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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IX 님의 서재입니다.

상인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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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IX
그림/삽화
KING
작품등록일 :
2018.04.09 14:12
최근연재일 :
2018.05.11 08:1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50,114
추천수 :
1,134
글자수 :
162,153

작성
18.05.04 08:15
조회
979
추천
24
글자
10쪽

32화 선동

DUMMY

160만 골드의 채무. 법리적으로 따지면 이 채무는 내가 변제해야만 하는 채무였다.

하지만 말이다. 아드리안 황녀와 상인조합의 조합장들이 간과한 사실이 한가지 있다.

나는 이번 계략으로 그들이 간과한 점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작정이었다.


“상단주 이야기는 잘 해봤습니까?”


케빈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그도 내가 상인조합에 간 이유를 알고 있었으니 그 결과가 궁금할 터였다.


“그래. 최후통첩에도 결국 거절하더라고. 쯧쯧쯧. 그래도 신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상단주님이 말한 그 방법을 쓰실겁니까?”


“그래야겠지.”


메르텔형이 내게 알려준 계략은 바로 감성팔이였다.

구체적으로는 대자보에 이번 피해보상금 지분요구에 관한 내용을 적은 뒤 광장에 내걸어 시민들을 선동할 계획이었다.


대자보에는 베이런 왕국과 게헨나의 전쟁을 멈춘 내 활약상을 대승적인 희생으로 포장했으며 뒷짐지고 있던 상인조합이 내가 모든 일을 해결하고서야 나타나 무리한 요구를 하였고, 그 요구의 대리인으로 베이런 왕국과 게헨나의 전쟁을 획책한 인물인 아드리안 황녀를 세운것까지 모두 적어두었다.

물론 세세한 정황이야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린 감도 있지만 아무렴 어떠랴. 선동을 하는 건 쉽지만 그걸 해명하는 건 어렵다. 어찌어찌 해명한다 해도 이미 그때쯤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은 뒤이리라.

아마 이 대자보가 걸리게 되면 상인조합은 시민들의 공분을 살 것이 뻔했다. 특히나 피해보상의 지분요구에 베이런 왕국과 게헨나의 전쟁을 설계한 아드리안 황녀의 존재가 있음을 알게된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게 일이 흘러간다면 상인조합에서 내게 요구한 피해보상의 지분을 철회할 확률이 높았다.

왜냐하면 법리적으로 무결한 요구라 할지라도 국민정서에 어긋나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한 일을 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선동을 통해 이 상황을 모면한다는 것이 야비한 일이긴 하지만 어차피 저쪽도 정정당당이랑은 거리가 먼 인물들이니 거리낄 것은 없었다.


“자 이대로 걸어보자고 케빈. 후후후. 바람잡이는 매수해뒀지?”


“물론입니다. 넉넉잡아 열명을 구해두었습니다. 아마 대자보가 걸리자 마자 사람들을 불러모을 겁니다.”


***


모든 준비를 마친 나와 케빈은 대자보를 들고 광장으로 갔다.

케빈이 대자보를 들고 광장에 있는 알림판에 붙였고 나는 그 광경을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고 있었다.

케빈이 대자보를 붙이자마자 미리 매수해둔 바람잡이들이 하나 둘 대자보 앞으로 모여들었다.


“어라? 저게 뭐야?”


“대자보?”


그렇게 바람잡이들이 시선을 끌자 시민들도 하나 둘 모여들며 대자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흥미로 대자보를 읽던 시민들은 점점 분노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리고 그 준비된 마른 장작에 불씨를 놓은 건 역시나 매수해둔 바람잡이들의 역할이었다.


“이보게들. 알브힘 상인조합 녀석들 하는 꼴좀 보게나! 전쟁을 막은 영웅에게 이따위 수작이나 걸고 있다네.”


“더군다나 협상대리인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전쟁을 획책한 사람이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어디 있는가?”


바람잡이들이 상인조합을 비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니 시민들이 하나 둘 그 분위기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분노의 불길은 이내 겉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하나같이 열이 오른 시민들은 금방이라도 알브힘 상인조합에 쳐들어 가서 큰 일을 낼것만 같았다.

신고가 들어왔는지 경비병들이 등장하여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였다.


“무슨 일입니까? 진정하세요. 여러분!”


진정하라는 말에 한 사람이 대자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진정하게 생겼어? 당신도 눈이 있으면 이 글을 보라고!”


선동을 하는 건 쉬우나 거기에서 벗어나는건 어려운 법이다. 더군다나 나같은 경우엔 실제로도 전쟁을 막은 공을 세운 영웅인데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가 있어서 선동하기에 무척이나 좋은 조건이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였다. 에피네프린의 상황은 알 수 없으나 알브힘과 같을 것이다. 사전에 그렇게 지시를 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이제 그 결과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


이틀이 지나자 한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바로 알브힘의 총독인 러셀이었다.


“하핫. 라파엘 군. 잘 지냈나?”


그는 나를 보자마자 넉살좋게 인사를 건냈다. 내 신용장을 팔아먹은 일이 있었음에도 철판을 깔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나는 퉁명스레 그의 인사를 받았다.


“잘 못지냈습니다.”


신용장을 레이첼에게 팔아먹은 전과가 있는 그였기에 아직 앙금이 남아있던 나로서는 좋은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핫핫. 잘못지내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가?”


잘 못지냈다는 퉁명스러운 대답에 러셀총독은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능청스레 내 안부를 물었다.

하여간 음흉한 노인네 같으니. 라이올라한테 청탁받고 온줄 모를 줄 아나.

아니 이 노인네라면 내가 자신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왔을거다.

그만큼 낯짝이 두꺼운 인사였다.

그가 이곳의 온 목적이야 뻔했다. 아마 내가 광장에 붙여놓은 대자보가 알브힘 상인조합장인 라이올라에게 꽤나 큰 타격이 되었을테니 그가 러셀에게 중재를 부탁했으리라.


“다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상인조합에서 제가 받은 피해보상금에 대한 지분을 요구해서 그렇지요. 그나저나 무슨 일로 방문하신 겁니까?”


“사실은 말일세. 내가 자네를 방문한 이유는 자네가 광장에 붙여둔 대자보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네.”


러셀이 먼저 문제제기를 하며 밑밥을 깔았다. 이 광장에 내건 대자보가 오늘의 협상주제인 것이다.


“대자보가 문제가 되다니요? 무슨 뜻입니까 총독님?”


그러자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 경고를 하겠네. 자네가 광장에 붙인 대자보는 무척이나 민감한 부분이 있다네. 일의 정황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그 대자보를 보고 흥분하여 상인조합 소유의 상점들에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구만.

자네의 심정이야 익히 알지만 자칫 흥분한 시민들이 다칠수도 있으니 그 대자보를 거두게. 만약 그렇지 않을시엔 알브힘의 총독인 나 러셀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두고보지 않겠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대자보를 때어라. 후후. 정말 말같지도 않은 소리다.

이 세계는 비틀려있다. 관료는 부패했으며 상인은 쉽게 이문을 거둘 수 있는 고리대금업을 선호한다. 즉, 시민들의 안전이라는 구호를 내세운 러셀총독의 주장은 결국 포장일 뿐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나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전쟁을 한 것은 레이첼이 철제무기로 이문을 거두는 것을 막기 위함이지 시민들이 전쟁으로 얼마나 죽을까라는 것은 고려사항에 전혀 없었다. 대자보를 붙인것도 시민들을 이용해먹으려는 속셈뿐이었다.

서로의 속셈이야 뻔한 것인데 이런 실랑이를 하는 것이 우스웠다.


더 이상 그가 지껄이는 개소리가 듣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과감히 포장지를 뜯기로 했다.


"두고보지 않으신다고요? 한번 마음 대로 보십시오.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 저도 궁금하군요."


"뭐, 뭣이?"


"어차피 러셀총독님이 불이익을 주나 160만 골드를 변제하나 제가 상계에서 퇴출당하는건 매한가지입니다. 후후후. 이래 죽으나 저래죽으나 같다면 비명이라도 지르고 죽으렵니다. 제가 당한 일을 누군가가 알지 못한다면 억울해서 살겠습니까? 그러니 대자보는 죽어도 안 떼렵니다."


대자보를 안뗀다는 내 선언에 러셀총독이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내가 이렇듯 강경하게 나오리라고는 예상밖이었나 보다. 그는 전략을 바꾸어 나를 구슬리려는 듯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가 화난 이유를 모르는 바가 아니네. 자네에게 모든 걸 양보하라고 하는 건 너무한거지.

후후후. 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에 라이올라에게 가서 어째서 우리 베이런 왕국의 영웅인 라파엘군에게 그리 많은 피해보상금 지분을 요구했냐고 따지고 오는 길일세. 그리고 라이올라에게는 자네에게 청구했던 금액을 반으로 줄이도록 확약을 받아내고 왔다네. 그러니 이제 그만 자네도 한발 양보해서 대자보를 떼어내도록 하게."


러셀총독은 자신의 강경책이 먹히지 않는 듯 하자 이제서야 선심을 쓴다는 듯 내게 청구금액의 반을 줄여준다고 말을 꺼내며 나를 설득했다.

누가 본다면 그가 나를 위해서 애쓰는 호인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한텐 안통해. 이 양반아. 라이올라와의 더러운 뒷거래를 모를 줄 알고?

러셀총독은 내가 상인조합에 변제해야할 금액에서 일정지분을 받기로 했을거다. 그런데 내가 강경하게 나가니 선심쓰듯 금액을 반으로 줄여주는 척 하며 반만이라도 받아내려는 속셈이겠지.

정말 진실이라곤 한조각도 없는 사람이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인 것이다. 물론 맞은편에 있는 나 또한 같은 부류이지만 말이다. 나는 그저 잔대가리만 굴리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까놓고 이야기를 하죠. 러셀총독님. 라이올라님한테 가서 전하십시오. 직접 오지 않으면 협상따윈 없다고 말입니다.”


나는 러셀과 협상할 생각이 없었다. 나까마(일본어로 동료를 의미함. 중개인을 속되게 이르는 은어)와 협상하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 이보게 라파엘.”


나는 러셀총독의 말을 무시한채 밖에 대기하고 있는 케빈을 불렀다.


“케빈!”


그러자 케빈이 들어왔다.


“예. 상단주.”


“총독님이 가신다고 하네. 배웅해드려.”


이렇게까지 말하니 러셀총독이 아무리 철판을 깐 인사라 해도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각이 완고한 듯 하니 이만 가보겠네. 혹시나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총독부를 찾아오게나.”


물론 그답게 끝까지 협상의 끈을 던져두었다. 하여간 진짜 어지간히도 음흉한 양반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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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재회 +4 18.04.26 1,108 31 9쪽
25 25화 알브힘 귀환 +6 18.04.25 1,086 28 10쪽
24 24화 포로협상(2) +2 18.04.24 1,081 30 11쪽
23 23화 포로협상 +4 18.04.23 1,082 32 8쪽
22 22화 제안 +2 18.04.22 1,100 30 10쪽
21 21화 카일 위리고 +2 18.04.21 1,137 36 10쪽
20 20화 전후처리 18.04.20 1,155 33 11쪽
19 19화 해전승리 +2 18.04.19 1,109 36 9쪽
18 18화 해적함대와의 일전 18.04.18 1,114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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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이면계약 +2 18.04.12 1,358 31 10쪽
9 9화 협상 +14 18.04.11 1,452 31 11쪽
8 8화 레이첼 제로스 +4 18.04.11 1,544 39 10쪽
7 7화 비자금 +6 18.04.10 1,557 40 9쪽
6 6화 철제무기 교역 +8 18.04.10 1,631 34 10쪽
5 5화 알브힘 도착 +8 18.04.09 1,739 45 9쪽
4 4화 아버지의 유언장 +4 18.04.09 2,156 52 9쪽
3 3화 거래성사 +10 18.04.09 2,116 58 10쪽
2 2화 첫 거래 +9 18.04.09 2,290 68 10쪽
1 1화 프롤로그 +28 18.04.09 3,740 6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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