셨을 때 호출기를 사용하시려다가 작동이 안된다고 하셔서 보니 회로가 고장난 것 같더라구요."


레드럼은 카키의 말을 듣다가 뭔가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


'카쉬르...카쉬르라..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카키는 갑자기 조용해진 레드럼의 모습을 보며 불안함을 느꼈다. 레드럼은 소문처럼 막무가내이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공학에 대한 열정이나 자부심을 생각하면 카쉬르에게 해코지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카키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카쉬르 씨는 저한테 손해배상을 하신 것은 물론이고, 공학품을 만드신 분에게 사죄의 의미로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카키는 레드럼에게 붉은 빛이 도는 작은 돌맹이를 건넸다. 눈을 감고 있던 레드럼은 여전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카키가 건네는 붉은 돌을 받아들었다.


카키가 건넨 돌맹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호출기를 들고 카운터에 내려온 카쉬르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받은 것이었다.


[아..그렇군. 내가 공학품에는 좀 서툴러서 말이지. 배상도 배상이지만 선물해줬다는 그 공학자 분에게 사과의 의미로 이걸 건네 주겠나? 공학자라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네만.]


카키가 보기엔 색깔이 붉은 것을 빼곤 특별한 게 없어보이는 돌맹이었기 때문에 되려 화를 돋우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우선 카쉬르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카키가 눈을 질끈 감고 레드럼의 불호령이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을 때, 돌맹이를 받아 들었던 레드럼의 손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이건?! 카쉬르....카쉬르! 그렇군! 동대륙 탐험기를 쓴 모험가인가!"


카키는 갑자기 소리를 치는 레드럼 떄문에 깜짝 놀랐지만, 분노보다는 놀라움에 가까운 외침이었기 때문에 눈치를 살피다가 자신이 아는 것을 말했다.


"그러고 보니 카쉬르 씨가 자신의 모험담을 모은 책을 선물로 주시려고 했습니다만..."


"습니다만? 받지 않은 것인가?!"


카키는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물어오는 레드럼 떄문에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모험에는 큰 흥미가 없어서요. 대신 친구들의 결혼식 때 쓸만한 선물을 부탁드렸습니다."


어린 시절 용사단을 구성했던 카키였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모험은 카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 때문에 카키는 카쉬르의 선물을 고사했고, 다른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카쉬르에게 코발트와 베이지의 결혼 선물을 부탁했었다.


"크흠...그래서 그 카쉬르라는 사람은 지금?"


레드럼이 공학품이나 공학자가 아닌 사람에게 흥미를 보이는 것이 놀라웠지만, 카키는 다행히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레드럼의 질문에 대답했다.


"서쪽 평원을 둘러보신다며 잠시 묵으시다가 며칠 전 체크아웃 하셨습니다.."


"음...아쉽구만! 일단 전에 줬던 호출기들은 모두 수거하겠네. 매개를 조금 더 좋은 것으로 바꿔야겠어."


"감사합니다."


"뭘. 내가 만들어준 것인데 쉽게 고장나서야 나도 면이 안서지. 그리고 그...카쉬르라는 사람에겐 감사하다고 전해주게."


카키는 상기된 표정으로 되려 감사를 표하는 레드럼의 반응이 신기했지만, 카쉬르가 공학자라면 좋아할 것이라고 했었고 상황도 좋게 마무리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카키는 객실에 나가있는 호출기들을 모두 수거하고 레드럼에게 건네주었다. 레드럼에게 따로 부탁할 일도 있었지만, 바쁘게 호출기를 손보고 있는 레드럼을 보고 나중에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저녁에는 그리니언 씨가 돌아오실테니 말하려면 내일 아침이나 되어야 겠군.'


-------------------------------------------------------------


그리니언은 자세를 바로 잡았다.

레드럼에게 부탁해 비장의 한 수를 챙겨올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해왔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제국 정찰대는 절반도 남지 않았고, 내 몸 상태도 완전하진 않아. 후퇴할까?"


그리니언은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는 편이긴 했지만, 명예를 운운하는 기사들처럼 꽉 막힌 성격은 아니었다.


'뭐라해도 공작급 마족을 상대로 후퇴하는 게 불명예는 아니겠지. 지금은 어디까지나 A급 용병이니까.'


"혹시 너... 어린애가 아닌건가?"


그리니언은 자신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젊은 남자를 바라봤다.


짦은 갈색 머리에 느긋한 미소를 띄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어꺠 어림에 걸친 거대한 낫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마공작 헤이나르.


용사일행이 마왕을 토벌할 때 마왕의 편에 서지 않았던 몇 안되는 마족이지만, 마족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땐 이미 정찰대에서 선제공격을 한 이후였다.


"몇 번이나 이야기하지만 이 아저씨는 굳이 따지자면 연륜이 넘치는 중년이시다."


"흐응~ 그런 것 같네. 어린애라면 이만큼 버티는 것도 못했을거야. 뭐, 미숙한 부하들을 끌고 다니는 걸 봐선 어른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말이지."


"그거 미안하게 됐군. 그럼 어른인 네가 용서를 베푸는 건 어떠냐?"


헤이나르는 그리니언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당당해서 좋군. 하긴 어른인 내가 너그럽게 이해를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애들은 오냐오냐 키우는 게 아니라고 들었거든."


"맞는 말이야. 누군가 당신 부모한테 해준 충고인가보군."


"글쎄. 어떨까!"


여태까지 느긋한 태도를 고수하던 헤이나르는 갑자기 악귀같은 표정을 하고 그리니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니언은 헤이나르의 갑작스러운 가속에 당황했지만, 간신히 반응해 몸을 피했다.


헤이나르는 그리니언이 자신의 공격을 피한 것이 놀라웠는지 잠시 멈춰섰다.


"제법이군! 그걸 피하다니. 몸집이 작아서인지 맞추기 어려운 건가?"


"이 정도면 만족할 줄도 알아야지 하여튼 요즘 애들은 욕심이 많군."


그리니언은 헤이나르의 말에 대답하며 왼쪽 팔을 감쌌다.

감싼 팔에서 천천히 붉은 피와 함께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날은 피했는데, 투기까진 피하지 못했다. 빨리 정화하지 않으면 팔을 못 쓰게 될거야.'


"애초에 심장을 노린 공격이었다고? 아아, 너무 평화를 쫓는 것도 못할 짓이었구나~"


그리니언은 상대가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퇴각할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이대로 도망간다고 한들 상대가 쫓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자칫하면 루브린까지 이 녀석을 끌고 가는 꼴이 된다. 할 수 없군. 나중에 빨갱이한테 한 소리 듣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그리니언은 오른손으로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입으로 열었다.

상자 안에는 파란색 돌맹이가 들어 있었다.


헤이나르는 그리니언이 품속에서 상자를 꺼낼 때 내심 기대했지만, 돌맹이를 보곤 김이 샜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티팩트인가. 마법을 몰아내기 위해 마왕을 죽인 놈들치곤 참 줏대없는 물건이군."


"시대에 뒤떨어지는구만. 이건 공학품이라는 거다. 실수로라도 빨간 머리한테 그런 말은 하지 않는게 좋아. 자 그럼. 작별이다!"


"마족앞에서 마나를 이용한 아티팩트가 제대로 작동할거라고 생각하나!"


헤이나르는 재빠르게 몸을 날려 상자를 들고 있는 그리니언의 오른팔을 노렸다.

그 순간 파란 돌맹이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헤이나르는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빛에 돌진하던 기세를 누르고 멈춰섰다.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빛이 사그라들고 헤이나르의 앞에는 이미 죽은 제국 정찰대들의 시체만이 널브러져 있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모습을 감췄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은 이상 전이일 가능성은 낮다. 아마도 눈속임이겠지. 아직 이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아.'


헤이나르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잔재주가 많은가보다만 이쪽은 네놈의 노림수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 모습이 안보인다면..."


헤이나르는 양 손에 투기를 모으고 하늘을 향해 몸을 날렸다.


"모조리 쓸어버리면 그만이야!"


헤이나르는 어느새 자신의 몸만큼 커진 검은 투기를 땅을 향해 쏟아냈다.


'아티팩트를 쓰는 상대에게 마나는 역으로 이용당할 확률이 크다. 하지만 투기라면 녀석도 방법이 없을 터!'


그러나 헤이나르의 기대와는 달리 땅으로 쏘아진 투기덩어리들은 어떤 효과도 일으키지 않은채 소멸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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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 마공작은 동료의 패퇴에 미소짓는다 +1 20.04.20 53 2 6쪽
82 82화 - 여관주인은 잠을 설친다 20.04.18 60 1 8쪽
81 81화 - 공작은 마공작의 안위를 걱정한다 20.04.16 34 2 7쪽
80 80화 - 용병은 뒤늦게 알아차린다 20.04.14 44 1 7쪽
79 79화 - 마족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20.04.13 42 2 7쪽
78 78화 - 가명은 대개 유치한 것들이 많다 +1 20.04.11 46 2 6쪽
77 77화 - 경찰은 수사자료를 넘긴다 20.04.08 52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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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 대장장이는 버릇처럼 수사한다 20.03.31 69 2 7쪽
74 74화 -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다 20.03.30 60 2 7쪽
73 73화 - 그들은 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다 20.03.27 63 1 7쪽
72 72화 - 용병은 마왕을 떠올리며 전율한다 +1 20.03.24 62 2 7쪽
71 71화 - 철마는 어둠을 뚫고 달린다 20.03.23 125 2 7쪽
70 70화 - 공학자는 간단한 사실에 감탄한다 20.03.20 60 2 8쪽
69 69화 - 용병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1 20.03.18 77 2 6쪽
68 68화 - 용의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20.03.17 74 3 7쪽
67 67화 - 마족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20.03.16 68 5 7쪽
66 66화 - 여관주인의 방 문은 거칠게 열린다 +1 20.03.13 86 2 8쪽
65 65화 - 배신자는 애써 외면했다 20.03.12 160 3 7쪽
64 64화 - 용병단의 아지트는 2층 가정집이다 20.03.11 64 3 8쪽
63 63화 - 여관주인은 옛 지인과 조우한다 +1 20.03.09 101 4 8쪽
62 62화 - 마녀는 인간적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2 20.03.06 84 3 8쪽
61 61화 - 소식지는 대개 진실과 거짓이 적당히 섞여있다 20.03.05 85 3 8쪽
60 60화 - 범죄자는 최신 기술에 감탄한다 +1 20.03.03 8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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