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준비
무역왕의 꽃은 해상교역일 만큼 거상을 꿈꾸는 다른 세력과의 해상전투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게드윈 제독의 합류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게드윈 제독의 능력은 해상에서 독보적이었다. 특히 해상전에서 승리시에 적의 범선을 포함하는 능력인 선박나포는 세력의 덩치를 엄청 빠르게 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하는 입장으로써는 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우선 각 함대의 전력을 알고싶네. 라파엘 그대의 함대. 그리고 그대가 해전을 하고자 하는 상대의 전력등 모든 정보를 알려주게.”
내 동료로 합류하자마자 게드윈 제독은 함대의 전력에 대해 물었다.
나는 일단 내 전력과 상단주들에게 들은 해적들의 함대정보를 게드윈 제독에게 모두 제공하였다.
현재 내가 가진 돈으로 구매가능한 선박은 조선소에 있는 코그선 정도였다. 코그선 한대가 만골드이니 코그선이 아홉척 정도.
반면에 상대에게는 대포가 탑제되있을 확률이 농후한 캐럭선이 두척이었고 그를 호위하는 캐러벨이 다섯척이었다.
내 설명을 들은 게드윈 제독이 의아한듯 물었다.
“캐논을 탑제한 함선에 호위함까지 있다면 꽤나 상대하기 까다롭구만. 혹시 내가 합류하지 않았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전을 하려고 했나?”
그가 보기엔 전력차가 꽤 나보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물론 그의 말대로 정식 해전에서 캐러밸이 앞에서 싸워주고 캐럭이 뒤에서 원거리 포격을 가한다면 이기기가 꽤 힘들긴 하다.
그렇기에 나는 캐럭을 호위하는 호위함인 캐러밸부터 빠르게 정리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나는 게드윈 제독에게 내 계획을 말해주었다.
내 계획은 상선을 구매한 김에 아예 상선으로 위장하여 해전을 하는 것이었다.
해적들과 조우했을 때 상선으로 위장한 우리 함대가 도망친다면 해적들이 쫓을 것이었다. 그런데 속도가 빠른 캐러밸이 빠르게 따라올때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캐럭과는 거리가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캐럭과 캐러벨의 간격을 넓힌 뒤 백병전으로 호위함인 캐러벨을 먼저 쓸어버리고 케럭을 상대하려던 것이 내 계획이었다.
내 계획을 듣던 게드윈 제독이 물었다.
“자네 말은 일리가 있네만 한가지 맹점이 있네. 이 넓은 망망대해에서 해적들을 만난다는 보장이 있는가? 더군다나 이제 전쟁이 임박한 시기이기에 자네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해적들과 조우해야 하네. 확률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후후후. 아닙니다. 제독. 제 예상대로라면 출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적들을 만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해적들은 우리 함대의 규모 및 출항시기를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요.”
나는 확신했다. 해적들과 결탁한 조선소장이라면 해적들에게 우리 함대의 정보를 팔아넘기고도 남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조선소장은 해적들에게 팔아넘긴 정보비로 선박비용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을게 분명했다.
나는 조선소장과 만났을 때 느꼈던 위화감과 그를 통해 추론한 사실등을 게드윈 제독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게드윈 제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자네 말대로 조선소장이 결탁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야 해적들과 조우하는건 기정사실일지도...”
“그때는 제독님만 믿겠습니다.”
대포가 탑제된 케럭이 부담이 되긴 했지만 해상전의 스페셜리스트인 게드윈 제독을 믿어보기로 하였다.
“해전은 내게 맡겨두게.”
게드윈 제독의 자신만만한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럼 제독님께서 함선에 탑승할 선원들을 모아 훈련해주시겠습니까?”
아무리 게드윈 제독이라해도
불과 며칠만에 잡부들을 모아 쓸만한 해병으로 만드는게 쉽진 않을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드윈 제독이라면 해낼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게드윈 제독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게 말했다.
“음... 자네만 괜찮다면 예전의 내 부하들을 선원으로 모집해도 되겠나?”
그가 데리고 있던 부하들이라면 더할나위 없는 해병일 것이 분명했으니 나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예?! 물론입니다! 제독. 제독님의 휘하에 있었다면 모두 훌륭한 해병들이겠지요.”
“알겠네. 내가 해군제독으로 있을 때 부하들을 모아보겠네. 다만 퇴역한지 1년이나 지났는데 얼마나 모일지 모르겠구만.”
“1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제독님의 영명이라면 그들은 충분히 발벗고 나설 것입니다.”
“말만으로도 고맙군. 그럼 부하들을 모아 오도록 하지.”
그렇게 게드윈 제독이 부하들을 데리러 나갔다. 아무래도 백병전이 예상되는 만큼 숙련된 해병이 있다면 승리할 확률은 더더욱 올라가는 것이기에 분명했으니 나는 한결 안심이 되었다.
게드윈 제독이 선원모집을 하는 동안 나는 해전에 필요한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우선 나는 기사학교에 복학한 형에게 해전을 앞둔 지금 상황을 간략히 적어 보냈다.
형이라면 편지를 받은 뒤 한달음에 달려올 것이었다. 내가 형을 이곳으로 부른건 내가 하게될 해전이 장교로서 임관하게 될 형에게도 큰 경험을 얻을 기회로 보았기 때문이다.
형이 다니는 기사학교는 이름은 기사학교지만 갑옷을 입은 기사를 육성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장교들을 육성하는 사관학교였다.
더군다나 앞으로 만들어질 내 함대의 총지휘관이 해상전투에서 전설적인 인물인 게드윈 제독인 만큼 형이 게드윈 제독에게 많은 걸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형에게 전언을 보내고 난 뒤, 나는 선박을 구매하기 위해 조선소를 다시 방문했다. 경계의 눈빛을 보내던 조선소장에게 내가 말했다.
“선박을 구매하러 왔습니다.”
그러자 대번 조선소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습니까? 어떤 선박으로 구매하시겠습니까?”
“코그선으로 아홉척 구매하겠습니다. 모두 얼마입니까?
게드윈 제독이 해병을 몇명이나 모아올진 몰랐지만 일단 내가 구매할 수 있는 최대인 아홉척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내가 선박을 구매한다고 하자 조선소장이 입이 귀에 걸렸다.
선박매매계약을 한 뒤 그에게 선박대금을 넘기고 나니 그가 슬쩍 물었다.
“그런데 출항은 어디로 하실 생각입니까?”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내 눈치를 보는 것을 보니 어떻게든 내가 항해할 경로를 알아내어 해적들에게 정보로 팔아먹을 생각에 눈이 뒤집힌 듯 했다.
내가 원하던 바였다. 내가 조선소장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베이런 왕국이나 게헨나 쪽은 전쟁으로 흉흉하여 위험할 듯 합니다. 그래서 베리타스 제국쪽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베리타스 제국이라면 이곳 게헨나에서 내륙인 동쪽에 있었다. 그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언제쯤 출항하실 생각입니까? 그런데 하늘을 보니 풍랑이 일것 같습니다. 혹시나 금방 출항하실거라면 며칠 계시다가 가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예에? 이렇게 맑은 날씨인데 풍랑이라니요?”
이 아저씨가 약을 파네. 아마 해적들에게 연락할 시간을 벌기위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한 것일테지. 하지만 짐짓 모르는 척 표정관리를 하자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바다를 오래 보다보니 감이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화창해 보여도 곧 풍랑이 올 겁니다.”
나는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일주일 정도 있다가 출항해야 겠습니다. 어차피 교역품도 사야 할테니...”
내 말을 들은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운 좋은 항해 되길 빌겠습니다. 라파엘씨.”
“감사합니다. 소장님.”
나도 그에 화답하듯 씨익 웃으며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계획대로 조선소장에게 내 항해경로를 세세하게 말해준 나는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
게드윈 제독의 위명은 퇴역을 하고서도 여전했다. 그가 비밀리에 모은 해병이 무려 500명이나 되었다. 다들 눈에는 독기를 품고 몸이 단단해 보이는게 정병임을 알수 있었다.
게드윈 제독이 뿌듯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떤가 라파엘?”
“대단하군요. 제독. 역시 제독님의 위명이 허명이 아님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말은 진심이었다. 퇴역한 군인의 한마디에 이런 정예병이 500명이나 모일수 있다는게 새삼 놀라웠다.
“후후후. 고맙네. 그나저나 자네 형이 온다고?”
게드윈 제독에게는 장교수업을 하고 있는 형을 불렀다고 말해두었다.
“예. 한 3일정도 뒤에 온다고 합니다. 제 형도 학교를 졸업하면 장교로 임관하게 될테니 이번에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제독님.”
“장교라... 그렇군. 내가 알려줄만한 것들은 최대한 알려주도록 하겠네.”
게드윈 제독의 말에 나는 감사인사를 하였다.
전설적인 해군제독인 게드윈 제독에게 지휘를 받는다면 지휘관을 꿈꾸는 형에게는 그보다 더 큰 경험은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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