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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IX 님의 서재입니다.

상인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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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IX
그림/삽화
KING
작품등록일 :
2018.04.09 14:12
최근연재일 :
2018.05.11 08:1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50,111
추천수 :
1,134
글자수 :
162,153

작성
18.05.08 08:15
조회
913
추천
16
글자
10쪽

34화 합작(2)

DUMMY

"사용처를 늘린다는 건 세금을 염두해 두는 건가?"


별다른 설명이 없었음에도 라이올라는 내 의중을 정확히 꿰뚫었다. 역시 상인조합장이라는 직함은 허투루 달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시민들이 고리대금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세금을 내기 위해서이다.

그렇기에 만약 우리가 설립할 은행에서 발행하는 지폐의 사용처로 세금납부를 끼워넣을 수 있다면 그 가치는 급부상 할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즉, 요점은 국가에서 화폐로 공인을 받아야 된다는 점이지요. 그래야만 사람들이 이 지폐를 금화대신 세금으로 납부할테고 그렇다면 곧 금화를 대체하는 화폐가 되는건 시간문제겠지요.”


금화는 각 나라마다 주조되는 종류가 달라 상이하다. 왜냐하면 금화마다 함유된 금속의 성분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때문에 다른 나라에가서 금화로 거래를 할때는 환전소를 이용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만약 국가에서 공인을 받은 지폐가 통용된다면 금화의 기능을 대체하여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가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네 의도는 화폐로서 공인을 받기 위해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인물을 우리 사업에 끌어들이자 이거군. 맞는가?”


그의 말에 나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역시 라이올라님이십니다. 이야기가 잘 통하는군요. 그렇게 왕국에서 정식 화폐로 공인받는다면... 우리 은행에서 찍어내게 될 이 종이쪼가리들은 더 이상 종이가 아니라 황금이 될테지요.”


물론 지폐발행을 남발하게 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물가가 상승하며, 자칫 우리가 발행한 지폐를 가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금과의 태환을 요구한다면 순식간에 파산할 위험도 있었다.

은행에 더 이상 보유한 금이 없게되어 금으로 태환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면 우리가 발행한 지폐들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릴테니까.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지폐발행을 남발할때의 일이었다.

지폐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통용된다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태환을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나를 기이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라이올라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처음엔 자네를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었지. 예로부터 큰 상인은 무엇보다 운대가 맞아야 되는 법이니까. 자네도 그런 부류인줄만 알았었네. 하지만 이제보니 아니었군.”


“라이올라님이 보시는 저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냉혈한. 철저히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자.”


냉혈한이라.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지만 반박하기는 어려운 말이었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나저나 라이올라님. 한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어보게.”


“러셀총독님이랑 많이 친하십니까?”


“후후후. 이 바닥에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네. 모두 비지니스 관계이지. 러셀총독을 언급한걸 보면 혹시 자네가 염두해둔 사람이 러셀총독인가?”


라이올라의 대답에 나는 안도했다. 그 반대였으니까.


“아닙니다. 그 반대로 러셀총독님은 배제할 생각이었기에 여쭤본것 뿐입니다.”


그러자 라이올라가 놀란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알브힘의 총독인 러셀총독을 배제한다고? 그렇다면 그가 우리가 발행한 지폐로 세금납부하는 것을 받아주겠나?”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굳이 중간다리인 총독을 거칠필요가 없이 더 윗줄에 줄을 대면 됩니다. 알브힘은 은행사업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베이런 왕국 전역에 은행이 뿌리내려야 하지요. 그런데 타 도시에 진출할때마다 총독들에게 이권을 제시하자면 저희 몫이 줄어들겠지요.”


“더 윗선에 줄을 대자? 허허허. 그럴만한 권한이 있는 자는 한사람뿐이로군. 바로 재무대신 베너 잭킨스! 허허허. 라파엘 자네 진짜 대단하구만.”


그렇다. 내가 끌어들이려는 인물은 바로 베이런 왕국의 재무대신 베너 잭킨스다.

러셀의 영향력은 알브힘에 국한되지만 재무대신 베너 잭킨스의 영향력은 왕국 전체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입헌군주제인 베이런 왕국의 경우 실질적인 국가실무는 행정부에서 관할한다. 그리고 국가차원의 재무정책에 있어서 결정적인 인물이 바로 재무대신 베너 잭킨스였다.


“예. 라이올라님의 말대로 저는 베너 잭킨스님을 우리 사업에 초대하고자 합니다. 후후후. 그정도 뒷배는 있어야 왕국 전역을 상대로 돈놀이를 할 수가 있는거지요."


사실 내 마음같아서는 베이런 왕국뿐 아니라 게헨나까지 엮어서 크게 한바탕 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게헨나에서 베이런 왕국 산하 은행의 지폐를 세금납부용 화폐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건 어려웠다.

그렇기에 에피네프린으로 보낸 체이스와 게드윈 제독에게는 내가 알브힘에서 한 것처럼 대자보를 통한 선동으로 에피네프린 상인조합에게 피해보상금 요구를 철회하도록 압박하는 역할만 맡겨두었다. 하지만 못내 아쉬움은 남았다.

만약 게헨나에서도 우리가 발행한 지폐를 세금납부용으로 받아준다면 지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지폐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 아쉬운 마음과 달리 라이올라 조합장은 내 은행사업에 대한 제안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인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그가 환한 웃음과 함께 내게 말했다.


“알겠네. 라파엘군. 그럼 곧바로 재무대신에게 연통을 하겠네. 답신이 오는데로 자네에게 연락을 주지.”


"알겠습니다. 기다리지요."


그렇게 길고 긴 라이올라와의 대담이 끝이 났다. 후우 징하네.

창밖을 보니 어느덧 해가 뜨고 있었다. 꽤나 오랜 시간을 투자한 협상이었지만 나는 꽤 만족스런 기분이 들었다. 이번 은행사업만 제대로 안착한다면 내 적대세력인 제로스상단의 주수입원인 고리대금업에 큰 타격을 줄수 있을테니까.

은행사업을 위한 마지막 고비.

바로 재무대신 베너 잭킨스와의 담판이다. 그와의 협상만 잘 마무리 되면 이제 이 짧지만 다사다난한 외유가 끝나는 것이다.


***


"부르셨습니까 상단주님."


다음 날 나는 벤자민을 불렀다. 이번에 고용한 자들중엔 그래도 쓸만한 자가 벤자민이었다. 그를 부른 까닭은 재무대신과의 협상을 마치기 전까지는 내가 움직일 수 없었기에 나 대신 해야할 일을 그에게 지시하기 위해서다.


"그래. 벤자민 당신은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해."


그러자 벤자민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해고되는 겁니까?"


"아니. 그 반대야. 당신이 해야할 일이 있어."


그러자 벤자민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맡겨만 주십시오. 상단주님."


신입사원의 패기일까. 벤자민은 해고가 아닌 해야할 일이 있다는 내 말에 무척 힘있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꽤나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약간의 우려마저 털어버린 뒤 그에게 해야할 일을 일러주었다.


“벤자민. 당신이 할 일은 대장장이들과 선박공들을 데리고 스피노쟈에 가는거야. 대장장이들에게는 공방에 데려가서 철제대포의 개발을 맡기고 선박공들은 조선소에 데려가 베리타스 제국에서 인계받은 캐럭의 건조를 시키는거지. 할수 있겠어?”


나는 당분간 알브힘에 체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높은 급여를 주고 고용한 대장장이와 선박공을 놀릴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게 싫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을 고용한 비용은 내게서 지출이 되기 때문이다. 고비용의 인력인 그들을 놀리는 건 시간과 돈의 낭비였다.


“예. 상단주.”


그렇게 벤자민에게 스피노쟈에서 해야할 일에 대한 지침을 내리고 밖으로 보낸 나는 줄곧 품안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꺼내어 탁자에 펼쳐놓았다.

바로 아버지의 유품인 지도를 해석하기 위해서다.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유품인 고지도를 해석해 보려 시도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지도에 대한 건 오리무중이었다.

그나마 단서라고는 아버지의 유언인 엘도라도로 가라는 말뿐.


“혹시 엘도라도라는 지명은 고명(옛 이름)인 건가?”


내가 이 무역왕을 수없이 많이 플레이 해보았다지만 이 세계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그러한 사실은 단적으로 레이첼에 대한 부분만 살펴 보아도 알수있다. 어째서 레이첼이 갑자기 사라지는지, 또 제로스 상단의 상단주라는 레이첼의 아버지는 무역왕에서 한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지 전혀 모른다.

즉, 내가 무역왕이라는 게임을 플레이 했던 경험은 전체적인 아우트라인을 알게 해주는 것이지 그 이면에 있는 속사정까지 속속들이 알수 있게 해주는건 아니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남긴 지도도 그런 부류였다.

애초에 정보가 너무 적었던 터라 도대체 이 지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슨에게도 이 지도를 보여준 적이 있었으나 한슨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었다.

한슨이 알수 없는 지도라면 분명 북해와 지중해는 아닐터.

아무래도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오랜 여정이 필요할 듯 했다.

지도를 살피던 나는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문 바깥에는 여러 건물들이 있는 알브힘의 정경이 펼쳐져 있었으며 저 멀리엔 이 알브힘의 랜드마크인 상아탑이 서 있었다.

그리고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해석을 못한다면 알만한 사람에게 맡기면 되잖아?”


바로 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상아탑! 저곳은 바로 당대의 석학들이 기거하며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 아닌가. 상아탑에 있는 학자들이라면 어쩌면 이 지도에 숨겨진 비밀을 풀수 있을지도 몰랐다.

기왕 생각난 김에 나는 외출채비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 qu******..
    작성일
    18.05.08 11:24
    No. 1

    크 이제 곧 위조 지폐 문제에 관해서 뭔가 터질것 같지만 주인공은 현대에서 과거(?)로 간거니 뭔가 오버테크놀로지로 찍어눌르려나요? 궁금해지네요. 기대하겠습니다! (여러 소설 읽으신분 들도 생각 날 수 있는 의견일 수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8 DRAGONIX
    작성일
    18.05.08 17:16
    No. 2

    ㅎㅎ 너무 큰 기대는 하시면 안되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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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엘도라도 +2 18.05.10 838 13 10쪽
35 35화 상아탑 방문 18.05.09 843 13 10쪽
» 34화 합작(2) +2 18.05.08 914 16 10쪽
33 33화 합작 +6 18.05.07 937 18 10쪽
32 32화 선동 +4 18.05.04 979 24 10쪽
31 31화 상인조합 +1 18.05.03 970 21 9쪽
30 30화 대책회의 +6 18.05.02 1,012 18 9쪽
29 29화 의외의 일격 +4 18.05.01 1,088 17 10쪽
28 28화 아드리안 황녀 +4 18.04.30 1,048 23 10쪽
27 27화 엘리자베스 18.04.27 1,074 25 9쪽
26 26화 재회 +4 18.04.26 1,108 31 9쪽
25 25화 알브힘 귀환 +6 18.04.25 1,086 28 10쪽
24 24화 포로협상(2) +2 18.04.24 1,081 30 11쪽
23 23화 포로협상 +4 18.04.23 1,082 32 8쪽
22 22화 제안 +2 18.04.22 1,100 30 10쪽
21 21화 카일 위리고 +2 18.04.21 1,137 36 10쪽
20 20화 전후처리 18.04.20 1,155 33 11쪽
19 19화 해전승리 +2 18.04.19 1,109 36 9쪽
18 18화 해적함대와의 일전 18.04.18 1,114 27 10쪽
17 17화 준비 +6 18.04.17 1,154 24 9쪽
16 16화 게드윈 제독 +4 18.04.17 1,173 28 11쪽
15 15화 정보수집 +2 18.04.16 1,208 28 11쪽
14 14화 에피네프린으로 가다 +4 18.04.15 1,376 23 10쪽
13 13화 색출 +12 18.04.14 1,318 31 10쪽
12 12화 조각난 퍼즐 +10 18.04.13 1,353 29 11쪽
11 11화 투자유치 +4 18.04.12 1,356 29 11쪽
10 10화 이면계약 +2 18.04.12 1,358 31 10쪽
9 9화 협상 +14 18.04.11 1,452 31 11쪽
8 8화 레이첼 제로스 +4 18.04.11 1,544 39 10쪽
7 7화 비자금 +6 18.04.10 1,557 40 9쪽
6 6화 철제무기 교역 +8 18.04.10 1,631 34 10쪽
5 5화 알브힘 도착 +8 18.04.09 1,739 45 9쪽
4 4화 아버지의 유언장 +4 18.04.09 2,156 52 9쪽
3 3화 거래성사 +10 18.04.09 2,116 58 10쪽
2 2화 첫 거래 +9 18.04.09 2,290 68 10쪽
1 1화 프롤로그 +28 18.04.09 3,740 6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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