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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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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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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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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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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7

DUMMY

-짐승-



문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내 심장 소리 같이 들린다.


“이거 빨리 여는 게 좋을 거야!

오늘 짐승 두 마리가 돌팔매 당한 거 봤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빨리 열어!”


“빠, 빨리 열면 살려주실 건가요?”


나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고 그 순간 문 건너편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뭐? 으하하하!”


“미친 게 틀림없군! 하하하!”


곧이어 나를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 간만에 배꼽 빠지게 웃었네.

좋아. 나를 웃겼으니 단두대형으로 힘써보겠어.

그러니 어서 열어!”


역시 나를 살려주겠다는 생각은 없구나.


그, 그러면···.

맞다!

나한텐 표식이 있었지.

이걸 보여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거야.


다급히 목을 매만져보니 있어야 할 표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 어!?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마, 맞다.

내가 풀어서 가방에 두었잖아?


내가 반응이 없자 발로 문을 차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누가 가서 지렛대가 가져와!”


저걸 가져오면 문은 시간문제야.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 그렇지!

그냥 문을 열어서 내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 되는 거잖아.

저들은 짐승을 찾으러 온 거지 사람을 찾으러 온 게 아니니까.

헤··· 헤헤···.

내가 사람인 걸 확인만 하면 돌아갈 거야.

헤헤헤···.

나는 사람이니까.


문을 활짝 열어 경비병에게 내 모습을 보여줬다.


내가 사람이라는 걸 보자 당황한 듯 자리 우뚝 서서 멀뚱멀뚱 날 쳐다본다.


“됐죠? 내가 사람인 걸 보여줬으니까 이제 돌아가세요.

난동을 피운 건 제가 넘어가 드릴게요.”


“으, 응?”


“이제 돌아가시라고요.

제가 사람인 거 확인했잖아요.”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경비병이 몽둥이를 들어 나를 향해 휘두른다.



///



“아우, 왜 이렇게 바닥을 차갑게 해놓는 거야?”


바닥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져 잠에서 깨버렸다.


“불을 안 때는 거··· 여, 여긴 어디지?”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저,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돌아오는 건 메아리치는 내 목소리뿐이다.


“지, 진짜 아무도···.”


“조용히 좀 해. 여기 있으니까.”


“누, 누구세요!?”


“도깨비. 넌 누구지?”


“저, 저는 짐승인데요.”


“어쩐지 더러운 냄새가 난다고 했어.”


도깨비의 말에 괜히 냄새를 한번 맡아본다.


하지만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방금 네 냄새를 맡아봤지?”


“네? 네.”


“짐승은 몰라. 자기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아··· 네.”


주인님하고 선은 평소에 아무 말 없으셨는데.

정말 내가 더러워서 냄새가 날 때 빼고는.


“저기··· 여긴 어딘가요?”


“감옥.”


가, 감옥?

그렇구나! 내가 감옥에···.

아, 안돼.

주인님하고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들어온 지 얼마나 됐죠?”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깜깜해서 시간 감각도 없는데.”


“그, 그래도 오래됐는지 아닌지는 알 수 있잖아요.”


“아이씨, 짐승 새끼가 말이 왜 이렇게 많아?”


“죄, 죄송합니다.”


도깨비의 말에 풀이 죽어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 그래도 시간을 알아야 하는데.


“죄송하지만 그것만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얼마 안 지났어.

체감상 30분?”


30분?

여관에서 끌려온 시간까지 계산해도 아직 아침은 되지 않았어.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흥! 짐승이 주는 복 따위 줘도 안 가져!”


도깨비가 내 말에 툴툴거리며 대답했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데 별안간 도깨비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야.”


“저, 저 말인가요?”


“그래.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니?”


도깨비하고 나뿐이구나.


“너는 왜 여기에 들어왔지?”


“그,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보나 마나 여기에 몰래 숨어들었는데 잡혔겠지. 아니야?”


“네···.”


더 복잡하지만 크게 보면 맞기에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짐승 놈들은 오지 말라고 해도 꾸역꾸역 기어들어 와서 문제나 일으킨다니까.

어휴, 쓸모없는 것들.

신께선 왜 이런것들을 만들어내셨는지.”


도깨비가 나는 물론 내 동포까지 욕했지만 가만히 듣기만 했다.


“야, 그런데 너 어쩔거야?

여기에 앉아서 죽기만 기다릴 거야?”


“여, 여기에 있으면 죽어요?”


“그럼, 널 살려두겠니.

그리고 너랑 같이 날 둔 걸 보니 나도 죽겠구먼.

하여튼 짐승을 만나면 재수가 없다니까.”


잠자코 듣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여기서 빠져나갈 생각인데 너는 생각 있어?”


탈옥하겠다고?


“저, 저도 끼워주시는 건가요?”


“우리 둘밖에 없으니 너라도 써야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야겠어.


“네!”


“좋아, 일단 사지가 멀쩡한 상태야?”


도깨비의 말에 팔다리를 움직이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여본다.


“네. 멀쩡해요.”


“그나마 다행이군.

포박당한 상태는 아니지?”


“네. 안 당했어요.”


“그러면 이리 와서 팔다리 좀 풀어봐.”


“아,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오면 되잖아.

문이 잠깐 열릴 때 봤는데 여긴 철장 같은 거 없이 한 공간이야.”


간수가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있다면 벌써 제지를 했겠지.

그런데 나는 안 묶었는데 도깨비는 왜 묶은 거지?


“이리로 와 봐.”


오자마자 날 죽이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의심이 도져 도깨비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지 않았다.


움직임이 없는 걸 눈치챈 도깨비가 내게 묻는다.


“왜 오지 않는 거야?”


“그, 그러니까···.”


“야, 너한테 해코지할 생각 없으니까 빨리 와.

해코지해도 여기서 탈출하고 나서 할 거니까.”


“저, 정말이죠?”


“허어··· 이놈 보소.

진짜 그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이거 진짜 웃긴 놈이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일단 이거부터 풀어봐.”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천천히 가니 무언가가 발에 차였다.


“아야! 조심 좀 해!”


“죄, 죄송해요.”


“좋아. 더듬어서 내 손부터 풀어봐.”


쪼그리고 앉아 도깨비를 더듬기 시작한다.


이상하네?

이 도깨비는 털을 전부 밀어버렸나?


“거기! 빨리 풀어!”


손쉽게 풀 수 있었고 나는 재빨리 도깨비에게서 떨어졌다.


“짜식, 쫄지 마.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서 나가기 전까지 아무 짓도 안 할 거니까.”


이윽고 도깨비가 다리를 묶어놓은 밧줄을 푸는 소리가 들린다.


“어휴, 세상 편하네.

잠깐만 누워있어야겠다.”


5분쯤 지났을까?


도깨비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 있어?”


“네. 있어요.”


“좋아. 일단 내 계획을 말해줄게.

네가 피를 흘리고 있다고 가정하는 거야.

그리고 교도관에게 소리쳐.

풀어주지 않으면 이 피를 나에게 먹여 이곳을 폭발시킬 거라고 협박하는 거지.”


“괘, 괜찮은데요?”


“그치? 내가 생각해도 정말 명안이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도깨비를 나랑 같이 두었으면 분명 이런 생각을 했을 텐데.


“좋은 생각이에요. 당장 해봐요.”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 방법 자체는 좋아보였기에 일단 넘어갔다.


“해봐.”


“야! 문 열어! 문 안 열면 이 도깨비한테 내 피를 먹일 거야!”


반응이 없다.


“안 들리나? 더 크고 자극적이게 말해봐.”


“야! 내가 이 도깨비한테 피 먹인다니까!? 빨리 아무나 와 봐!”


어디선가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이어 철컹하는 소리가 들리고 빛이 들어와 내가 있는 공간을 비추기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빛 때문에 눈이 부셔 급히 가리고 동향을 파악하니 목소리가 들린다.


“뭐라고!?”


“나, 나를 안 풀어주면 도깨비한테 피를 먹일 거야. 그러니까 풀어줘.”


“도깨비? 여기 도깨비가 어디 있는 데?”


“지금 내 팔을 물고 있잖아! 빨리 나를 풀어줘!”


“뭐? 하하하!

그렇지, 도깨비가 네 팔을 물고 있지.

그래서?”


“왜 자꾸 무, 묻는 거야!?

내가 이 도깨비한테 피를 줄 거라니까!”


“아하, 그 도깨비한테 네 피를 줄 거라고?”


“그, 그래!”


“이런 너무 무서워서 빨리 풀어줘야겠어.

잠깐만 기다려봐.”


경비병이 문을 쾅 닫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다시 어두컴컴해져 눈에서 손을 떼고 도깨비에게 말을 걸어 본다.


“이 정도면 됐겠죠?”


“그래. 저놈도 이제 알아먹었겠지.

조금만 기다려보자.”


곧이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재빨리 눈을 가렸다.


“조금만 기다려봐 도깨비가 피를 먹으면 안 되니까 내가 너희들을 풀어줄게.”


“그, 그래.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풀어달라고.”


저벅저벅 하는 소리가 들리고 가까이 오는 낌새가 느껴진다.


그런데 별안간 경비병이 도깨비를 몽둥이로 마구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왜, 왜! 때리는 거야!

내가 피를 먹으면 너희들은 모두 죽을 거라고!”


“이 개새끼가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탈을 얼마나 써댔으면 본인이 도깨비라고 착각하는 거야?

너 같은 새끼는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도깨비라고 착각한다고?


몽둥이 소리가 퍽퍽하고 끊임없이 들린다.


그 순간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오는 낌새가 느껴진다.


“어이! 뭐 하는 거야?”


“이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길래 내가 손봐주고 있었어.”


매질 소리가 멈췄다.


“아이고- 도깨비를 이렇게 때리면 어떡하나?

입에 피가 들어가 발광이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이보게 도깨비 양반 어서 일어나보게.”


“으···으···.”


앓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긴. 처형해야 하는데 죽이는 건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지.


“도깨비 양반. 정신 좀 차려보게.”


물뿌리는 소리가 최악하고 난다.


“나, 나는 괜찮네···.”


“큭, 그래. 어서 일어나서 정신 차려야지.

차가운데 누워있으면 입 돌아가.”


“고, 고맙네.

자네··· 자네 동료 좀 말려보게.

내가 도깨비라고 해도 믿지를 않아···.”


“그래, 그래.

이 친구가 눈이 나빠서 착각했나 보네. 큭큭.”


“킥킥킥.”


경비병의 웃음소리가 감옥 안을 가득 채운다.


저놈 도깨비가 아니었어.

나와 같은 짐승이야.

탈을 너무 많이 쓴 부작용으로 자신이 도깨비라고 생각하는군.

불쌍한 녀석···.


“야! 이제 눈 안 부시잖아!”


경비병의 말에 눈에서 손을 떼어 주변을 돌아본다.


역시나 도깨비가 아니라 짐승이다.


얼마나 얻어 많은 것인지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근데 너무 때린 거 아니야?

멍이 생길 텐데.”


“보랏빛 피부에 멍이 들어봤자 얼마나 티 나겠어?”


“하하! 하긴 그렇군.”


“그나저나, 너.

우리가 이런 거 입도 벙긋하지 마.

알았어!?”


“네, 네. 알겠습니다.”


“좋아.”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어.

저놈들을 요리하고···.

주인님이 인간을 해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아···.

어떡하지?


“밧줄 가져왔지?”


“어, 근데 진짜야?”


“나도 몰라.

까라면 까야지.”


경비병 중 하나가 나에게 가까이 오더니 나를 포박하기 시작한다.


뭐지?

낌새로 봐선 나를 풀어주는 것 같은데.


“이, 이보시오.

저 하찮은 짐승이 아니라 도깨비인 나를 풀어줘야지···.”


“아이고 도깨비 나리.

알았으니까 닥치고 가만히 계셔.

너는 내일 나갈 거니까.”


“그, 그렇군.

그렇다면 얌전히 기다려야지.

나는 도깨비니까.”


“에휴. 이 정도면 불쌍할 지경이네.

야, 빨리 일어나.

밥맛 떨어진다.”


나를 포박한 경비병이 나를 거칠게 일으켜 세운다.


“너는 나갈 거니까 괜히 난동 피우지 마.

도로 들어가기 싫으면.”


“누, 누가 저를 풀어준 거죠?”


“누구긴 우리 대장님이지.”


“저, 저는 대장님을 잘 모르는데요.”


“대장님도 너 몰라.

어디서 뒷돈 받고 풀어주는 거야.

덕분에 우리도 술 한잔 걸치고.”


“혹시···.”


“그나저나 너 풀려나면 뭐할지 걱정이나 해야 할 걸?”


“왜, 왜죠?”


“성 한가운데 짐승을 풀어놓으면 어떻게 될지 감이 안 와?

우리는 너 내쫓아버리고 모른척할 거야.”


“아···.”


갑자기 자리에 멈춰서 주위를 자세히 살핀다.


“내가 기분이 좋으니 한가지 알려주지.

풀려나고 왼쪽으로 쭉 달리면 짐승의 더러운 소굴이 있을 거다.”


“가, 감사합니다.”


“운 좋은줄 알아.

아까 저놈이었으면 국물도 없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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