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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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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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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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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DUMMY

-짐승-



정문에서 거의 던져지다시피 내팽개쳐졌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온몸이 흙투성이가 됐다


특히나 감옥에 있을 때 옷이 물을 머금어 진흙 비슷하게 온몸에 묻어 더욱 초라하게 보인다.


“콜록, 콜록.”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경비병이 말한 것처럼 인간들의 시선이 내게로 모여든다.


서둘러 일어나 경비병이 말해준 곳으로 부리나케 뛰어간다.


다행히도 하수도가 보였고 그쪽을 향해 달려가 몸을 숨겼다.


숨을 죽이고 기다렸지만 나를 따라온 낌새는 느껴지지 않는다.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에 온몸에 긴장이 풀린다.


누구지?


누가 날 구해준 거지?


주인님?


아니야.


주인님은 내가 여기 있는 줄 꿈에도 모르실 거야.


선?


선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가 날 구했는지 모르겠다.


일단 이건 제쳐두자.


가장 중요한 건 내 표식과 가방을 찾는 거야.


정황상 나와 같이 술을 마셨던 범이 유력해.


문제는 그 범을 어떻게 찾느냐는 거지.


어떻게 찾지?


어떻게··· 한자단에 가서 물어봐야지.


나는 사람이니까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줄 거야.


헤헤···.


나는 사람이니까 한자단에 가서 물어보면 알 수 있어.


그 범을 찾고···.


정신이 번쩍 들어 벽에 머리를 쿵쿵 박는다.


벽에 피가 묻어나온다.


씨발, 씨발!


탈을 너무 많이 썼어.


야 이 개새끼야, 정신 차려!


아까 그 새끼처럼 네가 누군지 잃어버리고 싶어서 그래!?


정신 차려, 정신···!


어서 정신 차려서 날이 밝으면 밖으로 나가 범을 수소문해봐야지.


나는, 나는 사람이니까 친절하게 알려줄 거야···.


헤··· 헤헤헤···.


이, 일단 더러워졌으니까 목욕부터 해야겠다.


사람은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청결하게 유지해야 해.


마침 앞에 물도 있잖아?


옷을 벗어 잘 개어두고 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가 날 부른다.


“야, 너 거기서 씻게?”


누군가 싶어 돌아보니 냄새나고 더러운 짐승이다.


나는 무시하고 내가 할 일을 하려는데 계속해서 참견한다.


“너 거기서 씻으나 그냥 흙투성이로 있으나 매한가지야.

아니지, 흙은 차라리 냄새라도 안 나지 그 구정물은 냄새가 나잖아.”


“더러운 짐승아 저리 가.”


“허? 더러운 짐승?

그럼 구정물에 씻으려는 너는 깨끗한 짐승이니?”


“감히··· 나보고 짐승이라고 한 거야?

너 눈이 삐었어?”


“뭐라는···.”


짐승의 눈빛이 변하더니 내게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나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오더니 내 뺨을 별이 보일 정도로 후려친다.


아···.


“정신이 들어?”


“고마워, 덕분에.”


“어휴. 너 탈을 얼마나 쓴 거야?

그리고 빨리 옷 좀 입어!”


대답 없이 벗어둔 옷을 집어 주섬주섬 입기 시작한다.


“말려줘서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저 똥물에 목욕할뻔했어.”


“그래 고마운 줄 알라고.

근데 무슨 일이야?

온통 흙인 걸 보니 매타작이라도 당했나 봐?”


“그건 아니고.

사정이 좀 있었어.

근데 너 몇 살이야?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왜 반말하는 거지?”


“너도 반말하잖아?”


“그건 네가···.

아니다, 말을 말자.”


대화가 안 통하는 말괄량이 같아 입을 닫고 옷을 마저 입는데 이번엔 내 옷에 관심을 기울인다.


“우와 그 옷 좋아 보인다.”


누더기 같은 자신의 옷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내 옷을 쳐다본다.


“한번 만져봐도 돼?”


“한 번만이야.”


싫었지만 도움을 받았으니 한 번쯤 괜찮겠다 싶어 허락했다.


“알았어!”


오른손을 자신의 옷에 쓱쓱 문질러 깨끗이 하고 내 옷을 한번 만진다.


“어차피 더러워진 옷인데 그냥 만져.”


“그래도, 비싸 보이잖아.

와아··· 진짜 부드럽다···.”


그만 만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만지고 있는걸 제지하지 않고 쳐다만 봤다.


“어? 미안. 내가 너무 만졌지?

옷 해어지는 거 아냐?”


“그 정도로 안 그래.

이제 다 만졌어?”


“응.”


“그래 그럼 가봐.”


“어딜?”


“네 집에 가라고.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시잖아.”


이런, 이 늦은 시간까지 밖에 나와 있는걸 보니 집이 없는 모양이야.


그리고 부모도 없겠지.


실수했어.


조심스럽게 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표정이 좋지 못하다.


“미안. 내가 실수했어.”


“뭐가 미안한데?”


“너 집하고 부모 없잖아.”


“뭐!? 이게!”


말괄량이가 별안간 내 정강이를 걷어차 버린다.


정신이 번쩍 들어 자리에서 펄쩍 인다.


“지금, 나보고 집 없는 고아라고 한 거야?

나 엄마아빠 있고 집도 있어 이 나쁜 놈아!”


“이, 있어?”


“그래!”


목청이 얼마나 큰지 온 동네 인간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하수도를 들여다보겠다.


“그, 근데 왜 이 시간까지 여기에 나와 있는 거야?”


“저기 밝은 쪽 보려고 밖에 나와 있는 거야.”


“그렇구나. 그러면 네 집에 가 부모님이 기다리시겠다.”


그러나 말괄량이는 손가락만 꼼지락거릴 뿐 돌아가지 않는다.


“뭐해? 아직 다 안 봤어?”


“···너는?”


“나는 여기서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우리 집에 올래?”


너무 훅 들어오는데.


저번처럼 나를 유인해 어쩌려는 속셈은 아니겠지?


“싫어.”


“왜, 왜?”


“나는 남의 집 가는 거 싫어해.”


“그래도 밖은 춥잖아.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그래 알았어.”


거절하려고 했으나 워낙 완강하여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정말로 집과 부모가 있었고 그들은 나를 극진히 맞아주었다.


마침 저녁 시간이라 같이 식사를 했는데 평소에 먹던 음식과 비교하면 빈약했지만 나름대로 구색은 갖춘 걸 보니 대다수 짐승과는 다르게 빈곤하게 살지 않는 것 같다.


“그래, 자네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사람을 모신다는 얘길 하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몰라.

적당히 둘러대야겠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거든요.”


“그렇지. 그렇게 하다 보면 해가 뜰 날도 있는 거야.”


말괄량이의 아버지는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머금고 내게 말했다.


좋은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쳤고 바닥에 앉아 멀뚱멀뚱 있는데 말괄량이가 날 부른다.


“야, 할 거 없으면 나랑 동네 구경이나 가자.”


거절하고 싶었지만, 말괄량이의 부모가 날 보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가자 말괄량이는 뭐가 신난 것인지 콧노래를 부른다.


“너 이 노래 알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나도 어디서 들었는데 요즘 이 노래가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이래.”


“그래?”


“응.”


말괄량이는 내게 이곳저곳을 소개해주며 연신 콧노래를 부른다.


“야! 너 어디가!?”


친구로 보이는 짐승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나를 한번 슬쩍 보고는 말괄량이에게 작게 속삭인다.


“누구야?”


“그냥, 아는 짐승.”


다 들리는데.


그냥 얘기하지.


“남자 친구?”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저리 가!”


“얘는 아니면 아닌 거지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래?”


“흥! 야, 빨리 가자!”


말괄량이가 친구를 무시한 채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이끈다.


“야! 근데 손잡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은데!?”


“이게! 너 나한테 죽는다!?”


말괄량이의 친구가 메롱 하고는 부리나케 도망간다.


“신경 쓰지 마. 쟤는 바보야.”


“신경 안 썼어.”


“어, 어?”


“신경 안 썼다고.”


“그, 그렇구나.”


말괄량이가 웬일로 조용해진다.


“구경 다 했으면 돌아갈까?”


“아직 하나 남았어.

여긴 나만 아는 명당이거든?

너 운 좋은 줄 알아.”


그렇게 어디론가 계속 끌려가는데 말괄량이가 “여기야!” 하고 위를 가리켰다.


지하도에서 하늘을 보기엔 손색없는 자리다.


날이 밝아있는 맞은편 지역이 환하게 보인다.


“어때? 좋지?”


“그래, 좋네.”


“밖에서 하늘을 보는 거에 비하면 별로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곳이야.”


우린 그렇게 자리에 앉아 한참이나 하늘을 봤다.


“너, 아까는 진짜 무슨 일이야?”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괄량이가 내게 보이는 호의의 보답 차원에서 말을 해주기로 한다.


“탈을 너무 많이 써서 그래.”


“역시, 아까 내가 한 말이 맞았어.”


“그래, 탈을 너무 많이 써서 위험 수위에 다다랐어.”


“안 썼으면 되잖아?”


“그럴 수가 없었어.”


“중독됐어?”


“중독···은 아닌데.

누군가가 내 도움이 필요했고 내가 도움을 주려면 탈을 썼어야만 했거든.”


“거절을 왜 안 한 거야?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며.

너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데.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내 도움이 필요했거든.

그 사람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어.

내가 평생 길바닥에 채는 짐승으로 살았다면 느껴보지 못한 것들 말이야.”


“사람?”


아차.


“너 사람의 종이야?”


“그래.”


시치미떼긴 글렀다 싶어 시인해버렸다.


“와···.

그러면 그 옷도 주인이라는 사람이 사준 거야?”


“아니, 이건 아니고 다른 옷이 있어.

이거보다 더 비싸고 화려한 옷이야.

그런데 잃어버렸어.”


“어떡해!? 그러면 맞아 죽는 거 아니야?”


주인님의 성격상 맞아 죽지는 않을 텐데···.

사실 잘 모르겠어.

내 옷에 관심을 기울일지 아닐지.


“나를 때리진 않을 텐데.

그래도 그 옷을 찾아야 해.”


“누가 훔쳐간 거야?”


“어, 정신을 차려보니 옷이 든 가방이 없어졌어.”


“의심 가는 건 있어?”


“범이 있는데 그 인간을 찾아봐야지.”


“그렇구나···.

저기··· 어땠어?

사람하고 같이 생활하면 말이야.”


말을 해줘야 하나?


헛된 희망을 이 아이에게 불어넣는 건 아닐까?


“싫어?”


“알았어. 저녁도 얻어먹었으니 내가 얘기해 줄게.”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야.”


“와···.”


말괄량이가 약한 탄성을 지었다.


“그러면 네 주인이라는 사람은 네 상태를 알고 있는 거야?”


아마 모르겠지.


“글쎄. 모르지 않을까?

그러니까 나한테 탈을 쓰라고 시켰겠지.”


“그, 그렇지?

알고 있는데도 그랬으면 그 사람은 진짜 나쁜 사람이야.”


말괄량이의 말을 끝으로 대화가 한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너도 인간과 같이 지내고 싶은 거야?”


나도 모르게 말괄량이에게 물어버렸다.


“하하, 짐승 대부분이 그러지 않을까?

하지만 난 싫어.

엄마아빠가 내게 신신당부하셨거든.

꿈도 꾸지 말라고.”


전혀 그래 보이는 눈치가 아니다.


정말로 그랬으면 내게 이야기를 조르지 않았고 인간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부

르지 않았겠지.


“그래도 약간은 궁금하긴 해.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인간들이 살고 있는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이야.”


나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조금이야! 조금이라고!

내가 많이라고는 안 했다?”


“알았어.”


“그, 그러면 어떡할 거야?”


“내일 이 성 밖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반드시 찾아서 돌아가야지.”


“그냥 지금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 돼?”


“여기는 경비가 삼엄해서 짐승인 채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해.

개구멍이 한두 개쯤 있을 테지만 시간이 없어서 찾을 수 도 없고.”


“그렇구나···.

그러면 어떡해?

너 탈도 없고 있다고 해도 쓸 수도 없잖아.”


그러게 진짜 문제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는데.


“아 춥다. 이제 돌아갈까?”


“그래. 돌아가자.”


집으로 돌아갔고 말괄량이의 부모님은 흔쾌히 나를 재워주었다.


안 되는데···.


지금 나가서 범을 찾아야 하는데···.


“이보게! 이보게!”


누군가가 나를 강하게 흔들었고 잠에서 깨어났다.


“네, 네?”


“자네, 내 딸 못 봤나?”


“여기 옆에···.”


안보인다.


“내 딸이 새벽에 밖으로 나가 여태껏 안 돌아왔어.

보통 때면 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말이야.

하수도 끝으로 가봐도 흔적도 없단 말일세.”


얘가 어디 간 거야?


“제, 제발 부탁이네.

내 딸을 찾아주게.

나한텐 하나밖에 없는 딸이야.”


“저, 저도 방법이 없어서.”


“비상사태를 대비해 숨겨둔 사람탈일세.”


말괄량이의 아버지가 내게 사람의 탈을 보여줬다.


탈···.


“제발, 제발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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