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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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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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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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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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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9

DUMMY

-짐승-



“자네는 분명 이렇게 생각하겠지.

그럼 네가 가서 구하지 그래?라고.”


그 생각은 안 했는데.


“나도 알고 있네.

어제 처음 본 자네를 저 마굴로 보내는 게 얼마나 염치없는 행동인 걸 말이야.”


마굴?


인간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있나?


그래서 말괄량이에게 꿈도 꾸지 말라고 한 건가?


“처음 자네의 옷차림새를 봤을 때···.”


“알았어요. 제가 한번 찾아볼게요.”


미안하지만 돕지 않을 예정이다.


그저 탈을 얻은 다음 이 성을 빠져나갈 생각에 수락했을 뿐이다.


“이, 이렇게 쉽게 승낙해주다니.

정말 고맙네.”


말괄량이의 아버지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눈물을 흘리며 말해 더욱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내 코가 석 자니 안타까움이란 감정은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


탈을 건네받아 하수도 출구까지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시야가 어둡다.


탈은 최후의 보루로 둬야겠어.


한 번만 더 쓰면 나는 정말 미쳐버릴 거야.


말괄량이의 부모는 출구까지 따라왔는데 그때까지도 자신의 딸을 구해달라고 연신 간청했다.


알겠다고 대충 답한 뒤 지상으로 올라가 내가 묵었던 여관으로 살금살금 향하는데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무시하고 가려는데 마음 안쪽에서 무언가가 찌릿하고 올라온다.


일단 가보자.


설마 말괄량이겠어?


말괄량이를 구해줄 생각이 없고 저 시끄러운 소리가 말괄량이 때문에 난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했다.


어둠에 숨어들어 근원지를 보니 다행히 말괄량이는 아니다.


그저 술에 취한 인간들이 고성방가하며 낸 소리였다.


안심되어···.


내가, 내가 안심한다고?


내가 왜 안심하는 거야!


그 말괄량이가 죽어도 나는 눈 깜짝하지 않을 거야!


···말괄량이는 생각에서 지우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해.


두 가지 선택이 있어.


내 가방을 찾고 빠져나간다.


지금 당장 빠져나간다.


어느 게 최선이지?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말괄량이는···.


씨발! 말괄량이 씨발! 그만 생각하라고!


머릿속에서 말괄량이의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계속 머리에 맴돈다.


“일단, 옷가게부터 가보자.

아까 내 옷을 부러워했으니까 거기에 있을지도 몰라.”


문제는 그 많은 옷가게 중 어디로 갔냐는 거고


더 문제는 얘가 옷가게가 어디 있는 줄 알고 움직이고 있냐는 것이다.


“미치겠네! 정말.

시간도 없는데 이 넓은 데서 어떻게 찾으라는 말이야.

···일단 하수도로 다시 돌아서 흔적을 쫓아야겠어.”



///



다행히 말괄량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고 흔적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날이 점점 밝아와 인간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어 조바심이 난다.


흔적이 지워지거나 내가 들통나거나 둘 중 하나야.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흔적이 끊긴다.


오지 말았으면 하는 놈이 벌써 다가왔다.


주변을 살펴봐도 말괄량이는커녕 있을 만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해가 떠 어둠에 메마른 땅을 적신다.


시간이 없어.


말괄량이를 찾겠다고 결심한 시점에서 내 가방을 찾는 건 진작에 포기했다.


이제 말괄량이의 목숨과 내 처지를 저울질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말괄량이를 선택하면 나는 다시 보잘것없는 짐승으로 돌아간다.


사람의 종으로서 계속 살기를 선택하면 말괄량이는 죽은 목숨이고 부모는 평생 그리워하며 살겠지.


나는, 나는···.


말괄량이가 왜 나갔을까?


정말 내 옷을 보고 신기해서 나갔을까?


아니면 내가 말해준 이야기에 동경심을 품어 나갔을까?


둘 중 어느 것이든 내 잘못이 크다.


죄책감이 내 온몸을 짓누른다.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탈을 꺼내 한번 살펴본다.


이걸 쓰면 나는 돌아갈 수 없다.


어제 처음 본 아인데···.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목숨까지 바쳐가며 그 아이를 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내 모습을 보면 이해 못 할 놈이라고 하겠지.


··· 나는 이미 망가진 몸이잖아.


오락가락하며 자신이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미친놈이잖아.


미친놈을 대가로 앞길이 창창한 짐승 하나를 구할 수 있다면, 미친놈 하나를 제물로 삼아 한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면 날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도 이해하지 않을까?


주인님도 이해하시지 않을까?



///



수소문해봐도 짐승을 봤다는 인간이 없다.


옷가게를 중심으로 돌아봐도 그들 모두 모른다고 답한다.


오히려 날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왜 짐승 따위를 찾느냐 물어본다.


···내가, 내가 왜 짐승을 찾고 있지?


사람인 내가, 왜···?


기억이 나지 않아.


내가 왜 찾고 있지···?


“장사에 방해되니까 빨리 나가요!

아침부터 재수 없게 짐승을 찾는 건 무슨 경우야!?”


“미안합니다.”


주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옷가게를 빠져나왔다.


작은 소란으로 주변의 시선에 내게 모여든다.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며 생각해봐도 짐승이 있을 만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는다.


무작정 앞으로 걷는데 누군가와 어깨가 부딪혀 상념이 깨진다.


“아! 똑바로 보고 다녀요!”


사람인 여자가 날 보며 소리를 질렀다.


“죄송합니다,

중요한 걸 생각하느라 앞을 신경 못 썼습니다.”


여자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서로 부딪혔다는 건 당신도 앞을 똑바로 안 본 거 아니오?”


여자의 동료로 보이는 사람인 남자다.


등이 굽은 볼품없는 모양새였지만 눈빛만은 살아있다.


···왠지 모르게 저 남자에게 친근한 감정이 든다.


“무, 무슨 궤변이야 그게!?”


“당황하는 걸 보니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군.”


저들끼리 투닥투닥거리는데 사이가 꽤 친밀해 보인다.


“아닙니다. 제가 저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흠흠. 뭐, 저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으니까 저도 사과할게요.

죄송해요.”


여자가 내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자, 우리가 갈 길이 바빠 먼저 가보겠소.”


“네, 저도 갈 길이 바빠···.”


찰나의 인연을 뒤로하고 생각에 잠긴 채 길을 걷는다.


잡혔을 경우도 생각해봐야겠어.


짐승이 잡히면 즉결처분하지 않고 인간들 앞에서 사형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없는 암컷 짐승이니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커.


갇혀있다면 뇌물을 써서 빼내야겠어.


그런데 돈이···.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땡전 한 푼 없다.


어디서 빌려야 하는데···.


문뜩 아까 마주쳤던 남자가 떠오른다.


그 남자라면 나에게 돈을 빌려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급히 남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고 남자를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이보시오!”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뒤로 돌아본다.


내가 자신을 부른 걸 어떻게 안 거지?


“왜 그러시오?”


“초면에 만나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돈 좀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뭐라고요!?”


역시 예상대로 반응이 좋지 않다.


“선, 이 남자는 당신이 아니라 나에게 부탁한 거요.”


“아니, 저게 말이 돼?

처음 만났는데 다짜고짜 돈을 빌려달라니!?

당신 미쳤어요!?”


“그만하시오.”


“너, 지금 저 남자한테 돈 빌려주려는 거지?”


“그렇소.”


“왜!? 도대체 왜 빌려주는 거야!?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얼마가 필요하시오?”


이렇게 쉽게 빌려줄지 몰랐다.


남자의 승낙에 오히려 내가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 얼마 필요하냐고요!?

빨리 말해요 우리 바쁘니까!”


필요한 돈을 말했고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내게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돈은 제가 오늘 내로 꼭 갚겠습니다.”


“갚기는 무슨!

우리는 이제 여기 없을 텐데!”


“음. 하루 정도 더 머물러도 되겠지.”


“어? 너 빨리···.”


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말을 끊고 내 눈치를 보더니 남자에게 귓속말한다.


“하루 정도는 괜찮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그럼 나도 찬성.

그런데 그놈은 어떡하지?

우리가 오늘 올 거라고 생각할 텐데.”


“놔두시오.”


기다리는 동지가 있는 모양이다.


“괜히 저 때문에 기다리시는 분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소.

우리는 저기에 있는 여관에 머물고 있을 테니 돈이 마련되거든 그쪽으로 찾아오시오.”


남자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여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몰랐는데 맞은편에 옷가게가 있군.


저곳도 둘러봐야겠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우리는 이만 가보겠소.”


남자와 선이라는 여자가 여관으로 향한다.


공교롭게도 나도 그쪽으로 향했는데 서로 헤어질 때 하는 인사를 했음에도 같이 걸어가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 왜 따라와요?”


“저도 저쪽에 볼일이 있어서···.”


“그럼 먼저 가요.

야, 우리는 좀 있다가 가자.”


남자와 선이 자리에 멈춰서 날 멀뚱멀뚱 쳐다본다.


저들도 어색했나 보군.


근데 여자가 보통성격이 아니야.


저걸 바로 앞에서 대놓고 말하다니.


그래도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뛰어가다시피 걸어가 여관의 맞은편에 있는 옷가게로 쓱 들어가 버린다.


주인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날 쳐다본다.


“어험, 뭐 물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 괜찮으십니까?”


“옷 사러 온 게 아니고요?”


“네. 물어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뭔데요?”


친절하던 말투가 순식간에 쌀쌀맞게 바뀐다.


나는 모른척하며 질문을 해본다.


“여기 짐승이 찾아왔습니까?”


“어머! 소문이 벌써 났나?”


찾았다.


“새벽에 문을 열려고 나가보니까 짐승이 창문으로 보고 있었어요.

기겁해서 바로 경비병 불렀네.”


“경비병이 어디로 끌고 갔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근데 짐승이 잡히면 대부분 거기 갈 텐데?”


내가 가려는 감옥 말이군.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인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밖으로 나와 곧장 감옥으로 향한다.



///



“그러니까 우리 대장을 보고 싶다고요?”


“그렇습니다.”


경비병의 태도가 심히 불량스럽다.


“글쎄, 우리 대장은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라서···.”


동전 몇 닢을 꺼내 경비병에게 쥐여준다.


“부탁합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당신의 대장도 날 만나면 좋은 걸 얻게 될 겁니다.”


“허허, 뭐···.

이런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


경비병이 모른척하며 동전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보슈.

어이! 나 화장실 좀 가게 잠깐만 맡아줘!”


경비병이 누군가를 대신 세우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 신세는 내가 꼭 갚을게

이제 가봐도 돼.”


이윽고 나타나 자기 대신 근무를 선 경비병을 보내버리고 내게 가까이 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올라가 보슈.

근데 시원찮으면 당신 큰일 날 수 있어.”


같잖은 협박이지만 나는 겁먹은 척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내 태도가 마음에 든 건지 웃으며 길을 비켜준다.


알려준 곳으로 가니 곰이 날 맞이한다.


“당신이 그놈이 말한 사람이오?”


“그렇습니다.”


“말해보시오.

왜 날 보자고 했소?”


“오늘 여기로 잡혀 온 짐승이 있었습니까?”


“글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잘 기억이 안 나네.”


기억이 안 나기는


돈주머니를 꺼내 책상에 올려놓는다.


곰이 반색하며 돈주머니로 손을 가져가는데 내가 급히 제지한다.


“응?”


“아직 답을 못 들었습니다.”


“들어왔지, 암놈인데 오늘 새벽에 신고로 잡아들였소.

다행이야, 어제 짐승 하나를 놔줘서 처형시켜야 할 하나가 비었거든.

사실 안 잡으려고 했는데 처형해야 할 머릿수는 어떻게든 맞춰야 하니까.”


저 곰이 말하는 짐승은 말괄량이가 분명해.


“그 짐승을 빼주면 이 돈은 당신 것이 될 겁니다.”


“허어, 어제고 오늘이고 짐승을 빼달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곰이 돈주머니를 한번 들어본다.


마음에 드는 듯 미소를 한번 짓고 내려놓는다.


“착하게 살아서 신이 날 도우시나?

좋소. 당신이 원하는 짐승이 맞는지 같이 가봅시다.

뭐, 짐승은 똑같이 생겨서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어제 그 남자 사람은 어떻게 짐승을 알아봤을까?”


곰이 혼잣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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